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회견 연기]『여론역풍 우려』 참모등 건의 수용

  • 입력 1999년 2월 9일 19시 22분


붐비는 상도동
붐비는 상도동
“회견을 취소한 게 아니라 연기한 것이다.”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한 측근은 9일 오전 기자회견을 예정했다가 번복한 데 대해 이같이 못박았다.

김전대통령의 측근인 박종웅(朴鍾雄)의원도 이날 “김전대통령의 의지는 결연하고 확고하다”며 “김전대통령은 회견 강행의사를 밝혔지만 과거의 참모진이 일치된 의견으로 ‘시점이 적절치 않다’며 연기를 건의해 이를 받아들인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전대통령은 이날 한보비자금 문제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현정부 출범이후 계속된 야당의원영입 인사편중 지역감정 등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서 의견을 개진할 생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전대통령은 당초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취임 1주년인 25일 이후 기자회견을 검토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상도동측에서 “김대통령의 취임 1주년인 25일 이후 김전대통령이 무언가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었으나 경제청문회에서 한보비자금문제가 터져나오자 김전대통령 본인이 시점을 앞당겼다는 게 상도동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김전대통령이 마지막 순간 과거 참모진의 연기 건의를 받아들인 것은 “청문회가 열려 있는 시점에 회견을 할 경우 한보비자금 문제에 과민반응을 보인다는 오해를 살 우려가 있고 여론의 역풍에 부닥칠 가능성이 크다”는 논리에 수긍했기 때문이라는 게 측근들의 얘기다.

김전대통령이 회견을 언제 가질지는 현재로선 분명치 않다. 주변에서는 설연휴와 김대통령 취임1주년 사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참모들이 ‘의연한 자세’를 진언한 점에 비추어 취임1주년 이후가 되거나 여권과의 관계가 개선될 경우 아예 취소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아무튼 DJ―YS간 정면충돌이 언제 터질지, 아니면 잠복해버릴지 여부는 당분간 정치권의 관심거리가 될 전망이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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