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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이란의 석유 시설 공격을 논의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이틀 전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이 보복 차원에서 산유국 이란의 석유 시설을 공습하는 방안을 이스라엘 측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으로 같은 날 미 뉴욕 상업거래소의 11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도 5% 넘게 올라 한 달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유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CNBC 등에 따르면 일부 원유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교전이 장기화하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급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앤드루 베일리 영국중앙은행(BOE) 총재 또한 중동 긴장 고조로 1970년대식 ‘오일쇼크’(석유 파동)가 발발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또한 이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신정일치 국가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4일 수도 테헤란에서 지난달 27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전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장례식을 주재했다. 이슬람 휴일인 금요일에 열린 이날 행사에서 하메네이는 사흘 전 이스라엘 공습이 나스랄라 사망에 대한 “최소한의 처벌”이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필요하면 이스라엘을 다시 공격할 것”이라고 했다. 하메네이의 금요 예배 집전은 2020년 1월 미국에 암살된 가셈 솔레이마니 전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장례식 이후 4년 9개월 만이다.● “유가 200弗-오일쇼크” 우려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타격하는 것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논의하고 있다(in discussion)”고 답했다. 또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을 허용하느냐’는 질문에는 “이스라엘에 ‘허가’ 하는 게 아니라 ‘조언’ 하고 있다”며 보복을 막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발언이 알려진 후 WTI,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가격은 각각 전일 대비 5.15%, 5.03%씩 오른 73.71달러, 77.62달러에 마감했다. 두 가격 모두 한 달 최고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주요 회원국인 이란은 전 세계 일일 생산량의 약 4%인 하루 최대 4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한다. 특히 이란과 오만 사이의 호르무즈해협은 전 세계 원유의 주요 수송 통로로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상당량 또한 이 해협을 거친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이 이스라엘의 보복에 ‘맞보복’ 하기 위해 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경우 전 세계 원유 유통 또한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스웨덴 은행 ‘SEB’의 비야르네 쉴드롭 수석 상품분석가는 CNBC에 출연해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공격하면 원유 가격이 배럴당 20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베일리 총재 또한 “상황이 정말 나빠지면 원유 가격 상승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며 오일쇼크를 우려했다.● 이, 헤즈볼라 새 수장 사피엣딘 암살 시도 이런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교전이 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3일 헤즈볼라의 새 지도자로 유력한 하솀 사피엣딘을 겨냥한 공습을 단행했다. 사피엣딘은 나스랄라의 사촌이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사피엣딘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의 지하 벙커에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이후 약 24km 떨어진 곳의 건물이 흔들릴 만큼의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다. 사피엣딘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같은 날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사령관 자히 야세르 압드 알라제크 우피 또한 공습으로 암살했다. 그는 이틀 전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에서 팔레스타인 남성 2명이 총기와 흉기를 휘둘러 시민 7명을 숨지게 한 테러의 배후로 꼽힌다. 헤즈볼라 또한 3일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군 17명을 사살했다”고 맞섰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스라엘과 이란의 석유 시설 공격을 논의하고 있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이틀 전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이 보복 차원에서 산유국 이란의 석유 시설을 공습하는 방안을 이스라엘 측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으로 같은 날 미 뉴욕 상업거래소의 11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도 5% 넘게 올라 한 달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유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CNBC 등에 따르면 일부 원유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교전이 장기화하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급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앤드루 베일리 영국중앙은행(BOE) 총재 또한 중동 긴장 고조로 1970년대식 ‘오일쇼크’(석유 파동)가 발발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또한 이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신정일치 국가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4일 수도 테헤란에서 지난달 27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전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장례식을 주재했다. 이슬람 휴일인 금요일에 열린 이날 행사에서 하메네이는 사흘 전 이스라엘 공습이 나스랄라 사망에 대한 “최소한의 처벌”이었다고 주장했다.특히 그는 “필요하면 이스라엘을 다시 공격할 것”이라고 했다. 하메네이의 금요 예배 집전은 2020년 1월 미국에 암살된 가셈 솔레이마니 전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장례식 이후 4년 9개월 만이다.● “유가 200弗-오일쇼크” 우려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타격하는 것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논의하고 있다(in discussion)”고 답했다. 또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을 허용하느냐’는 질문에는 “이스라엘에 ‘허가’ 하는 게 아니라 ‘조언’ 하고 있다”며 보복을 막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이 발언이 알려진 후 WTI,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가격은 각각 전일 대비 5.15%, 5.03%씩 오른 73.71달러, 77.62달러에 마감했다. 두 가격 모두 한 달 최고치다.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주요 회원국인 이란은 전 세계 일일 생산량의 약 4%인 하루 최대 4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한다. 특히 이란과 오만 사이의 호르무즈해협은 전 세계 원유의 주요 수송 통로로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상당량 또한 이 해협을 거친다.이런 상황에서 이란이 이스라엘의 보복에 ‘맞보복’ 하기 위해 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경우 전 세계 원유 유통 또한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스웨덴 은행 ‘SEB’의 비야르네 쉴드롭 수석 상품분석가는 CNBC에 출연해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공격하면 원유 가격이 배럴당 20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베일리 총재 또한 “상황이 정말 나빠지면 원유 가격 상승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며 오일쇼크를 우려했다.● 이, 헤즈볼라 새 수장 사피엣딘 암살 시도이런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교전이 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3일 헤즈볼라의 새 지도자로 유력한 하솀 사피엣딘을 겨냥한 공습을 단행했다. 사피엣딘은 나스랄라의 사촌이다.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사피엣딘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의 지하 벙커에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이후 약 24km 떨어진 곳의 건물이 흔들릴 만큼의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다. 사피엣딘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았다.이스라엘은 같은 날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사령관 자히 야세르 압드 알라제크 우피 또한 공습으로 암살했다. 그는 이틀 전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에서 팔레스타인 남성 2명이 총기와 흉기를 휘둘러 시민 7명을 숨지게 한 테러의 배후로 꼽힌다. 헤즈볼라 또한 3일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군 17명을 사살했다”고 맞섰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란이 1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본토의 군사기지 3곳에 극초음속미사일 ‘파타-1’을 포함해 180∼200여 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진실의 약속(True Promise) 2’ 작전을 단행했다. 올 4월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습한 ‘진실의 약속 1’ 작전을 감행한 지 6개월 만이다.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2일 수도 테헤란에서 “미국과 몇몇 유럽 국가는 중동에서 나가라”고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에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보복을 예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미군에 “이스라엘 방어를 지원하라”고 명령해 중동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일 우리 국민의 철수를 위해 현지에 “군 수송기를 즉각 투입하라”고 지시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주도한 이란 혁명수비대는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을 지난달 27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숨진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와 혁명수비대 작전부사령관 아바스 닐포루샨, 올 7월 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숨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의 죽음에 대한 보복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모두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했다. 이번 공격을 놓고 혁명수비대는 “미사일의 90%가 목표물에 성공적으로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스라엘 측은 대부분 요격됐다고 맞섰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공격으로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 등에서 최소 4명이 부상당했고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에선 1명이 숨졌다. 양측의 전면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금융 및 원자재 시장도 요동쳤다. 2일 뉴욕상업거래소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장중 한때 전일 대비 3.5% 오르는 등 급등 출발했다. 1일에도 장중 한때 5% 올랐다가 2.44% 상승 마감했다. 다만 2일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소폭 하락 출발했다.‘저항의 축’ 붕괴위기에 이란 나서… 이스라엘 내부 “석유시설 보복”이란, 이스라엘에 미사일 200발 발사강경파, 하메네이 설득해 공격… 이스라엘, 다층 방어망으로 요격이란 “추가보복 안하면 공격 종료”… 이스라엘 “핵시설 등 파괴” 별러“이란이 강하게 보이는 방법은 이스라엘 직접 공격뿐이다.” 1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본토에 180∼200여 발의 탄도미사일로 직접 공격을 가한 배후에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설득한 이란 내 강경파가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영국 더타임스 등이 분석했다. 이들은 지난달 27일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졌을 때부터 ‘강경 대응’을 주장했다. 경제난 해결과 서방과의 ‘핵 협상’ 재개 등을 강조하는 유화파가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반대했지만 하메네이가 최종적으로 강경파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강경파들은 최근 이스라엘의 맹공으로 중동 내 친이란, 반(反)이스라엘·반미국 무장세력을 의미하는 ‘저항의 축’에서 핵심 격인 헤즈볼라가 무력화되고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또 저항의 축 결집과 유지를 위해선 직접적이면서도 강경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스라엘은 단거리미사일 방어체계 ‘아이언돔’, 중거리미사일 방어체계 ‘다윗의 돌팔매’, 탄도미사일 방어체계 ‘애로’로 구성된 ‘다층 방공망’을 가동해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 대부분을 요격했다. 중동에 배치된 미군 구축함 2척도 12기의 요격미사일을 발사해 이스라엘 방어를 도왔고, 영국도 이 작전에 동참했다. 다만 이란의 미사일이 이스라엘 서부 헤르츨리야의 글릴로트 기지 인근에 최소 2발이 떨어졌다. 이곳은 모사드 본부로부터 1km밖에 떨어지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에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보복을 예고했다. 양측 모두 ‘강 대 강’ 전략을 고수하면서 중동의 전운이 고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강경파, 하메네이 자택서 “이 공격” 주장 NYT 등에 따르면 나스랄라 사망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하메네이 자택에서는 강경파와 유화파의 격론이 벌어졌다. 사이드 잘릴리 전 외교차관, ‘정부 위의 정부’로 불리는 이란 혁명수비대 수뇌부 등 강경파는 “이스라엘 즉각 공격”을 주장했다. 마수드 페제슈키안 대통령 등 온건파는 공격의 효과, 경제난 등을 우려해 반대했다. 온건파는 “네타냐후 총리가 광범위한 전쟁을 유발하기 위해 파놓은 함정에 말려드는 꼴”이라고 우려했다. 격렬한 토론이 오가는 과정에서 일부 온건파조차 “나스랄라와 같은 장소에서 숨진 아바스 닐포루샨 혁명수비대 작전부사령관 사망에 대응을 하지 않은 건 잘못”이라고 주장하자 결국 하메네이의 마음도 돌아섰다는 것이다. 하메네이는 4일 테헤란에서 예배도 직접 주관하기로 했다고 NYT는 전했다. 금요일인 이날은 이슬람의 안식일이다. 하메네이는 국가 안보에 관한 특별한 상황에서만 금요 예배를 집도한다. 다만 아바스 아라그치 외교차관은 소셜미디어 X에 “이스라엘이 추가 보복을 자초하지 않는다면 이란의 보복도 종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격이 ‘제한적 보복’이며 확전 의사는 없다는 점을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 “이란 석유시설 등 보복” 하지만 이스라엘은 강경 대응을 분명히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를 공격하면 누구라도 공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온건파로 꼽히는 나프탈리 베네트 전 총리도 X에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에너지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지금 행동해야 한다”며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도 이스라엘이 이란 석유 시설 공격, 주요 인사 표적 암살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레바논 남부에 지상군을 투입한 이스라엘군은 현지에서 작전을 강화하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2일 레바논 남부 오다이시 일대에서 이스라엘군과 헤즈볼라의 교전이 벌어져 최소 2명의 이스라엘군이 숨졌다. 이날 예멘의 친이란 무장단체 후티 반군도 이스라엘에 ‘쿠드스5’ 로켓을 발사하며 이란을 지원했다고 알자지라가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란이 대량의 탄도미사일로 이스라엘을 공격한 1일(현지 시간) 중동에서 전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국제 유가가 크게 올랐다. 유가는 2일에도 큰 폭의 오름세를 이어갔다. 안전자산인 금값도 1일 한때 사상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반면 증시와 가상화폐 시장은 크게 주저앉았다.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이란의 미사일 발사 소식에 장중 한때 5.5% 이상 치솟았다. 이란의 공격이 끝난 뒤에야 전장 대비 1.66달러(2.44%) 오른 배럴당 69.83달러에 장을 마쳤다. ICE 선물거래소의 12월 인도분 브렌트유 역시 장중 한때 5%까지 상승했다가 전장 대비 1.86달러(2.59%) 상승한 73.56달러에 마감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보복을 천명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란의 석유 인프라가 공격당할 경우 국제 유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 경제 매체 CNB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가입국 중 세 번째로 생산 규모가 큰 이란이 갈등 당사자가 되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량의 최대 4%가 위험에 처하게 됐다”며 “공격을 받거나 더 큰 제재를 받으면 가격이 다시 배럴당 100달러로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WTI 가격은 2일에도 3% 이상 급등 출발했다. 중동 정세의 긴장 고조로 당분간 유가가 계속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안전자산에 수요가 몰리면서 금값은 크게 상승했다. 1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12월물은 온스당 0.9% 오른 2690.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 현물은 장중 사상 최고치인 2685.42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2일 시장에서는 소폭 하락했다. 국제 유가, 금값과 달리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주식시장과 비트코인은 하락세를 보였다. 1일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모두 하락 마감했다. 2일 주요 지수 또한 소폭 하락 출발했다. 비트코인은 1일 시장에서 한때 전날보다 5% 가까이 급락해 6만1000달러 선이 무너졌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에 180∼200여 발의 탄도미사일을 쏜 1일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에서는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내 헤브론 출신의 팔레스타인 남성 2명이 총격 및 흉기 테러를 자행했다. 이로 인해 최소 7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일부 부상자는 중태에 빠져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두 남성이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 등과 연루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헤즈볼라는 2일 텔레그램 계정에 테러 당시 상황으로 추정되는 영상을 공유하며 “순교 작전 장면”이란 글을 올렸다. BBC,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경 텔아비브 남부 야파의 한 경전철역 부근에서 아흐마드 하이마니(25), 무함마드 마스크(19)가 각각 소총과 흉기를 든 채 시민을 무차별 공격했다. 두 사람은 전철 안에서 총을 쏜 뒤 열차에서 내려 계속 공격을 가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두 사람이 승강장을 성큼성큼 걸어가다가 울타리 너머 도로로 총을 겨누거나, 거리에 쓰러진 피해자의 모습 등이 담긴 영상이 확산되고 있다. 마스크는 현장에서 사살됐고 하이마니는 중상을 입었다. 이 사건이 발생한 지 약 40분 뒤에는 이란이 이스라엘 군사 기지 3곳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이스라엘 전역에 공습 경보가 울려 퍼졌다. 외신들은 “시민들이 방공호로 대피하는 동안 경찰들이 현장을 수습했다”고 전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두 남성은 테러 도중 아랍어로 ‘신은 위대하다’는 뜻인 “알라후 아크바르”를 외쳤다. 일간 하아레츠는 경찰 관계자를 인용해 두 사람이 범행 전 야파 인근의 이슬람 사원(모스크)에서 나오는 모습이 보안 카메라에 포착됐다고 전했다. 이에 군경이 해당 모스크를 조사하고 범행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검거했다고 덧붙였다. 야파 인구의 약 3분의 1은 아랍계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의 극우 정치인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팔레스타인 탄압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테러와 해당 모스크가 관련이 있다면 사원을 폐쇄하고 철거해야 한다”고 했다.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도 “두 범인의 가족을 가자지구로 추방하고, 그들의 집을 파괴하라”고 했다. 실제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1일 밤∼2일 새벽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일대에서 대규모 공습 및 지상전을 벌여 최소 51명이 숨지고 82명이 다쳤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란이 대량의 탄도미사일로 이스라엘을 공격한 1일(현지 시간) 중동에서 전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국제 유가가 크게 올랐다. 유가는 2일에도 큰 폭 오름세를 이어갔다. 안전자산인 금값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반면 증시와 가상화폐 시장은 큰 폭으로 주저앉았다.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이란의 미사일 발사 소식에 장 중 한때 5.5% 이상 치솟았다. 이란의 공격이 끝난 뒤에야 전장 대비 1.66달러(2.44%) 오른 배럴당 69.83달러에 장을 마쳤다. ICE 선물거래소의 12월 인도분 브렌트유 역시 장 중 한때 5%까지 상승했다가 전장 대비 1.86달러(2.59%) 상승한 73.56달러에 마감했다.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보복을 천명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란의 석유 인프라가 공격당할 경우 국제 유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가입국 중 세 번째로 생산 규모가 큰 이란이 갈등 당사자가 되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량의 최대 4%가 위험에 처하게 됐다”며 “공격을 받거나 더 큰 제재를 받으면 가격이 다시 배럴당 100달러로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WTI 가격은 2일 시장에서도 3% 이상 급등 출발했다. 중동 정세의 긴장 고조로 당분간 유가가 계속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안전자산에 수요가 몰리면서 금값은 크게 상승했다. 1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12월물은 온스당 0.9% 오른 2690.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 현물은 장중 사상 최고치인 2685.42달러를 기록했다.국제 유가와 금값과 달리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주식시장과 비트코인은 하락세를 보였다. 1일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모두 하락 마감했다. 2일 주요 지수 또한 모두 하락 출발했다. 비트코인은 1일 시장에서 한때 전날보다 5% 가까이 급락해 6만1000달러 선이 무너졌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레바논은 중동에서 보기 드문 다종교 국가다. 1970년대 중반까지 중동의 금융, 교육, 문화 중심지였던 수도 베이루트는 한때 ‘중동의 파리’로 불릴 만큼 개방성이 높은 도시였다. 또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에 유럽과 중동 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건축물로 유명해지면서 관광 산업도 발달했다. 하지만 1975∼1990년 내전이 발발하고 인접국의 패권 다툼에도 휩쓸리며 ‘중동의 화약고’로 전락했다. 최근에는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충돌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종교는 레바논 사회의 주요 갈등 원인이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약 530만 명인 레바논 국민의 종교 비율은 이슬람 시아파 32.2%, 수니파 31.2%, 기독교 30.5% 등이다. 기독교의 경우 마론파, 그리스 정교, 개신교 등으로 나뉘어 있다. 레바논은 종교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1943년 건국 때부터 종파별로 의회 의석을 배분했다. 대통령(기독교), 총리(수니파), 국회의장(시아파) 등 주요 직책을 나눠 갖는 독특한 정치 체제를 채택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탄압을 피하려는 팔레스타인 난민이 대거 레바논으로 유입되면서 아슬아슬한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 15년간의 내전 또한 기독교도 민병대와 팔레스타인 난민의 갈등이 주요 원인이었다.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맞서 헤즈볼라가 출범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헤즈볼라는 ‘시아파 맹주’ 이란의 전폭적 지원 속에서 급성장했고 이스라엘과 계속 충돌했다. 2006년 ‘34일 전쟁’ 때는 공항, 통신 시설, 물류 인프라 등이 대거 파괴됐다. 경제 역시 파탄 일로를 걸었다. 레바논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고 실업률이 치솟았고, 2020년 8월 발생한 베이루트 항구 폭발 사고로 그해 경제가 ―21.4% 역성장했다. 정치권도 친헤즈볼라와 반(反)헤즈볼라 세력으로 쪼개졌다. 2022년 10월 임기가 종료된 친헤즈볼라 성향 미셸 아운 전 대통령의 후임자는 2년째 선출하지 못하고 있다. 국립레바논대 사회학 박사인 이경수 한국외국어대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레바논 사람들은 장기간의 정치 불안과 경제난으로 지쳐 있고,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한 두려움으로 패닉에 빠진 상황”이라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스라엘이 30일(현지 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도심을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이후 처음 공습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은 “이번 공습으로 지휘관 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또 이스라엘은 지난달 29일 예멘의 친(親)이란 무장단체인 후티 반군(후티)의 군사시설, 발전소, 항구 등을 공군력을 대거 동원해 공격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물론 후티까지 연쇄 공격하면서 이란을 주축으로 한 중동의 반(反)미국, 반이스라엘 세력인 ‘저항의 축’과 이스라엘의 전면전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하마스에 이어 최근 헤즈볼라까지 크게 약화시킨 이스라엘이 계속 다른 무장단체에 대한 공습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30일 새벽 베이루트 남서부 알콜라의 아파트 한 채가 이스라엘군의 무인기(드론) 공습을 당했다. 이 여파로 PFLP의 지휘관 3명 등이 숨졌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29일 수십 대의 군용기를 동원해 약 1800km를 날아가 후티가 장악 중인 예멘 남부의 호데이다, 라스이사 등의 주요 시설을 공격했다. 이로 인해 최소 4명이 숨졌다. 이번 공습은 지난달 28일 후티가 이스라엘 벤구리온 공항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풀이된다. 이 공격 당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 참석한 뒤 귀국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동의 전면전을 피해야 한다”며 네타냐후 총리와 대화할 뜻을 밝혔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잃은 헤즈볼라는 나스랄라의 사촌인 하솀 사피엣딘을 새로운 최고 지도자로 선출할 전망이다. 헤즈볼라 서열 2위 나임 카셈 사무차장은 30일 “이스라엘의 (레바논) 지상군 투입에 준비되어 있다”고 밝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스라엘이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하산 나스랄라 최고지도자를 암살하고 예멘 후티 반군(후티) 등으로 공격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지원해 온 이란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중동 내 영향력 확대 역할을 해온 ‘안보 자산’인 무장단체들이 큰 타격을 입는 상황에서도 이스라엘의 막강한 군사력과 정보력에 밀려 뚜렷한 대응책을 못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 대한 대응을 둘러싸고 이란 정부 내 강경파와 온건파 간 갈등도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9일 뉴욕타임스(NYT)는 신정 일치 정치체제인 이란의 국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나스랄라 사망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이란혁명수비대(IRGC) 간부 등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NYT에 따르면 나스랄라가 암살된 직후 하메네이의 자택에서 긴급 국가안보회의가 열렸고 당시 IRGC 관계자 등 강경파 인사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을 공격하기 전에 먼저 이스라엘을 타격해 억지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7월 취임한 마수드 페제슈키안 대통령 등 온건파 인사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확전을 위해 쳐놓은 덫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반대했다.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서방과의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협상 재개를 통한 경제 제재 완화를 강조하고 있다. 회의는 일단 직접 개입은 하지 않으면서 헤즈볼라를 재건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한다. 이란은 지난달 17, 18일 무선호출기(삐삐)와 무전기 동시 폭발 테러에 이어 핵심 지도부 암살로 큰 타격을 입은 헤즈볼라의 통신과 지휘체계 등을 복구하기 위해 조만간 IRGC 고위 사령관을 레바논에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하메네이는 이스라엘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메네이는 지난달 28일 성명에서 “헤즈볼라가 저항군의 선봉에 나서 중동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또 별도 성명을 통해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에 대한 저항군의 공격은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고도 했다. 보복 의지는 강조했지만 이란의 직접 개입과 세부적인 보복 방식은 밝히지 않은 것이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새넘 배킬 중동국장은 “현재 이란은 어떤 행동을 해도 패배로 이어지는 상황에 처했다”며 “하메네이가 직접 보복을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NYT에 말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스라엘이 ‘레드라인(red line·저지선)’이 없는 지점에 도달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이어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후티)까지 공격하자 아랍권 최대 언론 알자지라가 이같이 진단했다.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 등을 잇달아 암살한 이스라엘이 중동의 반(反)미국, 반이스라엘 세력을 의미하는 이른바 ‘저항의 축’과의 확전에 나서고 있다는 의미다. 이를 주도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국내 여론의 지지에 힘입어 계속해서 ‘강공 드라이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나스랄라의 암살 이틀 뒤인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공개된 이스라엘 ‘채널12’ 방송 여론조사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율은 43%를 기록했다. 열흘 전 35%였던 지지율이 8%포인트 올랐다. ● 이 전투기, 1800km 날아가 후티 공습로이터통신과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29일 후티가 장악 중인 예멘 남부의 호데이다, 라스이사의 군사시설, 발전소, 항구 시설 등을 집중 공격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1800km 떨어진 예멘 남부를 공격하기 위해 이스라엘군은 전투기, 공중급유기, 정찰기 등 수십 대의 군용기를 출격시켰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예멘에서는 최소 4명이 숨지고 40명이 부상을 입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더 먼 곳까지 갈 수 있고, 더 정확한 타격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격은 지난달 28일 후티가 이스라엘의 ‘경제중심지’인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 일대로 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한 보복 차원이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7월 후티가 텔아비브 일대를 무인기(드론)로 공격해 1명이 숨지자 당시에도 호데이다에 보복 공습을 단행했다. 후티, 헤즈볼라의 배후에 있는 이란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스랄라가 암살된 후 이란 국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보복을 강조한 가운데 이들의 결집을 막기 위해 후티에 대해서도 강경 대응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3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도심에도 공습을 단행했다. 이 여파로 남서부의 주택가 알콜라 지구에 있는 아파트 한 채가 부서졌고 최소 4명이 숨졌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은 이날 공습으로 지휘관 3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PFLP는 지난해 10월 발발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에 관여하지 않은 조직이다. 그런데도 이들 지휘관까지 사살한 것을 두고 이스라엘이 적을 (무제한) 공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것처럼 행동한다고 알자지라는 진단했다. ● 네타냐후, 지지율 급등-의석 확대 네타냐후 총리는 지지율 상승을 포함해 국내 여론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4석을 보유한 보수 성향 ‘새희망’당을 이끄는 기드온 사르 대표가 네타냐후 총리의 극우 연정에 합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은 전체 의석 120석 중 68석을 차지하게 됐다. 사르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가 속한 집권 리쿠드당의 동료였다. 2020년 네타냐후 총리의 뇌물 수수 의혹을 계기로 결별했다. 하지만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뒤 네타냐후 총리와 의견이 같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연정 합류 이유를 설명했다. 당분간 네타냐후 총리가 강경책을 고수할 여건이 마련되면서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지 매체 하레츠는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에 완전히 관심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는 헤즈볼라, 이란과의 전선에 집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이스라엘이 27일(현지 시간)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64)를 암살했다.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지상군 투입 및 헤즈볼라와의 전면전 가능성이 높아지며 중동 전역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도 “모든 저항군은 헤즈볼라를 지원하라”며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란이 참전할 경우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도 개입할 가능성이 커 중동 지역 내 긴장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나스랄라, 알리 카라키 헤즈볼라 남부 사령관 등 테러집단(헤즈볼라)의 고위 지휘관이 전날 공습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나스랄라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다히예의 주거용 건물 18m 지하에서 회의를 주재하던 중 ‘벙커버스터’(지하 콘크리트 구조물을 뚫고 들어가 터지는 폭탄)인 BLU-109 등을 이용한 ‘정밀 공습’을 당했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 간부들은 이스라엘 국민을 상대로 한 테러 활동을 조율하고 있었다”며 이번 작전명을 ‘새 질서(New Order)’라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나스랄라를 “테러범”이라고 부르며 그의 제거가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앞으로 며칠간 상당한 도전이 있을 것”이라며 이란을 향해 이스라엘 공격을 시도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헤즈볼라는 성명에서 나스랄라의 사망을 확인하며 “가자와 팔레스타인을 지원하고 레바논과 그 굳건하고 명예로운 국민을 지키기 위해 이스라엘과 전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헤즈볼라의 후원자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전 세계 무슬림을 향해 “레바논 국민과 자랑스러운 헤즈볼라를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지하고 이스라엘의 사악한 정권에 맞서도록 도와 달라”고 촉구했다. 이란은 압바스 닐포루샨 이란 혁명수비대 부사령관도 함께 숨졌다고 공개했다. 닐포루샨은 레바논, 시리아 등에서 이란의 군사 작전을 담당해 왔던 인물이다. AP통신은 이번 암살에 대해 “이스라엘이 수년간 수행한 표적 살인 중 ‘가장 크고 중대한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미국 ABC는 이스라엘군이 조만간 레바논 국경을 넘어 헤즈볼라를 추가로 제거하는 소규모 지상전을 시작하거나 이미 시작했을 수 있다고 29일 보도했다. 헤즈볼라의 후원자인 이란과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 또한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나스랄라의 시신이 29일 수습됐고, 온전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또 나스랄라의 사망 원인은 폭발 충격에 따른 흉부 압박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벙커버스터 등 100여발, 2초간격 퍼부어… 지하 7층 깊이 초토화[헤즈볼라 수장 암살]이스라엘, 1년 동안 암살작전 준비… 네타냐후 유엔 참석은 ‘연막 전술’F-15I 8대 출격해 폭탄 집중 투하… 벙커버스터, 콘크리트 꿰뚫고 폭발소나기 공습으로 지하층 연쇄 파괴“전투기들이 타깃 지점에 2초마다 폭탄 1발씩, 100여 발을 쏟아붓는 작전이 완벽하게 들어맞았다.”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정밀 공습을 통해 27일(현지 시간) 암살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직후부터 1년 가까이 ‘나스랄라 암살 작전’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스랄라를 제거하기 위해 광범위한 정보 수집을 진행했고, 치밀한 작전 계획을 수립했던 것. 작전을 지휘한 이스라엘 하체림 공군기지 사령관 아미하이 레빈 준장은 28일 “오랫동안 준비한 작전”이라며 “그의 사망으로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 달성에 한층 더 가까워졌다”고 밝혔다.특히 이스라엘은 지하 18m 아래 벙커에 있던 나스랄라를 암살하기 위해 이른바 ‘벙커버스터’(지하 콘크리트 구조물을 뚫고 들어가 터지는 폭탄)인 BLU-109 등 폭탄 100여 발을 순식간에 순차적으로 투하하는 작전을 시도했다. 이에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다히예 지역의 헤즈볼라 벙커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에 대해 논의하고 있던 나스랄라는 대피하거나 저항할 틈도 없이 목숨을 잃었다. 또 나스랄라가 머물던 건물을 비롯해 인근의 4개 건물이 초토화됐다.● “벙커버스터 등 폭탄 100여 발 2초마다 연쇄 발사”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번 작전에 공군 69비행대대의 F-15I 전투기 8대를 동원했다. 하체림 공군기지에서 벙커버스터를 장착한 전투기들이 다히예 지역으로 출격해 작전을 수행했다. 전직 미 육군 폭발물 기술자인 트레버 볼은 “(전투기 8대에) 2000파운드(약 907kg)에 이르는 BLU-109가 최소 15발 탑재된 것으로 보인다”고 NYT에 전했다. BLU-109는 2m 두께의 콘크리트 벽을 뚫을 수 있는 폭탄으로, 목표물에 도달해 내부로 파고든 뒤 폭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한다.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나스랄라는 당시 지상에서 60피트(약 18.3m) 아래인 벙커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대응 방식을 논의하고 있었다. 통상적인 건물 한 층 높이(2.5∼3m)를 고려하면 해당 벙커는 지하 7층 정도 깊이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 공군은 지하 깊이 여러 층으로 나뉜 벙커를 뚫기 위해 해당 벙커가 있는 건축물에 2초에 1발씩 100여 발을 연이어 투하했다. 먼저 투하한 폭탄이 위쪽 콘크리트를 박살내면 다음 폭탄이 아래로 내려가 터지는 방식이다.이스라엘군 고위 관계자는 WSJ에 “지하 60피트 지점을 타격하려면 ‘연쇄 폭발’을 통한 통로 만들기가 중요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7월 하마스 지휘부 공격에도 비슷한 방식의 벙커버스터 투하 작전을 진행하며 효과를 검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미국 만류에도 1년 동안 준비”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하마스와의 전쟁이 시작된 뒤 나스랄라 암살을 준비했고, 미국에 관련 계획도 전달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하지만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나스랄라를 암살하면 전쟁이 중동 전체로 번질 수 있다”며 만류했다고 한다.미국의 반대에 당장 작전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이스라엘은 나스랄라를 암살하기 위해 추적을 계속했고, 최근 정확한 나스랄라의 위치를 파악해냈다. 나다브 쇼샤니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나스랄라가 작전 지역에서 또 다른 고위급 테러리스트들과 접촉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특히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 참석한 것도 헤즈볼라를 방심하게 하기 위한 계략이었다. 텔레그래프는 이스라엘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는 유엔 연설 전에 작전을 승인했다”며 “나스랄라는 네타냐후 총리의 연설을 지켜보던 중 공습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NYT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전 중동 선임분석가 칩 어셔를 인용해 “이번 작전의 성공 비결은 선택과 집중, 그리고 인내심”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2006년 헤즈볼라와의 ‘34일 전쟁’에서 사실상 패배했다는 평가를 받은 뒤 대(對)헤즈볼라 첩보 강화에 막대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로이터통신은 “나스랄라는 오랫동안 경계를 늦추지 않고 이동도 제한적으로 해 그를 본 사람이 매우 적었다”며 “이번 암살은 헤즈볼라 내부에 이스라엘 정보원이 침투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27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최고지도자(64)는 친(親)이란 무장단체의 대표주자 격인 헤즈볼라를 32년간 이끌었다. 그는 이란의 전폭적 지원 속에서 헤즈볼라를 ‘반(反)이스라엘 투쟁’의 구심점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차기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로는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사실상 ‘2인자’로 여겨져 온 나스랄라의 사촌 하솀 사피엣딘(60·사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20년 1월 미국의 공격으로 암살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과 사돈 관계일 정도로 이란과 가까운 인물이다.나스랄라는 1960년 레바논 베이루트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이후 이슬람 시아파 성직자가 돼 이라크와 이란에서 유학했다.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직후 헤즈볼라가 출범하자 합류했다. 설립자 압바스 무사위와 선후배 성직자 관계로 가깝게 지냈던 그는 헤즈볼라 창립 10년 만인 1992년 이스라엘 공습으로 무사위가 숨지자 최고지도자로 올라섰다. TV방송 연설에 자주 나섰고, 1997년 이스라엘과의 전투에서 18세였던 장남이 사망한 직후에는 “내 아이는 순교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나스랄라는 2000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철수 직후 아랍권에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또 2006년 이스라엘을 곤경에 몰아넣어 사실상 승리했다는 평가를 받는 ‘34일 전쟁’으로 입지를 공고히 했다. 이 기간 헤즈볼라는 레바논 제도권 정당으로 안착했다. 학교와 병원 등 사회 기반시설을 적극 마련해 헤즈볼라가 레바논 내에서 ‘국가 내 국가’로 평가받을 만큼 탄탄한 정치 기반을 다졌다. 한편 사피엣딘은 1992년 나스랄라에 이어 집행위원장에 올랐고, 미 국립국방대에 따르면 1994년부터 유력한 후계자 후보 중 하나로 거론돼 왔다. 이스라엘 매체인 와이넷에 따르면 2008년 나스랄라에 대한 암살 시도가 발생한 뒤 사실상 후계자로 낙점됐다. 사피엣딘은 유력 성직자 집안 출신으로 이란에서 유학했다. 또 아들은 솔레이마니 전 사령관의 딸과 결혼했다. 그가 헤즈볼라 수장에 오르면 이란과의 협력이 더욱 강화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피엣딘은 수년간 은신한 나스랄라를 대신해 대외 활동을 수행했다. 17, 18일 무선호출기(삐삐)와 무전기 동시 폭발 테러 이후 열린 헤즈볼라 조직원들의 장례식에도 참석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전투기들이 타깃 지점에 2초마다 폭탄 1발씩, 100여 발을 쏟아붓는 작전이 완벽하게 들어맞았다.”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정밀 공습을 통해 28일(현지 시간) 암살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직후부터 1년 가까이 이번 작전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스랄라를 제거하기 위해 광범위한 정보 수집을 진행했고, 치밀한 작전 계획을 수립했던 것. 작전을 지휘한 이스라엘 하체림 공군기지 사령관 아미차이 레빈 준장은 28일(현지 시간) 암살 성공 뒤 “오랫동안 준비한 작전”이라며 “그의 사망으로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 달성에 한층 더 가까워졌다”고 밝혔다.특히 이스라엘은 지하 18m 아래 벙커에 있던 나스랄라를 암살하기 위해 이른바 ‘벙커버스터’(지하 콘크리트 구조물을 뚫고 들어가 터지는 폭탄) 정밀직격탄 등 폭탄 100여 발을 순식간에 순차적으로 투하하는 작전을 시도했다. 이에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다히예 지역의 헤즈볼라 벙커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에 대해 논의하고 있던 나스랄라는 대피하거나 저항할 틈도 없이 목숨을 잃었다. 또 나스랄라가 머물던 건물을 비롯해 인근의 4개 건물이 초토화됐다.● “벙커버스터 100여 발 2초마다 연쇄 발사”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번 작전에 공군 69비행대대의 F-15I 전투기 8대를 동원했다. 하체림 공군기지에서 벙커버스터를 장착한 전투기들이 다히예 지역으로 출격해 작전을 수행했다. 전직 미 육군 폭발물 기술자인 트레버 볼은 NYT에 “2000파운드(907㎏)급 정밀직격탄(JDAM)인 BLU-109를 최소 15발 탑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BLU-109는 2m 두께의 콘크리트 벽을 뚫을 수 있는 폭탄으로, 목표물에 도달해 내부로 파고든 뒤 폭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한다.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나스랄라는 당시 지상에서 60피트(약 18.3m·약 지하 7층) 아래인 벙커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대응 방식을 논의하고 있었다. 헤즈볼라 관계자들은 “이날 회의는 최근 이란이 이스라엘의 공격에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하도록 제지하고 있다는 불만이 큰 상황에서 열렸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공군은 지하 깊이 여러 층으로 나눠진 벙커를 뚫기 위해 해당 벙커가 있는 건축물에 2초에 1발 씩 100여 발을 연이어 투하하는 방법을 썼다. 먼저 투하한 폭탄이 윗쪽 콘크리트를 박살내면 다음 폭탄이 아래로 내려가 터지는 방식이다. 이스라엘군 고위 관계자는 WSJ에 “지하 60피트 지점을 타격하려면 ‘연쇄 폭발’을 통한 통로 만들기가 중요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해당 벙커버스터를 7월 하마스 지휘부 공격에도 활용하며 전술적 가치를 검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미국 만류에도 1년 동안 준비”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하마스와의 전쟁이 시작된 뒤부터 나스랄라 암살을 핵심 목표 중 하나로 삼고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NYT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전쟁이 발발 직후 미국에 나스랄라 암살 계획을 전달했다.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나스랄라를 암살하면 전쟁이 중동 전체로 번질 수 있다”고 만류했다고 한다.하지만 이스라엘은 나스랄라 암살 작전을 포기할 뜻이 없었다. 계속 관련 정보를 수집했고, 최근 정확한 나스랄라의 위치를 파악해냈다. 나다브 쇼샤니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나스랄라가 작전 지역에서 또 다른 고위급 테러리스트들과 접촉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당시 유엔 총회 참석 차 미국 뉴욕에 있던 네타냐후 총리에게 실시간 보고하고 작전 승인 명령을 받았다. 작전을 수행한 69비행대대는 이스라엘 공군 내에서 ‘핵심 임무’를 담당하는 엘리트 부대로 알려져 있다. 이번 작전을 지휘한 레빈 준장은 “수십 년간 관련 임무를 수행해온 베테랑 예비역들까지 투입했다”고 말했다.NYT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전 중동 선임분석가 칩 어셔를 인용해 “이번 작전의 성공 비결은 선택과 집중, 그리고 인내심”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2006년 헤즈볼라와의 ‘34일 전쟁’에서 사실상 패배했다는 평가를 받은 뒤 대(對) 헤즈볼라 첩보 강화에 막대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NYT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헤즈볼라 내부에 성공적으로 침투해 나스랄라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한 게 작전 성공의 밑바탕이 됐다”고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27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최고지도자(64)는 친(親)이란 무장단체의 대표주자 격인 헤즈볼라를 32년간 이끌었다. 그는 이란의 전폭적 지원 속에서 헤즈볼라를 ‘반(反)이스라엘 투쟁’의 구심점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차기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로는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사실상 ‘2인자’로 여겨져 온 나스랄라의 사촌 하솀 사피엣딘(60)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20년 1월 미국의 공격으로 암살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과 사돈 관계일 정도로 이란과 가까운 인물이다.나스랄라는 1960년 레바논 베이루트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이후 이슬람 시아파 성직자가 돼 이라크와 이란에서 유학했다.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직후 헤즈볼라가 출범하자 합류했다. 설립자 압바스 무사위와 선후배 성직자 관계로 가깝게 지냈던 그는 헤즈볼라 창립 10년 만인 1992년 이스라엘 공습으로 무사위가 숨지자 최고지도자로 올라섰다. TV방송 연설에 자주 나섰고, 1997년 이스라엘과의 전투에서 18세였던 장남이 사망한 직후에는 “내 아이는 순교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나스랄라는 2000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철수 직후 아랍권에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또 2006년 이스라엘을 곤경에 몰아넣어 사실상 승리했다는 평가를 받는 ‘34일 전쟁’으로 입지를 공고히 했다. 이 기간 헤즈볼라는 레바논 제도권 정당으로 안착했다. 학교와 병원 등 사회 기반시설을 적극 마련해 헤즈볼라가 레바논 내에서 ‘국가 내 국가’로 평가받을 만큼 탄탄한 정치 기반을 다졌다.한편 사피엣딘은 1992년 나스랄라에 이어 집행위원장에 올랐고, 미 국립국방대에 따르면 1994년부터 유력한 후계자 후보 중 하나로 거론돼 왔다. 이스라엘 매체인 와이넷에 따르면 2008년 나스랄라에 대한 암살시도가 발생한 뒤 사실상 후계자로 낙점됐다. 시피엣딘은 유력 성직자 집안 출신으로 이란에서 유학했다. 또 아들은 솔레이마니 전 사령관의 딸과 결혼했다. 그가 헤즈볼라 수장에 오르면 이란과의 협력이 더욱 강화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사피엣딘은 수년간 은신한 나스랄라를 대신해 대외 활동을 수행했다. 17, 18일 무선호출기(삐삐)와 무전기 동시 폭발 테러 이후 열린 헤즈볼라 조직원들의 장례식에도 참석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북한의 핵무기 보유 사실을 인정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국제사회의 핵 정책을 관장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63)이 26일(현지 시간) AP통신 인터뷰에서 “북한이 유엔 제재와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지만 (이런 북한과)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북한과의 대화 중단이 상황을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악화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IAEA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북한 핵시설에 대한 사찰 검증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이런 IAEA의 수장인 그로시 사무총장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는 발언을 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또 북한의 핵무기 보유 인정은 그간 한국과 국제사회가 고수해 온 ‘한반도 비핵화’ 목표와 반대되는 것이기도 하다. 11월 5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 정계 일각에서도 ‘한반도 비핵화를 포기하고 핵 군축에 나서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주장이 일고 있는 터라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北 핵무기 최대 50개 보유”그로시 총장은 이날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와 국제법을 위반한 것으로 비난받아야 한다”라면서도 “2006년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이 된 후 국제적 관여가 없었고 핵 프로그램 또한 상당히 확대됐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대화하지 않는 상황을 멈추고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최근 핵탄두 원료인 고농축우라늄(HEU)을 생산할 수 있는 무기급 생산시설의 사진을 공개한 것을 언급하며 “북한이 방대한 핵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핵탄두를 30개 또는 50개 정도 보유하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고 했다. 북한 외에 세계 주요국도 핵무기를 늘려가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우리가 해결해야 할 매우 근본적이고 불안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최근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대선을 앞두고 4년 만에 새로 채택한 ‘정강 정책’에서 모두 ‘한반도 비핵화’ 관련 문구를 삭제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24일 유엔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전쟁 등 전 세계 분쟁을 우려했지만 북한은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 정계의 관심과 의지가 크게 줄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26일 외교부 웹사이트를 통해 “북한 비핵화란 용어는 우리에겐 종결된 문제”라고 주장했다. 외교부 측은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 및 전 세계 평화 안정을 달성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자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표”라며 그로시 총장의 발언에 대한 불쾌감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외교부 당국자 역시 “북한은 (대화) 제안에 일절 호응하지 않고 핵 개발 및 도발에 매진해 왔다. 또 대화 와중에도 핵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며 일방적으로 합의 파기를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애초부터 북한은 비핵화 의사가 거의 없었다는 의미다.● 오브라이언 “韓 방위비, GDP 3.0∼3.5%로 늘려야”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유력한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같은 날 워싱턴의 미국기업연구소(AEI) 행사에서 북한, 이란 등의 핵무기 능력이 미국보다 앞섰다고 우려했다. 그는 “북한과 이란이 미국보다 (핵무기 생산을 위해) 훨씬 많은 원심분리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5%인 한국의 국방비를 GDP의 3.0∼3.5%로 늘려야 한다”며 방위비 증액도 압박했다. 현재 한국은 바이든 행정부와 방위비 분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는 “한국은 국방비로 GDP의 2.8%를 쓰고 있다. 평균 2%가 안 되는 유럽 주요국보다 비교할 수 없이 높은 수준”이라고 이 발언을 반박했다. 이어 “한국은 대미 투자 1위국이자 미국에 47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준 나라”라며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일방적인 수혜를 보고 있지 않으며 미국을 도와 양국 동맹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앨런 김 선임 연구원은 이날 ‘2024 미 대선의 글로벌 영향’ 보고서에서 “트럼프 후보는 한국을 ‘무역의 적(適), 안보의 무임승차자’로 본다”고 진단했다. 그의 재집권 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한국산 상품에 대한 10∼20%의 보편적 관세 부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다음 달 7일부터 시작하는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각각 ‘이재명 국감’ ‘김건희 국감’으로 만들기 위해 ‘증인 전쟁’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이번 국감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확인할 ‘스모킹건’을 찾겠다며 김 여사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당내에 ‘김건희 국정농단 태스크포스(TF)·조사단’도 꾸리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연루된 ‘대장동 개발 의혹’ 관련 인사를 대거 국감 증인으로 불러 맞불을 놓겠다는 전략이다. 27일 국회에 따르면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디올백 수수 사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총선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를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씨는 주가 조작 의혹으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과 명태균 씨는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으로 증인 채택을 한 상태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과 주가 조작 관련 의혹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선제적이고 종합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정쟁 목적을 위해 민주당이 국감 증인을 일방적으로 채택하는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에서는 민주당 주도로 김 여사의 석사 논문을 심사한 숙명여대의 표절 검증 지연 의혹에 대해 전현직 총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행정안전위원회도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 전 의원과 명 씨,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을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행안위에서 이 대표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과 관련해 노규호 전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부장을 증인 명단에 올렸다. 또 법사위 차원에서 이 대표가 연루된 대장동 개발 의혹의 주요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에 연루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회유·협박 의혹과 관련해 이 전 부지사의 배우자와 변호인 등의 증인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한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최대한 파고들 것”이라며 “끝까지 야당을 압박해 여당 측 증인들을 포함시키겠다”고 했다.22대 국회 첫 국감 ‘증인 전쟁’野, 디올백-주가조작 등 집중 타깃… 與는 대장동 의혹 인물들 부르기로與野 경쟁에 과방위 증인만 108명… 상임위별 기업인들도 대거 채택더불어민주당은 다음 달 7일부터 시작하는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집중 추궁하겠다며 주요 상임위원회에서 디올백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천 개입, 대통령 관저 불법 증개축, 논문 표절 등 의혹과 관련된 증인, 참고인을 대거 채택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파헤치겠다고 맞서면서 대장동 개발, 법인카드 의혹 등을 겨냥한 증인·참고인 채택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여야가 경쟁적으로 증인 채택을 시도하면서 과방위는 증인 108명, 참고인 53명 등 161명에 달한다. 법사위도 증인 84명, 참고인 16명 등 100명을 채택했다. 행정안전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도 각각 46명, 27명이다. 과방위는 지난해 참고인 2명만 채택했고, 법사위는 증인 6명이었다. 증인은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을 때 국회는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수 있고, 증인이 동행명령을 거부할 시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참고인은 이 같은 의무가 없다. 국회 관계자는 “법사위 등 주요 상임위에서는 절반 이상이 정쟁성 공방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 野 김건희 올인… 與 이재명-문재인 겨냥민주당은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디올백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윤 대통령의 장모인 최은순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김영선 전 의원과 명태균 씨는 김 여사 공천 개입 관련 의혹 대상자로 증인 채택됐다. 민주당은 이 밖에도 법사위에서 ‘채 상병 순직 수사,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해선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멋쟁 해병’ 단톡방 참가자로 지목된 최동식 씨 등을 증인으로 의결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와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도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의혹 관련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토위에서는 민주당이 대통령 관저 불법 증개축과 서울양평고속도로 영부인 특혜 논란 등과 관련한 증인 12명을 채택했다. 윤석열 정부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인테리어 공사를 담당했던 업체 ‘21그램’의 김태영 대표를 비롯해 관련자들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됐다. 양평군청 도시건설국장, 타당성 조사를 맡았던 경동엔지니어링 회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민주당은 행안위에서는 김 전 의원과 명 씨를 다음 달 10일 열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감에서 재차 증인으로 채택했다. 교육위원회에서는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해 장윤금 전 숙명여대 총장과 문시연 숙명여대 총장을 각각 증인·참고인으로 채택했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에서 이 대표가 연루된 대장동 의혹의 주요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 등 증인·참고인 39명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문재인 전 대통령과 딸 다혜 씨 등도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불러야 한다는 입장이다.국민의힘은 행안위에서 이재명 대표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과 관련해 노규호 전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부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토위에서 ‘전 사위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이스타항공 관계자들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한 상태다.● 상임위마다 기업인 증인 ‘줄채택’여야는 상임위별로 기업인들도 증인으로 대거 부르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강한승 쿠팡 대표, 장재훈 현대차 사장 등에 대한 증인 채택을 의결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중인 김병주 MBK파트너스 대표,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도 증인에 포함됐다. 참고인으로는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를 불렀다. 과방위에서는 김영섭 KT 대표이사,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참고인으로 정의선 현대차 회장,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 등을 부르기로 했다. 행안위에선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과 마크 리 애플코리아 영업총괄사장이 참고인 명단에 포함됐다. 여기에 더해 환노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주요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증인 채택을 두고 여야가 협상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기업인들에게 질문할 생각도 없으면서 일단 부르고 보자는 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체육계 비리와 관련해 정몽규 축구협회장, 김병철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 위원장이 증인으로 채택됐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영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 데임 매기 스미스가 27일(현지 시간) 세상을 떠났다. 향년 89세. 영국 BBC에 따르면 이날 스미스의 가족은 성명을 통해 “데임 매기 스미스는 런던 첼시 앤 웨스트민스터 병원에서 치료받다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 마지막 길은 친구와 가족들이 함께했다”고 밝혔다. 스미스는 영국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2001~2011년)에서 주인공 해리포터의 스승 맥고나걸 교수 역할을 맡아 유명하다. 스미스는 2015년 TV토스쇼에 출연해 70여년에 달하는 배우 경력 중 해리포터는 자신에게 특별한 작품이라며 “아주 작은 사람들(어린이)이 여전히 다가와 인사를 건네곤 한다”고 말했다. 영국 드라마 ‘다운튼애비’ 시리즈(2010~2014년)에서 맡은 꼬장꼬장한 미망인 바이올렛 크라울리 역할을 통해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영국 가디언은 “스미스의 트로피 수납장에는 BBC부터 할리우드, 웨스트엔드부터 브로드웨이에 이르기까지 영국과 미국 대중문화에 그가 남긴 특별한 업적이 담겨있다”며 “셰익스피어 연극부터 블록버스터 영화까지 모두 소화할 용기와 재능을 가진 마법 같은 스타였다”고 전했다. 1934년 영국 에섹스에서 태어난 스미스는 17세에 유명 극장 옥스퍼드 플레이하우스에서 코미디 뮤지컬 연극에 출연하며 데뷔했다. 24세에는 스릴러 영화 ‘노웨어 투 고’로 영국 바프타상 여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되며 이름을 알렸다. 4년 뒤에는 영국 국립극단에 합류해 오셀로 등 셰익스피어 연극에 출연했다. 평생 연극(70편 이상)과 영화(60편 이상), TV 드라마 등 매체와 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히 활동했다. 1969년 진보적 사회관을 가진 1930년대 여학교 교사의 이야기를 다룬 ‘미스 진 브로디의 전성기’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1978년 코미디 ‘캘리포니아 스위트’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이 외에 토니상, 골든글로브상, 바프타상 등을 수상했다. 1990년 남자의 기사 작위에 해당하는 데임 작위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88세의 나이로 스페인 패션 브랜드 ‘로에베’의 모델로 발탁돼 화제가 됐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북한의 핵무기 보유 사실을 인정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국제사회의 핵 정책을 관장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63·사진)이 26일(현지 시간) AP통신 인터뷰에서 “북한이 유엔 제재와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지만 (이런 북한과)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북한과의 대화 중단이 상황을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악화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IAEA는 ‘핵비확산조약(NPT)’에 따라 북한 핵시설에 대한 사찰 검증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이에 따라 IAEA의 수장인 그로시 사무총장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는 발언을 한 건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북한의 핵무기 보유 인정은 그간 한국과 국제사회가 고수해 온 ‘한반도 비핵화’ 목표와 반대되는 것이기도 하다. 11월 5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 정계 일각에서도 ‘한반도 비핵화를 포기하고 핵 군축에 나서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주장이 일고 있는 터라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北 핵무기 최대 50개 보유”그로시 총장은 이날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와 국제법을 위반한 것으로 비난받아야 한다”면서도 “2006년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이 된 후 국제적 관여가 없었고 핵 프로그램 또한 상당히 확대됐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대화하지 않는 상황을 멈추고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그는 북한이 최근 핵탄두 원료인 고농축우라늄(HEU)을 생산할 수 있는 무기급 생산시설의 사진을 공개한 것을 언급하며 “북한이 방대한 핵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핵탄두를 30개 또는 50개 정도 보유하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고 했다. 북한 외에 세계 주요국도 핵무기를 늘려가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우리가 해결해야 할 매우 근본적이고 불안한 문제”라고 우려했다.최근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대선을 앞두고 4년 만에 새로 채택한 ‘정강 정책’에서 모두 ‘한반도 비핵화’ 관련 문구를 삭제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24일 유엔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전쟁 등 전 세계 분쟁을 우려했지만 북한은 언급하지 않았다. 북핵 비핵화에 대한 미국 정계의 관심과 의지가 크게 줄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26일 외교부 웹사이트를 통해 “북한 비핵화란 용어는 우리에게 종결된 문제”라고 주장했다.외교부는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 및 전 세계 평화 안정을 달성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자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표”라며 그로시 총장의 발언에 대한 불쾌감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외교부 당국자 역시 “북한은 (대화) 제안에 일절 호응하지 않고 핵 개발 및 도발에 매진해 왔다. 또 대화 와중에도 핵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며 일방적으로 합의 파기를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애초부터 북한은 비핵화 의사가 거의 없었다는 의미다.● 오브라이언 “韓 방위비, GDP 3.0~3.5%로 늘려야”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유력한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같은 날 워싱턴의 ‘미국기업연구소(AEI)’ 행사에서 북한, 이란 등의 핵무기 능력이 미국보다 앞섰다고 우려했다. 그는 “북한과 이란이 미국보다 (핵무기 생산을 위해) 훨씬 많은 원심분리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특히 그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5%인 한국의 국방비를 GDP의 3.0~3.5%로 늘려야 한다”며 방위비 증액도 압박했다. 현재 한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와 방위비 분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다만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는 “한국은 국방비로 GDP의 2.8%를 쓰고 있다. 평균 2%가 안 되는 유럽 주요국보다 비교할 수 없이 높은 수준”이라고 이 발언을 반박했다. 이어 “한국은 대미 투자 1위국이자 미국에 47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준 나라”라며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일방적인 수혜를 보고 있지 않으며 미국을 도와 양국 동맹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앨런 김 선임 연구원은 이날 ‘2024 미 대선의 글로벌 영향’ 보고서에서 “트럼프 후보는 한국을 ‘무역의 적(適), 안보의 무임승차자’로 본다”고 진단했다. 그의 재집권 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한국산 상품에 대한 10~20%의 보편적 관세 부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오는 11월 5일 미국 중간선거에서 한국계 최초로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하는 앤디 김 연방 하원의원(뉴저지주·민주당)이 26일(현지 시간) “한일 관계에 여전히 깊은 우려와 도전이 있지만 공동 번영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미일 협력 회의론에 대해서는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의원은 이날 워싱턴의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가 주최한 대담에서 한일관계에 대해 “현재 상황과 변화의 속도가 상당히 놀랍다. 개방성과 협력 수준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양국 정부에서 (관계 강화에 대한) 진정한 의지가 느껴지지만 민간 차원에서는 관계가 더 구축되어야 하는 단계”라고 진단했다. 이날 대담자로는 케네스 와인스타인 일본 의장이 나섰다. 김 의원은 “(한일 관계에) 여전히 깊은 우려와 도전이 있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다”며 “협력해야 공동의 번영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일 협력 회의론에는 설득으로 맞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한미일 협력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의문이 나온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미군 주둔을 미국의 비용 문제로 보던 시각을 두고 “(의구심이) 명백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6·25 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했다”며 “이제는 앞으로 70년에 대한 비전과 한미일을 하나로 모아야 하는 이유,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설명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많은 이들은 그가 이번 중간선거에서 상원의원에 당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지지 성향이 높은 뉴저지주에선 1972년부터 50년 넘게 민주당 후보가 줄곧 상원의원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1982년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태어났고 시카고대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일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23일부터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펼쳐 온 이스라엘이 조만간 레바논에 지상군을 투입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지상전에 돌입하면 2006년 7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군인 8명을 살해하고 2명을 납치해 발발한 이른바 ‘34일 전쟁’ 같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레바논과 이스라엘에선 각각 약 1200명과 160명이 숨졌다. 예루살렘포스트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25일 “예비군 2개 여단을 레바논 국경과 맞닿은 이스라엘 북부에 추가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날 북부에 주둔 중인 제7기갑여단을 방문해 “우리의 군화가 적들의 영토를 짓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25일 헤즈볼라 군사시설 등 목표물 280여 곳을 공습했다. 레바논 보건부 등은 이날 공습으로 “최소 72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39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23일부터 26일까지 레바논에서 63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면전을 우려하고 있는 미국 등은 24일부터 뉴욕 유엔총회 등을 통해 확전을 막기 위한 외교전에 돌입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프랑스, 유럽연합(EU),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25일 공동 성명을 내고 “더 광범위한 지역적 확전을 초래할 수 있다”며 3주간의 휴전을 제안했다. 이에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는 “더러운 전쟁을 끝낼 계획을 지지한다”며 휴전에 찬성했다. 헤즈볼라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26일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소셜미디어 X에 “북쪽에는 휴전이 없을 것이다. 계속해서 헤즈볼라와 혼신의 힘을 다해 싸우겠다”고 밝혀 공세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양측의 전면전이 시작되면 누구도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진흙탕’ 싸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동의 비(非)국가 무장단체 가운데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했고, ‘작은 이란’으로 불리는 헤즈볼라의 전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상전에선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첨단 무기나 정보 자산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며 “교착 상태에 빠졌던 ‘34일 전쟁’ 때의 어려움을 다시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약 5만 명(미 의회 추산)의 대원을 보유한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군에 비해 병력이 적지만 게릴라전에 능숙하다. 2014∼2017년 이슬람국가(IS) 퇴치전 등을 통해 전투 경험을 쌓았으며, 이스라엘 침투를 목표로 2006년 창설된 특수부대 ‘라드완’은 이스라엘군이 경계하는 정예부대다. 헤즈볼라가 보유한 이란제 대전차미사일 ‘알마스’와 국경지대에 만들어 놓은 수많은 땅굴도 이스라엘군에는 상당한 위협이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헤즈볼라의 로켓 및 미사일 보유량은 약 15만 기다. 단거리 로켓을 대거 발사해 아이언돔(이스라엘 방공망)에 부하가 걸리면 정밀 타격이 가능한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등으로 후방 침투를 노릴 수 있다. WSJ는 전직 헤즈볼라 간부를 인용해 “이란의 최첨단 무기는 대부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