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택공급 급한데… 국토소위 80여일 ‘휴업’, 후속 법안은 ‘스톱’

  • 동아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다주택자를 압박하며 집값 안정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주택 공급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국회 입법 작업은 반년이 되도록 사실상 멈춰 있다. 6개월 전에 나온 ‘9·7 공급대책’ 관련 법안 23개 가운데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단 4개에 불과하고, 아직 발의조차 안 된 안건도 있다. 법안 논의의 첫 단계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지난해 12월 9일을 마지막으로 80여 일 동안 단 한 차례의 회의도 열리지 않았다.

9·7 대책 후속 법안 19개 가운데 16개는 국회 상임위원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 특히 국토위에 상정된 법안 15개 중 14개는 소위에 회부된 뒤 한 번도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국토위원장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소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 간 힘겨루기 속에 하염없이 처리가 미뤄지고 있다. 공동주택 리모델링 절차 개선, 노후 공공청사 복합개발, 정비사업 절차 간소화 등 공급 확대에 꼭 필요한 법안들이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공공재건축 용적률을 높이는 도시정비법, 국토교통부 장관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권한을 확대하는 부동산거래신고법은 소위를 건너뛰고 지난달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법안 우선순위에서 밀리며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심지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택지를 직접 시행해 공급 속도를 올리는 법안은 아직 발의 자체도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해 9·7 대책으로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 채를 공급하겠다고 했고, 추가로 올해 ‘1·29 대책’으로 수도권 핵심 공공 부지를 활용해 주택 6만 채를 내놓겠다고 했다. 시장이 공급 효과를 체감하려면 하루빨리 착공에 들어가야 하지만, 관련 입법이 지연되면 사업 일정도 뒤로 밀리게 된다. 정부의 공급 정책에 대한 신뢰도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최근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집값이 2년 만에 하락하는 등 시장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주택 공급이 적기에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을 주지 못하면 집값 불안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 신속한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데는 여야 간 큰 이견이 없는 만큼, 시급한 민생 현안인 주택 공급 관련 법안을 더는 지연시켜선 안 될 것이다.


#사설#다주택자#주택 공급#집값 안정#9·7 공급대책#이재명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