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무쓸모 선물’이 유행했다. 말 그대로 쓸모없는 선물을 주고받는 것인데, ‘2만 원 미만 무쓸모 선물 교환식’과 같이 미리 가이드를 주고 서로 준비해 오는 식이다. 내용물을 보면 통닭 모자, 소주 디스펜서와 같이 내 돈 주고는 안 살 것 같은 소위 ‘병맛’ 선물들이 많다. 송년…
겨울에 첫눈이 오듯 연말이 되면 서점 매대에 트렌드 코리아가 나타난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22’는 올해도 당연하다는 듯 연말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시리즈는 2008년 처음 출간됐으니 벌써 14년째 장수하는 스테디셀러다. 이 책 옆에는 다양한 아류(?)의 20…
이른바 ‘위드 코로나’ 2주 차인 주말 오후 10시 넘어 집 근처 유흥가에 가 보았다. 실제 사람들이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내가 간 곳은 대형 유흥가였다가 바람 빠진 공처럼 상권이 축소됐다. 그래도 골목 몇 개씩을 채울 만큼의 술집과, 젊은이들이 첫차를 기다리거…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좋아한다. 주인공 혜원(김태리)이 뽀드득 뽀드득 눈을 밟고 찬 기운 서린 낡은 집에 들어설 때, 이제는 아득한 어릴 적 할머니 집의 추억으로 나도 함께 들어선다. 혜원을 따라 정겨운 고향집에서 다정한 친구들과 사계절을 나고 나면, 여지없이 욕심이 인다. “우리…
요즘 내 주변 2030 회사원들의 관심은 다른 무엇도 아닌 출근 자체다. 1일부터 시작된 단계적 일상 회복 1단계는 직장인들에게 재택근무 축소를 뜻하기 때문이다. 나만 해도 11월부터는 출근일이 늘어난다. 회사원이 출근하는 게 당연한데 뭔가 기분이 이상해서 생각해보니 재택근무를 한 지…
거의 평생 서울에 살았으니 자주 가는 식당이 몇 개 있다. 가격이 과하지 않고 음식의 완성도가 가정식 수준을 넘어서며 순하든 진하든 맛의 지향점이 있는 곳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식당이니 친구들과도 가고, 편하게 지도 앱으로 주소를 공유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지도 앱으로 식당 주소를 찾…
“답이… 올까?” 눈을 질끈 감고 ‘보내기’ 버튼을 눌렀다. 밑져야 본전인 메일 하나 보내는 게 뭐 대수라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있는데 조언을 구할 길이 없었다. 검색에 검색을 거듭한 끝에 메일 주소 하나를 얻었다.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안녕하세요, 먼저 이…
얼마 전 ‘용리단길’에 갔다. 용리단길은 신용산역 근처 세련된 가게들이 모인 길이다. 1년 전만 해도 평범한 골목길이었던 곳이 가게 몇 개가 생긴 후 이름을 얻었다. 문을 연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신생 레스토랑에 가기로 했다. 트렌드에 빠른 친구가 정한 장소였다. 도착하니 대기열이 …
최근 해외 쇼핑몰에서 중국산 스피커를 샀다. 사진과 설명대로라면 가격에 비해 만듦새가 너무 좋았다. 보통 전문 오디오 브랜드가 합판 원목으로 만드는 스피커는 기백만 원이 넘는다. 이 제품은 그보다 훨씬 저렴했다. 제품 소개 페이지 문구와 이미지도 브랜딩을 거친 티가 났다. 나는 평소 …
스물일곱에 결혼했다. 초혼 평균 연령이 서른은 거뜬히 넘는 시대니 자연스럽게 또래 그룹 ‘유부 1호’가 됐다. 식을 치르고 얼마 지나지 않은 술자리에서였다. 흥에 취해 이런저런 농담이 오가는 가운데 한 남성 지인이 장난스럽게 말을 막았다. “아줌마는 빠져.”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
“요즘은 경제도 예능이야.” 오랜만에 만난 애널리스트 친구가 말했다. 몇 달 전부터 유명 경제 유튜브 채널에 나가기 시작하자 자기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너무 많아졌다는 것이었다.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몇 년씩 써온 게 유튜브 하나 나가는 것보다 못하더라고 했다. 그 유튜브 채널이 구독자…
“나도 첫 책 때는 그랬지.” 올라오는 글마다 하트 세례를 퍼붓고 다니는 내게 출간 경험이 많은 선배가 말했다. 해시태그를 검색하던 손이 머쓱해졌다. 최근 첫 책을 냈다. 매월 발행되는 책의 수만큼 매월 첫 책을 내는 이도 많을 텐데, 막상 나의 일이 되니 별스럽게 들떴다. 아침에 눈…
아침마다 대학 동기 단체 카톡방에는 “가즈아!”라는 메시지와 함께 주식 차트 캡처가 올라온다. 각자 투자한 종목이 높은 수익을 내기를 바라며 파이팅을 외치는 것이다. 어떤 주가 좋다더라, 언제 빼야 할까 등 투자 고민을 나누며 하루를 시작한다. 이들뿐만 아니다. 요즘엔 어떤 친구와 이…
“이게 조금 지쳐요.” 30대인 지인이 모니터를 보여주며 말했다. 그의 업무 메신저 대화창은 움직이는 이모티콘들로 가득했다. “코로나19 때문에 대면 만남이 줄어서 그런 것 같아요. 문자로만 말하면 조금 차갑다고 느끼는 걸까요. 저는 크게 상관없는데….” 사적인 사이가 아닌, 업무상 …
몇 달 전, 사고가 있었다. 전화를 받고 응급실로 향하던 그 길이 아직도 아득하다. 병상에 누운 남편 얼굴을 확인하자 그나마 안도감이 밀려왔다. 두려워했던 만큼의 무서운 사고는 아니었지만, 한시바삐 수술이 필요한 여전히 큰일이었다. 이송이 필요해 구급차를 탔다. 고통스러워하는 남편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