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이란의 다양한 목표물을 타격하는 장면. 출처=미군 중부사령부 엑스(X) 계정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서 개전 초기부터 해킹 등 사이버전이 적극 활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현대전에서 사이버전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달 28일 이란 공격에 앞서 이란 정부기관 및 군사시설을 향해 사상 최대 규모의 사이버 공격을 가했다. 항법 및 통신시스템 교란, 서비스 거부 공격(DDoS·디도스), 국가 에너지·항공 인프라와 연계된 데이터 시스템 침투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는 것. 또 테헤란뿐 아니라 이스파한 등 이란의 다른 지방 대도시에서도 디지털 정부 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이란 혁명수비대 본부의 커뮤니케이션 시설도 피해를 입었는데, 혁명수비대의 반격을 막기 위한 선제 공격이었다고 한다.
가장 주목을 끈 건 이란의 대표적인 기도 알림 스마트폰 앱인 ‘바데사바’ 해킹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란 수도 테헤란 등이 공격받던 지난달 28일 오전 9시 52분부터 바데사바 앱의 캘린더에 페르시아어로 “도움이 도착했다” “해방군에 합류하라” “복수의 시간이 왔다” 등의 투항 권유 메시지가 속속 뜨기 시작했다.
이란 국영 매체들도 해킹의 표적이 됐다. 이란 관영 IRNA 통신과 타스님 통신 홈페이지에는 “하메네이 정권 보안군에 공포의 시간: 이슬람혁명수비대와 바시지(IRGC 산하 준군사조직)가 치명적 타격을 입었다”는 제목이 올라왔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앞서 이란 국민들을 상대로 고도의 심리전을 펼친 것으로 풀이된다.
인터넷 감시단체 넷블록스에 따르면 사이버 공격 후 이란 인터넷망은 60시간 이상 마비된 상태다. 현재 이란의 인터넷 연결 수준은 평소의 1~2%에 불과해 이란 국민들은 인터넷망 대신 미국의 스타링크에 의존해 공습 영상을 온라인에 공유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인터넷 차단이 이란 정권에 의한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앞서 이란 당국은 올 초 진행된 반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하기에 앞서 인터넷을 전면 차단한 바 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미국 사이버 부대가 이란 공격에서 정확히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불분명하다”면서도 미국 사이버 부대가 지난해 6월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및 올 초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중국, 북한과 더불어 상당한 사이버 공격 역량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이란 역시 반격에 나서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전문가는 CNBC에 “이미 이란과 연계된 위협 행위자 및 해커 활동가 집단이 정찰 활동을 수행하고 공격에 나서는 활동을 목격하고 있다“며 “이런 행동은 더 공격적인 작전에 앞선 전조”라고 했다. 실제로 이란과 연계된 해킹 그룹들이 지난해 6월 이스라엘-이란의 ‘12일 전쟁’ 이후 운송 및 제조부문 기업들을 표적으로 사이버 공격에 나섰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