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년들이 묻는다 “왜 우리는 집 때문에 절망해야 하나”

동아일보 입력 2021-04-02 00:00수정 2021-04-0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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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수진 씨(왼쪽)가 자신이 살고 있는 서울 구로구의 청년임대주택 앞에 서 있다. 빈 씨는 “임대주택에 살고 싶어도 못 사는 내 또래 청년들이 아직 많다”며 “청년에겐 더 많은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8년 첫 자가를 마련한 박용화 씨(오른쪽)도 경기 성남시 분당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 앞에 서 있다. 박 씨는 “임대주택은 청년 세대 내 빈부 격차만 더 키우는 미봉책”이란 입장을 고수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집값 폭등에 내 집 마련 기회를 잃은 청년들의 분노와 절망감이 커지고 있다. 청년 임대주택 공급도 턱없이 부족해 최소한의 주거 안정마저 위협받고 있다. 동아일보는 2021년 창간기획 ‘극과 극―청년과 청년이 만나다’를 통해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이들은 사회에서 버려졌다는 박탈감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청년들의 주거 걱정을 해결할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결혼과 출산 감소는 물론이고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집에 대한 인식은 보수인가, 진보인가 성향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진보적 성향은 집을 소유하지 않고 임대로 살아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가 사들여 청년에게 빌려준 매입임대주택은 1만4500채에 불과했다. 공급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서울에선 949채가 공급됐는데 신청자가 3만3683명에 달해 경쟁률이 35 대 1을 넘었다.

보수 성향은 집을 소유하려는 경향이 뚜렷했지만 청년들에게는 현실의 벽이 너무 높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현 정부 출범 당시 6억 원 남짓이었지만 지금은 10억 원에 육박한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 및 대학원 졸업자 중 취업을 한 이들의 평균 연봉은 3115만 원이었다. 서울 중위가격 아파트를 마련하려면 32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

청년들은 대출을 받기도 어렵다. 취업에 성공해도 소득과 금융거래 실적이 적어 은행 문턱이 높기 때문이다. 청년 4명 중 1명이 취업을 포기하거나 그냥 쉬는 상황이다. 안정된 직장을 갖지 못하면 목돈을 만들 기회조차 없다. 정부가 정책을 낼 때마다 오히려 집값이 오르다 보니 “그냥 아무것도 안 했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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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집을 사거나 집주인과 전세계약을 맺은 뒤 청년에게 임대하는 물량을 대폭 늘려야 한다. 아파트를 짓는 데 오랜 기간이 걸리므로 민간 주택을 청년 주택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취업에 성공해 웬만큼 소득이 있는 청년에게는 내 집 마련 기회를 넓혀줘야 한다. 목돈 마련을 돕는 청년내일채움공제 등을 확대하고 대출 기회도 넓혀줄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 민간 주택 건설 활성화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임대든 소유든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주거할 수 있도록 맞춤형 주거 대책을 꾸준히 실행해 청년들을 절망에서 구해내야 한다.
#집값#폭등#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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