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여야총재회담 협상…핑퐁식 말싸움만 거듭

  • 입력 1999년 2월 9일 19시 26분


여야총재회담 성사를 위한 협상이 여야간 ‘핑퐁식’다툼으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9일에도 상대편을 향해 “과연 총재회담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난하는 데 몰두했다. 여야간 물밑접촉은 이전보다 되레 뜸해진 듯한 양상이다.

국민회의는 여야총재회담을 통한 경색정국 해소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한나라당의 자세전환을 다시 촉구했다.

정균환(鄭均桓)사무총장은 이날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총재회담을 하자고 제의하면서도 계속 제2, 제3의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며 “이는 강경투쟁을 통해 당내 비주류의 목을 조르고 세풍(稅風)사건을 피해가려는 속셈”이라고 비난했다.

김정길(金正吉)청와대정무수석이 8일 이총재를 예방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인위적 정계개편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했는데 더 이상 뭘 바라느냐는 것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여권의 총재회담 제의가 지금의 위기국면을 넘기려는 술책이라고 주장하면서 여권의 보다 분명한 정계개편 포기선언을 거듭 요구했다.

이총재는 “이제 공은 저쪽으로 넘어간 것 아니냐”며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신경식(辛卿植)사무총장도 “김대통령이 국민회의와 자민련에 총재회담을 준비하라고 지시한 지가 벌써 보름이 지났는데 최근에는 정균환총장으로부터 아예 연락조차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고위당직자는 “국가정보원 불법사찰과 관련해 김대통령의 사과와 이종찬국정원장 파면요구를 사실상 철회하는 등 전제조건을 완화했는데도 우리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게 무슨 소리냐”고 반박했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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