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의 도발]李대통령의 ‘면’이 깎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6월 6일 10시 00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면 기호 1번!”이라며 ‘대통령의 선거’를 강조했다. 뉴스1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면 기호 1번!”이라며 ‘대통령의 선거’를 강조했다. 뉴스1
벌써 잊은 듯한데, 이번 선거는 ‘대통령의 선거’라고들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6·3 지방선거 전날도 “이재명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면 기호 1번, 이재명 대통령에 힘을 실어줘야겠다고 생각하시면 기호 1번!”을 외쳤다.

친명은 “상식적으로 볼 때 이번 선거는 정청래 대표 리더십에 의한 선거가 아니라 이 대통령의 업적을 가지고 치르는 선거”라고 했다. 야당은 신박하게 “이 대통령 얼굴로 치르는 선거”라 규정했었다.

지금 그런 말은 쏙 들어갔다. ‘민주 12 : 국민의힘 4’의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는 여당 압승이랄 수 없다. 당초 전망된 15 : 1과 거리가 멀다. ‘명픽’ 정원오(서울) 김용남(평택을)은 국힘에 패했다. 이 대통령이 띄워준 하정우(부산 북구갑) 역시 드라마틱하게 낙선했다. 전통시장까지 찾아갔는데도 부산시와 울산시 빼고 다 졌다. 이 대통령의 ‘면’이 깎인 것이다.

● ‘대통령 얼굴로 치른 선거’ 찜찜한 결과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조승래 사무총장은 서울-영남의 정치적·인구학적 구조에 선거 패인을 돌렸다. 뉴스1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조승래 사무총장은 서울-영남의 정치적·인구학적 구조에 선거 패인을 돌렸다. 뉴스1
여당 지도부는 패배로 안 치는 모양새다. 정청래는 4일 일찌감치 “이 대통령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고 대통령에 공(功)을 돌렸다. 큰 승리라고 주장해 자기에게도, 대통령에게도 공(격)이 들어오는 걸 피하는 전략 같다.

사무총장 조승래는 아예 서울-영남의 정치적·인구학적 구조에 패인을 돌렸다. 이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거나 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은 게 아니라는 소리로 들린다.

그럼 왜 4월 말까지도 ‘여당 후보 많이 당선’(46%) 여론이 ‘야당 후보 많이 당선’(30%)보다 훨씬 많았는데 5월 들어 줄었는지 묻고 싶다(갤럽 조사). 이 대통령 직무 긍정평가도 67%(4월 넷째 주)→64%(다섯째 주)→61%(5월 둘째 주)로 내려갔다. 압승 못한 이유를 여당이 알면서도 대통령 앞에 감히 말을 못한다면 더욱 문제다.

● ‘공소취소 특검법’이 깎아먹었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직무대행과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윤석열 정치검찰 조작기소 진상규명 특검법’을 제출하고 있다. 뉴스1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직무대행과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윤석열 정치검찰 조작기소 진상규명 특검법’을 제출하고 있다. 뉴스1
‘정권견제론’이 ‘정권안정론’을 위협한 큰 이유는 이 대통령이 군불 때고, 4월 30일 여당이 발의까지 밀어붙인 ‘공소취소 특검법’ 때문이다. 여론이 나빠지는데도 5월 초 대통령은 속도조절만 주문했을 뿐이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의대정원 2000명 확대 고수”를 읊어대던 당시 대통령 윤석열을 보는 느낌이었다.

안다. 여당은 공소취소 아닌 조작기소 특검법(‘조작수사·조작기소 진상규명특검법)으로 부른다는 걸. 하지만 어쩌랴. 선거 전날 이 대통령은 “잘못하면 사과하고 ‘취소’하는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자기 사건 공소취소 집착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들키고 말았다.

이 법의 악영향이 어느 정도였는지, 갤럽 조사를 보면 알 수 있다. 4월 말 대통령 부정평가 이유 1위가 과도한 복지/민생지원금’이다. 연휴로 5월 첫 주 건너뛰고 실시한 5월 둘째 주 조사에서도 계속 1위다. 달라진 건 이때 처음 ‘공소취소 특검법 발의’가 부정평가 이유로 등장했다는 점이다(5%).

● 재판 회피-답변 회피에 유권자 실망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이 대통령은 이런 대면 소통못지않게 SNS를 통한 일방적 소통에 열심이다. 스타벅스의 ‘5·18 탱크데이’ 프로모션 때는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뉴스1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이 대통령은 이런 대면 소통못지않게 SNS를 통한 일방적 소통에 열심이다. 스타벅스의 ‘5·18 탱크데이’ 프로모션 때는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뉴스1
‘도덕성 문제/본인 재판 회피’(4월 말 5%)가 5월 둘째 주 10%로 뛰어오른 것도 이 특검법 때문으로 본다. 과도한 복지/민생지원금과 부정평가 이유 공동1위였다. 하지만 특검법과 도덕성 문제/본인 재판 회피는 한묶음이다. 둘을 합치면 대통령 본인의 법적·도덕적 문제가 15%가 된다. 부정평가 이유로 단연 1등인 거다.

특검법 부정평가가 5월 셋째 주 좀 내려앉긴 했다(2%). 그러나 도덕성 문제/본인 재판 회피는 여전히 10%다. 이때 ‘소통방식’이 처음 지적된 것도 의미심장하다(3%). 스타벅스 불매 촉구 등 공격적 언사가 거슬리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특히 2030들에게 참을 수 없이.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정권 조작기소 진상규명 및 공소취소를 위한 국정조사 추진위원회 위원들이 3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의 국정조사 협조를 촉구하는 현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정권 조작기소 진상규명 및 공소취소를 위한 국정조사 추진위원회 위원들이 3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의 국정조사 협조를 촉구하는 현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낙선 후보들의 발목을 잡은 것도 특검법이었다. 이미 금배지를 단 여당 의원들처럼 “뭐가 문제냐” 적반하장으로 맞서면, 표를 못 얻을 게 뻔했다. 하정우는 TV토론에서 공소취소를 찬성하느냐는 한동훈에게 “여기가 검사 취조실이냐”며 빠져나갔다. 정원오 역시 “개인 생각을 말하면 정쟁으로 들어간다”며 피해갔다. 그 당당하지 못한 모습이 유권자 눈에 곱게 보일 리 없다.

오죽하면 선거 이틀 전 대구시장 후보 김부겸이 “그 법(공소취소 특검법), 내가 막겠다”고 했겠나. 4월 말까지 1위였다 특검법과 더불어 내리막길에 들어서 결국 낙선한 김부겸이었다. 그래서 더 짠하다. 이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인 공소취소 막강 대통령 앞에 “안 된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정권엔 없는 것이다.

● 사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는 자, 누군가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청와대회의에서 선거에 반영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겠다고 밝혔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청와대회의에서 선거에 반영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겠다고 밝혔다. 뉴스1
선거 결과가 나오자 이 대통령은 4일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겠다고 했다. “소속 정당과 관계없이 새로 선출된 지방정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한 걸 보면, 여당 압승이랄 수 없다는 것은 이 대통령도 아는 듯하다.

선거 전 이 대통령은 투표 독려 폭풍 SNS를 날렸다. “투표 포기는 국민을 속이고 사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며 나와 가족의 삶을 망치는 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이 말이 불편한 정치인이나 정치집단이 있다면…구태 기득권자들”이라고 거칠게 적었다.

자신의 말(과 행동)은 언제나 옳고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악마라는 극도의 이분법은, 불편하다. 선거개입이냐는 야당 비판에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충고가 편가르기나 누군가를 음해하는 것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국민을 가르치려드는 일방적 소통방식도 이젠 고문처럼 괴롭다.

● 통합에 나서야 할 사람은 대통령이다

2018년 지방선거 압승 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청와대회의에서 ‘등골이 서늘해지는 두려움’을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2018년 지방선거 압승 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청와대회의에서 ‘등골이 서늘해지는 두려움’을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8년 전 지방선거에 압승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두려움(을 느낀다)”을 말했다. 청와대와 내각이 잘했다며(여당은 언급 안 함) 유능과 도덕성, 겸손을 당부했다. 그러나 결코 유능하지도, 도덕적이지도, 겸손하지 못한 문 정권은 4년 후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그때 ‘책임윤리’를 강조한 민정수석이 조국이었다).

문재인보다 지지율 높지도 않은 이 대통령은 두려움 따윈 없는 듯하다. 정치권에 민생개선과 국민통합에 힘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고, 공직자들엔 “국정 속도 배가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통합에 가장 힘써야 할 사람이 다름아닌 이 대통령이다. 속도 보다는 목적이, 방향이 중요하다. 사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는 공소취소 특검법에 총력을 기울인다면, 국민 분노는 언제든 다시 폭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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