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는 한국 등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를 대상으로 ‘전략 품목’으로 지정한 수입품 관세를 내년부터 최대 50% 인상하게 됐다. 사진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수도 멕시코시티의 소칼로 광장에서 열린 멕시코 혁명 115주년 기념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2025.12.11 [멕시코시티=신화/뉴시스]
멕시코 의회가 10일(현지 시간) 자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한국, 중국 등의 국가에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내년 미국·캐나다·멕시코협정(USMCA) 개정 협상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와의 협상력을 최대한으로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멕시코 상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하원을 통과한 일반수출입세법(LIGIE) 정부 개정안을 찬성 76표, 반대 5표, 기권 35표로 가결했다. 이 법안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셰인바움 정권은 앞서 올 9월 자동차 부품, 철강 및 알루미늄, 플라스틱, 가전, 섬유 등 17개 전략 분야의 1463개 품목을 선정해 최대 관세를 차등 부과하는 안을 발표했다. 현재 0∼35%대 품목별 관세율을 최대 50%까지 올리는 것이 골자다.
셰인바움 정권은 이후 경제단체 등의 의견을 반영해 대부분 품목에는 당초 계획보다 낮은 20~35%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그 대신 중국과의 교역 비중이 높은 일부 품목에는 최대 50% 관세율을 부과할 계획이라고 현지 매체 라호르나다 등이 전했다. 구체적인 관세 품목과 관세율은 조만간 관보에 공개될 예정이다.
이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미국과 패권 경쟁 중인 중국과 거리를 두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멕시코와 중국의 교역은 최근 10년간 2배 이상 늘었다. 미국과의 통상 협상이 끝날 때까지는 중국과 더 밀착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역시 상당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의 멕시코 누적 투자액은 약 92억5000만 달러(약 13조6200억 원)에 달한다. 현재 500여 개 기업이 현지에 진출해있다. 특히, 현지 진출한 완성차 업체들이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기아자동차 멕시코 공장은 생산량의 70% 가까이 북미로 수출하지만, 엔진·변속기 등 핵심 부품은 한국에서 조달하고 있다. 한국산 부품에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 생산 원가 급등으로 최종 목적지인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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