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장 풍경 『썰렁』…『나라가 이꼴인데』불황 한파

  • 입력 1997년 12월 7일 20시 46분


갑자기 밀어닥친 불황 한파로 선거철 풍경마저 썰렁해졌다. 한나라당 국민회의 국민신당 3당은 연일 병역문제, 경제파탄책임 문제를 들먹이며 폭로 비방전을 벌이지만 열기는 3당 당사가 있는 서울 여의도에 국한되는 듯하다. 『한강다리만 넘어가도 유권자들의 냉담한 반응이 느껴진다』는 것이 지난 주 서울지역 거리유세에 참가했던 3당 관계자들의 얘기다. 수도권 공략을 담당하는 3당의 「새물결유세단」(한나라당) 「파랑새유세단」(국민회의) 「모래시계유세단」(국민신당)관계자들도 『도무지 돌아다닐 맛이 안난다』고 말한다. 대구 경북지역은 7일까지 대구시 경북도 선관위에 접수된 기탁금이 단 1건도 없었다. 한나라당과 국민신당측이 선거운동을 사실상 포기한 광주 전남지역에서도 선거분위기는 별반 느껴지지 않는다. 6일 겨울비가 내린 탓도 있지만 3당은 부산 광주 대전 지역 거리유세를 대부분 취소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과도한 유세를 강행하다가는 유권자들의 반감을 사기가 십상이다』는 게 각 당 관계자들의 얘기다. 국민회의가 지난해 수해로 희생당한 병사의 어머니를 등장시켜 이회창(李會昌)후보 아들의 병역문제를 공격하려던 TV연설 계획을 취소한 것도 이런 분위기 때문이다. 물론 각당의 「실탄」부족도 이런 분위기에 일조(一助)했다. 선거때면 운동원으로 북적대던 지구당 사무실은 대선을 열흘여 앞둔 7일까지도 대부분 한산하다. 운동원들이 신이 안나 정시 출퇴근하는 곳도 적지 않다. 그린벨트를 해제해 준다, 도로를 넓혀준다는 등의 지역공약이 먹혀들지 않는 것도 달라진 풍경이다. 지역문제보다는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시급해졌기 때문이라는 게 선거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시대」는 선거판을 이렇게 바꿔놓았다. 〈박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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