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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바닥뷰’를 남긴 세종보 개방과 해체 결정[광화문에서/유성열]3월 24일 세종시에 ‘금강보행교’라는 랜드마크가 건설됐다. 1446m의 둥근 모양으로 국내에서 가장 긴 보행전용 교량이다. 조선의 4대 임금 세종대왕과 세종시 6개 생활권을 형상화해 교량 지름을 460m로 설계했고, 다리 길이는 한글이 반포된 1446년을 반영한다는 ‘스토리’도 입혔다. 국비 1116억 원이 투입된 공사는 3년 6개월이나 걸렸다. 금강보행교는 금세 핫 플레이스가 됐다. 시원한 ‘리버뷰’를 감상할 수 있다는 소식에 개장 1주일 만에 10만 명이 다녀갔고, 화려한 조명이 불을 밝히는 야간에는 인증샷을 남기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그러나 한 세종시민은 기자에게 “서울의 ‘한강뷰’ 못지않은 ‘금강뷰’가 펼쳐진다고 해서 가봤는데, ‘강바닥뷰’가 심했다”고 아쉬워했다. 정부세종청사에서 일하는 한 고위 관료도 “낮이 아니라 밤에 가야 한다”고 촌평했다. 야경이 화려해 밤에 가는 게 더 좋다는 이유와 함께 “낮에는 강바닥이 너무 잘 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막대한 세금으로 지은 금강보행교가 ‘강바닥뷰’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원인으로 인근에 있는 세종보가 지목된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1월 세종보 수문을 개방했다. 이후 금강 수위가 낮아졌고, 최근 가뭄까지 이어지며 강바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세종시민들 사이에선 “세종보의 수문을 닫아 수량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4대강의 자연성을 회복해 수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뒤집었다. 지난해 1월 세종보와 영산강 죽산보는 전면 해체, 금강 공주보는 부분 해체,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주민 반발을 고려해 해체 시기를 정하지는 않았다. 문제는 세종보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계획을 세울 때부터 도시기반시설로 계획됐다는 점이다. 폭 1km 이상의 한강이 관통하는 서울처럼 세종도 세계적 수변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는데, 이명박 정부의 4대강 보와 패키지로 묶이면서 ‘전면 해체’라는 폭탄을 맞았다. 더구나 세종보는 금강 수위가 높아지면 저절로 흘러넘치는 수중보(水中洑)로 설계돼 일반 보에 비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의견이 많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춘희 현 세종시장조차 세종보 철거 결정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 왔고, 이해찬 전 의원도 민주당 당 대표 시절 “시간을 두고 판단하자”는 입장이었다. 이 시장은 2006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을 지내며 세종보 건설 계획에 관여한 전력도 있다. 이런 점을 종합하면 문재인 정부의 세종보 철거 결정은 ‘MB 유산’을 지우는 데 휩쓸린 정치적 결정이었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윤석열 정부는 세종보의 존치와 재가동을 적극 검토 중이다. 민주당은 무턱대고 반대하기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종시를 만들었고, 노무현 정부가 세종보를 계획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유성열 사회부차장 ryu@donga.com}2022-06-18 03:00
[광화문에서/유성열]청남대 개방에서 배우는 청와대 활용법충북 청주에도 ‘청와대’가 있다. 남쪽의 청와대란 뜻의 ‘청남대(靑南臺)’다. 1980년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대청호의 풍광에 매료돼 건설을 지시했고 1983년 축구장 255개 면적(182만5647m²)으로 준공됐다. 청남대는 청와대처럼 청기와를 올린 본관과 골프장, 수영장, 헬기장 등을 갖춘 대통령 전용 리조트였다. 역대 대통령들은 이곳에서 총 366박 471일을 보내며 정국 구상을 가다듬었다. 언론은 이를 ‘청남대 구상’이란 용어를 만들어 보도했다. 청남대와 주변 지역은 오랫동안 청와대처럼 국민이 접근할 수 없는 비밀의 공간이었다. 일반인 출입은 청남대에서 약 10km 떨어진 진입로부터 통제됐다. 청주의 학부모들은 청남대 진입로 바리케이드를 본 자녀가 “저기는 왜 못 가?”라고 물으면 “대통령 별장이라 들어가면 안 돼”라고 말해야 했다. 청남대 내부도 1999년 7월에야 사진으로만 공개됐다. 청남대는 2003년 4월 18일 전면 개방됐다. 대선 후보 시절 “청남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청남대의 소유권을 충북도에 넘겼고, 충북도는 바리케이드를 없앤 후 청남대의 문을 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즉시 청와대를 개방해 22일까지 37만 명이 다녀간 것처럼 당시 청남대에도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 개인적으로 청남대를 세 번 방문했다. 처음 방문했던 2003년엔 대통령들이 럭셔리하게 휴식을 취하던 공간과 푸른 잔디가 끝없이 펼쳐진 골프장이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그러나 2시간여 동안 둘러본 뒤 나오면서 든 생각은 딱 하나, “또 올 곳은 아니네”였다. 10년 뒤 대청호에 드라이브를 갔다가 청남대가 생각나 다시 들러봤다. 입장료가 생긴 것에 다소 놀랐지만 승용차 진입이 허용된 점이 인상적이었다. 청남대 진입로 가로수길을 달리면서 왜 이곳이 대통령 별장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청남대 내부도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각종 관람시설이 새롭게 마련됐고 전직 대통령 이름을 명명한 ‘대통령길’도 눈길을 끌었다. 3시간여 동안 둘러본 뒤 나오면서 든 생각은 “또 올 만하네”였다. 그해 청남대 누적 관람랙은 700만 명을 돌파했다. 세 번째 청남대 방문은 2018년 친구의 결혼식이었다. 당시 청첩장을 받은 동창들은 청남대에서 일반인 결혼식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놀랐고, 결혼식 장소가 대통령 헬기가 오르내렸던 잔디밭이란 것에 또 놀랐다. 동창들은 지금도 화창한 가을 하늘 아래 푸른 잔디밭에서 결혼한 친구 얘기를 안줏거리로 올리며 청남대를 추억한다. 청남대는 이렇게 개방에만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투자하고 다듬고 개발하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년마다 선정하는 한국관광 100선에 3번이나 선정됐다. 올해 1월 18일 누적 방문객은 1300만 명을 돌파했고, 4월엔 임시정부기념관도 문을 열었다. 이제 막 속살을 드러낸 청와대가 청남대의 19년을 벤치마킹한다면 한국관광 100선을 넘어 전 세계적 명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2022-05-24 03:00
[광화문에서/유성열]문서를 일일이 뒤져야 하는 공직자 재산 공개지난달 30일 오전 인사혁신처가 고위공직자 1978명의 정기 재산공개를 앞두고 사전 브리핑을 했다. 한 기자가 “1년간 재산이 가장 많이 증가한 상위 1∼10위 공직자를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인사처는 자료로 배포하겠다고 답했다. 자료는 오후 2시 34분에야 배포됐다. 왜 이렇게 늦어졌는지 궁금했다. 공직자 재산 데이터베이스(DB)만 다루면 쉽게 뽑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다. 인사처는 “직원들이 데이터를 뽑은 다음 하나씩 확인하는 작업을 거치느라 늦었다”고 설명했다. 전자 정부 시스템만큼은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는 한국에서 재산 증가 상위 10명을 추려내는 작업이 이렇게 더딜 줄 몰랐다. 사실 이런 자료는 공직자 재산 DB만 공개돼 있다면 기자가 직접 가공해서 금방 만들 수 있다. 1000여 개의 국가승인통계를 DB 그대로 공개해 이용자가 자유자재로 가공할 수 있는 국가통계포털(kosis.kr)처럼 말이다. 이런 작업이 불가능한 이유는 ‘법’에 있었다. 공직자윤리법 10조는 공직자 재산을 ‘관보 또는 공보에 게재하여’ 공개토록 규정하고 있다. 관보는 법령 공포, 고시 등 정부가 국민들에게 알릴 사항을 문서로 만들어 공개하는 ‘국가 기관지’다. 정부는 관보가 아닌 DB 형태로 공직자 재산을 공개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매년 정기 재산 공개는 3월 마지막 주 목요일 0시 문서 형태의 관보와 PDF 파일 형태의 전자관보(gwanbo.go.kr)로만 공개된다. 공직자 수천 명의 재산을 파악하고 검증하려면 이 문서를 일일이 뒤지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 심지어 각 부처와 기관별로 관보가 구분돼 있는 탓에 수많은 문서를 일일이 ‘클릭’하고 내려받아야 한다. 정부 자체적으로는 공직윤리시스템(www.peti.go.kr)을 통해 공직자 재산 DB를 구축하고 있다고 한다. 공직자들은 여기에 자신의 재산을 신고하고, 공직자윤리위원회도 이곳의 DB를 활용해 재산을 검증한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일반 국민들은 관보만 볼 수 있을 뿐 이 시스템의 데이터에는 전혀 접근할 수 없다. 정부 내에선 “그래도 우리는 일본보다 편리하다”는 말이 나온다. 디지털화가 더딘 일본에선 국회의원의 재산을 열람하려면 국회의사당에 가야 한다. 카메라 촬영이나 복사도 불가능해 수첩이나 공책을 들고 가 옮겨 적어야 한다. 의원들은 서류로 재산을 신고하고, 이 서류를 묶은 보고서로 재산을 공개한다. 일본보다 편리하다고 그대로 둘 게 아니라 한발 더 앞서 나가는 건 어떨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 현재 정부 각 기관과 지자체, 사법부, 입법부 등으로 구분된 공직자 재산 DB를 일원화하겠다고 밝혔다. 국민 누구나 공직자 재산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지원해 ‘부패의 감시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새 정부가 ‘DB 일원화’를 넘어 ‘DB 공개’에 나선다면 부패 감시체계는 더 촘촘히 구축될 수 있을 것이다.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2022-04-27 03:00
[광화문에서/유성열]산림청 특수진화대 처우가 열악한 이유대형 산불이 날 때마다 주목받는 이들이 있다. 산림청 소속 산불재난 특수진화대다. 2019년 4월과 2020년 5월 강원 영동지역 산불, 그리고 이달 발생한 경북 울진-강원 삼척 산불까지 특수진화대는 화마(火魔)와의 전쟁 최일선에서 국민과 산림을 지켜냈다. 특수진화대는 헬기와 일반 소방인력이 접근하기 어려운 산속까지 침투해 통로를 개척하고 진화선을 구축한다. 평시에 산불 감시·예방 업무를 하다 산불이 나면 즉시 투입된다. 급경사지나 절벽도 거침없이 올라야 하기 때문에 특수진화대가 되려면 일정 기준 이상의 체력을 갖춰야 한다. 산불을 조기에 진화하기 위한 일종의 특수부대인 것. 특수진화대는 이번에도 경북 울진군 소광리 일대의 금강송 군락지와 수령 500년 이상의 대왕소나무를 사수했다. 군락지에서 24시간씩 맞교대를 하며 추위와 졸음을 이겨내고 쉴 새 없이 날아드는 불씨를 온몸으로 막아낸 특수진화대가 없었다면 200년 넘은 금강송 8만여 그루는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도 있었다. 큰 산불이 날 때마다 이들의 열악한 처우도 주목을 받는다. 산림청 5개 본부의 특수진화대는 총 435명으로 공무직(무기계약직) 160명, 1년 계약직 275명이다. 정부가 ‘임용’한 공무원이 아니라 산림청이 ‘고용’한 근로자 신분이다. 특수진화대가 사실상 ‘산림 소방관’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공무원인 소방관과는 신분과 처우가 다른 이유다. 경찰관 군인 소방관 등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을 ‘제복 입은 공무원(MIU·Men In Uniform)’이라고 부르는데 공무직 또는 비정규직인 특수진화대는 ‘비공무원 MIU’인 셈이다. 그렇다고 근로자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받는 것도 아니다. 이들의 월급은 6년간 250만 원으로 고정됐고 출장비 외에 위험수당, 가족수당 등은 전혀 없다고 한다. 올해부터 처우개선비로 월 5만 원이 추가됐지만 실질적인 처우 개선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특수진화대는 야간이나 휴일에 불을 꺼도 초과근로수당을 받지 못한다. 산림청의 인건비 예산이 부족한 탓이다. 초과근로가 발생하면 무조건 대체휴무를 써야 하는데, 이마저도 제대로 쓸 수 없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2020년 초과근로 3만7729시간 가운데 2427시간을 휴일로 쓰지 못했다는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장비와 시설도 열악한 편이다. 한 대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방한·방수 기능이 뛰어난 장갑을 받지 못하다 보니 사비로 사서 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대원들이 머무르는 일부 대기실은 아직도 연탄난로를 쓰고 있다. 3년 전 영동 산불 때 한 특수진화대원은 “소방관의 열악한 처우는 많이 알려졌지만 저희는 더 열악하다”며 자신이 착용한 2000원짜리 마스크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당시 특수진화대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건 많지 않다. 찾아 보면 특수진화대처럼 공무직이나 계약직 신분으로 국가에 헌신하는 비공무원들이 많지 않을까. 새 정부는 이런 분들까지 살뜰히 살피는 정부였으면 좋겠다.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2022-03-26 03:00
“‘안전속도 5030’ 안착… 교통사고 사망자 2500명대로 줄이겠다”“올해는 좀 더 도전적으로 접근하겠다. 교통사고 사망자를 2500명 수준까지 줄이는 걸 목표로 하겠다.” 권용복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4월 전면 시행한 ‘안전속도 5030’ 정책과 올해 7월 시행되는 보행자 보호 관련 제도들이 본격적으로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밝혔다. 지난해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는 2900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2016년 4292명에서 32.4% 감소한 것으로 교통사고 사망자가 연간 2000명대에 진입한 것은 처음이다. 권 이사장은 “자동차 1만 대당 사망자 수가 우린 1.16명인데, 선진국은 보통 0.5명 수준이라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도 “보행자, 이륜차, 화물차 등 교통안전 취약 부문을 집중 관리해 나간다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교통사고 사망자가 2016년부터 연평균 7.5%씩 감소하고 있다.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관계기관이 역량을 집중한 결과다. 지난해 정부가 추진한 도심부 속도 하향, 음주운전 처벌 강화 등 타깃을 명확히 한 교통안전 정책이 바탕이 됐다고 생각한다. 특히 보행 사망자는 40% 이상 감소했는데, 교통안전 패러다임을 보행자 중심으로 전환하고자 했던 정책적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 같다. ―올해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정책이 중점적으로 필요하다고 보는가? “국내 교통사고는 보행자, 이륜차, 화물차가 취약 영역이다.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 사망자 비율은 3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두 배 정도다. 주거지나 상업지 주변 이면도로 등 ‘생활권 도로’는 시속 30km 이하 주행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륜차는 사업용 자동차에 준하는 안전관리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고, 사업용 화물차는 노상안전점검을 제도화해야 한다. 또 비사업용 화물차의 경우 교통안전법상 안전관리 항목을 적용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하고, 쿠팡 등 배송사업자의 안전점검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올해 7월부터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은 도로 중 보행자의 통행을 우선하는 ‘보행자 우선도로’가 시행된다. “보행자 안전이 위협받는 도로환경에서 통행우선권을 보행자에게 주면서 보행자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정책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차량 소통을 우선시하는 정책과 제도를 추진해왔다. 앞으로는 보행자의 통행과 안전을 중요시하는 쪽으로 전환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면도로를 중심으로 ‘생활권 안심도로’를 추진한다고 들었다. “생활권 안심도로는 ‘포스트 5030’ 정책이다. 보행자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가기 위해 우리 공단이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보행자 우선도로보다는 큰 개념으로, 보행자가 통행하는 생활권 도로 중 다양한 이동수단의 안전성과 공존성이 확보된 도로를 뜻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진할 생각인가? “안전속도 5030 정책 등이 효과를 내면서 보행 사망자 비율은 감소하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보행자 안전성을 높여 나가려면 생활권 도로를 중심으로 시설을 개선하고 보행자에게 안전한 교통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또 첨단기술을 활용한 교통사고 방지 기술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역의 뒤쪽 도로, 사당역 주택가 같은 ‘안전 사각지대’를 생활권 안심도로로 선정해 ‘안전한 속도’와 ‘안전한 도로환경’ 등을 구현해 나가겠다. 제한속도 준수율을 모니터링해서 지방자치단체가 합리적인 제한속도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으로 교통시설 개선안도 마련해 적용하겠다. ―이륜차 난폭운전은 단속하기가 어렵지 않나? “2020년 이륜차 교통사고 사망자는 525명이었는데, 지난해 457명으로 13% 정도 감소했다. 공익제보단 등 ‘시민 참여형’ 사업이 성과를 거둔 결과다. 상습 법규위반 지역과 관련 시간대에 공익제보단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실제 교통안전 강국인 스웨덴에서도 우리의 공익제보단과 유사한 ‘교통관제사’(traffic controller)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번호판이 잘 보이지 않는 이륜차가 많다. 번호판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은데…. “국내 이륜차는 220만 대나 되지만 번호판을 없애거나 가리고 다니는 이륜차가 굉장히 많다. 더욱이 번호판이 뒤에만 있는 탓에 잘 보이지도 않고, 번호판에 지역까지 들어가 있어 복잡하다는 의견도 많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번호판의 시인성을 개선하는 ‘번호체계 개편 방안’을 연구 중이다. 번호판 글자체와 색상, 크기는 물론이고 디자인도 개선해 선호도를 조사해보려고 한다. 또 이륜차도 사업용 번호판 도입을 검토하고, 이륜차 전면에 번호판을 부착하는 게 타당한지도 검토해 나가겠다. ―화물차는 졸음운전 사고가 많은 편인데…. “화물차는 교통량이 적은 아침 일찍 또는 밤에 많이 다니다 보니 졸음운전에 따른 사고가 많은 편이다. 일단 화물차 기사들이 휴게시간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현재 규정이 ‘2시간 운행 15분 휴식’으로 돼 있는데, 준수 여부를 적극 점검하겠다. 특히 화물차 기사들이 쉴 수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 인프라도 많이 구축할 필요가 있다.”김천=유성열 기자 ryu@donga.com}2022-03-08 03:00
靑 퇴직자 잇단 재취업… BTS 소속사로, 公社 자회사로최근 청와대에서 퇴직한 후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으로 재취업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적법 절차를 거쳤다”는 입장이지만 문재인 정부 임기 말 ‘낙하산 알박기 인사’가 속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윤리위)는 3일 대통령비서실과 대통령경호처 퇴직자 4명의 재취업을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한 퇴직 공직자 94명의 취업심사 결과를 공개했다. 윤리위에 따르면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일하다 1월 퇴직한 A 씨는 인천공항시설관리 상임감사로 취업이 허용됐다. 인천공항시설관리는 현 정부의 공공기관 근로자 정규직화 방침에 따라 2017년 설립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자회사다. A 씨는 더불어민주당 당직자 출신이다. 역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1월에 퇴직한 B 씨는 연예기획사인 하이브로 이직한다. 하이브는 ‘방탄소년단’(BTS) 소속사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의 보좌관 출신인 B 씨는 이달 중 하이브에 입사해 아티스트 개발 총괄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 1월 대통령비서실에서 퇴직한 별정직 고위공무원 C 씨는 한국가스안전공사 상임감사 취업이, 지난해 12월 대통령경호처 3급 공무원으로 퇴직한 D 씨는 울산항만관리 사장 취임이 각각 허용됐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대통령비서실과 대통령경호처 출신 4명 모두 취업예정 업체와 연관성이 없는 곳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판단해 취업을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업무연관성이 없어 법적으로 괜찮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권 말 알박기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A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전문성)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B 씨는 취업 배경을 묻자 “회사(하이브) 측에 물어보라”고 했다. 최근 윤도한 전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한국IPTV방송협회장, 김제남 전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에 취임한 것을 두고도 취임 전 문 대통령의 ‘공공기관 낙하산 근절’ 약속이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왔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2022-03-04 03:00
[광화문에서/유성열]풀뿌리 민주주의 흔드는 지자체장 간선제지역 언론인 출신 A 씨는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지방의회 의원에 당선된 그는 3선에 의장까지 지낸 뒤 지방자치단체장 출마를 고민했다. 하지만 현역 단체장이 오랜 기간 지역의 터줏대감으로 군림해 온 터라 당선 가능성이 희박했고, 출마를 포기했다. A 씨는 자신의 정치 경력을 더 높이 쌓아 올리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A 씨가 아직 꿈을 포기하기엔 이르다. 지방선거에 나가지 않더라도 지자체장이 되는 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반응도 있겠지만 불가능한 얘기가 아니다. 행정안전부가 지자체장을 지방의회가 선출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간선제가 도입되고 A 씨가 동료 의원들을 자신의 편으로 확보한다면 그의 꿈은 현실화될 수도 있다. 최근 행안부는 ‘지자체 기관 구성 다양화 방안’이란 정책을 추진하며 특별법을 만들고 있다. 주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지자체장을 선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겠다는 의도다. 행안부는 3개의 안을 만들어 지자체 의견 수렴에도 나섰다. 첫 번째 안은 일정한 자격을 갖춘 행정·경영전문가가 지원하면 이 가운데 1명을 지방의회가 선출하는 방식이다. 자격 요건은 지방의회가 조례로 정하며 지방의원의 출마는 금지된다. 행안부는 “미국의 책임행정관과 유사한 형태”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안은 지방의회가 의원 중 지자체장을 뽑는 방식이다. 행안부는 “집행기관과 의결기관이 융합한 영국과 비슷하다”고 했다. 마지막 안은 지자체장을 직선제로 뽑되 지자체장의 권한을 지방의회로 분산시키는 형태다. 3안을 제외한 1, 2안은 간선제가 기반이다. 지자체장 선출 방식을 바꾸려는 지자체는 주민투표를 통해 셋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겠다는 게 행안부의 구상이다. 행안부는 “지방자치법에 법률적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올해 1월 13일 시행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4조는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의 선임 방법을 포함한 지방자치단체의 기관 구성 형태를 달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2020년 여야는 32년 만에 처음 지방자치법을 전면 개정하며 이 조항을 넣었다. 규모와 특성이 제각각인 만큼 지자체장 선출 방식도 주민이 스스로 정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행안부 측은 “법률로 정하라고 했는데, 법률이 없으니 정부가 만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행안부 설명이 일부 이해는 된다. 자치권 확대라는 취지도 좋은 의도로 읽힌다. 그러나 간선제가 도입되면 지방자치제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흔들릴 수 있다. 특정 정당이 지방 권력을 독점할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시기도 문제다. 행안부는 “6월 지방선거엔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지방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추진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곧 대선과 지방선거가 연이어 치러진다. 특별법이 정말로 필요하다면 새 정부와 다음 지자체장들이 논의해 정하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다. 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2022-02-26 03:00
정부, 지자체장 ‘간선제 선출’ 추진 논란정부가 지방자치단체장을 선출할 때 주민들이 직선제와 간선제 가운데 직접 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중에는 지방의회가 지자체장을 뽑는 안도 들어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행안부는 현재 주민 직선제만 가능한 지자체장 선출 방식에 3가지 방식을 추가하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추가되는 방식은 △행정·경영 전문가 중 지방의회가 선출 △지방의원 중 지방의회가 선출 △직선제를 유지하되 지자체장 권한을 지방의회로 분산 등이다. 주민들이 지자체장 선출 방식을 바꾸려 할 경우 주민투표를 통해 이 중에서 하나를 고르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행안부는 지난주 전국 지자체를 상대로 온라인 설명회를 열었고, 추가 의견 수렴을 거쳐 만든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다만 특별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자체 규모와 특성이 제각각인데 획일적으로 지자체장을 뽑는 게 효율적이냐는 문제 제기가 있어왔다”며 “지자체장 선출 방식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주민 손으로 대표를 뽑는 ‘풀뿌리 민주주의’ 정신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의 한 기초지자체 관계자는 “지자체장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의회 본연의 기능이 훼손될 수 있다”며 “대구처럼 정치색이 뚜렷한 지역은 특정 진영이 권력을 장기적으로 독점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고 했다. 광주시의 한 관계자는 “시의회가 시장을 뽑는다는 생각 자체가 좀 황당하다”고 지적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2022-02-18 03:00
‘교통안전’ 대선 공약 제안 간담회 오늘 국회서 개최다음 달 9일 치러지는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회와 손해보험협회, 시민단체가 모여 교통안전 정책 공약을 논의하는 간담회가 열린다. 국회 교통안전포럼(대표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2소회의실에서 ‘신(新)정부에 바란다’를 주제로 교통안전 공약 제안 간담회를 개최한다고 17일 밝혔다. 교통안전포럼은 ‘교통문화 선진화’를 목표로 발족한 연구모임으로 여야 국회의원 79명이 참여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전국모범운전자연합회, 녹색어머니중앙회가 공동 개최하는 이번 간담회에선 여야 의원들이 교통안전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서약식을 열고, 교통안전을 위해 초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뜻을 담은 ‘블록 쌓기’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한상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아 열리는 토론에선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정책본부장이 ‘20대 대선 후보자를 위한 교통안전 공약’을 주제로 △마을주민 보호 구간 법제화 △배달라이더 자격제 도입 등 20개 공약을 정치권에 건의할 예정이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준환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오성훈 건축공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의 전문가 토론도 이어진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2022-02-18 03:00
정부 ‘지자체장 간선제’ 추진…‘풀뿌리 민주주의’ 정신 훼손 우려정부는 지방자치단체장을 선출할 때 주민들이 직선제와 간선제 중에서 직접 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안 중에는 지방의회가 지자체장을 뽑는 방안도 들어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행안부는 현재 주민 직선제만 가능한 지자체장 선출 방식에 3가지 방식을 추가하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추가되는 방식은 △지자체장 지원자 중 지방의회가 선출(지방의원 제외) △지자체장을 지원한 지방의원 중 지방의회가 선출 △주민 직선제를 유지하되 지자체장 권한(예산편성권 등)을 지방의회로 분산 등이다. 주민들이 지자체장 선출 방식을 바꾸려 할 경우 주민투표를 통해 이 중 하나를 고르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행안부는 지난주 전국 지자체를 상대로 온라인 설명회를 열었고, 추가 의견 수렴을 거쳐 만든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다만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에는 적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자체 규모와 특성이 제각각인데 획일적으로 지자체장을 뽑는 게 효율적이냐는 문제제기가 있어왔다”며 “지자체장 선출 방식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주민 손으로 대표를 뽑는 ‘풀뿌리 민주주의’ 정신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의 한 기초지자체 관계자는 “지자체장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의회 본연의 기능이 훼손될 수 있다”며 “대구처럼 정치색이 뚜렷한 지역은 특정 진영이 권력을 장기적 독점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고 했다. 광주시의 한 관계자는 “시의회가 시장을 뽑는다는 생각 자체가 좀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2022-02-17 17:23
인구감소지역에 지방소멸대응기금 1조 푼다…한곳당 최대 160억정부가 인구가 줄어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에 매년 최대 160억 원을 10년간 지원한다. 지원액은 매년 평가를 거쳐 새로 정해지기 때문에 각 지방자치단체의 ‘아이디어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안전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지방소멸 대응기금 배분 등에 관한 기준’을 만들었다고 8일 밝혔다. 정부는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자체를 돕기 위해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올해 처음 조성했다. 올해 예산 규모는 7500억 원이며 내년부터는 1조 원으로 늘어난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연평균 인구증감률과 인구밀도, 고령화비율, 재정자립도 등을 감안한 ‘인구감소지수’를 개발해 지수가 높은 전남 강진, 강원 고성, 경북 고령 등 89곳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하고 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인구감소지역 다음으로 지수가 높은 부산 금정구 중구, 인천 동구, 광주 동구, 대전 대덕구 동구 중구, 경기 동두천 포천, 강원 강릉 동해 속초 인제 등 18개 지자체도 관심지역으로 정해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기금은 강원 경북 등 광역지자체에도 지원된다. 다만 인구감소지역이 없고 재정 여건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받은 서울과 세종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각 지자체가 기금 투자 계획을 내놓으면 기금심의위원회가 타당성과 실현가능성 등을 따져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인구감소지역은 평균 80억 원을 주되 최대 160억 원, 관심지역은 평균 20억 원을 주되 최대 40억 원까지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기금을 많이 받으려면 창의적이면서도 다른 지자체와 차별화되는 투자 계획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기금은 17개 시도가 구성해 운영 중인 지자체 조합에 설치되고, 한국지방재정공제회가 관련 사무를 위탁받아 운영한다. 조합은 5월까지 각 지자체로부터 투자계획안을 제출받아 평가한 뒤 8월 중 올해 배분액을 확정할 계획이다. 전해철 행안부 장관은 “기금이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는데 마중물로 작용되길 바란다”며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도 신속히 제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2022-02-08 17:08
[광화문에서/유성열]안전해서 행복한 사회를 위한 조건하셰미 낭얄라이 씨(33)는 지난해 8월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을 극적으로 탈출해 한국에 온 특별기여자다. 임시생활시설에서 정착 교육을 받은 그는 현재 아내, 두 아이와 함께 인천에 정착했다. 하셰미 씨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가족들과 공원에서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했고, 그의 네 살배기 딸은 “여기는 총소리가 안 들려서 행복해요”라고 아빠에게 말했다. 이 가족이 한국에 정착한 이유는 무엇보다 ‘안전’이었던 것. 문득 “하셰미 씨 가족이 생각하는 것만큼 한국이 안전한 사회일까?”라는 질문을 던져 봤다. 최근 한 달 새 국내에서 일어난 안전사고를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가 그렇게 안전해 보이지는 않아서다. 이달 5일 충북 영동터널을 지나던 KTX(고속철도) 열차가 탈선해 7명이 다쳤다. 열차가 탈선 후 급제동하면서 인명 피해가 적었지만, 하마터면 수백 명이 죽거나 다칠 뻔했다. 1차 조사 결과 기차의 바퀴가 이탈해 탈선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정비 불량 등 전형적인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1일엔 신축 중이던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가 무너져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다. 아파트 분양자들이 입주한 후 건물이 무너졌다면 상상하기조차 싫은 대형 참사로 이어졌을 법한 사고였다. 붕괴 규모가 워낙 크고 콘크리트 잔해물이 뒤엉켜 있는 탓에 실종자 5명은 여태껏 가족들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의 지시로 콘크리트 지지대를 철거했다”는 협력업체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하고 부실시공 의혹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설업계에 만연한 안전불감증과 무리한 공기 단축, 저비용 공사 등이 맞물려 발생한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라고 지적하고 있다. 근로자가 일터에서 사망한 소식도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졌다. 20일 포항제철 공장에서 30대 협력업체 근로자가 석탄 운반 차량과 설비에 끼여 숨졌고, 24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선 50대 근로자가 크레인 오작동으로 철판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건설 현장의 추락사도 잇달았다. 18일 서울 강동구 오피스텔 공사 현장에서, 25일 경기 안성 물류센터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가 추락해 1명씩 숨을 거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828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하루 평균 2명 이상이 일터에서 죽고 있는 셈이다. 하셰미 씨 가족은 전쟁과 테러가 없는 한국에서 ‘치안의 안전함’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이런 뉴스를 접하면서 ‘일상과 일터의 안전함’까지 느낄지는 모르겠다. 안전한 사회는 개인의 관심이나 경각심만으론 이룰 수 없다.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법이나 고용부의 근로감독이 만능 해결사도 아니다. 사회 구성원 모두의 경각심과 각종 사고를 예방하는 시스템, 그리고 관련법까지 모든 요소가 톱니바퀴 물리듯 맞물려 돌아가야 가능하다. 하셰미 씨 가족이 우리 사회 어느 곳에서도 “안전해서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2022-01-27 03:00
[광화문에서/유성열]코로나 시대의 히어로, 얼굴 없는 천사들올해 연말은 유독 차가운 것 같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변이를 거듭해 우리의 일상을 여전히 삼키고 있어서다. 많은 사람들이 송년 모임을 취소해야 했고, 연말마다 활기찬 기운으로 가득했던 광화문 거리는 초저녁부터 썰렁한 모습이다. 세밑마다 퍼져나갔던 온정의 물결도 올해는 잔잔해 보인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서울광장에 설치한 ‘사랑의 온도탑’은 30일 현재 83.2도를 가리키고 있다. 이달 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운영되는 온도탑은 모금회 목표액의 1%가 모금될 때마다 1도씩 수은주가 오른다. 이번에 모금회가 설정한 목표는 3700억 원. 남은 한 달 동안 620여억 원만 더 모금하면 100도를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모금회에 따르면 대기업의 연말 기부가 이어지면서 온도가 80도를 넘겼지만, 개인 기부자가 지난해보다 약 11만 명 감소했다고 한다. ‘100도 달성’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것. 더구나 온도탑 옆에 설치된 구세군 냄비도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겨울 한파 속에 사랑의 온도탑마저 얼어붙진 않을지, 지날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익명의 기부자들이 전국 곳곳에 온기를 퍼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27일 70대로 추정되는 한 노인은 경기 구리시 수택2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검은 비닐봉지를 건넸다. 봉지에는 현금 5만 원권 200장, 총 1000만 원이 들어 있었다. 이 노인은 “1년간 폐지를 모아 팔아서 번 돈”이라며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한 뒤 사라졌다. 이름을 묻는 직원에게는 “김 씨”라고 쿨하게 답했다. 2000년부터 21년 동안 익명으로 선행을 베푼 전북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는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노송동 행정복지센터는 29일 오전 “성산교회 앞 트럭에 박스를 놓았다”는 전화를 받았고, 박스에는 5만 원권 다발과 돼지저금통, 그리고 “불우한 이웃을 도와달라”고 적힌 편지 한 통이 들어 있었다. 박스에 담긴 금액은 총 7009만4960원. 전주의 천사는 이렇게 22년간 총 8억872만8110원을 기부했다. 영남에서도 선행이 이어졌다. 28일 오후 부산 수영구 광안1동 행정복지센터에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여성 1명이 찾아와 봉투를 건넸다. 이 여성이 “어려운 이웃에게 써 달라”고 한 봉투에는 600만 원이 들어 있었다. 경북 영주의 두 노인은 폐지를 팔아 번 95만 원과 노인일자리로 모은 10만 원을 영주1동 행정복지센터에 기부했고, 지난해 100만 원을 기부했던 익명의 기부자는 올해도 100만 원을 행정복지센터 기부함에 남겼다. 지난해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온도탑이 100도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목표액 3500억 원을 올해 1월 20일 조기에 달성했다. 최종 모금액은 4009억 원, 온도탑은 114.5도까지 올라갔다. 코로나19 시대의 진정한 히어로, ‘얼굴 없는 천사’들이 있기에 올해도 믿는다. 100도, 아니 그 이상도 달성할 수 있기를. 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2021-12-31 03:00
李, 김문기와 찍은 사진에도… “하위직원이라 기억이 안난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하위 직원이라 기억이 안 난다”며 관련성을 재차 부인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김 처장에 대해 “누군지 몰랐다”던 이 후보가 2015년 1월 김 처장 등과의 호주 출장 사진이 공개되자 입장을 바꿨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이 후보는 24일 CBS 라디오에서 김 처장에 대해 “일부에서 시 산하(기관) 직원이고 해외출장도 같이 갔는데 어떻게 모르냐 하지만, 실제 하위직원이라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기억에 남아있지 않은 사람이었는데 (나중에 검찰에 기소된 뒤) 대장동 개발사업 내용을 파악하느라 연결받은 게 이분”이라고 해명했다. 2015년 성남시장으로 호주 출장을 갔을 당시에는 김 처장을 알지 못했고 경기도지사가 된 이후인 2018년 대장동 수익금 관련 허위사실 공표죄로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김 처장을 인지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후보는 “그때는 (김 처장과) 통화를 상당히 많이 했다”며 “(김 처장이) 제 전화번호부에 입력돼 있는데 (2015년 함께 출장 간) 그 사람이 그 사람인지 연결이 안 된다”고 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현근택 대변인도 이날 MBC 라디오에서 야당이 제시한 2015년 호주 출장 사진에 대해 “악마의 편집”이라고 주장했다. 현 대변인은 “(단체) 사진 찍는다고 다 아느냐, 정치인은 사진 찍는 경우 많다“면서 “전체 사진 중 (이 후보와 김 처장이 같이 나온) 일부만 확대한 게 아닌가”라고 했다. 야당이 이 후보와 김 처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함께 나온 사진만을 부각하며 당시부터 친분 관계가 있던 것처럼 의혹을 제기한다는 것이다. 이날 국민의힘은 “고인과 유족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길은 특검뿐”이라며 이 후보를 향해 총공세를 펼쳤다.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허정환 상근부대변인은 “‘초과이익환수 조항 삭제’를 누가, 왜 주도했는지가 서서히 밝혀지고 있다”며 “범죄의 설계자인 몸통은 뻔뻔스럽게 활보하고 범죄를 막으려 했던 사람은 극단적 선택을 하는 기막힌 현실”이라며 이 후보를 겨냥했다.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 이두아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 후보에게 방해가 됐던 사람들은 욕설을 들어야 했고 뺨을 맞았고, 정신병원으로 끌려갔고 목숨을 잃었다. 우연일까?”라며 “솔직히 말하자면 대장동 (관련) 논평 쓰기도 무섭다”고 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유성열 기자 ryu@donga.com}2021-12-25 03:00
李 “朴 사죄 필요” 尹 “우리 朴대통령”… 대선앞 ‘사면 변수’ 돌발내년 3·9 대선을 75일 남겨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이라는 변수가 떠오르면서 여야는 사면 이슈가 선거 판세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야 대선 후보가 모두 겉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면 결정에 찬성한다고 밝혔지만 그동안 “사과가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해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수사를 담당했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모두 후폭풍의 방향과 강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전격 사면 결정에 당황한 與野 여야는 24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박 전 대통령 사면 결정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후보는 정부의 사면 발표 이후 2시간 뒤인 이날 오전 11시 30분경에서야 입장문을 통해 “(문 대통령의) 어려운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박 전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보다 앞서 출연한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제가 상황 파악이 안 된 상태에서 말씀드리기는 좀 부적절한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이 후보가 박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은 그동안 그가 사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20일 언론 인터뷰에서도 “본인들의 사과와 잘못 인정 없이는 시기상조”라고 밝힌 바 있다. 윤 후보는 2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은 늦었지만 환영한다”고 했다. 다만 국민의힘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윤 후보가 국정농단 수사 당시 박영수 특별검사 팀에서 박 전 대통령 수사를 담당했다는 점에서 사면 변수가 부담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윤 후보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가 (박 전 대통령 형 집행정지를) 불허한 게 아니고 검사장은 형집행정지위원회 (결정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라고 적극 해명한 것 역시 이 같은 인식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이양수 수석대변인 명의로 된 “환영한다. 국민의힘은 국민 대통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35자 분량의 짤막한 논평만 내놨고 이준석 대표는 “다시 한 번 당 대표로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국민께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與野, 돌발 변수에 대선 판세 예의주시 여야 모두 박 전 대통령 사면이라는 돌발 변수를 맞닥뜨리면서 대선 판세에 미칠 영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열린민주당과의 통합, 과거 탈당 인사들에 대한 대사면 등 진보세력 결집에 집중하고 있는 민주당은 박 전 대통령 사면이 자칫 지지층 이탈로 이어질까봐 우려하는 눈치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5일 발표한 여론조사(전국 성인 1000명 대상 11월 2∼4일 실시,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진보 성향 유권자 중 71%가 전직 대통령 사면에 반대했다. 실제로 이날 민주당에서는 강성 인사들을 중심으로 “국민통합은 국민이 정의롭다고 판단해야 가능하다”(김용민 최고위원), “최순실도 풀어줄 것이냐”(안민석 의원) 등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가 이어졌다. 국민의힘의 최대 고민은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자칫 보수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야권 관계자는 “윤 후보가 과거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수사를 담당한 검사라는 점에서 아무래도 전통 지지층이나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는 윤 후보에게 갖고 있는 은연한 반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사면이 윤 후보에 대한 책임론으로 번질 경우 지지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적으로는 박 전 대통령이나 당내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이 직접적으로 윤 후보를 비판하거나 제동을 걸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도 정권교체에 대한 생각은 똑같을 것”이라며 “(이번 사면이) 대선에 특별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강성휘 기자 yolo@donga.com유성열 기자 ryu@donga.com}2021-12-25 03:00
李 설익은 정책, 尹 잇단 말실수…후보가 리스크 됐다《여당과 제1야당의 대선 후보가 내년 3월 9일 선거일까지 76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아마추어리즘과 정치력 부족을 드러내며 유권자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설익은 정책을 연이어 내놓다가 잇달아 철회하면서 시장에 혼선만 가중시키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대표 공약과 설득력 있는 메시지·일정,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 ‘3무(無) 행보’를 반복하고 있다. 정치 경험이 부족한 여야 대선 후보들이 구체적인 미래 비전을 내놓지 못한 채 어설픈 모습을 보이면서 후보 자체가 리스크가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국민 재난금-양도세 중과 유예 등 불쑥… 與내부 “조율도 없이”靑-政과 갈등으로 시장 혼선… 李측 “상황따라 유연성 보이는 것”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강한 추진력을 자신의 강점으로 내세우려다 당정청 간 사전 조율되지 않은 설익은 정책까지 내지르면서 시장의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부터, 최근 이어진 부동산 세제 정책 뒤집기까지, 이 후보가 이슈 선점을 위한 무리한 공약들로 혼자만 너무 앞서나간다는 지적이다. ○ 당 안팎 “사전조율도 없이…”대표적인 게 이 후보가 10월 여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자마자 꺼낸 전 국민 재난지원금 카드다. 당시 이 후보는 “1인당 추가로 최하 30만∼50만 원은 해야 한다”며 연일 군불을 땠지만 높은 반대 여론과 재정당국의 강력한 반발 속에 결국 한 달도 안 돼서 물러섰다.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전 국민한테 드리는 그런 방식보다는 맞춤형으로 필요한 계층과 대상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드리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라고 여러 차례 공개 반대했다. 여권 관계자는 “앞서서도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할 때마다 이를 둘러싼 당정 간 갈등이 적지 않았는데 이에 대한 감안 없이 이 후보가 너무 빠르게 내질렀다”고 했다. 최근까지 열흘 넘게 청와대와 ‘샅바싸움’을 이어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유예도 여권 내 불협화음을 고스란히 노출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인 양도세 중과를 두고 이 후보는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을, 청와대는 변경 계획이 없다는 입장으로 평행선을 달렸는데 이 과정에서 시장에 혼란만 야기했다는 것. 특히 이 후보가 청와대나 정부가 현실적으로 대안을 만들거나 찾을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을 주지 않고 일방 통보하는 방식이 문제란 지적이 여권 내에서도 이어졌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정권 심판 여론이 더 높은 상황에서 이 후보가 현 정부의 대표적인 실정(失政)인 부동산 정책에 대해 차별화하려는 것까진 좋고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자칫 신구 권력 간 각을 세우는 구도가 될 경우 당내 지지층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며 “후보가 그 미묘한 차이 속 균형을 잘 유지해야 하는데 마음이 앞서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 22일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선 설훈 의원이 “예민한 사안인 중과 유예에 대해 후보가 당과 사전 조율 없이 이야기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은 “다행히 당 원내지도부가 ‘워킹그룹’ 아이디어를 제안해 의원총회 정면충돌은 겨우 막았다”고 했다.○ 오락가락 공약들이 후보가 사전 조율 없이 돌발적으로 발언한 뒤 “공약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정책들도 적지 않다. 앞서 이 후보는 ‘음식점 총량제’ ‘주 4일제’ 등을 언급했다가 “공약으로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물러선 바 있다. 자신의 부동산 분야 대표 공약 중 하나인 국토보유세에 대해서도 철회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이다. 이 후보는 경선 과정에선 민간이 소유한 모든 토지에 토지세를 부과해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이 세수는 지역화폐를 통한 기본소득으로 지급한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후보 당선 직후에도 “기본소득토지세(국토보유세)를 반대하는 것은 악성 언론과 부패 정치세력에 놀아나는 바보짓”이라고 강한 톤으로 밀어붙여 놓고는 최근 들어 “증세는 국민이 반대하면 할 수 없는 것”이라며 또다시 한발 물러선 상태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측 관계자는 “공약을 철회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유연성을 보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후보선출 50여일 지나도 1호 공약 모호… ‘비전 불분명’ 지적도김종인 “메시지-일정에 감흥 없어”… 선대위 내분 수습도 숙제공정과 상식 회복을 내세우며 정권교체 기치를 내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제1야당 후보로서 ‘정치적 리더십 부족’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야권에서는 “후보 선출 50여 일이 지나도록 윤 후보가 직접 대표 공약 하나 제대로 발표하지 못하고 감흥 없는 일정과 메시지를 이어가다 실언 논란까지 겹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표 공약 및 설득력 있는 메시지와 일정,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 ‘3무(無) 행보’에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내홍이 겹치면서 위기에 빠졌다는 것이다.○ 직접 공약 발표 대신 페이스북 통해윤 후보는 그동안 소상공인·자영업자 50조 원 보상 및 지원, 주택 250만 호 공급, 국민연금 개혁 등의 공약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공약이나 비전은 윤 후보가 직접 발표하고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답하는 대신 페이스북이나 선대위 정책총괄본부를 통해 공개됐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윤 후보는 23일 전남 여수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발표하고 원희룡 정책총괄본부장도 공개한 부동산 세제 완화 공약에 대해 “후보 본인 육성으로 해달라고 해서 말씀드린다”며 같은 내용을 되풀이해 읽었다. 특히 윤 후보의 핵심 비전을 담은 이른바 ‘1호 공약’이 뭔지, 또 뭐가 될지 선대위에서도 아직 불분명한 상황이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경제적으로 황폐한 사람들을 어떻게 소생시킬 수 있느냐 하는 것이 1호 공약으로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원 본부장은 하루 만인 7일 “코로나19 백신 부작용과 관련한 인과관계 증명 책임을 정부가 지겠다”고 발표하며 이를 1호 공약이라고 설명하는 등 혼선이 이어졌다. 윤 후보는 2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약은 연말부터 계속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윤 후보의 일정이 지역 순회식으로 잡히고, 메시지 역시 중구난방으로 발산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후보는 후보 선출 이후 호남, 영남, 강원, 충청 등 전국 곳곳을 누볐지만 이 과정에서 널리 회자될 공약이나 지역 현안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9월 13일 안동대 간담회), “극빈의 생활을 하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른다”(22일 전북대 간담회) 같은 실언으로 구설에 휘말렸다. 선대위 관계자는 “실언과 술자리만 기억에 남는 의미 없는 ‘지방 투어’만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종인 “후보 메시지·일정에 감흥이 없다”김 위원장도 23일 선대위 회의에서 윤 후보가 그동안 선보인 일정과 메시지, 각종 실언 논란에 대해 “감흥이 없다”며 작심한 듯 비판했다. 그는 “(윤 후보의) 일정이나 메시지 같은 게 국민에게 감흥을 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후보의 활동을 보면 국민들이 감흥을 느끼는 메시지나 일정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후보도 그렇고 우리 선대위도 그렇고 실수하면 절대로 선거를 이길 수 없다”며 “후보가 실수하지 않도록 보좌하는 분들이 세심하게 주의를 경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준석 당 대표가 자신의 측근들과 갈등을 빚다 선대위 직책에서 사퇴하는 초유의 내홍을 수습할 만한 리더십이 윤 후보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윤 후보는 현재 ‘기초학력 부족’ 상황이다. 족집게 과외라도 받아서 본인 스스로가 바뀌어야 한다”며 “선대위 역시 ‘무난히 지는 포메이션’이다. 김 위원장이 선대위를 갈아엎고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했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2021-12-24 03:00
尹 “김종인, 선대위 그립 강하게 잡을것”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가 이준석 당 대표의 선대위 직책 사퇴 등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해결사’로 나섰다. 윤석열 대선 후보가 김 위원장에게 선대위 운영과 갈등 봉합의 전권을 위임한 것. 그러나 당내에서 제기되는 선대위 전면 개편 요구에는 선을 그으면서 미봉책에 그칠 거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대표 측은 이날도 윤 후보의 측근들을 ‘파리떼’라고 언급하는 등 갈등이 계속됐다. 윤 후보는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김 위원장과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가 좀 더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우리 김 위원장께서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좀 그립을 잡고 하시겠다고 했다”며 “저도 그렇게 해달라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처음에 이렇게 거대한 선대위를 만들어놨기 때문에 제대로 움직이는 데 효율적이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선대위가 보다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고, 다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가 끌고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선대위 전면 개편론과 관련해선 “시기적으로 전면적 개편이란 걸 할 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의 선대위 직책 사퇴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일단락됐다. 정치인이 한번 국민 앞에 선언하면 그것으로서 받아들이는 게 관행”이라고 밝혔고, 이 대표가 자신의 선대위 직 사퇴로 “(60대 이상 기존 지지층에 2030세대 지지를 더하면 대선 승리가 가능하다는) 세대결합론이 무산됐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선거에서 개별적인 사람에 따라 한 세대가 따라가고 안 따라가고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고 했다. 이에 따라 선대위는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 등 ‘김종인 라인’의 움직임에 힘이 실리면서 김 위원장이 언급한 ‘기동헬기형’으로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임 본부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주로 총괄상황본부가 중심이 돼 (선대위 운영 개편을) 해나갈 것”이라며 “점으로 있던 것들이 (이제는) 서로 협력체계로, 네트워크로 일하겠다. 매트릭스 조직 형태로 움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총괄상황본부가) 어떤 문제에 대해서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조율과 완급, 경중을 공감하는 업무를 주로 담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김 위원장이 주재한 본부장급 회의에선 매일 오후 4시 일일 점검회의를 열어 각종 현안에 대응하기로 결정했다. 이 대표와의 갈등으로 사퇴한 조수진 공보단장 후임에는 김은혜 의원이 내정됐다. 그러나 당내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양상이다. 이날 국민의힘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 대표를 사퇴시켜야 한다는 글과 선대위 내홍을 질타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윤 후보가 김 위원장에게만 맡길 게 아니라 리더십을 발휘해 선대위를 전면 개편해야 이 갈등을 해결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표 측은 이날도 선대위 운영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윤) 후보의 눈과 귀를 막는 파리떼, 권력에 아첨하는 자를 이번에 정리하지 못하면 역사에 죄를 짓는다는 생각으로 (이 대표가 사퇴를) 결정한 것 같다”고 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2021-12-23 03:00
국민의힘 “공수처에 통신조회 당한 소속의원 7명”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언론인과 야당 인사들의 통신내역을 조회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이를 ‘민간인 사찰’로 규정짓고 파상공세를 예고했다. 시민단체도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22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공수처가 통신내역을 조회한 당 소속 의원은 현재까지 7명으로 집계됐다. 기존에 밝혀진 이양수 조수진 의원 외에 이날 박성민 박수영 서일준 윤한홍 추경호 의원 등 5명이 추가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윤 의원은 윤석열 대선 후보의 최측근으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당무지원본부장을 맡고 있고 서 의원은 윤 후보의 비서실장이다. 추 의원은 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다. 특히 조수진 추경호 의원은 검찰, 박성민 박수영 윤한홍 서일준 추경호 의원은 경찰도 통신내역을 조회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당 차원에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어 앞으로 인원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은 공수처의 무차별적 통신내역 조회를 ‘야당 사찰’과 ‘민간인 사찰’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예정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23일 오전 법사위 전체회의를 소집할 것을 요구하며 “공수처는 불법 사찰을 즉각 중단하고, 관련자를 즉각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 내부에선 ‘김건희 네거티브’와 ‘선대위 내홍’ 등으로 이어진 악재를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윤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도 관련 사실을 보고받고 총력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는 이날 인권위에 “공수처가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을 근거로 영장 없이 특정인의 통신자료를 무차별적이고 무제한적으로 조회하는 것은 영장주의에 반한다”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명백히 침해한다”고 진정을 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2021-12-23 03:00
국민의힘 “공수처에 통신조회 당한 소속의원 최소 7명”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언론인과 야당 인사들의 통신내역을 조회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이를 ‘민간인 사찰’로 규정짓고 파상공세를 예고했다. 시민단체도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22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공수처가 통신내역을 조회한 당 소속 의원은 현재까지 7명으로 집계됐다. 기존에 밝혀진 이양수 조수진 의원 외에 이날 박성민 박수영 서일준 윤한홍 추경호 의원 등 5명이 추가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윤 의원은 윤석열 대선 후보의 최측근으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당무지원본부장을 맡고 있고 서 의원은 윤 후보의 비서실장이다. 추 의원은 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다. 특히 조수진 추경호 의원은 검찰, 박성민 박수영 윤한홍 서일준 추경호 의원은 경찰도 통신내역을 조회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당 차원에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어 앞으로 인원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은 공수처의 무차별적인 통신내역 조회를 ‘야당 사찰’과 ‘민간인 사찰’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예정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23일 오전 법사위 전체회의를 소집할 것을 요구하며 “공수처는 불법 사찰을 즉각 중단하고, 관련자를 즉각 처벌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 내부에선 ‘김건희 네거티브’와 ‘선대위 내홍’ 등으로 이어진 악재를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윤 후보와 김종일 총괄선대위원장도 관련 사실을 보고 받고 총력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는 이날 인권위에 “공수처가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을 근거로 영장 없이 특정인의 통신자료를 무차별적이고 무제한적으로 조회하는 것은 영장주의에 반한다”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명백히 침해한다”고 진정을 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은 정보·수사기관은 전기통신사업자에 이용자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 통신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공수처는 법세련 이종배 대표에 대해서도 올 8월 2일, 6일 두 차례 통신 조회를 조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세련은 올 4월 김진욱 공수처장을 상대로 ‘이성윤 서울고검장 황제 조사’ 의혹을 고발하는 등 공수처와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2021-12-22 21:15
[윤석열 인터뷰] “영부인이란 말 안썼으면… 아내, 선거중 등판계획 처음부터 없었다”“후보가 강력한 리더십을 보이면 또 후보 마음대로 한다고 그러지 않겠느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2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준석 당 대표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직책 사퇴 등 선대위 내홍과 관련해 선대위 개편 같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어 “나한테 불만이 있으면 후보와 당 대표 간 관계인데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지 않느냐”며 “(내가) 이 당을 장악하겠다는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선대위를 장악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라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윤 후보는 이날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과 대통령수석비서관 폐지 등 청와대 개혁 방안을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집권시 차기 정부의 밑그림을 내놓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해 ‘과학 방역’을 강조하며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1인당 최대 5000만 원을 현금으로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인터뷰는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이승헌 부국장, 길진균 정치부장, 박용 경제부장, 정원수 사회부장이 참여해 1시간 30여 분 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청와대 직원 30% 줄이겠다”―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 여론보다 윤 후보의 지지율이 약 10%포인트 낮게 나온다. “선대위 구성이 이렇게 늦어질 줄 몰랐다. 집권 후 미래에 대한 청사진 제시가 늦어지고 있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두 번째는 더불어민주당의 네거티브 공격에 대해 제대로 대응이 안 됐다. 우린 (민주당 이재명 후보) 신상에 대해 네거티브 (공격을) 할 생각은 없다. 나도 정치를 처음 하는 사람이라 판단이 금방 안 되는 경우들이 많이 있었다. 연말부터 공약을 국민들에게 계속 발표할 것이다.” ―청와대 축소를 골자로 한 청와대 개혁 방안은 어떤 게 있나. “(집권할 경우) 청와대 인원을 30% 정도 감축하는 것이 목표다. 수석(비서관) 자리를 없앨 생각이 있다.” ―민정수석실 말고 다른 수석비서관실도 없애겠다는 것인가.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할 어젠다 중 임기 내내 해야 할 것에 대해선 정책실을 만들어 인원을 두겠다. 그 외 정책은 비서실 참모들이 대통령과 장관 간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을 연결하고 보좌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겠다. 기구가 아니라 일, 어젠다 중심으로 하겠다.” ―민정수석실이 폐지되면 측근, 가족 비리는 어떻게 막나. “민정수석이 실세들의 비리를 잡아서 조사한 적이 있나. 없다. 지금 민정수석이 (측근 비리를) 누르는 역할을 잘 못한다. 검찰 수사만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비리가 있는) 대통령 가족은 다 구속할 수 있다. 전두환 정권 때도 검찰 수사로 최측근인 처삼촌이 구속됐다. 내부 감찰이 필요하면 검찰과 경찰이 하면 된다.” ―당 경선에서 경쟁했던 홍준표 의원은 민주당 출신 국무총리라도 기용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자리를 가지고 타협, 야합하는 것보다 일 자체를 헌법 원칙에 맞게 합당하게 하는 게 우선이다. 다만 민주당도 권력을 놓게 되면 굉장히 합리적인 정당으로 바뀔 것이다. 영원히 갑질하고 집권하는 세력이 있겠나. 이번 선거에서 정권교체 세력이 약진하면 민주당도 혁신 안 하고 버틸 수 없을 것이다. 나 역시 민주당 상대할 때 행정권을 쥐었다고 해서 무리하지 않겠다.” ―필요하면 민주당 인사도 중용하겠단 얘기인가. “그런 거 가릴 생각 없다.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실용주의를 지향하고,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라는 사고와 헌법 가치만 정확하게 받아들이는 인물이라면 상관없다.” ―이 후보는 인사청문회법을 개정해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자고 제안했다. “내가 집권을 한다면 거대 야당이 비공개로 (도덕성 검증을) 끝내겠나. 국회 안에서 하나 밖으로 유출되나 두들기기는 마찬가지라고 본다. 미국처럼 정말 제대로 (검증 내용을) 밖에 유출했을 때 윤리위원회에서 의원직 박탈 같은 걸 제대로 한다면 모르지만, (한국 같은) 청문회가 존재하는 한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이다.”○ “아내, 공개활동 할지 나도 모르겠다”―부인 김건희 씨는 언제 등판할 계획인가. “영부인이라는 말은 쓰지 맙시다. (아내의 선거 중 등판) 계획은 처음부터 없었다. 제 처는 정치하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 본인이 전시하고 본인 일하는 데서 공개적으로 나설 순 있지만, 남편 정치하는 데 따라다니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약자와의 동행’ 활동에 함께하는 것도 썩 내켜 하지 않았다.” ―선거운동 기간에 아예 동행을 하지 않는다는 건가. “나도 모르겠다. 필요하면 나올 수도 있지만. 하지만 봉사활동을 한다면 그에 대한 소감이 아니라 (자신의) 사건을 물을 게 뻔한데 본인이 그걸 하고 싶겠나.” ―주요 의사결정이나 정치적 결정에 대해 부인과 상의하나. “잘 안 한다. 나하고 그런 얘길 안 하기 때문에 (아내가) 섭섭하게 생각할 때도 있다. 대화할 시간이 없다. 나도 당에 온 지 얼마 안 돼 정치인들을 잘 모르는데, 아내도 정치권에 아는 사람이 없다. 내 정치적 활동과 관련한 대화를 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청와대의 제2부속실도 폐지할 생각인가. “폐지하는 게 맞다고 본다. 대통령 부인은 그냥 가족에 불과하다. (대통령 배우자라는) 법 외적인 지위를 관행화시키는 건 맞지 않는다.”○ “코로나19 방역 위해 개인정보 보호 후퇴 가능”―공약으로 발표한 손실 보상 50조 원 안에 현금·금융 지원이 어떻게 나뉘나. “현금 지원은 43조 원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 1인당 (피해) 등급에 따라 최대 5000만 원까지 지원할 생각이다. 나머지 5조 원 정도는 금융 지원 시드머니로 삼아 보증보험료를 정부가 상당 부분 대납을 해줄 계획이다. 이자율 높은 악성 대출은 이자율 낮은 곳으로 옮겨 탈 수 있게 지원하겠다. 자영업자들의 첫 번째 요구는 금융 지원이다. 대출을 연장해주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손실보상과 관련해 이재명 후보처럼 선(先)보상 후(後)정산 방안을 생각하나. “정산을 어떻게 할 수 있겠나. 줬다가 가져오는 건 말이 안 되는 얘기다. 빨리 (정확한) 기준을 만들어야 하고 그 전에라도 러프한 기준을 만들어 예산이 준비되는 대로 지급해야 한다. 푼돈 자주 주는 건 도움도 안 되고 매표행위밖에 안 된다. 먼저 지원하려면 차라리 금융 지원이 낫다.” ―‘윤석열표 방역정책’은 무엇인가. “코로나19 대응에 의료진만으로는 안 된다. 디지털, 인공지능(AI) 전문가들과 함께 데이터를 공유하면서 플랫폼화시켜야 한다. ‘위드 코로나’는 간단한 결정이 아니다. 과학방역이 되려면 데이터에 근거해 판단하고 정책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그런 기반이 전혀 안 돼 있다. 코로나19로 사람이 죽고사는 문제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도 후퇴할 수 있는 것이다. 절대적인 게 아니다.” ―빅데이터가 융합된 방역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뜻인가. “맞다. 정부 웹사이트를 통합해 ‘원(One)플랫폼’을 구축하고 운용할 수 있는 태스크포스(TF)가 필요하다. ‘구글 정부’, ‘플랫폼 정부’를 만들겠다. 규제개혁 측면과 팬데믹 대처를 위해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방역과 규제 개혁을 위한 플랫폼 정부가 필요하다. 재정지출 구조조정도 정부가 플랫폼화돼야만 가능하다. 최근 영국도 정부 부처 23개를 ‘원 플랫폼’으로 통합했다. (손실보상을 위해) 자영업자들의 매출 피해를 지수화하고, 피해를 등급화해서 배분하는 기준을 만드는 데도 이런 플랫폼이 필요하다.”○ “내가 집권하는 한 검찰공화국 될 일 없어”―도이치모터스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부인에게 아무 문제가 없다고 보나. “1년 6개월 동안 (검찰이) 반부패부를 동원해서 요만한 거라도 찾아내려고 하는데, 경찰 내사보고서가 언론으로 가고, 여당 의원이 고발해 검찰이 수사에 나서는 게 정상적인 나라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아내) 본인은 자신 있다고 한다. (검찰이) 계속 언론 플레이를 한다는 건 수사를 빙자한 선거 개입이다.” ―여당은 윤 후보가 당선되면 검찰공화국이 될 거라고 우려한다. “나는 검찰권이 어떤 것이고, 대통령 권력에 검찰권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잘 안다. 검찰공화국은 대통령이 권력과 검찰의 본질을 모를 때 생기는 일이다. 내가 집권하는 한 검찰공화국이 될 일은 없다.” ―집권 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폐지하나. “(야당) 의석 수가 얼마 안 되니 폐지는 안 되지 않나. (공수처가) 대통령 권력과 커넥트(연결)돼 있기 때문에 무리한 일을 하는 것이다. 대통령 권력과 연결이 안 되게 하고 법대로 하도록 내버려두면 (무리한 일을) 못 한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2021-12-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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