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개봉한 영화 ‘F1: 더 무비’는 글로벌 손익분기점을 쉽게 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극장 수익 추이로는 투자금 회수 수준의 흥행이 예상된다. 제작비가 약 3억 달러(약 4096억 원)로 추산되니 기존의 영화 수익모델을 생각하면 흥행 성적은 미미한 수준이다. 그렇다고 흥행…
대학원 졸업논문을 쓰던 때다. 마감은 다가오는데 진도는 나가지 않았다. 업무와 병행하다 보니 퇴근 후 앞서 쓴 내용을 복기하고 예열하는 데에만 한참이 걸렸다. 대단한 역작을 쓰고자 한 것도 아니었지만 당장 하루 몇 줄 쓰기도 버거우니 완성할 수 있을지 그 자체로 미지수였다. 가망이 없…
도배사들의 실력과 수준을 분별하는 등급이나 자격이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현재 도배 기술에 대한 공식적인 등급 제도는 없지만 현장에서는 실력에 따라 보조, 준기술자, 기술자로 나누고 이에 맞는 일당을 책정한다. ‘보조’는 이제 막 도배를 시작해 모든 것을 배워 가야 하는 …
초면인 사람들과 쉼 없이 연락을 나누는 게 내 일의 일부다. 나는 취재와 협업 등의 이유로 늘 다른 사람에게 의뢰를 해야 한다. 반대로 내가 의뢰나 용역을 받기도 한다. 매번 다른 분야를 조사하고 취재할 때가 많아 ‘어느 분야의 어떤 경력자에게 어떤 걸 물을까’가 중요하다. 사람의 실…
스스로에게 자유를 부여한 날이었다. 카페에 갈까 하다가 문득 대학 도서관이 떠올라 집에서 40분 거리의 모교로 향했다. 평일 낮 지하철은 한산했고, 쏟아지는 봄볕 아래 꾸벅꾸벅 고개를 떨구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 가슴은 혼자 비밀을 간직한 듯 뛰었다. 오랜 기간 생각만 해온 작은 사치가…
나는 이제 사장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일주일 전 내 명의로 사업자 등록을 했다. 도배사 중에서는 수십 년 경력자여도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도배 일을 시작하면서 바로 사업자 등록부터 하는 경우도 있다. 사업자 등록이 도배사로서 반드시 거치거나 목표로 하는 단계는 아니라…
유망하거나 안정적인 직업을 얻기 위해 노력하던 친구들과 달리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기로 했다. 나는 잡지를 좋아했다. 긴 페이지의 호흡 안에 미세한 요소를 넣는 게 좋았다. 원고뿐 아니라 디자인이나 사진 등 다양한 요소로 페이지를 만들 수 있다는 그 가능성이 좋았다. 크고 굵직한 이야…
출산을 했다. 초음파 사진과 발길질로만 어렴풋하게 인지하던 존재가 꼬물거리며 품에 들어왔다. 제왕절개 전날, 병실 침대에 누워 남편에게 말했다. “기분이 이상해. 엄마가 되기 전날이라니. 살면서 이렇게 큰 변화는 없었던 것 같아.” 그 밤, 우리는 쉬이 잠들지 못했다. 다음 날 차가운…
도배는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다. 처음 배울 때부터 기술자가 되기까지는 기술을 알려주는 선배들이 있어야 한다. 이후에도 보통은 두세 명 혹은 그 이상이 팀을 꾸려 함께 일한다. 고정된 파트너나 팀원 없이 홀로 다니는 경우라 하더라도 주어진 일을 기한 내에 끝내기 위해 다른 도배사를 …
일 때문에 휴대전화 연락처 목록에 저장된 사람들이 많다. 연락처를 저장하면 자동으로 모바일 메신저에서도 ‘친구’로 추가되다 보니 그들의 프로필 사진이 업데이트되는 모습도 눈에 보인다. 그런데 요 며칠 동안 프로필 사진을 바꾼 사람들이 엄청나게 늘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보니 대부분 요…
‘혼자 놀기’라면 자신 있었다. 스무 살, ‘혼영’(혼자 영화)을 시작으로 국내외로 혼자 여행을 다녀 버릇하면서 혼밥, 혼술로는 ‘만렙’(최고 레벨)의 경지에 올랐다. 혼자라서 못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그것은 곧 자유의 상징이었다. 작은 배낭 하나를 메고 낯선 여행지에서 홀로 반주…
개별 고객이나 인테리어 업체를 대상으로 도배 작업을 하다 보면 보람 있고 즐거운 순간도 많지만 반대로 기분이 상하거나 난감한 일을 겪기도 한다. 터무니없이 저렴한 비용을 지불하면서 양질의 작업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오기로 했던 작업자가 갑자기 펑크를 내기도 한다. 사전에 전달받은 …
“혹시 모르니까 잘 알아보고 둘 수 있으면 둬라.”연례 가족 제사가 끝나고 함께 걷던 중 엄마가 말했다. 안부를 나눌 겸 나의 사랑니 발치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이었다. 나는 딱히 아프지도 않고 바쁘기도 해 사랑니를 뽑지 않은 채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건강검진에서 ‘뽑을 때가 됐다’는…
출산을 앞두고 새 식구 맞을 준비가 한창이다. 지난 연휴, 나들이 대신 벼르고 벼르던 짐 정리에 나섰다. 결혼 후 두 번의 이사를 거쳐 정착한 세 번째 집이다. 이사 때마다 정리를 한다고 했는데 10년의 세간살이가 여전히 빼곡하다. 그동안 나는 중고 판매를 해본 적이 없다. 필요한 물…
며칠 전 도배 작업을 하다 잠시 커피를 마시며 쉬던 때였다. 한 반장님이 다른 반장님에게 문득 이런 질문을 던졌다. “형님은 도배가 재미있으세요?” 보통은 이제 막 일을 배우기 시작해 모든 환경이 새롭고 낯선 초보 도배사나 한창 실력을 키워 나가는 준기술자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그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