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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그냥 생긴 대로 살아야 하나?[이재국의 우당탕탕]〈67〉

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입력 2022-05-27 03:00업데이트 2022-05-27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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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너도 그래? 나도 요즘 그게 고민인데.”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쌍꺼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이가 들수록 눈이 처지고, 안검하수 때문에 눈이 졸려 보이는 게 고민이라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 얘기를 듣고 보니 다들 눈두덩이 내려앉은 것 같고, 유난히 눈이 처져 보였다. 흐르는 세월을 막을 수도 없고, 중력을 거스르며 살 수도 없고, 이제 와 생각해보니 우리네 부모님 눈이 왜 다들 처져 있었는지 알 것도 같았다. 어렸을 때 같으면 “그냥 생긴 대로 살아라!” 했겠지만 요즘은 시술도 간단하고, 한 번뿐인 인생 뭐 하러 불편을 감수하면서 참고 살아야 하나, 차라리 쌍꺼풀 수술을 하고 당당해질 수 있다면 수술을 하겠다는 의견이었다. 나도 속으로 ‘그래, 이 나이에 잘생겨지고 싶은 게 아니라 눈 처짐을 방지할 수 있고 자신감 회복 차원에서 가벼운 시술을 하겠다는 건데, 그게 뭐가 문제랴’ 다짐을 했고, 그 자리에 있던 우리 중년 남자 넷은 다 같이 쌍꺼풀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고, 날을 잡아 성형외과에 상담을 받으러 가기로 했다.

약속을 정해 그날이 왔고, 우리는 지인의 지인의 지인이 원장으로 있는 성형외과에 가서 상담을 받았다. 두 명씩 들어가서 상담을 받았는데 그동안 이 얼굴로 살아오느라 힘들었다는 듯 자기 얼굴에 대한 불만과 억울함 그리고 눈 처짐에 대한 속상함을 쉴 새 없이 털어놨다. “저희 딸이 자꾸만 제 눈이 졸리게 생겼다는 거예요.” “어릴 때는 눈이 동그랗고 예뻤는데 요즘은 사진만 찍으면 눈이 반쯤 감긴 것처럼 나와요.” 그렇게 상담사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고 의사 선생님 앞에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이쑤시개 같은 걸로 눈두덩을 살짝 눌러주자 내 눈에 예쁜 쌍꺼풀이 생겼다. 눈도 커진 것 같고, 왠지 ‘만찢남’(만화책을 찢고 나온 남자)이 된 것 같은 기분. “그래, 이거야. 내가 못생긴 게 아니라 내 눈이 처져서 못생겨 보였을 뿐이야!” 의사 선생님의 터치 한 번에 모두가 거울을 보며 탄식을 쏟아냈다.

그렇게 의사 선생님의 은혜를 받고 나와 견적서를 받아보니 우리 네 명의 금액이 모두 달랐다. 이유는 쌍꺼풀 수술만 해도 되는 친구, 눈 밑 지방 재배치까지 해야 하는 친구, 눈썹 부위를 찢어 눈꺼풀을 위로 당겨줘야 하는 친구 등등 모두 시술의 양이 제각각이었다. 그런데 견적은 그렇다 치고, 수술을 하고 나면 2주 정도는 부기가 안 빠져서 퉁퉁 부어 있고, 심한 경우는 눈에 멍이 들어 선글라스를 쓰고 생활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2주 정도는 금주를 해야 상처가 빨리 아문다고 했다. 2주 동안 금주라는 말에 흔들리는 친구도 있었고, 2주 동안 선글라스를 쓰고 생활해야 한다는 말에 흔들리는 친구도 있었다. 회사도 가고, 비즈니스 미팅도 해야 하는데 아, 어찌 하오리까. 결국 나와 다른 친구 한 명은 2주 동안 시간을 빼기가 힘들어 겨울에 다시 날을 잡아보기로 했고 나머지 두 친구는 5월 마지막 날에 수술을 하기로 했다.

드디어 그날이 오고 있다. 그냥 생긴 대로 살 것인가, 아니면 처진 눈을 치켜뜨고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며 살 것인가. 나는 일단, 친구들의 결과를 보고 결정해야겠다. 그들에게도, 나에게도 한 번뿐인 인생이니까!

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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