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전력·운송업계 이해 충돌
수익 구조가 기술 전환 가로막아
산업 생태계 함께 해법 모색해야
게티이미지뱅크
전기 트럭, 수소차, 재생에너지처럼 친환경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기대만큼 전환 속도가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기술 부족 때문만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웨덴 왕립공과대 연구진은 기술 확산을 가로막는 핵심 요인으로 ‘비즈니스 모델 병목 현상’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스웨덴의 한 대형 물류 허브에서 전기 트럭을 도입하는 프로젝트를 분석했다. 기존에는 전기 트럭 보급이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로 배터리 성능이나 충전 속도 같은 기술적 한계가 꼽혀 왔다. 하지만 현장의 판단은 달랐다. 배터리 기술은 이미 빠르게 개선되고 있었고 기업들이 더 크게 느끼는 문제는 따로 있었다. “누가 충전소에 투자하고 운영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전기 트럭 충전소를 구축하려면 막대한 초기 비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차량이 이용할지, 언제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이 때문에 충전 사업자는 선뜻 투자하지 못했고 운송업체는 충전 인프라가 없으니 전기 트럭 구매를 미뤘다. 전력회사 역시 확정된 수요 없이 대규모 설비 투자를 결정하기 어려웠다. 결국 모두가 움직이지 못하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상황에 빠졌다.
연구진이 정의한 이런 ‘비즈니스 모델 병목’ 현상은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참여 기업들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보이지 않아 아무도 먼저 나서지 않는 상태를 가리킨다. 이 교착 상태의 배경에는 운송업계와 전력업계의 이해관계 충돌이 있다. 운송회사는 차량을 최대한 오래 운행해야 수익이 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빠른 충전과 유연한 운영을 원한다. 반면 전력회사는 전력 사용량이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설비 효율이 높아진다. 서로가 원하는 운영 방식이 달라 양쪽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사업 구조가 만들어지지 못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한 기업이 홀로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산업 생태계 전체가 함께 비즈니스 모델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력회사는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해 전력 피크를 분산시키고 화주(貨主·운송 구매자) 기업은 운송사와 장기 계약을 맺어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춰줄 수 있다. 충전 장비 업체도 선구매 방식 대신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청구하는 모델을 도입하면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
연구진은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가 충전 인프라에 직접 투자하고 인접 서비스를 결합하며 수익 구조를 확장한 사례를 긍정적 선례로 언급했다. 강력한 선도 기업이 먼저 움직여 생태계 전환의 촉매 역할을 하는 것이 교착 상태를 푸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기술 전환이 성공하려면 기술 개발이나 보조금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생태계 참여자 모두가 수익을 낼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구조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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