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을 지키고 산다는 것[2030세상/박찬용]

  • 동아일보

박찬용 칼럼니스트
박찬용 칼럼니스트
“자기 개성을 지키면서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젊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요즘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직장 생활을 거쳐 프리랜서 에디터라는 자영업자로 살고 있어서일까. 이런저런 생각 끝에 내가 내놓는 답은 늘 비슷하다. “그런 건 별로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회생활을 하는 한 ‘나 자신’이라는 것은 좀처럼 지켜지지도 않고 지킬 필요도 없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런 질문을 던지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나 역시 그들 나이 때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여러 직군 가운데 잡지 에디터를 택한 이유 중 하나도 ‘내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였다. 원고든 기획이든 잡지 지면은 다른 매체보다 훨씬 유연해 보였다. 실제로 “여기서는 자기 것을 하기 더 좋다”고 말한 잡지계 선배도 있었다. 그런 이야기에 홀려 나는 촛불에 뛰어드는 날벌레처럼 잡지계로 들어가게 됐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남의 돈으로 일하는 이상, 내 뜻대로 모든 걸 할 수는 없다. 작은 잡지사라도 정상적인 출판을 하는 곳이라면 선배와 데스크를 거쳐 교정에 이르는 과정을 거친다. 적어도 서너 번은. 정상적인 출간이라면 오타부터 담당자의 세계관까지, 여러 요소가 그 과정에서 걸러지게 된다. 경력이 지금보다 짧았던 초창기에는 그런 일을 겪으며 적잖이 실망하기도 했다. 내가 괜찮다고 생각한 표현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사실들이 깎여 나가는 일도 많았으니까.

그런 일들을 몇 해 겪으며 나는 서서히 깨닫게 됐다. 무엇이 얼마나 걸러지든, 자기 자신이 만들어 둔 것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러 금지사항과 제한을 지키면서도 자기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사실 자기 자신은 어떻게 해도 완전히 숨겨지지 않는다. 개성은 애써 지키는 것이 아니라, 남겨지는 것이다. 자신의 개성이 깎여 나갔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어쩌면 그런 것은 깎여 나가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자신의 일부를 남이 보는 무엇으로 만들어 파는 일이라면 말이다.

왜 젊은이들은 아직 그런 질문을 할까. 요즘 풍조가 더욱 스스로의 개성을 강조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유튜버나 인플루언서 같은 일은 신종 직업 단계를 넘어 오늘날 사회의 일부가 됐다. 자신의 개성 일부를 대형 플랫폼에 올려 상품화하거나 수익을 얻는 경우도 점점 늘고 있다. 그런 흐름에 올라타지 않으면 뒤처지는 기분이 들 법하다. 하지만 자아의 일부를 걸어두고 판매하는 지금의 내 입장에서라면, 굳이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냉정히 말하면 플랫폼 안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최근 한 만남 자리에서 비슷한 걸 또 느꼈다. 지금까지 내가 만들어온 기획들을 바탕으로 재미있는 출판물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이 오간 자리였다. 내 입장에서는 좋아 보였는데 한편으로 내게 너무 과분한 기획 같아 “(제가) 이런 걸 할 급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그때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젊은 담당자가 말했다. “자기 급은 자기가 정하는 게 아니에요.” 그러게 말이다. 사회에서의 내 개성도 어쩌면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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