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세 명이 동시에 주문했는데도 로제 떡볶이를 못 먹었어요.” 20대 후반 동료가 월요일 출근 시간에 말했다. 요즘 인기인 로제 떡볶이는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피크 타임에 매장들이 소화를 못 할 만큼 주문량이 많다. ‘로제’는 토마토와 크림을 섞어 만든 파스타…
‘고등래퍼’라는 래퍼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다. 이번 해는 0.5% 정도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큰 화제가 되지 않는다. 나는 멘토로 나오는 네 팀 중 하나인 ‘따큐’팀을 열심히 봤다. 따큐는 염따와 더 콰이엇이라는 래퍼가 멘토인 팀이다. 염따와 더 콰이엇이 멘토로 적절치 않아 보일 …
모든 게 엉망인 날이었다. 한 달 넘게 공들여 준비한 프로젝트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고, 크고 작은 이슈들이 더해지자 스스로의 선택들에 대한 불신이 마음을 어지럽혔다. 만원버스를 잡아탄 퇴근길,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류장까지 잘못 내렸다. 걷기에는 멀고 택시를 잡기에는 가까웠고, 다시…
“저도 이거 좋아해요.” 어느 날 회의에 참석한 대리님이 내 노트북에 붙은 스티커를 보고 말을 걸었다. 그것은 ‘굿즈’였다. “국립중앙박물관요? ‘굿즈’ 맛집이잖아요.” 트렌디한 20대 후배가 이야기했다. 여기도 굿즈, 저기도 굿즈. 굿즈가 대체 뭐길래? ‘굿즈(goods)’는 테마…
“오리지널 뮤직비디오 보셨어요? 저 군대 있을 때 정말 많이 봤습니다.” 2016년 군번인 20대와 2021년 상반기 최대 히트곡 ‘롤린’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들은 말이다. 찾아보니 정말 있었다. 롤린의 오리지널 뮤직비디오는 성인 인증을 받아야 할 만큼 자극적이다. 그걸 보자 롤린 공…
라디오를 좋아한다. 한 방을 썼던 언니의 영향으로 초등학생 때부터 라디오를 달고 살았다. 거실의 TV가 온 가족에게 속한 미디어라면 내 방의 라디오는 내게 속한 것이었다. 라디오는 내 방의 배경음이 되었다. DJ가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분명 듣기만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
얼마 전 회사에서 ‘트렌디한 콘텐츠’에 대한 자료를 만들었다. 나를 포함한 네 명이 예시를 모았다. 넷은 성별이 같고 나이와 업무도 비슷하다. 남들이 보면 비슷비슷한 사람들로 보일 것 같다. 우리는 서로 가져온 콘텐츠를 보고 깜짝 놀랐다. 모두 너무 다른 걸 가져왔기 때문이었다. 회의…
어떤 젊은이들은 외국 낯선 도시에 도착하면 구글 맵과 우버와 함께 틴더를 켰다. 틴더는 글로벌 데이트 매치 애플리케이션이다. 여기서의 데이트는 연애를 뜻하기도, 친근한 하룻밤을 뜻하기도 한다. 한국에 일 때문에 온 북미 교포 모니카(가명)도 그런 생활을 하다가 그만뒀다고 했다. 틴더로…
“어릴 때 취미랑 특기 헷갈리지 않았어?”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여기저기서 맞장구를 친다. 사물함에 취미, 특기, 장래희망을 써 붙이던 시절. 고작 열 해 가까이를 산 어린이에게 취미와 특기를 구별하는 것은 퍽 버거운 일이었다. 취미는 좋아하는 것, 특기는 잘하는 것이라는 선생님의 …
얼마 전 친분이 있는 두 변호사가 창업했다. 선물을 들고 사무실을 방문했더니 두 사람의 사무실이 모두 ‘공유오피스’였다. 공유오피스란 목돈 없이 저렴한 임차보증금과 차임을 부담하면서 여러 사용자가 시설을 함께 쓰는 사무실을 말한다. 처음에는 ‘싼 게 비지떡이 아닐까’라는 편견을 가졌는…
1989년생인 나는 아직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 오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생의 멋진 구간은 다 살아본 1957년생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 인생의 전성기는 언제였어?” 예상치 못한 답이 돌아왔다. “아직 안 왔다!!” 더 이상 젊지 않은 나이엔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게 될까?…
‘○○하는 척’이라는 말은 대개 상대를 깎아내리기 위해 사용된다. 이 때문에 비슷한 표현을 들은 날은 모멸감에 밤새 잠을 못 이루곤 했다. ‘척’을 한다는 것은 갖지 못한 것을 가진 척하는 것이고 이는 부끄러워해 마땅한 일로 여겨졌다. 어느 날 한 광고를 보았다. 다양한 이들이 마케팅…
얼마 전 유튜브 방송에 출연했다. 권지안(예명 솔비) 작가가 만든 케이크가 미국의 현대미술가 제프 쿤스의 작품 ‘플레이도’를 표절한 것인지가 주제였다. 케이크 논란은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그녀가 원저작자를 표시하지 않아 불거졌는데, 그녀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작가로서 무게감과 책임감을…
최근 감명 깊게 읽은 캐럴라인 냅의 ‘명랑한 은둔자’엔 ‘부모님 은혜의 시기’란 말이 나온다. ‘자식이 부모에게 복종하지 않아도 될 만큼 나이가 들었지만 아직 부모를 걱정할 만큼의 나이는 들지 않은 그 짧은 시기.’ 올해 서른셋이 된 나는 책에 밑줄을 그으며 ‘지금 이 행복을 오래 누…
질문하기를 좋아한다. 같은 질문에 대해 각기 다른 답변들을 듣고 있으면, 사고가 확장되고 나를 둘러싼 세상이 조금은 더 넓어지는 느낌이 든다. 마주 앉은 상대를 더 이해하게 되고, 호감지수가 상승하는 것은 덤이다. 취미, 장래희망부터 취향에 이르기까지 레퍼토리도 다양하지만 최근 그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