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은 힘들고, 손님은 서럽다…‘No Zone’ 늘어가는 요즘 카페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2월 7일 21시 06분


노 전자기기존, 노 향수존까지…회전율-마찰 탓에 ‘금지’ 늘어

전자기기를 펼쳐놓고 업무나 공부를 하는 고객들. 이른바 ‘카페 빌런’으로 불린다. 커뮤니티 게시판
전자기기를 펼쳐놓고 업무나 공부를 하는 고객들. 이른바 ‘카페 빌런’으로 불린다. 커뮤니티 게시판
‘독서를 금지합니다.’

40대 여성 A 씨는 최근 동네 카페를 찾았다가 이 같은 문구를 발견했다. 평소 카페에서 1~2시간가량 독서를 즐긴다는 그는 “규모도 작지 않은 카페였는데, 커다란 글자로 독서를 하지 말라고 써놨길래 감히 책을 꺼낼 생각도 못했다”며 “결국 휴대전화만 만지다 나왔다”고 했다. 이어 “전기를 사용하는 노트북을 제한하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독서까지 금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회전율 때문이라면 몇 시간씩 수다를 떠는 이들을 겨냥한 ‘수다 금지’는 왜 없느냐”고 반문했다.

최근 카페에서 ‘○○ 금지’, ‘노(No) ○○존’ 같은 안내 문구를 마주하는 일이 점점 늘고 있다. 시작은 ‘노키즈존’이었다. 아이들로 인한 소음이나 안전 사고 문제를 불편하게 여기는 고객들이 늘면서 초등생 이하 어린이의 출입을 제한하는 문화가 약 10년 전부터 확산했다. 2~3년 전부터는 노인의 출입을 제한하는 이른바 ‘노시니어존’까지 등장했다. 출입 대상을 제한하는 문제는 지금도 논쟁의 대상이다. 노키즈존을 경험한 일부 고객은 “아이가 차별의 대상이 되느냐”며 불쾌감을 드러낸다. 반면 카페 사장들은 “아이를 동반한 일부 부모의 몰지각한 행동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맞선다. 아이가 아니라 결국 부모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출입 대상이 아니라 ‘행동’을 제한하는 카페가 늘고 있다. 가장 흔한 사례는 ‘노트북 사용 금지’다. 카페가 커피를 마시는 공간을 넘어 공부와 업무, 휴식 공간으로 기능이 확대되면서 노트북 등 개인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손님이 급증했고 이는 매장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테이블 수가 손에 꼽히는 동네 카페일수록 이러한 고민은 크다. 카페를 운영하는 B 씨는 지난해부터 출입문에 ‘노트북 사용 금지’라는 안내문을 붙였다. 그는 “노트북을 들고 와 반나절씩 자리를 차지하는 손님이 늘어 규제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참고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참고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반면 고객들은 과도한 제재로 불편을 겪고 있다고 토로한다. 20대 C 씨는 최근 동네 카페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그는 “커피가 나오기 전 태블릿으로 e북을 보고 있었는데 사장이 전자기기 사용은 안 된다더라”며 “와이파이를 쓰거나 콘센트를 사용한 것도 아닌데 ‘규정상 불가’라는 말만 반복해 불쾌했다”고 했다. 일부 카페에는 ‘노트북·공부·독서 절대 금지, 적발 시 즉시 퇴장’, ‘떠들거나 돌아다니며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줄 경우 즉시 퇴장’ 등의 살벌한 규칙도 붙어 있다. 다만 “진상 고객을 겪은 사장들이 오죽하면 저렇게 써 붙였겠느냐”며 자영업자의 입장을 이해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에는 강원도의 한 카페가 향이 강한 핸드크림과 향수 사용을 제한했다는 이야기가 알려지기도 했다. 카페에 퍼져야 할 커피 향을 방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카페의 ‘금지 리스트’를 두고 반응은 엇갈린다. 한 누리꾼은 “카페에서 정한 규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카페를 선택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노키즈존은 조용한 공간을 원하는 사람에게, 노트북 금지 카페는 자유롭게 수다를 떨고 싶은 손님에게 오히려 편하다”고 했다. 반면 “융통성 있게 제재하면 될 일을 최근에는 무조건 안 된다며 쫓아내 듯 말하는 카페가 늘어 불쾌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카페 사장들은 “운영하며 겪은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일 뿐”이라며 “명확하고 강경하게 하지 않으면 또 다른 갈등이 생겨 어쩔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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