[16대총선/窓]"될 사람 뻔한 선거 관심 없심니더"

  • 입력 2000년 3월 29일 19시 46분


“이번 총선처럼 재미없는 선거는 처음 본데이.”

28일 오후 8시경 대구 수성구 만촌동 K기사식당. 40, 50대 택시운전사 4명이 둘러앉아 저녁을 먹던 중 한 사람이 답답하다는 듯 얘기를 꺼냈다.

“참말인기라. 지난 총선 때는 자민련이나 무소속이 그래도 힘을 좀 쓰더니만 이번에는 영 힘을 못쓰니…”라며 다른 동료가 맞장구를 쳤다. 일행 중 또 다른 사람은 27일 무소속출마의사를 밝혔던 한 전직의원이 ‘이미 승자가 정해진 싸움에 들러리를 설 수 없다’며 출마를 포기한 사실을 들며 “쟁점도 없고 격전지도 없는 선거”라고 거들었다.

29일 오전 대구시내 한 재래시장. 이 지역에 출마하는 여당후보가 선거운동원 10여명과 함께 2시간여 동안 시장 구석구석을 돌며 상인들과 악수를 나누었다. 그러나 의례적인 답례인사만 돌아올 뿐 도통 무관심한 반응들이었다. 옷가게를 하는 김경자씨(54·여)는 “이미 될 사람이 정해져 있어 그런지 다들 선거에 관심이 없심니더”라며 주변 분위기를 전했다.

이 여당후보측의 선거실무관계자도 “그동안 이 지역에서 3차례나 선거를 했지만 유권자들이 선거에 이처럼 관심이 없는 것은 처음”이라고 한숨지었다.

현장에 함께 있던 대구시 선관위 관계자도 “지역민심이 특정당으로 쏠린 때문인지 이 지역의 후보경쟁률도 8대 1이던 지난 총선 때 비해 절반수준으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지역감정에 의존하는 구태의연한 정치인들의 선거운동방식에다 ‘뻔할 뻔자’식 투표행태를 예감케 하는 표밭의 기류가 이번 총선을 ‘정치인들만의 축제’로 만들어가는 듯한 현장이었다.

<대구〓선대인기자> 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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