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는 공식 보도가 이어지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제기된 1일 서울 시내 주유소에서 한 시민이 주유기를 들고 있다. 국내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2주 연속 동반 상승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2월 넷째 주(22∼26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전주 대비 리터 당 3.0원 오른 1,691.3원, 경유는 전주 대비 6.5원 상승한 1,594.1원으로 나타났다. 2026.03.01. 서울=뉴시스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하루 만에 30원 가까이 오르며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물가 불안으로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고유가 장기화로 물가 불안이 커질 경우 2% 수준으로 전망되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대폭 낮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6.7% 오른 배럴당 77.74달러였다. 같은 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전일 대비 6.3% 올라 71.23달러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브렌트유와 WTI 선물 가격은 12~13%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세계 원유의 동맥’으로 여겨지는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한 탓이다.
도시가스 원료로 쓰이는 액화천연가스(LNG)도 오름세다. 2일 네덜란드 TTF거래소에서 천연가스 선물 근월물은 1MWh(메가와트시)당 44.51유로로 전 거래일보다 40% 상승했다. 전 세계 LNG 공급량의 약 20%를 담당하는 카타르의 LNG 생산 시설이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은 영향이다.
문제는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IRGC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려는 모든 선박을 불태울 것”이라 위협하고 있어서다. 국내 기름값도 덩달아 출렁이고 있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현재 전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L)당 1713.75원으로 하루 만에 11.68원 올랐다. 한국은 원유의 70.7%, LNG의 20.4%를 중동에서 들여오는데 해당 물량의 대부분이 호르무즈해협을 거친다.
환율도 중동 리스크로 인해 다시 튀어올랐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26.4원 오른 1466.1원에 주간 거래(오후 3시 반 기준)를 마쳤다. 지난달 6일(1469.5원) 이후 한 달여 만에 최고치다. 전일 대비 상승 폭은 지난해 4월 7일(+33.7원)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위재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중동발 리스크에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으며 코스피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컸던 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가 장기간 이어지면 한국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고유가와 고환율이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고, 이것이 정부가 올해 목표 성장률(2%)을 달성하는 데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그룹의 김진욱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석유 수입 의존도와 전 세계 무역 노출도가 모두 높은 편”이라며 “올해와 내년 유가 상승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경상수지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주요 국가 중 가장 심각한 수준이 될 것”이라 했다.
앞서 씨티그룹은 올해 브렌트유 가격을 배럴당 62달러 수준으로 전망한 바 있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브렌트유 가격이 이보다 높은 82달러대를 유지할 경우 올해와 내년의 한국 GDP 성장률 전망치가 각각 0.45%포인트, 0.24%포인트씩 떨어질 것이라 추산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0.60%포인트, 내년에는 0.12%포인트씩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2%를 나타내며 한국은행의 목표치에 가까워졌는데, 중동발 리스크로 인해 물가 상승 부담이 다시 커질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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