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참패 12 대 4… 득표수론 51% 대 42%
더 센 심판 마땅하나 與 오만함에 민심 급변
‘공소취소’ 견제 표심에 진보측도 “문제있다”
정-김-송 3인이 사사로움 잊고 바른 길 갈까
김승련 논설실장
국민의힘은 이번 지선에서 광역단체장 기준 ‘12 대 4’로 참패했다고 평가받지만, 민심 지형을 보여주는 숫자가 더 있다. 광역단체장 기준 두 정당 후보 16명씩이 얻은 총 득표수 비율로, 51% 대 42%였다. 1년 전 대선 때 이재명(49%), 김문수(41%) 후보가 얻은 지지율과 흡사하다. 혹자는 선거 때 응당 나타나는 진영 결집의 결과가 아니냐고 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대선 이후 나타난 민주당에 유리한 세 가지 흐름을 고려하면 표차는 더 크게 벌어졌어야 자연스럽다.
첫째,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국정 지지율이다. 5월 마지막 갤럽조사 때 ‘잘한다’와 ‘못한다’ 비율이 각각 64%, 28%였다. 둘째, 전직 대통령 부부와 그들을 에워쌌던 국힘 정치인들의 서글프고 부끄러운 뒷모습이 드러나면서 생긴 거부감이다. 셋째, 계엄을 시종 감싼 장동혁 체제의 퇴행과 여러 기행(奇行)도 빼놓을 수 없다. 51% 대 42%로 좁혀진 격차는 민주당으로선 심각히 받아들여야 할 사안이다.
혼수상태에 빠진 국힘에 인공호흡기를 달아준 건 민주당의 오만이었다. 국회 상임위와 국정조사 현장에서 민주당 소속 위원장들이 보여준 일방통행은 용인 가능한 선을 넘어서곤 했다. 어지간한 일터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호통과 안하무인이 이어졌는데, 국민들이 지켜보는 곳에서 이래선 곤란하다는 자성은 보이지 않았다. 연초에 ‘공소취소 모임’이 활동을 시작할 때 설마 했지만, 특검에게 공소취소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까지 발의할 줄은 몰랐다. 국힘은 브레이크 역할을 못 했다.
국힘 지도부가 이 지경에 몰린 건 ‘내란 옹호 세력’ 이미지가 쌓인 결과다. 민주당이 찍은 낙인인데, 크게 틀린 게 없다. 국힘은 계엄 해제 표결에 대거 불참했고, 국회 탄핵에 반대했고, 한남동 관저 앞에서 체포 저지에 나섰다. 정당이란 큰일이 터질수록 국민 앞에 정확하고 정직하게 설명해야 그 진심을 인정받고 신뢰를 회복하는 법이다. 비상계엄을 두고 변명과 옹호 일색인 국힘이 어떻게 여당을 견제할 힘을 모아 달라고 할 수 있겠나. 국힘 지도부는 지도자답지도 일꾼답지도 못했다. 이름에 걸맞게 행동하라는 ‘정명(正名) 정치’에 실패했다.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하나님의 계획’이라는 식으로 정치를 타락시킨 데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야당이 상식과 순리에 어긋난 길을 가며 심판받은 지금 민주당에도 비슷한 폭풍우가 다가오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지선에서 더 압도적으로 국힘을 꺾지 못한 이유로 공천 잘못, 정청래 대표의 사심(私心) 정치를 꼽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직감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이유들만으로 ‘국힘이 대패해야 정신차린다’며 투표 거부로 기울어 가던 일단의 보수층을 투표장으로 대거 이끌지는 않았다는 것을.
8월쯤 열릴 전당대회를 앞두고 6월 중으로 정청래 대표는 사퇴하고, 당은 원내대표 중심으로 운영될 공산이 크다. 그 경우 민주당은 ‘지선 이후’로 처리를 미뤘던 공소취소 특검법안을 6,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를 강행할까. 100명이 넘는 공소취소 모임 의원들, 국정조사를 주도하던 서영교 의원 등은 여론을 살피며 고심 중일 것이다. 처음 계획대로 밀어붙일지, 선거 때 확인한 따가운 민심을 고려해 ‘새 당 대표가 결정할 몫’이라며 두세 달 시간을 더 벌 것인지, 아니면 제3의 수를 찾아낼지 곧 확인하게 될 것이다.
민주당은 침묵하고 있지만 진보진영의 저류에선 위기의식이 묻어난다. 민주당 독주를 견제하는 민심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대해 “특검법안을 주도한 민주당 의원들은 물론 방치한 청와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진보 성향 신문의 사설까지 등장했다. 선거 전만 해도 찾아보기 힘들던 문제의식이다.
현재로선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에 더해 송영길 의원의 당 대표직 도전이 점쳐지고 있다. 이들 3인이 이 사안을 어떻게 다룰지가 궁금하다. 세 후보는 ‘검찰이 증거를 조작해 기소했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이들 아닌가.
장동혁 체제에서 국힘은 계엄 이후 정국에서 선 굵은 대처를 못 했다. 정치적 셈이 앞섰고, 헌법과 상식은 그다음이었다. 이젠 민주당이 비슷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무조건 특검법안 처리 중단이 답이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 민주당과 후보 3인은 어떤 결정을 내리건 국민 앞에 제대로 된 이유를 제시하면서 진행하고 평가받아야 한다. 난처하다는 이유로 뒤로 미룰 일이 아니다. 사사로움을 걷어내고 국민만 보겠다는 용기를 내길 바란다. 이런 일 정리하라고 정치인이 존재하는 것 아닌가. 의석수를 앞세운 우격다짐이 아니라 상식과 순리에 따른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민주당은 새로운 리더십의 탄생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