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 저렴한 사치품 향수에… 개성 중시 MZ 소비자 몰려
고가 ‘니치 향수’에도 지갑 열어… 매출 15∼25% 늘며 고성장
보디워시, 로션 등도 잘 팔려
경기 불황 속에서 MZ(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나만의 향’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니치 향수 등 고가 향수 판매도 늘어나고 있다. 스페인 럭셔리 브랜드 로에베의 향수 브랜드 ‘로에베 퍼퓸’은 올해 1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단독 대형 매장)를 열며 한국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1층에 마련된 VIP룸(위쪽 사진)과 그 내부에 마련된 ‘조향사의 실험실’ 전시 모습.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향수가 경기 불황 속에서도 자신을 위한 고가 제품에 비용을 아끼지 않는 ‘스몰 럭셔리’의 대표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MZ(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남들과 다른 ‘나만의 향’으로 개성을 드러내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니치 향수 등 고가 향수 판매도 늘어나고 있다.
● 한국에 주목하는 글로벌 향수 업계
스페인 럭셔리 브랜드 로에베의 향수 브랜드 ‘로에베 퍼퓸’은 올해 1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단독 대형 매장)를 열었다. 내부는 컬렉션의 근간이 되는 식물적 요소인 초록색과 파란색 계열로 꾸며졌다. 총 344㎡(약 104평) 규모로 1층에는 VIP룸과 중앙 정원, 포토부스가 마련됐다. 2층은 카페다. 매장에서는 최고가 라인인 크래프티드 컬렉션을 비롯한 주요 향수 라인과 홈 센트(실내용 향수), 목욕 제품 등을 모두 시향해볼 수 있다.
VIP룸에서는 크래프티드 컬렉션 원료를 에센셜 오일 형태로 시향해 볼 수 있는 ‘조향사의 실험실’ 전시가 3월 말까지 진행된다. 2층 카페에서는 토마토, 얼그레이, 블랙 세서미 등 브랜드 캔들 향에서 영감을 받은 시그니처 음료를 즐길 수 있다.
로에베 퍼퓸은 전 세계에서 처음 선보이는 단독 매장으로 서울을 점찍고 매장을 열었다. 한국 향수 소비의 확대에 주목한 것이다. 3일 직접 찾은 매장에서는 평일임에도 적잖은 소비자들이 향수와 핸드워시, 보디로션 등을 직접 체험해 보고 있었다. 매장을 찾은 정한샘 씨(42)는 “향수뿐만 아니라 보디워시, 로션 등 향이 좋은 제품에 관심이 생겨 방문했다”고 말했다. 로에베 퍼퓸을 수입, 판매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들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향수에 대한 관심도 커서 글로벌 향수 브랜드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 향수 넘어 보디워시, 로션까지 인기
향수 브랜드들은 한국 시장에서 고급 향수 소비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샤넬, 디올 같은 대형 브랜드 향수는 물론이고 소규모 공방을 기반으로 한 니치(niche·틈새라는 뜻) 향수까지 폭넓게 소비되고 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 속에서 가방, 보석, 시계 등 고가의 사치품보다는 향수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개성도 표현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여기에 2024년부터 해외여행자의 향수 면세 한도가 60mL에서 100mL로 상향됐고, 1인당 800달러의 면세 한도와 별개로 계산되면서 국내 면세점 업계에서도 해외여행객을 겨냥해 향수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호캉스’가 유행하며 향수를 활용한 어메니티를 경험한 사례가 늘어나며 향수뿐만 아니라 핸드워시, 보디워시, 로션, 헤어미스트 등으로 제품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실제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딥티크, 산타마리아노벨라, 메모파리, 엑스니힐로 등 니치 향수 브랜드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늘었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에서도 니치 향수 매출이 각각 15%, 16.1% 늘었다.
향에 대한 고객들의 니즈가 커지며 브랜드들은 향기의 영역을 청소용 세정제, 반려동물 샴푸 등 생활의 영역까지 확장하는 추세다.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 딥티크는 각종 홈 케어 용품을 선보이고 있다. 해당 제품들은 청소용 클리너, 가죽 케어 로션, 탈취용 캔들 등 매일 일상에서 사용하는 제품이다. 이탈리아 뷰티 브랜드인 산타마리아노벨라도 사람의 향수와 같은 향의 반려동물 전용 디오더런트, 샴푸 등을 판매하고 있다.
연일 높아지고 있는 ‘니치 향수’의 인기에 발맞춰 백화점 업계도 향수와 관련한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노원점에 서울 동북 상권 중 처음으로 메종 마르지엘라 퍼퓸과 로에베 퍼퓸 매장을 입점시켰다. 본점에서는 이날부터 19일까지 향수 브랜드 ‘르라보’와 봄맞이 팝업 스토어도 진행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3개월간 니치 향수 상품군 매출이 25%의 신장세를 보일 정도로 고객의 관심이 높은 상황”이라며 “착향이 가능한 오프라인 공간의 이점을 살려 니치 향수 콘텐츠를 다각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달 13일부터 대구점에서 프랑스 향초 브랜드인 ‘트루동’ 팝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 역시 다양한 향수 브랜드 팝업스토어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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