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우 하버드대 교수 인터뷰
AI 기업 모델 지속가능성 낮아
AI 벤처 재무 건전성 주목해야
HBM 등 첨단 메모리 수요 확대… “K반도체, AI 혜택 계속 누릴 것”
첨단 기술 환경에서의 기업 경쟁과 시장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앤디 우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을 ‘골드러시’에 비유하면서 AI 모델 기업보다 반도체 기업과 애플리케이션 기업이 장기적으로 더 강한 협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앤디 우 교수 제공
인공지능(AI)이 산업 전반에 혁신을 일으키며 막대한 가치를 창출할 것인지, 아니면 과도한 기대 속에 형성된 거품으로 끝날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앤디 우 하버드대 경영대학원(HBS) 교수는 이 문제를 기술 자체가 아닌 산업 구조와 경쟁 역학의 관점에서 분석해 온 전략 분야 연구자다. 그는 “소비자 대상 구독 모델만으로는 생성형 AI의 높은 변동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AI 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구축하지 못할 경우 AI 생태계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우 교수는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소개한 최근 연구에서 현재의 AI 열풍을 ‘골드러시(Gold Rush)’에 비유해 주목받았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AI 산업은 크게 금을 캐는 기업(AI 모델 개발사 및 클라우드 기업), 삽을 파는 기업(AI 칩·반도체 등 인프라 기업), 그리고 금을 가공하는 기업(애플리케이션 중심의 기존 정보기술 기업)으로 구분된다. 그는 장기적으로 금을 캐는 기업보다 삽을 파는 기업과 금을 가공하는 기업이 더 강한 협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DBR 441호(2026년 5월 2호)에 실린 우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월 20달러 수준의 B2C 구독 요금만으로 AI 기업이 지속가능한 수익성을 확보하기는 어렵다고 보는가.
“과거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는 사용량이 늘어나도 추가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소비자 구독 모델에서 사실상 무제한 사용을 허용해 왔다. 하지만 생성형 AI는 다르다. 이용자가 AI를 사용할수록 연산 자원과 전력 소비가 증가해 변동비도 함께 늘어난다. 이런 이유로 현재 많은 AI 기업이 도입하고 있는 토큰 기반 과금과 같은 사용량 기반 요금제가 보다 지속가능한 수익 모델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돌파구는 기업 시장(B2B)에 있다. 기업들의 AI 도입이 가속화되면 AI 기업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길도 더욱 넓어질 것이다. 기업 고객은 복잡한 소프트웨어 계약이나 사용량 기반 과금 체계에 이미 익숙하다. 무엇보다 소비자는 더 나은 AI 모델이 등장하면 쉽게 서비스를 갈아탈 수 있지만, 기업은 공급 업체를 변경하기가 쉽지 않다.”
―AI 기업들이 아직 뚜렷한 수익 모델을 확립하지 못했음에도 대규모 자금을 비교적 쉽게 조달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올해 2월 알파벳(구글)이 320억 달러(약 46조8000억 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한 사례는 AI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얼마나 막대한 규모의 컴퓨팅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알파벳 같은 대기업은 설령 AI 성장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채무 상환 능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AI 모델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나 클라우드 인프라 제공 업체의 상황은 다를 수 있다. 많은 인프라 공급 업체는 AI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AI 기업들이 향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컴퓨팅 자원을 구매할 것이라는 기대를 바탕으로 데이터센터 건설 자금을 대규모로 차입했다. 만약 AI 스타트업들이 예상만큼 빠르게 매출을 늘리지 못해 계약 규모를 감당하지 못한다면 일부 인프라 공급 업체는 상당한 재무적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AI 버블이 현실화된다면 어떤 초기 경고 신호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까?
“나는 ‘버블’을 ‘잠재적 가치 창출에 대한 비전과 실제 가치 실현 사이의 심각한 괴리가 존재하는 시기’로 정의한다. AI로 지속가능한 수익을 창출해낸 기업은 거의 없다. AI 버블을 경고하는 데 필요한 지표는 앞서 지적한 AI 스타트업의 재무 건전성이다.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이미 인프라 업체나 공급 업체에 일정 금액을 지불하겠다고 약속한 상태인데 정작 매출이 예상만큼 나오지 않으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이 경우 문제가 한 기업에 그치지 않고 연쇄적으로 번질 수 있는 게 문제다.”
―‘골드러시’ 프레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기업들은 어떤 위치에 있는가?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는 기업은 금광에서 ‘금을 캐는 광부’에 해당한다. 하지만 골드러시에서 돈을 버는 방법은 금을 캐는 것만이 아니다. 엔비디아처럼 ‘금을 캐기 위한 삽(AI 칩)’을 파는 기업도 있고, 세일즈포스 같은 애플리케이션 기업처럼 ‘금으로 보석을 만드는’ 기업도 있다.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은 AI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핵심 메모리 칩을 공급하는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AI 생태계에서 삽을 만드는 데 필요한 핵심 재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AI는 결국 첨단 하드웨어 위에서 작동하며, 최첨단 프로세서가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특수 메모리 반도체가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글로벌 AI 경쟁 속에서 지금의 경쟁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가장 큰 이유는 진입 장벽 때문이다. AI 소프트웨어 시장은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아 새로운 경쟁자가 계속 등장한다. 우수한 엔지니어들은 회사를 쉽게 옮길 수 있고 오픈소스 코드도 폭넓게 활용된다. 반면 최첨단 반도체 제조 시설을 구축하려면 수백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며,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제조 기술과 운영 노하우도 갖춰야 한다. 이러한 막대한 고정비와 축적된 전문성은 신규 진입자가 넘기 어려운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AI 산업이 성장할수록 첨단 메모리 수요 역시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성장의 수혜를 누릴 수 있는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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