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 고위 회담이 실시된 6일 오만 무스카트의 한 궁전. 대부분 정장 차림인 양국 대표단 사이에 해군 정복 차림으로 나타난 미국의 4성 장군 브래드 쿠퍼 미군 중부사령부 사령관(59·사진)이 큰 관심을 모았다. 그는 지난해 8월부터 중동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 수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쿠퍼 사령관은 취임 후 이스라엘 등 중동 주요국을 방문하며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군사 전략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군인 출신이다. 이날 협상에서는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 고문을 보좌했다.
쿠퍼 사령관의 군복 차림은 이란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경고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핵 협상에 미온적이거나 이란 내 반정부 시위에 대한 유혈 진압을 계속한다면 미국이 언제든 군사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윗코프 특사와 쿠슈너 전 고문이 7일 중동 인근 해역에 배치된 ‘에이브러햄링컨’ 항공모함 전단에 직접 탑승해 미군 장병들을 격려한 것 또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6일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의 대미국 수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란과의 협상 와중에 군사, 경제적 압박을 모두 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는 또 “(이란이 협상에 합의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매우 가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구체적인 대상 물품은 명시하지 않았다.
반면 이란은 우라늄 농축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7일 알자지라방송에 “우라늄 농축은 빼앗을 수 없는 이란의 권리”라며 “미국의 폭격으로도 우리의 농축 역량은 파괴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지난해 6월 미군의 공습을 받은 핵시설 3개의 상당 부분을 복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라그치 장관은 조만간 미국과 다시 회담할 뜻을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쿠퍼 사령관 같은 군 수뇌부를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중재 협상에도 투입했다. 앞서 4, 5일 양일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진행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상에는 댄 드리스컬 미 육군장관이 참여했다.
이라크 파병 기갑 장교 출신인 드리스콜 장관은 지난해 11월부터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 투입됐다. AP통신은 그가 우크라이나 정부와 윗코프 특사 및 쿠슈너 고문 등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사들 사이를 잇는 일종의 연락 창구로 자리 잡았다고 논평했다. 러시아에 친화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게 우크라이나와 유럽 주요국의 입장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행보는 전문 외교관에게 주요 외교 협상의 주도권을 맡기는 집권 공화당의 전통적 기조와 배치된다고 AP통신은 분석했다. 충성심을 최우선시하며 전문 외교관보다 측근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전략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다만 숙련된 외교관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외교 사안 또한 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상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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