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열

유성열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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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donga.com

취재분야

2024-03-25~20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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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유성열]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을 가장 빠르게 규명하는 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현재 ‘공수처장 직무대행의 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김진욱 전 처장은 올해 1월 20일 임기 만료로 퇴임했다. 처장 직무대행을 맡은 여운국 전 차장은 8일 후 임기가 끝났고, 공수처법에 따라 김선규 수사1부장이 ‘대행의 대행’을 맡았다. 김 부장검사도 검찰 재직 시절 수사기록을 유출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는 이유로 이달 4일 사직서를 제출하자, 송창진 수사2부장이 ‘대행의 대행의 대행’이 됐다. 하지만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으면서 김 부장검사가 20일부터 직무대행으로 복귀한 상태다. 법조계에선 이런 공수처를 두고 “‘좀비’가 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가뜩이나 수사 역량이 떨어지는 공수처가 수사를 지휘하고 외압을 막을 처장도 없이 난파선처럼 표류하면서,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라는 제 기능을 상실한 채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수처장은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가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계속 파행을 빚던 추천위는 지난달 29일에서야 검사 출신 이명순 변호사와 판사 출신 오동운 변호사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추천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한 달이 지나도록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고 있다. 그 대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공수처가 입건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하면서 “피의자를 해외로 도피시켰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대통령실은 공수처가 지난해 8월 이 전 장관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고, 올해 1월 출국금지를 해놓고도 여태껏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여당에서도 공수처가 총선에 임박한 시점에 이 전 장관 사건을 쟁점화하면서 ‘정치 공작’에 나섰다고 보는 이가 많다. 이 때문에 출국 11일 만에 귀국한 이 전 장관은 공수처를 향해 “하루빨리 불러 조사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공수처가 “당장 조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완강한 태도를 보이자 결국 29일 호주대사직을 사퇴했다. 공수처는 현재 압수한 휴대전화 등의 증거 분석과 국방부·해병대의 실무자 조사도 끝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장과 차장 없이 ‘대행의 대행’ 체제가 계속되면서 수사를 지휘할 사람이 없고 조직 운영조차 어려운 처지다. 여당과 이 전 장관이 아무리 ‘신속 수사’를 촉구해도 지금의 공수처가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지배적인 평가다. 채 상병 순직 수사 외압 의혹은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정부와 여당에 계속 부담이 될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철저히 규명되길 바라고 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후보 시절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친정권 성향이란 비판을 받던 공수처에 대해 “대통령 권력과 커넥트(연결)돼 있기 때문에 무리한 일을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 권력과 연결이 안 되게 하고 법대로 하도록 내버려두면 (무리한 일을) 못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공수처장을 조속히 임명하고 독립성을 보장하면서 법대로 하도록 내버려두는 게 순리 아닐까. 그것이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가장 빠르게 규명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

    •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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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유성열]AI 도입한다는 사법부의 허술한 전산망

    ‘조희대 대법원’이 직면한 당면 과제는 재판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 고법 부장판사 폐지 등 이른바 ‘사법 민주화’ 정책으로 재판 지연 문제가 심해지면서, 헌법이 모든 국민에게 보장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곳곳에서 침해당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이 추진하는 재판 속도 향상 방안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정보기술(IT)과 인공지능(AI)이다. 조 대법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정보통신 강국의 이점을 살려 신속히 분쟁을 해결할 수 있게 각종 절차를 개선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취임 후 처음으로 단행한 법관 인사에서 법원행정처의 정보화 관련 조직을 ‘사법정보화실’로 통합하고 고법판사를 실장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일반직 공무원이 맡아온 정보화 조직을 법관이 책임지도록 해 IT 활용과 AI 도입을 촉진시키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조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장으로 임명한 천대엽 대법관도 취임사에서 △AI 활용 △사법 전산 시스템 고도화 등을 재판 속도를 높이는 방안으로 제시했다. 법원행정처는 각종 재판 절차와 민원 업무에 AI를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할 경우 재판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보고, 구체적인 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법부가 이렇게 ‘정보화’를 전면에 강조하고 나선 배경에는 한국의 전자소송·전자정부 시스템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하지만 AI를 도입하려면 일단 그 자신감부터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사법부 전산망이 불안한 징후를 계속 노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법원 전산 시스템이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해 전국 법원에서 재판 차질이 속출하자 법원행정처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고개를 숙였다. 최근엔 북한이 사법부 자료를 해킹으로 탈취해 간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야 했다. 국가정보원과 경찰 등에 따르면 북한 정찰총국 해킹부대 ‘라자루스’는 3년여 전부터 사법부 전산망에 드나들면서 무려 335GB(기가바이트) 분량의 서류 등을 탈취해 갔다. 법원행정처는 개인회생 사건 관련 주민등록초본 등 26건의 문서가 유출된 것을 확인했지만, 이 외에 또 어떤 자료가 유출됐는지 등 정확한 피해 규모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사법부의 늑장 대응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지난해 2월 악성코드를 처음으로 인지하고 삭제에 나섰다. 하지만 국정원과 경찰에는 알리지 않다가 지난해 12월에야 수사기관과 공조를 시작했다. 민감한 개인정보가 많아 수사 의뢰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법원행정처가 신속히 대응했다면 해킹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법부 전산망은 가족관계등록부(옛 호적부)부터 부동산·법인 등기와 소송 서류까지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국가 보안 시설이다. 재판 속도를 높이기 위해 AI를 도입하는 것까진 좋다. 하지만 AI가 활동할 전산망이 보안에 취약하다면 재판 지연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외부 세력이 침입해 판결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AI를 도입하려면 전산망 보안부터 강화하는 것이 순서라는 것을 법원행정처가 인식하길 바란다. 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

    • 2024-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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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 준 판사[광화문에서/유성열]

    지난달 24일 부산지법 동부지원 법정. 형사1단독 박주영 부장판사가 이른바 ‘무자본 갭투기’로 전세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는 50대 여성 최모 씨에 대한 판결문을 읽기 시작했다. 최 씨는 오피스텔 등 건물 9채를 사들여 세입자 229명에게 보증금 180억 원을 받은 뒤 돌려주지 않은 혐의(사기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판사는 먼저 “선고 내용이 길다”며 공지한 뒤 피해자 40여 명이 제출한 탄원서를 하나하나 요약해 읽어갔다. 40대 중반에 전세금을 마련해 독립했다가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는 “잘못한 게 없는데 잘못한 것 같다”고 자책했고, 결혼을 앞둔 피해자는 상견례 전날 파혼을 당했다. 부모님이 전세금에 보태라고 준 1600만 원을 고스란히 날린 딸도 있었다. 박 판사가 탄원서를 읽는 동안 피해자들은 하나둘씩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탄원서를 다 소개한 박 판사는 “이 사건의 주된 책임은 자기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임대사업을 벌인 피고인에게 있다”고 최 씨를 꾸짖으며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검찰 구형보다 2년 더 많은 형이었다. 최 씨를 법정에서 내보낸 박 판사는 방청석에 앉아 있던 피해자들에게 “잠깐 할 말이 있으니 그대로 계셔 달라”며 이렇게 당부했다. “절대로 여러분 자신을 원망하거나 자책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그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마주치는 지극히 평범하고 아름다운 청년들입니다.” 박 판사의 당부는 한동안 계속됐다. 박 판사는 “한 개인의 욕망과 탐욕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한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이 여러분과 같은 선량한 피해자를 만든 것”이라며 “결코 여러분이 뭔가 부족해서 피해를 당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 달라”고 했다. 이어 “하루하루 견디기 힘든 나날이겠지만, 빛과 어둠이 교차하듯 암흑 같은 시절도 다 지나갈 것”이라며 “여러분의 마음가짐과 의지에 따라서는 이 시련이 여러분의 인생을 더욱더 빛나고 아름답게 만들어 줄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엄중한 모습으로만 생각했던 판사의 위로와 당부에 법정은 눈물바다가 됐다. 재판이 끝나고 법정을 나서던 한 피해자는 “형량보다도, 우리의 잘못이 아니란 걸 인정받았다는 점이 큰 힘이 된다”고 했다. 박 판사의 진심 어린 위로와 당부가 피해자들이 눈물을 닦을 수 있는 힘이 돼 준 것이다. 박 판사는 지난해 12월 특수협박 혐의로 기소된 50대 노숙인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건강을 챙기고 어머니 산소에 꼭 가보라”며 현금 10만 원과 중국 작가 위화의 대표작 ‘인생’을 선물하기도 했다. 보호관찰소가 재판부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피고인이 평소 도서관에 들러 책을 읽는 게 취미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다. 법과 판결이 도덕적일 필요는 없다. 법을 해석하고 사법적 판단을 내리는 법관이 감정과 도덕에 휘둘린다면 법적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 하지만 법관은 범죄 피해자들이 가장 마지막으로 기대고 의지하는 버팀목이다. 가해자를 엄단하면서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 주는 박 판사 같은 법관이 많아진다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훨씬 단단해질 것이다. 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

    • 20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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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유성열]‘고발 사주’ 의혹 사건, 검찰은 엄중히 보고 있는가

    형사소송법상 고소와 고발은 명확히 구분된다. 고소는 범죄 피해자나 피해자의 가족, 법정대리인 등 ‘고소권자’가 수사기관에 범죄 사실을 알리고 범인의 처벌을 요구하는 의사표시다. 고발은 고소권자가 아닌 제3자가 범죄를 신고하고, 범인의 처벌을 요구하는 행위다. 범인의 처벌을 적극 요구한다는 점에서 112 같은 단순 신고와는 구분된다. 범죄자를 구속하거나 재판에 넘길 수 있는 검찰엔 매일 수백 개의 고발장이 접수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5만3846건의 고발장이 접수됐고, 7만3470명이 고발을 당했다. 단순 계산으로 하루 평균 147건이 접수되며 201명이 고발당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선 고발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논란이 큰 사건은 시민단체가 나서 수사기관에 고발장을 내기도 한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이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헬기 이송 특혜 의혹처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라면 더 그렇다. 검찰이 수사해서 기소하면 고발당한 진영이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일부 시민단체는 이런 ‘고발 활동’에 적극적이다. 실제 두 사건 모두 시민단체와 유튜버 채널 등이 고발장을 냈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고발이라는 사법적 행위의 이 같은 성격을 감안한다면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고발 사주’ 의혹은 형사사법체계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사건이다. 고발을 받아야 하는 검찰이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라서다. 고발장에 적시된 피해자가 당시 검찰총장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었고, 피고발인은 최강욱 전 의원과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당시 여권 정치인이었기에 특히 더 그렇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검찰이 검찰권을 사적으로 이용하고, 선거에 개입하려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기소된 손준성 검사장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하면서 “고발장의 작성, 검토를 비롯해 고발장 내용의 바탕이 된 수사 정보의 생성·수집에 관여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하거나 시도에 협조하는 과정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검사가 지켜야 할 핵심 가치인 ‘정치적 중립’을 정면으로 위반해 ‘검찰권을 남용’하는 과정에 수반된 것이란 측면에서 사안이 엄중하고 죄책 또한 무겁다”고 꾸짖었다. 사실상 고발 사주 의혹의 실체를 인정하고 선거 개입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선거 관련 사건이나 부정부패 사건을 수사할 때마다 ‘엄중 수사’와 ‘실체적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고발 사주 의혹 사건 역시 두 원칙으로 대응해야 했지만, 검찰은 진상 규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손 검사장과 공모한 혐의를 받는 국민의힘 김웅 의원을 불기소처분했다. 대검찰청 홈페이지 검찰총장 인사말에 적어놓은 ‘국민을 섬기는 검찰’이 무엇인지, 국민 모두가 아는데 검찰만 모르는 것 같아 걱정이다. 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

    • 2024-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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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유성열]유권자들의 마음을 다른 걸로 잡을 순 없나

    총선이 8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의 ‘정책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정부도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건강보험료 감면 등 유권자들의 귀가 솔깃해질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지역 표심을 자극하는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계획도 속속 등장했다. 최근 서울 유권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SOC는 ‘도심철도 지하화’ 사업이다. 경인선, 경원선, 경의중앙선 등 서울 곳곳의 지상철을 지하로 넣겠다는 것이다. 지상철 지하화는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단골처럼 내놓았던 공약이다. 철도 주변 지역이 갈수록 낙후되고 있는 데다 소음과 분진 피해가 심각해서다. 지상철이 지역을 단절시킨다는 비판도 많다. 현재 서울에만 약 100km에 달하는 지상철이 도심을 운행 중이다. 철도가 지하로 들어가면 인근 지역은 대대적으로 개선된다. 경의중앙선 일부를 지하화하면서 서울시가 조성한 ‘경의선 숲길’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돈이다. 서울시가 추산한 결과 서울의 지상철을 모두 지하로 넣으려면 40조 원이 든다고 한다. 인플레이션으로 공사비가 급등하고 있는 만큼 더 많은 돈이 필요할 수도 있다. 부산, 대구, 대전 등 지방 도심의 지상철까지 지하화하려면 60조 원이 넘게 필요하다. 여야는 9일 본회의에서 ‘철도지하화 및 철도 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11월 여야 의원들이 특별법을 발의한 지 2개월 만이다. 특별법은 철도 부지를 민간이 개발토록 허용해 지하화에 필요한 사업비를 충당할 수 있도록 했다. SOC 사업은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도 면제가 가능하다. 윤석열 대통령도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 약속한 사업으로 국토교통부가 노선 등 기본계획을 마련 중이다. 여야정이 모처럼 한마음으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 때도 선거마다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오거돈 전 시장이 성추행 사건으로 물러나면서 치러진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도 그랬다. 민주당은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밀어붙여 예타를 면제시켜줬다.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도 반대하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까지 선거 직전 신공항 부지를 직접 방문해 부산 표심을 자극했다. 정부와 여당이 총선 승리를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선거에서 완패했다. 가덕도에 10조 원 이상을 쏟아붓고 공항을 조기에 완공시키겠다는 청사진에도 부산 유권자들은 표를 주지 않았다. 민주당 소속 시장의 범죄로 치러진 보궐선거인 만큼 ‘민주당 심판론’이 대세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우리 유권자들이 이제는 장밋빛 SOC 따위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선거이기도 했다. 도심철도 지하화 사업을 바라보는 서울 유권자 마음도 그때와 비슷한 것 같다. SOC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동산 커뮤니티조차 “그 돈으로 지하철을 더 놓는 게 낫다” “이번엔 안 속는다”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유권자들이 진짜로 관심을 갖는 건 선심성 정책이나 무분별한 SOC 사업이 아니라 일자리와 복지 등 삶과 직면한 문제라는 것을, 여야와 정부가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

    • 2024-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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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유성열]공무원의 정치 중립, 검사는 예외인가

    우리 헌법에는 ‘정치적 중립’을 강조한 조항이 3개 있다. 5조 2항은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7조 2항과 31조 4항은 공무원과 교육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을 법률을 통해 보장토록 하고 있다. 헌법이 이 3개를 콕 집어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 것은 군, 공무원, 교육이 정치적으로 치우칠 경우 발생하는 사회적 파장과 폐해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군과 공무원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았던 사례를 현대사에서 생생히 목격했다. 군인이 국토 방위를 소홀히 하고 정치에 나섰을 때 민주주의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영화 ‘서울의 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3·15부정선거처럼 공무원이 선거에 개입해 민의가 왜곡됐던 사례도 권위주의 정권에서 경험했다. 교육 분야가 정치적 중립을 상실한다면 국가의 백년지대계가 쉽게 흔들릴 것 역시 자명하다. 1993년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하나회 등 군 사조직이 금지되면서 군부 쿠데타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김대중 정부 때 교원노조가 합법화되며 전교조 등이 활동하고 있지만, 교사의 정치 활동은 법으로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공직선거법으로 공무원의 정치 활동도 규제하면서 과거와 같은 부정선거가 재현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 그러나 일부 검사는 정치적 중립성을 헌신짝으로 여기는 것 같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격노해 감찰을 지시한 김상민 대전고검 검사가 대표적이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장이던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저는 뼛속까지 창원 사람” “지역사회에 큰 희망과 목표를 드리는 사람이 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지인들에게 보냈다. 국정감사에서 이런 사실이 공개되고 대검이 진상조사에 나서자 김 검사는 “총선과는 무관하다”는 취지로 해명했고, 대검은 ‘검사장 경고’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김 검사는 곧바로 사직서를 내며 총선 출마 의지를 밝혔고, 페이스북에 출판기념회 개최를 알렸다가 지웠다. 이에 대검은 김 검사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대전고검 검사로 보낸 뒤 추가 감찰을 진행 중이다. 박대범 마산지청장도 총선과 관련해 외부 인사와 접촉한 사실이 알려져 광주고검으로 전보됐고, 감찰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승승장구했던 이성윤, 신성식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도 사실상 총선 행보를 걷고 있다. 두 검사는 각각 ‘김학의 긴급출금 사건’과 ‘한동훈 녹취록 오보’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라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연구위원은 9일 전북 전주에서 출판기념회를, 신 연구위원은 10일 전남 순천에서 북콘서트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표를 낸 검사들은 총선까지 사표가 수리되지 않아도 출마할 수 있다. 공직선거법상 퇴직 기한(선거일 90일 전) 전에 사표를 냈기 때문에 수리 여부와 상관없이 출마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 덕분이다. 그러나 현직 검사들의 정치 행보를 두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한 헌법 정신을 훼손하는 처사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공무원도 입법을 통해 출마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법조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

    • 202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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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유성열]진영이 아니라 국민을 대표하는 사법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취임한 2011년 9월부터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퇴임한 올해 9월까지 사법부를 지켜본 국민들은 상당한 피로감을 겪어야 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불거진 이른바 ‘사법 농단’ 사태는 입법 사법 행정의 ‘삼권분립’이란 민주주의 원칙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재판 지연’이 만연한 김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국민들은 헌법이 보장한 ‘신속히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당했고,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법언까지 무색해졌다. 무엇보다 12년 동안 대한민국 사법부가 과연 국민을 대표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됐다. 사법부가 국민이 아니라 진영을 대표한다는 의심을 사면서 국민들도 반으로 갈라졌다. 진보 진영에선 양 전 대법원장 체제가 보수 정권과 결탁해 사법 농단 사태를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보수 진영에선 김 전 대법원장이 야권 성향의 이른바 ‘정치 판사’를 요직에 앉히고 야당 인사들의 재판을 줄줄이 지연시켰다고 본다. 민주주의 원리를 따져볼 때 엄밀하게 말하면 사법부는 국민을 직접 대표하진 않는다. 입법 사법 행정 중 유일하게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국민이 뽑지만,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고 판사는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사법부는 국민을 대표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그럴듯해 보이는 이유다. 그럼에도 사법부는 권리를 침해당한 국민이 마지막으로 기대는 곳이자 기본권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다. 미 연방대법관들을 판사(Judge)가 아니라 ‘Justice’라고 부르는 이유도 그들이 ‘정의(Justice)의 화신’ 역할을 하도록 국민들이 기대하고 있어서다. 사법부가 국민을 대변하지 않는다면 입법과 행정이 아무리 잘 작동해도 민주주의는 금세 무너진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사법부만 국민이 선출하지 않도록 한 것은 법관에게 필수적인 고도의 전문성과 도덕성 때문이다. 선출된 권력이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권력을 남용하는 사례는 전 세계 곳곳에서 숱하게 볼 수 있다. 오히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기에 사법부는 전문성과 도덕성을 더 갖춰야 하고 국민을 더 많이 대표하고 대변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에 대한 사법부의 역설이자 국민이 기대하는 사회적·역사적 책무다. 8일 국회 인준을 받은 조희대 대법원장은 진영을 넘어 12년의 피로감을 해결해 줄 적임자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조 대법원장이 ‘보수 성향’이라며 검증에 나선 야당 의원들조차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청렴성과 도덕성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흠결이 없다”는 등의 호평을 쏟아냈다. 본회의 인준 표결 역시 반대가 18표에 불과할 정도로 야당이 대거 찬성표를 던졌다. 조 대법원장은 취임사에서 “지난날 서슬 퍼런 권력이 겁박할 때 사법부는 국민을 온전히 지켜주지 못했다”고 밝혔고, “평등의 원칙을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빈부 간에 심한 차별을 느끼게 했다”고도 했다. 법조계에선 보수와 진보 어느 한쪽만 옹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거란 분석이 나왔다. 조 대법원장이 지금의 초심을 유지하면서 진영이 아니라 국민을 대표하는 사법부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

    • 202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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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심 전문 변호사의 이유 있는 민주당 비판 [광화문에서/유성열]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수원지검 이정화 부장검사의 실명과 사진을 ‘좌표’로 찍고 “김건희 여사 일가를 치외법권으로 만든 ‘호위검사’”라고 공격하고 있다. 이 검사가 여주지청 형사부장일 때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 사건을 맡아 윤석열 대통령의 처남이자 김 여사의 오빠인 김모 씨(53)에 대해 ‘봐주기 기소’를 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77)는 2005년 시행사 ESI&D를 설립했고 김 씨는 최 씨의 뒤를 이어 2014년 대표가 됐다. ESI&D는 2011∼2016년 공흥지구에 아파트를 짓고 8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후 양평군은 개발부담금 17억 원을 부과했는데, ESI&D가 이의를 제기하자 ‘0원’으로 변경했다. 대선 정국에서 윤 대통령이 야권 주자로 부상하면서 특혜 의혹이 제기됐고, 양평군은 개발부담금을 1억8700만 원으로 다시 정정했다. ESI&D는 지난해 5월 이를 완납했다. 경찰은 김 씨가 개발부담금을 낮추려고 공사비를 부풀린 서류를 제출한 혐의(사문서 위조 등)로 올 5월 여주지청에 송치했고, 검찰은 보강 수사를 거쳐 김 씨를 7월 불구속 기소했다. 불구속 기소 당시 검찰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를 추가했다. 김 씨가 위조서류를 제출해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문서 위조와 공무집행 방해는 각각 5년 이하의 징역,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두 혐의가 다 인정되면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이 검사는 경찰이 신청한 영장이 부실하다고 판단되자 보완해 청구했고, 경찰이 적용하지 않은 공무집행 방해 혐의도 적극 입증했다고 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도 “대통령 처가 수사라 부담이 많았을 텐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런 ‘디테일’은 외면한 채 이 검사의 좌표를 찍고 공세를 펴고 있다. 재심 전문으로 유명한 박준영 변호사에 따르면 이 검사는 검찰 과거사위원회에 있을 때 ‘낙동강변 살인사건’으로 처벌받은 피해자들을 위해 재심 법정에 나와 증언했다. 박 변호사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이정화 검사를 사법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 준 ‘진짜 검사’로 생각한다”며 “사람을 함부로 조리돌림하지 말고 비판을 하려면 제대로 하라”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또 “이 검사는 사회적 약자, 호소할 곳 없는 피해자에게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며 “세력의 힘으로 ‘정당한’ 권위와 사명감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개인의 평가인 만큼 박 변호사의 판단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민주당의 주장이 설사 일부 맞다고 하더라도 검찰의 처분은 검사 개인이 홀로 내리는 것이 아니라 검찰 조직의 판단이기도 하다. 민주당의 표현처럼 ‘행정부 외청 공무원’에 불과한 검사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하며 ‘조리돌림’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가장 경계하는 파시스트적 행태다. 김대중 노무현 정신을 잇겠다는 민주당이 ‘파시즘 정당’ 소리는 듣지 않았으면 한다. 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

    • 2023-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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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유성열]주 52시간을 50시간으로 먼저 줄이는 건 어떨까

    법조인들은 시대에 가장 뒤떨어진 법률로 근로기준법을 꼽는다. 근로기준법은 1953년 일본의 노동기준법을 거의 그대로 들여와 제정됐다. 하지만 일본과 달리 한국은 노동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일본은 2006년 노동기준법과 별개로 노동계약법을 제정했고, 2018년 ‘일하는 방식의 개혁’을 내세우며 노동관련법 30여 개를 정비했다.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연장근로는 탄력적으로 허용하는 한편, 미국 제도인 ‘화이트칼라 이그젬프션’을 모방해 고소득 전문직은 노동시간 규제를 받지 않도록 하는 ‘고도(高度) 프로페셔널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의 노동개혁은 공장 근로자에게 초점을 맞췄던 노동기준법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면서 특수고용직, 플랫폼 노동 등 새로 등장한 직종에 대한 법적 기반을 갖춰 노동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조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연장근로 규정만 봐도 시대에 한참 뒤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근로기준법은 주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을 합해 주 52시간까지 허용한다. 연장근로 12시간은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70년째 그대로다. 70년 전 입법자들은 연장근로 한도를 왜 12시간으로 정했을까. 당시만 해도 일요일만 쉬는 주 6일제(주 48시간)다 보니 하루 2시간씩 총 12시간만 허용한 것으로 법조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후 노동시간은 1989년 44시간, 2003년 40시간으로 단축됐다. 주 5일제를 도입했다면 토요일 연장근로 2시간을 함께 없애 연장근로 한도도 10시간으로 줄이는 게 합리적이다. 하지만 연장근로 한도는 지금도 12시간이다. 전체 노동시간을 줄이려는 노동계와 노동시간 단축을 최소화하려는 경영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지만 12시간이란 수치가 기형적이란 사실은 양측 모두 부인하지 않는다. 정부는 올 3월 노동시간 개편 방향을 발표했다가 ‘주 69시간’ 논란으로 역풍을 맞았다. 이후 대규모 설문조사 등을 거쳐 13일 개편 방향을 다시 발표한다. 하지만 벌써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69시간 논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여소야대 국면이 바뀌지 않는 한 정부가 아무리 세련되게 디자인하더라도 노동시간을 늘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선 일단 연장근로 한도를 10시간으로 줄여 주 50시간으로 운영하자는 제안이 나온다. 연장근로 한도를 2시간 줄이는 것에서 출발해 일부 직종은 더 일할 수 있게 한다면 노동시간 개편이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는 취지다. 박근혜 정부 당시 노동개혁 일선에 있었던 정지원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도 “연장근로를 한 달에 8시간, 1년에 96시간 줄일 수 있어 국민과 MZ세대의 수용도를 높일 수 있다”며 이런 주장에 힘을 보탰다. 국회에는 “여야 합의보다 노동법 개정이 더 어렵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기발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로 수용도를 높이는 방안을 정부와 국회는 고민해야 한다. 정부가 13일 내놓을 개편 방향에도 ‘연장근로 10시간’처럼 새롭고 파격적인 방안이 담기길 기대한다.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

    • 2023-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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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유성열]인사검증의 기초는 정확한 인사정보 수집이다

    지난해 6월 법무부는 인사정보관리단을 만들었다.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이 하던 공직자 인사검증 업무를 법무부가 맡은 것이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법무부가 인사검증을 맡는 게 적절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미국이 그렇게 한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에도 인사검증 기능을 내각으로 옮긴 것은 과거 청와대가 인사검증을 하면서 사찰 논란 등 부작용이 컸고, 청와대 권력도 비대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금의 대통령실은) 옛날의 특별감찰반과 같이 공직자의 비위 정보 수집하는 건 안 한다”고도 했다. 인사 추천은 대통령실, 인사 검증은 법무부로 나눠 상호 견제와 교차 검증을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미국의 경우 인사검증은 백악관이 주관하지만, 실제 검증은 법무부 산하 연방수사국(FBI)이 한다. 백악관의 1차 검증을 통과한 공직 후보자가 국가안보직위질문서를 제출하면 FBI가 이를 넘겨받아 탐문한다. 이웃과 친척, 직장 동료 등을 직접 인터뷰해 후보자가 제출한 서류와 틀린 내용이 없는지 확인하고, 이들로부터 다른 인물을 추천받아 중복 검증하는 방식이다. FBI는 이렇게 수집한 ‘인사정보’를 백악관에 서면으로 보고한다. FBI는 보고서에 인사정보만 기록할 뿐 적합, 부적합 등의 의견이나 판단은 전혀 적지 않는다고 한다. 수집한 인사정보는 법무부 장관에게도 보고하지 않는다. 검증과 조사는 FBI가 독립적으로 하되 최종 판단은 백악관이 하는 구조인 셈이다. 윤 대통령이 법무부에 인사검증 업무를 맡기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인사정보관리단 설치 직후 FBI를 방문한 것은 미국의 이런 방식이 가장 민주적이면서도 효과적이라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정순신 변호사가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하루 만에 아들 학교폭력 논란으로 물러나고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는 과정을 보면 현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 인사정보관리단은 정 변호사 아들의 학폭 징계 취소 소송을 파악하지 못했고, 김행 후보자가 창업한 언론사가 성범죄 2차 피해를 아랑곳하지 않는 ‘제목 장사’를 했던 것 역시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 인준이 부결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비상장 주식 취득 및 미신고 역시 인사정보관리단이 파악했어야 할 필수적 인사정보였다. 국감에서 이에 대한 질의가 나오자 한 장관은 “객관적인 자료 수집 업무를 통상적으로 했다”고만 답했다. 후보자에 대한 가부 판단 역시 미국처럼 법무부가 아닌 대통령실이 했다는 게 한 장관의 국감 답변이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이들 후보자와 관련해 논란이 됐던 내용을 몰랐다면 부실 인사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고, 파악해서 보고했음에도 대통령실이 지명을 강행했다면 인사정보관리단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이다. 아무리 선진 시스템이라도 부실하게 운영한다면 기대했던 효과를 낼 수 없다. 대통령실과 법무부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인사정보를 부실하게 수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포함해 현행 인사검증 시스템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인사검증의 기초는 미국이 그렇듯 필수적인 인사정보를 정확하게 수집해 활용하는 것이다.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

    • 2023-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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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유성열]형사소송법 개정이 낳은 이상한 법정 풍경

    2010년 12월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법정. 건설시행사 한신건영 대표 한만호 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1심 2차 공판이 열렸다. 당시 법조팀 소속이었던 필자는 한 전 총리의 1심 재판을 법정에서 취재했다.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한 대표는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넨 사실이 있느냐”는 검찰 질문에 “어떤 정치자금도 제공한 적 없다”며 검찰 조사 진술을 뒤집었다. 법정은 발칵 뒤집혔다. 한 전 총리 측에선 탄성이 터져 나왔고, 한 전 총리의 측근으로 함께 기소된 김모 씨는 피고인석에서 실신해 구급차에 실려갔다. 재판장이 몇 번 호통을 치고 나서야 법정은 다시 조용해졌다. 한 전 총리 측 변호인이 나서 “8개월이 지나 왜 진술을 바꿨느냐”고 물었다. 한 씨는 “내 허위 진술로 존경의 대상이었던 한 전 총리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선했고 기소까지 당했다. 죄책감에 목숨을 끊을 생각도 했지만 이대로 죽으면 한 전 총리의 누명을 벗길 수 없다고 생각해 오늘을 손꼽아 기다렸다”며 울먹였다. 한 씨의 진술 번복으로 한 전 총리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한 씨의 ‘법정 진술’보다 ‘검찰 조서’가 사실관계에 더 부합한다는 점을 법정에서 입증해 나갔고, 한 씨를 위증죄로 기소했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한 씨의 진술이 번복됐더라도 다른 증거들에 의해 혐의가 인정된다”며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고, 대법원도 원심을 확정했다. 13년이 지난 지금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재판에선 비슷하면서도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이 전 부지사는 검찰 조사에서 대북송금 사실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최근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검찰로부터 지속적 압박을 받으면서 이 대표가 관련된 것처럼 일부 허위 진술을 했다. 이 대표에게 어떠한 보고도 한 적이 없다”고 번복했다. 이 전 부지사가 번복한 진술을 유지할 경우 검찰 조서는 휴지 조각이 된다. 과거엔 피고인이 검찰 조서를 재판에서 부인하더라도 적법 절차 등 일정한 요건만 갖췄다면 증거로 인정됐다. 하지만 지난해 1월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서 피고인이 재판에서 인정할 때만 증거로 채택할 수 있게 됐다. 검찰은 이 대표 측이 조서를 무력화하고 이 대표를 겨냥한 수사를 차단하기 위해 이 전 부지사를 회유하고 ‘사법 방해’를 시도했다고 보고 있다. 아내와의 갈등과 변호인 선임 문제로 한 달 이상 공전됐던 대북송금 재판은 진술 번복과 사법 방해 논란이 이어지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올 3월 이 전 부지사가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기소된 지 6개월이 지나도록 사건 규명이 제자리걸음인 이유다. 법정 진술을 최우선시하고 공판 중심주의를 구현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검찰 조서가 이렇게 쉽게 증거 능력을 상실한다면 재판은 한없이 길어지고 실체적 진실 규명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시행 2년이 돼 가는 만큼 제도적 보완 방안은 없는지 국회와 정부가 머리를 맞댈 시점이다. 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

    • 2023-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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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유성열]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우리 헌법 27조 3항은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했다. 재판이 길어지면 비용 등 소송 당사자의 부담이 커지고 범죄 피해자 구제도 늦어질 수 있는 만큼 법원에 ‘신속히 재판할 의무’를 부여한 것이다. 신속 재판 의무를 구체적으로 규정한 법률도 여럿 있다. 먼저 민사소송법은 소 제기 5개월 이내에 선고토록 하고 있다. 1981년 시행된 ‘소송 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형사소송 1심은 기소일부터 6개월 이내, 항소심과 상고심은 재판부가 기록을 송부받은 날부터 4개월 이내에 선고해야 한다. 하지만 사법 현장에선 이들 규정이 오래전부터 사문화되며 재판이 지연돼 왔다. 판사가 재판을 느릿느릿 진행해도 별다른 제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선언적 규정인 탓에 원피고와 피고인들은 신속 재판을 강제할 권리도, 재판 지연을 배상받을 방법도 없다. 헌법재판소마저 1999년 민사소송법 5개월 선고 조항을 강제성이 없는 ‘훈시 규정’으로 판단했다. 형사소송법에는 “판결의 선고는 변론을 종결한 기일에 해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따로 선고기일을 지정할 수 있다”(318조의 4)는 규정도 있다. ‘즉일선고’ 원칙을 담은 조항으로 변론 종결과 검찰 구형이 이뤄지는 결심공판 때 가급적 판결까지 내리라는 취지다. 즉일선고를 할 땐 유무죄 여부와 형량만 선고하고 판결문은 나중에 작성해도 된다. 하지만 즉일선고 원칙 역시 거의 구현되지 않는다. 별도 기일을 잡아 판결하는 걸 형사소송법은 ‘특별한 사정’으로 국한했지만, 현장에선 어느새 관행처럼 정착됐다. 법원행정처의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1년 1심 판결 피고인 23만3490명 가운데 즉일선고를 받은 이는 1만1202명에 불과했다. 피고인 100명 중 5명 정도만 즉일선고를 받은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2017년 취임한 이후 재판 지연은 더 심각해졌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폐지 등 이른바 ‘사법 민주화’를 추진하면서 판사에게 동기를 부여할 요인이 사라졌고, 유능한 법관들이 속속 떠났기 때문이다. 민사합의부의 1심 처리 기간은 2014년 252.3일에서 2021년 364.1일로 늘었고, 1년 이상 미제 사건은 12만 건(2021년 기준)에 육박한다. 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비판을 우려해 재판 지연을 바로잡지 못하고, 판사들 사이에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문화가 확산된 것도 재판 지연 만연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법조인들은 ‘김명수 체제’의 부작용 때문에 재판 지연 문제가 한층 심화됐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대법원장이 바뀌더라도 지금처럼 신속 재판을 강제하는 법이 없으면 재판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지긴 힘들 것이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도 독일과 일본처럼 재판 지연을 규제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뜻을 주변에 밝혀 왔다고 한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이 있듯 신속 재판은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이다. 정부와 국회도 차기 대법원장과 협력하며 신속 재판 관련 입법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

    • 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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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권력이 바로 서야… 살인 예고 막는다 [광화문에서/유성열]

    최근 방영된 한국 드라마 ‘형사록’은 총기 사용에 따라 운명이 엇갈리는 경찰관들의 이야기를 밀도 있게 다룬다. 흉악범을 검거하고도 총기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은 경찰관. 그리고 딸의 목에 칼을 겨눈 인질범에게 선뜻 총을 쏘지 못하는 주인공 김택록 형사의 모습은 대한민국 경찰의 오늘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 지난달 21일 조선(33)이 서울 신림역에서 흉기 난동을 벌여 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후 2주 넘는 동안 대한민국은 ‘살인 예고’ 공포에 휩싸였다. 3일 분당 서현역에서 최원종(22)이 차량과 흉기 난동으로 14명의 사상자를 냈고, 국민들은 번화가와 백화점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낯선 사람을 경계하며 다니게 됐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라는 평가를 받던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런 상황에 내몰리게 됐을까. ‘형사록’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동료가 죽을 위기에서 총을 사용해도 징계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 흉악범을 검거한 ‘공로’보다 흉악범이 다치지 않아야 할 ‘인권’이 더 중시되는 상황. 마약조직을 소탕하는 과정에서 동료가 위험에 처한 상황을 목격하고도 총을 쏴야 하는지 경찰끼리 언쟁을 벌이는 모습. 그리고 자신의 딸을 붙잡은 인질범에게도 선뜻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는 주인공까지. ‘형사록’은 공권력을 행사할 때 고려하고 감수할 게 너무 많은 한국 경찰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공권력이 이렇게 고민하고 머뭇대는 사이 한국은 ‘묻지 마 범죄’와 살인 예고가 난무하는 사회가 돼 버렸다. 정부는 뒤늦게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흉기난동에 대해 “경찰력을 총동원해 초강경 대응하라”고 지시했고, 윤희근 경찰청장은 “총기를 적극 활용하라”고 일선에 지시했다. 법무부는 살인 예고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을 신설하고 공중 장소에서 흉기 소지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폭력사범 검거 과정에서 경찰이 물리력을 행사할 때 정당방위를 적극 적용하라”고 대검찰청에 지시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가 공권력 행사를 적극 보장하고, 살인 예고와 흉기 난동을 예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일선 경찰관들은 여전히 정부를 믿지 못하고 있다. 정부만 믿고 선뜻 물리력을 행사했다가 피의자가 다치거나 죽기라도 하면 형사 처벌을 받거나 소송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찰에 따르면 법원이 공권력을 과도하게 행사했다고 인정해 경찰관을 처벌하거나 민사 책임을 지게 한 판례가 10건이나 있다고 한다. 경찰이 정당한 물리력 행사에 ‘면책권’을 부여해 달라고 요구하는 이유다. 과도한 공권력 행사는 분명 제어해야 한다. 피의자의 인권도 소중하다. 하지만 소송과 처벌이 두려워 긴급 상황에도 물리력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경찰의 호소에도 분명 이유가 있다. 흉기 난동과 살인 예고가 난무하는 사회를 막으려면 공권력부터 바로 서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김택록’들의 간절한 호소를 외면하지 않길 바란다. 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

    • 202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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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유성열]9급 공무원 첫 월급이 최저임금보다 적은 까닭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40원(2.5%) 오른 시급 9860원으로 확정됐다.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 월급으로 환산하면 206만740원이다. 여기엔 주휴수당도 포함된다. 근로자가 한 주를 개근하면 받는 법정수당으로, 5일간 결근하지 않으면 6일 치 임금을 줘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서울시공무원노조는 20일 ‘차라리 9급 1호봉(첫 기본급)을 최저임금에 맞춰다오’라는 성명을 냈다. 노조에 따르면 공무원 9급 1호봉 월급은 2018년부터 최저임금에 역전당하기 시작해 올해는 23만9780원이나 적다. 올해 1호봉 월급이 지난해보다 1.7% 오른 177만800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어서 주휴수당도 없다. 노조는 “일각에선 ‘기본급이 적어도 수당을 많이 받지 않느냐’는 논리를 펴지만 이는 보수의 20∼30%가 제세공과금으로 공제된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며 “공무원 평균 보수가 높다는 착시 현상 때문에 하위직 공무원의 낮은 보수가 방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위직 초임 공무원의 경우 각종 수당을 받더라도 실수령액이 최저임금보다 낮거나 비슷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실수령액이 200만 원도 되지 않는다는 공무원들의 ‘인증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지난해 지방직 9급에 합격한 20대 여성은 공직을 포기하고 취업 준비를 다시 하는 중이다. 3년간 공부에 전념한 끝에 꿈에 그리던 공무원이 됐지만, 월급이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는 “유일한 장점이었던 공무원연금도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인생을 저당잡히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공직에서 퇴직하는 청년들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경력 5년 미만 공무원 1만3032명이 지난해 그만뒀는데, 이는 2019년보다 72.6% 급증한 수치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22년 공직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 하위직(6∼9급) 공무원의 이직 희망 이유 1위는 ‘낮은 급여’였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그동안 공무원 임금이 적게 오르기도 했지만, 최저임금이 정치화되면서 급격하게 인상됐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1만 원’이 공약이었던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을 연평균 7.2% 올렸고, 박근혜 정부도 내수 진작 명분으로 연평균 7.4% 올렸다. 현 정부 역시 소상공인의 반대에도 올해 5%, 내년 2.5% 등 인상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독립적 위원회나 전문가 그룹이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하지만 한국은 정부가 임명한 9명의 공익위원들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거시경제와 노동시장을 면밀하게 분석해 결정해야 하는 최저임금이 사실상 정부 정책의 영역으로 편입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노사정(勞使政) 모두로부터 독립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노사정 대표 27명이 협상하듯 결정하는 현재 구조는 최저임금을 정치화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갈등을 줄이면서 제도를 합리적으로 운영하려면 정부가 하루빨리 최저임금 결정 구조 개편에 나서야 한다.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

    • 2023-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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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한국 마약 청정국 아냐… 컨트롤타워 만들어야” 김희준 변호사의 진단과 해법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부장 박재억 검사장)가 5일 발간한 ‘2022 마약류 범죄 백서’는 국내 마약 문제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지난해 붙잡힌 마약사범은 1만8395명으로 4년 동안 45.8% 급증하며 역대 가장 많았다. 특히 마약사범 10명 중 6명(59.8%)은 30대 이하 청년층이었고, 10대 마약 사범은 2018년의 4배가 넘는 481명이나 검거됐다. 4년 전(143명)의 3배 이상으로 급증한 것이다.검찰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다크웹(접속하려면 특정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하는 웹사이트), 가상화폐를 통한 ‘비대면 거래’가 보편화되면서 청소년들의 진입 장벽이 낮아진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마약 가격이 저렴해진 것 역시 확산의 원인으로 분석된다.이렇게 심각해진 마약 문제의 진단과 해법을 듣기 위해 검찰 재직 시절 마약 수사 전문가로 활동했던 김희준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를 올해 5월 17일과 최근 만났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그는 “우리는 마약 청정국이라는 환상에 빠져 있었다”는 말부터 꺼냈다.―한국의 마약 문제는 지금 어느 단계에 있나.“마약 청정국 복귀 ‘골든 타임’의 끝자락에 놓여 있다. 인구 10만 명당 마약 사범이 20명 미만인 나라를 마약청정국으로 분류하는데, 한국은 2016년 이미 25명을 넘긴 뒤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도 마약 문제는 안전하다는 생각을 하고 지내왔다. 마약은 대표적인 암수범죄(暗數犯罪·범죄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숨겨진 범죄)다. 마약 사범이 많게는 100배까지 퍼져 있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로 빙산의 일각만 드러난 상태다. 2018년 ‘버닝썬 사건’ 당시 경찰이 한 달간 물뽕을 집중단속 했더니 1000명 넘게 검거되지 않았나. 숨어 있는 마약범죄가 굉장히 많다는 얘기다. 마약범죄의 구조도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마약범죄 구조가 어떻게 달라졌는가.“10년 전만 하더라도 마약범죄의 주된 연령층은 40대였다. ‘뽕쟁이’라고 하는 마약사범들끼리 거래하고 투약했다. 2021년부터 20대로 내려왔고, 10대 마약사범은 10년 동안 11배로 늘었다. 마약범죄가 굉장히 연소화됐다. 텔레그램 마약방에서 30분 만에 마약을 주문한 여중생을 어머니가 신고하는 사건도 있지 않았나. 최근엔 15세 미만까지 (마약사범 연령이) 내려가고 있다. 굉장히 위험한 징후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인터넷의 발달로 청소년들이 마약을 너무 쉽게 구할 수 있다. 이 상황을 대처하지 않으면 임계점을 넘어 도저히 제어할 수 없는,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올 것이다.”―마약값도 굉장히 저렴해진 것 같다.“필로폰 1회 투약분이 2~3만 원 수준까지 내려왔다. 검사 시절 북한산 필로폰이 많이 들어왔는데, 순도가 높아서 10만~15만 원(1회 투약분)으로 비쌌다. 최근엔 순도가 떨어지고 불순물이 많이 섞인 동남아산이 들어오면서 필로폰이 통닭 한 마리 값이니, 피자 한 판값이니 하는 얘기까지 나온다. 가격이 저렴해지니 청소년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배우 유아인은 대마와 코카인은 물론, 의료용 마취제 ‘케타민’을 투약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처럼 신종 마약류의 유통도 늘고 있는데, 가장 위험한 것은 무엇인가.“펜타닐이 가장 심각하다. 펜타닐은 한두 번만 투약해도 중독되고 적은 양만 투약해도 사망할 수 있다. 미국도 펜타닐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 않나. 미국에선 길바닥에 떨어진 지폐를 줍지 말란 말이 있다. 펜타닐 가루가 지폐에 묻어 있으면 지폐를 펴는 순간 펜타닐 가루가 공중에 날리면서 코로 흡입돼 사망할 수도 있다. 한국도 펜타닐을 너무 쉽게 처방해준다. 청소년들끼리 펜타닐을 잘 처방해주는 리스트를 만들어 병원을 다니면서 처방전을 받아 대량으로 구매해 친구에게 팔기도 한다. 앞으로 펜타닐 암시장이 형성될 가능성도 크다. 청소년들이 많이 투약하는 다이어트약도 문제다. 여기엔 펜타민이란 식욕억제제가 들어 있는데, 향정신성 의약품이다. 성인들이 펜타민을 처방받기 위해 청소년들을 봉고차에 태우고 병원을 다니며 꾀병을 연기하라고 시킨 사례가 있을 정도다. 펜타닐이나 다이어트약을 잘 처방해주는 병원은 새벽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open run)’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여권은 문재인 정부가 검찰 수사권을 축소해서 마약범죄가 늘어났다고 주장한다.“검찰 수사권이 축소되면서 단속의 효율성이 떨어진 건 맞다. 500만 원 이상 밀수 사범만 검찰 수사가 가능한데, 마약 사건이란 게 수사를 해봐야 규모와 실체를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마약 공급부터 투약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조를 무시하는 입법을 했다. 단속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검경 간 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수사해야 한다. 다만 검찰 수사권 축소와 마약사범 증가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 마약범죄가 늘어난 근본적인 원인은 마약 유통 패러다임의 변화다. 이른바 ‘n번방’ 사건 이후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디지털 성범죄는 경찰과 수사관이 신분을 숨기고 들어가는 ‘위장 수사’가 가능해졌다. 마약 수사도 그런 기법을 도입하도록 국회가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현 정부는 단속과 처벌을 전쟁하듯 강화하면 마약 사범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마약사범들의 ‘위험수당’이 올라가 마약이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란 주장이다.“마약을 ‘범죄’로만 보면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마약은 본인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마약에 중독되면 도파민 분비가 급증하고 뇌의 보상체계가 망가져 본인도 컨트롤할 수 없다.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하면 즐겁지만, 중독자들은 마약을 해야만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결국 뇌신경의 보상체계가 파괴되며 마약에서 벗어날 수가 없게 된다. 미국이 치료와 재활에 중점을 두고 ‘약물 법원’까지 운영하는 이유다.”―미국은 약물 법원을 어떻게 운영하나.“투약자에 한해 재활 의지가 있다면 일단 약물 법원으로 보내고 법원과 연계된 병원에서 1년간 치료를 받도록 한 뒤 그 결과를 토대로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기소를 아예 안 한다는 것은 아니고 1년 동안 단약 의지를 지켜본 뒤 결정한다는 취지다. 우리는 무조건 교도소에 가두고 처벌하는 것에 중점을 두지만, 미국은 일단 치료받을 기회와 제어할 수 있는 기회를 먼저 주는 것이다. 마약을 범죄뿐만 아니라 질병으로 보기 때문에 가능하다.”―한국은 교도소가 마약범죄 네트워크를 더 강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교도소 안에서 마약 사범들을 철저히 분리하고 연결을 차단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인적 네트워킹이 오히려 강해진다. 단순 투약자가 교도소에 수감되면 새로운 공급 루트를 알게 되고 본인이 직접 공급자가 되기도 한다. 출소하면 마약 사범들과 다시 연결돼 재범에 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교도소에서 별다른 재활이나 치료를 받지 못하니 네트워크를 계속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결국 출소하면 마약과 관련된 용어만 들어도 뇌가 흥분하게 된다. 몇 년간 수감만 해놓으니 치료가 안 되는 것이다.―그렇다면 마약 근절을 위해 가장 필요한 조치는 무엇인가.“나도 검사 시절엔 수사와 단속이 제일 중요하다고 봤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 교육이고, 두 번째는 치료와 재활이다. 세 번째가 수사 단속이다. 형사적으로 엄벌에 처한다고 해서 범죄가 줄어든다는 논리가 입증된 적도 없다. 현재 초등학교에서 약물 교육은 하지만 마약 교육은 전무하다. 최소한 초등학교부터 마약을 예방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 마약 음료 사건 피해자들도 모르는 사람이 주는 음료는 마시지 말아야 한다는 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음료를 마시지 않았을 것이다.―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마약을 종합적으로 다루고 대응하는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 특별수사본부는 여러 부처 사람들이 다 모이는 파견 조직이라 효율성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일정 기간 지나면 없애야 하는 임시 조직이기도 하다. 예방 교육부터 수사, 단속, 처벌과 치료, 재활까지 종합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기능을 컨트롤타워에 부여해야 한다.”―지방자치단체가 마약 중독자 재활 시설을 만들려고 해도 주민 반대가 심하다고 한다.“정부가 마약 치료·재활병원으로 정부가 지정된 곳은 21곳인데 실제 운영되는 곳은 인천의 참사랑병원과 경남 창녕의 국립부곡병원 2곳뿐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예산이 워낙 적다 보니 다른 병원들은 마약 중독자를 받지 않으려고 한다. 정부가 병원과 의사들에게 과감하게 인센티브를 줘야 하는데, 너무 미약하게 대응하고 있다. 도심 병원이 어렵다면 도시와 떨어진 곳에 별도의 치료·재활시설을 짓는 게 차라리 낫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2023-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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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유성열]브루노 마스 또 오면 어디서 공연하나

    서울시는 최근 주말마다 “잠실종합경기장에 오는 분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주길 당부드린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기간 억눌렸던 공연 수요가 앤데믹 이후 폭발하면서 수만 명이 운집하는 대형 공연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세계적 팝스타 브루노 마스의 첫 내한공연이 지난달 17일부터 이틀간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리자 매일 5만 명씩 운집했다. 티켓을 예매하기 위해 116만 명이 동시 접속한 사실이 알려지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관련 영상으로 도배되는 등 역대급 내한공연으로 기록됐다. 지난달 30일부턴 가수 싸이의 ‘흠뻑쇼’가 잠실주경기장에서 3일간 펼쳐졌다. 매일 5만 명씩 총 15만 명이 싸이와 함께 말춤을 추며 잠실 일대가 들썩였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브루노 마스가 또 오더라도 서울에선 공연을 못 한다”는 푸념이 이어지고 있다. 브루노 마스 같은 슈퍼스타는 자주 내한하기 쉽지 않아 한 번 공연할 때마다 최소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공연장을 고집하는데, 서울의 경우 당분간 그런 공간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2036년 올림픽 유치를 선언한 서울시가 잠실주경기장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런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서울에 5만 명 이상 입장할 수 있는 ‘스타디움급’ 공연장은 잠실주경기장과 상암월드컵경기장 두 곳뿐이다. 야구장인 고척돔은 최대 2만 명 정도만 입장할 수 있다. 특히 전문 공연장이 아니고 돔구장 특성상 음향이 울리는 단점이 있어 아티스트들이 공연하는 걸 꺼린다고 한다. 올림픽체조경기장 등 실내체육관은 최대 1만5000명 정도만 수용할 수 있다. 잠실경기장이 공사에 들어가면 상암경기장이 그나마 대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상암경기장은 FC서울과 축구 국가대표팀의 홈구장이어서 잔디를 늘 최상급으로 관리해야 한다. 2016년 빅뱅이 이곳에서 10주년 콘서트를 한 뒤 축구팬 사이에서 ‘잔디 훼손’ 비판이 거셌던 경험 때문에 서울시는 공연 허가를 꺼리고 있다. 4월 FC서울 경기 때 노래를 부른 임영웅이 잔디 훼손을 염려해 축구화를 신은 사실이 화제가 될 정도로 상암경기장 잔디는 민감한 이슈다. 결국 잠실경기장 리모델링 공사가 완공될 때까지 서울은 스타디움급 대형 공연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곧 아시아 투어에 나서는 테일러 스위프트와 콜드플레이가 일본은 가면서 한국은 오지 않는 이유가 공연장 때문이라는 설까지 나오는 이유다. 당초 지난해 착공 예정이었던 잠실경기장 리모델링 공사는 인허가 문제가 이어지며 1년여간 지연됐다. 지난해 10월 NCT127에 이어 올해 5월 조용필 공연이 마지막이란 얘기가 나왔지만, 공사가 지연되면서 브루노 마스와 싸이까지는 공연할 수 있었다. 서울시는 “싸이 공연이 정말로 마지막이다. 8월 착공은 확정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사가 끝나는 2026년 12월까지 어디서 대형 공연을 개최하면 되는지 ‘대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K팝의 성지’ 서울이 대형 공연의 불모지가 되지 않도록 서울시가 대안을 내놓길 기대한다.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

    • 2023-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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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취업-재테크 전문가 특강 듣고 인생 2막 설계하세요”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진흥원)은 중장년 재취업과 재테크 등 ‘인생 2막’ 설계를 돕는 전문가 특강을 개최한다고 26일 밝혔다. 특강 행사는 다음 달 21, 22일 서울 강동구 서울시민대학 동남권 캠퍼스 2층 시민홀과 4층 미래홀에서 열린다. 서울시민 누구나 무료로 수강할 수 있으며, 진흥원 홈페이지(slei.seoul.kr)에 올라온 강의일정표를 확인해 자신이 희망하는 강의를 들으면 된다. 이번 특강에선 중장년 세대의 관심사로 꼽히는 △변화관리 △일자리 △사업 △재테크 △취미 등 5개 분야 특강을 한자리에서 릴레이로 들을 수 있다. 변화관리 분야에선 인생 재설계를 앞두고 어떻게 동기를 부여할 것인지 배우는 강좌가 열린다. 일자리 분야에선 이직과 재취업을 위한 직무·취업 컨설팅을 받을 수 있고, 사업 분야에선 소상공 자영업 및 1인 크리에이터 창업 노하우 등을 배울 수 있다. 재테크 분야에선 퇴직 이후 자산 관리 및 투자 관련 강좌가 이어지며, 취미 분야에선 좋아하는 분야를 직업으로 전환한 사례를 통해 인생 2막을 설계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21일 개막식에선 ‘먹고놀랩’의 이우석 대표가 50세에 새로운 도전에 나섰던 이유를 들려줄 예정이다. 22일 마무리 강연에선 변종인 국가평생교육진흥원 평생교육정책본부장이 ‘미래 대비를 위한 평생교육 정책과 사업 이해’를 주제로 정부의 중장년 지원 정책을 자세히 소개한다. 특강 기간 중 1대1 구직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부스도 운영된다. 부스에선 고용서비스 전문기업과 취업 전문 상담사가 취업 상담을 지원한다. 중소기업 재직자의 경우 경력설계 컨설팅도 받을 수 있다. 수강 신청은 26일부터 진흥원 홈페이지에서 하면 된다. 1대1 구직 상담 부스는 당일 현장에서만 접수를 한다. 이경아 진흥원 시민대학국장은 “중장년층이 변화하는 미래에 대응하는 ‘동기’를 얻어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2023-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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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파구, 성내천 물놀이장에 워터슬라이드 설치

    서울 송파구(구청장 서강석)는 성내천 물놀이장을 개장했다고 25일 밝혔다. 2004년 길이 160m, 폭 3∼5m로 조성된 성내천 물놀이장은 매년 20만 명이 찾는 구내 명소다. 수심 30∼80cm로 어린이들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으며 수질 검사를 거친 지하수를 활용한다. 물놀이장은 8월 31일까지 매일 오전 10시∼오후 6시에 무료로 운영된다. 비가 오거나 태풍이 접근하면 문을 닫는다. 구는 올해 물놀이장에 돌고래, 바다거북 등을 입체적으로 구현한 트릭아트존과 워터슬라이드를 설치했다. 그늘막이 없는 구간엔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몽골 텐트’ 13동도 설치했다. 물놀이장에는 그늘막, 탈의실, 샤워실 등 다양한 편의시설도 갖췄다. 올해는 이동식 화장실을 추가로 설치했다. 물놀이장 물은 송파구보건소가 매주 한 번 수질을 검사해 합격 판정을 받은 물로 매일 교체한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월∼목요일엔 5명, 금∼일요일엔 10명의 안전요원을 배치했으며 송파소방서 119구조대와 협조 체계를 구축해 응급 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서 구청장은 “많은 주민이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무더위를 식힐 수 있도록 수질 관리 및 안전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2023-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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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전기차 로봇충전 시범사업… “비대면-비접촉 충전 가능”

    서울시는 로봇을 활용해 비대면·비접촉 방식으로 전기차를 충전하는 ‘무인 로봇충전 시스템’ 실증 사업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실시한다고 13일 밝혔다. 현재 전기차 충전은 이용자가 충전케이블을 차에 직접 연결하는 ‘플러그인’ 방식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최근 충전 속도가 빠른 고전압 급속 충전시설이 늘면서 케이블이 두껍고 무거워지는 추세다. 이 때문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나 임산부의 경우 케이블이 무겁거나 충전 공간이 좁아 충전하는 데 어려울 때가 많다고 한다. 이에 시는 지하철 9호선 신방화역 환승공영주차장에 로봇충전기 1대를 설치하고 9월부터 2년간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자동차를 충전구역에 주차하고 충전구 덮개를 열면 로봇팔이 충전구를 자동으로 찾아 충전하는 방식이다. 충전이 끝나면 로봇팔은 자동으로 제자리로 돌아간다. 로봇팔 1대가 전기차 3대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다. 시 관계자는 “상용화를 목적으로 한 로봇팔 충전 실증 사업은 전국에서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주차장에는 충전요금과 주차요금을 한 번에 결제할 수 있는 자동 정산 시스템도 구축됐다. 화재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열화상 폐쇄회로(CC)TV도 설치했다. 시는 성과가 확인될 경우 전기차 충전사업자와 업무협약을 맺고 이 시스템을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시가 기반을 조성하고, 충전사업자는 충전기 설치와 운영 관리 및 홍보 등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이인근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교통약자도 큰 불편 없이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혁신적인 신기술과 충전 서비스를 적극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2023-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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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차하면 로봇팔이 ‘쑥’…전기차 자동충전, 서울서 첫 시범사업

    서울시는 로봇을 활용해 비대면·비접촉 방식으로 전기차를 충전하는 ‘무인 로봇충전 시스템’ 실증 사업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실시한다고 13일 밝혔다. 현재 전기차 충전은 이용자가 충전케이블을 차에 직접 연결하는 ‘플러그인(Plug-In)’ 방식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최근 충전 속도가 빠른 고전압 급속 충전시설이 늘면서 케이블이 두껍고 무거워지는 추세다. 이 때문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나 임산부의 경우 케이블이 무겁거나 충전 공간이 좁아 충전이 어려울 때가 많다고 한다. 이에 시는 지하철 9호선 신방화역 환승공영주차장에 로봇충전기 1대를 설치하고 9월부터 2년간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자동차를 충전구역에 주차하고 충전구 덮개를 열면 로봇팔이 충전구를 자동으로 찾아 충전하는 방식이다. 충전이 끝나면 로봇팔은 자동으로 제자리로 돌아간다. 로봇팔 1대가 전기차 3대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다. 시 관계자는 “상용화를 목적으로 한 로봇팔 충전 실증 사업은 전국에서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주차장에는 충전요금과 주차요금을 한 번에 결제할 수 있는 자동 정산시스템도 구축됐다. 화재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열화상 폐쇄회로(CC)TV도 설치했다 시는 성과가 확인될 경우 전기차 충전사업자와 업무협약을 맺고 이 시스템을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시가 기반을 조성하고, 충전사업자는 충전기 설치와 운영 관리 및 홍보 등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이인근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교통약자도 큰 불편 없이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혁신적인 신기술과 충전 서비스를 적극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2023-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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