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미의 대가” 걸프 6개국 때리는 이란…중동 진출 빅테크도 타깃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3일 20시 24분


사우디·UAE·카타르 등 기간시설 타격
아마존 데이터센터까지 공격 대상으로
美에 ‘전쟁 중단’ 읍소하길 노리는 듯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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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등 6개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에 대한 이란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이 나라들의 산업에 핵심인 원유와 천연가스 관련 에너지 시설은 물론이고 미국 대사관, 미국 빅테크인 아마존의 데이터센터 등으로 이란의 공격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이란은 중동 내 미국 우방국이며 동시에 산유국인 GCC 국가들을 공격해 혼란을 극대화하고, 미국을 압박하는 전략을 펼치는 모양새다. 동시다발적 공격의 배경으로는 이란식 ‘모자이크 방어(Mosaic Defense)’ 전술이 꼽힌다. CNN에 따르면 이 전술은 전국에 흩어진 점조직이 중앙의 지휘 없이 독자적으로 이동식 발사대를 동원해 드론과 미사일을 쏘는 방식이다.

이란과 정면충돌을 최대한 피하려 하는 GCC 국가들이 당장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담수화 시설과 전력 시설같이 식수와 냉방과 연관있어 사실상 ‘생명줄’로 통하는 핵심 인프라를 공격당하면 GCC 국가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이란, 친미 GCC 국가 때리기 본격화

2일(현지 시간) 이란은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1, 2위를 다투는 카타르의 라스라판 LNG 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했다. 이 여파로 국영 카타르에너지가 LNG 생산을 중단해 유럽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장중 최대 50% 가까이 치솟았다. 이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4년 만에 가장 큰 하루 상승 폭이다. 이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최대 규모인 라스타누라 정유시설과 쿠웨이트의 아흐마디 정유시설도 드론 공격으로 가동이 일시 중단됐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습 직후에는 GCC 국가 내 미군기지에 집중됐던 이란의 공격이 외교공관, 경제시설 등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미국대사관이 이란 혁명수비대 소행으로 추정되는 두 대의 드론 공격을 받아 공관 직원들이 대피했다고 전했다.

이란은 2020년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중재로 이스라엘과 수교했고, 과거 영토 분쟁을 벌였던 UAE에 특히 공세를 집중하고 있다. 이란은 1일 UAE에 탄도미사일 170발, 순항미사일 8발, 드론 700대를 동원해 공격했다. 또 2일에는 UAE 두바이에 있는 아마존의 데이터센터에 드론 공격을 가했다. 아마존,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의 주요 빅테크들이 UAE를 중동의 인공지능(AI) 거점으로 삼고 다양한 인프라 구축 및 투자에 나선 점을 겨냥한 공격이란 해석이 나온다.

GCC 국가들의 안보 상황이 심상치 않자, 트럼프 행정부는 중동 14개 지역에 여행 경보를 발령하고 자국민의 철수를 권고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나흘째 이란을 공격하고 있다. 중동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는 3일(현지 시간)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부와 지휘시설, 이란 전역의 방공망과 미사일·드론 발사시설 등을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테헤란 소재 국영 이란이슬람공화국방송(IRIB)을 폭격했다. 이에 적신월사는 2일 기준 이란 내 누적 사망자 수가 787명이라고 전했다. 미국 측 누적 사상자 수는 2일 기준 미군 총 6명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란은 걸프국의 경제 혼란을 극대화해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쟁을 끝내라고 간청하게 만드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생명줄’ 식수-전기 공격시 일촉즉발 위기

다만 GCC 국가들이 이란에 대해 곧바로 보복 공격할 가능성은 아직 낮다. 카타르 걸프타임스는 “GCC는 전쟁에 참여한 적이 없으며 항상 방어적 태세를 취해 왔다”고 전했다. 오만은 최근 미-이란 핵협상을 중재했고, 카타르 역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휴전 협상을 중재하며 비교적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다. 또 카타르는 세계 최대 해상 천연가스전을 이란과 공유하는 사이다.

다만 피해가 커지면서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게 변수다. UAE는 이란에 맞서 GCC 차원의 공동 행동에 나서자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과 긴장 완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던 카타르에서도 “배신당했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마제드 알 안사리 카타르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 국민에 대한 공격에는 대가가 따라야 한다”고 했다.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는 이들 국가는 이란과 걸프만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다. 이런 지리적 인접성 덕분에 이라크, 요르단을 거쳐야 도달할 수 있는 이스라엘에 비해 이란엔 상대적으로 ‘쉬운 표적’일 수밖에 없다. 또 국방력 측면에서도 GCC 국가들은 이스라엘보다 훨씬 취약하다. 사우디는 앞서 2019년 9월 이란이 지원하는 예멘의 무장단체 후티 반군으로부터 원유시설 공격을 받아 한 달간 가동을 중단했다. 그해 5월 미국이 대(對)이란 경제 제재를 강화하자, 이란이 만만한 사우디를 대신 공격한 것.

알자지라방송은 이란이 담수화 시설이나 전력 시설 등 걸프국들의 생명줄을 타격한다면 분쟁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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