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신한국당의 고위당직자회의는 근래 유례없이 1시간반동안 진행됐다. 92년 대선자금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문제가 전면 대두됐기 때문이었다.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평소와 달리 한 사람도 빠짐없이 대선자금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는 등 기탄없이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가 주 화제로 떠오른 것은 한 당직자의 문제제기 때문이었다는 후문이다. 이 당직자는 『李會昌(이회창)대표를 비롯한 당내 대선주자들이 金泳三(김영삼)대통령에게 대선자금 문제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며 『과연 어디까지가 한계선인지 분명히 하자』고 얘기를 꺼냈다는 것.
그는 또 『당내 대선주자들이 이번에 대선자금을 모두 까발리고 김대통령을 「악인(惡人)」으로 규정하자는 것도 아닌데 당 차원에서 분명한 입장이 없어 혼란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즉 대선자금 문제에 대해 당지도부는 분명한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서 야당의 정치공세에 밀려 진상규명과 책임론의 차원으로 비화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대해 다른 참석자들도 대부분 『대선자금의 내용을 모두 공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김대통령이 포괄적으로 입장을 표명하는 것으로 매듭지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대표는 당직자들의 의견을 차례로 들은 뒤 『모두 좋은 생각』이라며 경청하는 자세를 보였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대표는 당직자회의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를 자청, 1일의 「시민과의 대토론회」에서 『여야 모두 당시 상황을 고백하고 진실을 밝히는 차원에서 해명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이대표는 『대선자금 규명은 참 어려운 문제다. 확인할 수 있는 자료나 근거가 없다』며 자신은 물론 당의 입장이 「대선자금 공개불가」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이대표는 『과거의 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보다 앞으로 고비용정치구조를 어떻게 개선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미래지향적인 차원에서 접근하자는 뜻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