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유성열]국민의힘이 아직 대안이 되기 어려운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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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흥미로운 현상이 관찰된다. 8월 3∼5일 조사에 따르면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 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은 39%,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답은 47%였다.

8월 17∼19일 대선 가상 양자대결 조사에선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34%)은 이재명 경기도지사(46%)와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오차범위 밖 열세였고,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는 36% 동률이었다.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율은 31%로 민주당(32%)과 오차범위 안쪽으로 경쟁했다. 여야 대선주자의 양자대결과 정당 지지도가 정권교체 여론과 일치하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두 조사 모두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상황을 복기해 보면 이유는 간단하다.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은 상당하지만, 국민들은 아직 국민의힘을 ‘대안’으로 확신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4·7 재·보궐선거 압승을 거둔 뒤 ‘30대 0선’ 이준석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정권교체의 발판을 마련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이어 윤 전 총장까지 조기 입당하며 정권교체의 동력도 확보했다. 10명이 넘는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경선 레이스의 흥행 요건도 갖췄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당 대표(이준석)와 유력 대선주자(윤 전 총장)는 입당 여부와 시기, 대선후보 토론회 등을 놓고 사사건건 부딪쳤다. 양측은 ‘당 대표 탄핵’ 언급과 ‘녹취록 파문’까지 격돌하며 당내 갈등을 부채질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여당의 ‘입법 폭주’에 무기력한 모습만 보이고 있다.

대선주자들도 국민의 기대치에 부합하지 못했다. 윤 전 총장은 각종 설화를 자초하며 ‘입당 시너지’를 내지 못했고, 최 전 원장은 가장 중요한 대선 출마선언에서 준비 부족을 드러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녹취록 파문의 당사자로 당 내홍의 한가운데에 섰고, 다른 후보들도 왜 자신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고질적인 계파 갈등까지 꿈틀대면서 국민의힘의 경선 레이스는 조용한 날이 없을 것 같다.

정권교체 여론이 꼭 야당 후보 지지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한 재선 의원은 “비주류 출신인 이 지사는 ‘여당 내(內) 야당’ 이미지가 강하다”며 “이 지사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정권이 바뀌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내년 대선의 표심이 정권교체 여론과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민의힘이 만약 정권교체 여론에만 기댄다면, 내년 대선에서 필패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부터라도 당 대표와 지도부는 공정한 경선 관리를 다시 한 번 천명하고, 특정 후보에 대한 호불호를 표명하지 않아야 한다. 대선주자들은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서 국민들을 설득하고, 계파가 아닌 정책으로 경쟁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이 두 가지 중 하나라도 실패한다면 다시 5년을 야당으로 보내야 할지 모른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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