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전문가 김경록 인터뷰
국민연금만으론 월 250만 원 부족… 50대 이후, 번 돈 지키는 것 중요
퇴직연금, 분산과 인컴 원칙 운용… 美 S&P500 ETF는 ‘자산 1순위’
65세까지 일하는 것 필수 된 시대… 소비 줄이고 일자리 눈높이 낮춰야
非전문가 말 듣고 ‘덜컥 투자’ 금물
김경록 옵투스투자운용 고문은 은퇴 후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노동시장에 남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현실적 노후 대비라고 강조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024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50대 가구주 평균 자산은 6억 원이 살짝 넘는다. 이 중 75% 수준인 4억5000만 원이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다. 당장 쓸 수 있는 금융자산은 1억5000만 원 정도이지만 빚도 1억 원 수준이다. 이 정도 자산으로 노후 대비를 할 수 있을까. ‘은퇴 레시피’는 은퇴와 노후를 걱정하는 5060세대를 위해 안정된 준비 방법과 전략을 자산, 일, 관계 등의 측면에서 들여다본다. 첫 번째로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와 은퇴연구소장을 지낸 은퇴 전문가 김경록 옵투스자산운용 고문에게 올바른 은퇴 준비를 위한 조언을 들어 봤다.》
● 진정한 은퇴 자산 관리는 50대부터
김 고문은 자산과 관련해 대부분 간과하는 사실부터 지적했다. 국민연금과 중위자산이다. 통계청 조사에는 국민연금이 빠져 있다. 만 65세 이후 월 100만 원을 받는다면 국민연금 가치는 3억 원에 해당한다. 따라서 50대 가구주 실질 평균 순자산은 8억 원 선이다. 대기업에 35년 다녔다면 월 200만 원까지도 받으니 6억 원이 추가된다. 7080세대와는 달리 5060세대는 1988년 시작된 국민연금 수혜 세대여서 노후 준비가 그나마 수월한 셈이다.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서울 거주 2인 부부 가구의 월 생활비는 350만 원 선. 해마다 평균 4% 이상 늘고 있다. 국민연금으로 100만 원을 해결해도 250만 원 이상 부족하다. 특히 50대의 중위자산은 2억7000만 원에 불과하다.
50대 직장인이라면 퇴직연금을 어떻게 잘 굴리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50대가 중요한 이유는 가장 소득이 많은 시기여서 투자를 위한 저축을 ‘스텝업’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지출 유혹을 줄여 저축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고 김 고문은 강조했다.
김 고문은 “큰 눈덩이를 굴릴 때 눈이 더 많이 뭉쳐지는 것처럼 소득과 자산이 가장 많은 50대가 자산 눈덩이를 적절하게 굴리면 성공적인 재테크를 할 수 있다”며 “은퇴 자산 관리는 50대부터 진검승부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것은 퇴직연금을 방치하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 김 고문은 “대부분 예금에 넣고 있어 수익률이 2%대로 낮고 심지어 자신의 퇴직연금이 DB형과 DC형 어느 쪽인지, DC형이라면 자산을 어떻게 운용하고 있는지,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가 뭔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연금과 세금 지식은 은퇴 인프라를 깐다는 심정으로 숙지해야 20∼30년이 편해진다고 김 고문은 조언했다.
퇴직연금은 어떻게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김 고문은 ‘분산’과 ‘인컴’ 원칙을 강조했다. 50대 이후는 지금까지 번 돈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분산으로 리스크를 줄이고 매달 일정한 금액이 들어오게 하는 인컴 자산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 고문은 퀄리티 높은 자산 1순위로 미국 S&P500 ETF를 꼽았다.
“S&P500은 지수 출시 이후 투자자에게 연평균 11% 수익을 안겨 줬습니다. 국내 주식시장이 최근 좋지만 장기적으론 가장 견실한 S&P500부터 축구 스트라이커처럼 세워 자산 관리를 시작해야 합니다.”
이어 연 4∼6%를 목표로 채권, 우량배당주, 인프라 관련 펀드 등을 지목했다. 예금보다 약간의 리스크는 더 부담하되 수익률이 더 좋은 자산이라는 것이다. 다만 김 고문은 여기에서 반드시 따져봐야 할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2019년 독일국채연계증권(DLS)이 연 4∼5% 수익을 줄 수 있다고 해서 많이 가입했는데 투자금 80%를 날린 분도 봤습니다. 손실 하방이 뚫려 있는 자산에 투자금 대부분을 넣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요즘 인기 있는 커버드콜 ETF도 일정 한도 내에 편입할 수 있지만 ‘연 15%’ 하는 말에 현혹돼 ‘몰빵’해서는 안됩니다. 투자 세계에 공짜 수익은 없고, 합당한 리스크를 져야 합니다.”
여유가 있다면 추천할 투자 분야로는 바이오 섹터를 꼽았다. “AI 등장의 큰 수혜를 입는 분야가 바이오 산업입니다. 질병을 고치는 수준에서 벗어나 인체 부위를 부품처럼 바꿔 끼우는 날이 멀지 않습니다. 만약 관절이 안 좋다면 그때 바이오ETF를 팔아서 관절을 갈아 끼우는 비용으로 쓰십시오.(웃음)” ● 70세까지 노동시장에 남아 있어라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으로 장기적 자금은 어느 정도 확보된다 해도 단기적인 자금 흐름은 여전히 부족하다. 50대 가구주가 평균 1억 남짓한 금융자산으로 돈을 불리기엔 한계가 있다. 한국 상황에서 은퇴 후 재취업은 필수다.
김 고문은 한국 직장인이 선진국과 비교해 근무연수가 짧다는 점을 언급했다. 선진국 직장인 평균 근무연수는 37년. 하지만 우리는 노동시장 진입 시점이 늦고 조기 은퇴도 적지 않아 30년이 채 안 된다.
“10년 더 일한 선진국 은퇴자는 그만큼 연금이 풍족해 재취업 욕구가 적어요. 하지만 한국 직장인은 10년 덜 일했기 때문에 연금이 빠듯한 편입니다. 이를 메우려면 최소 65세까지는 필수, 70세까지 일하는 것도 적극 고려해야 합니다.”
김 고문은 재취업 효과와 관련해 흥미로운 숫자를 제시했다. 5억 원 자산을 가진 60세가 은퇴 후 재취업해 자산에 손대지 않은 경우 투자수익률이 연 4%라면 70세 때 자산이 7억4000만 원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일하지 않고 매년 4000만 원을 인출해 생활비로 쓴다면 10년 후 남는 자산은 2억 원에 불과하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노동시장에 남아 있는 게 70대 이후를 보내는 데 큰 힘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60세 은퇴와 65세 국민연금 수령 사이의 소득 크레바스(공백기)를 재취업으로 극복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일자리 수준이다. 은퇴자들은 재취업할 때 월급으로 350만 원을 바라지만 현실은 250만 원 안팎이다.
“은퇴 후에 소비를 줄이는 다운시프트와 일자리에 대한 눈높이 낮추기를 해야 합니다. 직장 다닐 때 기준에 맞추면 좌절감을 많이 느낍니다. 서울시, 고용노동부 등 민관에서 일자리를 매칭해주는 사업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두드리면 열 수 있어요.”
김 고문의 지인도 얼마 전 쓰레기 재처리를 감시하는 일자리를 얻었는데 월수입은 줄었지만 4대 보험도 해결돼 만족한다고 한다.
자격증 취득도 좋은 대안이다. 자격증을 따면 월 300만 원 소득이 가능한 분야가 적지 않다. 그는 “주택관리사, 손해사정인, 나무의사 등은 월수입 300만 원 이상을 벌 수 있다”며 “2년 바짝 공부해서 따는 자격증은 70대 이후로도 소득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스페어 타이어 같은 주택연금
김 고문은 실물 자산(부동산)을 현금화(유동화)하지 않는 것이 노후 준비를 어렵게 여기는 원인의 하나라고 했다.
국내 주택연금 개시 시점은 보통 73세. 김 고문은 주택연금을 70세 넘어 받으면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이 줄어드는 시기에 국민연금과 함께 가장 요긴한 소득원이 된다고 한다.
“저는 주택연금을 ‘스페어 타이어’라고 합니다. 집을 현금화하지 않는 것은 굴비를 매달아 놓고 소금만 먹는 자린고비와 같습니다. 전 재산을 놓고 30∼40년 간의 소득 지출 플랜을 짤 때 주택을 활용하지 않으면 답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50대가 소유한 평균 부동산 가격은 4억∼5억 원. 이를 70세부터 수령하는 주택연금으로 환산하면 현재 기준으로 월 120만∼150만 원이다. 김 고문은 이를 위해 부부, 자녀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도 은퇴 준비라고 했다.
“성인 자녀가 부모로부터 독립한 것처럼 노년의 부모는 자녀로부터 독립해야 합니다. 자녀들을 자신의 영향력 아래 두려는 생각부터 버려야죠. 은퇴 플랜에서 자녀 결혼 자금 마련을 고려해야 하지만 이것도 능력 범위 내에서 해야합니다. 가정은 부부 관계로 다시 짜야 주택연금 같은 문제도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 은퇴 전후 조심할 일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의 김낙수 부장은 은퇴자들이 빠지는 전형적 함정을 보여준다. 은퇴 후 예전 같은 수입을 벌어야 한다는 조급증 때문에 상가 분양 사기를 당해 평생 벌어 놓은 재산 대부분을 날린다.
“갑자기 회사를 나오거나 미리 준비하지 않은 은퇴자는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흙탕물에 빠졌다고 허우적거려도 흙탕물은 깨끗해지지 않습니다. 그땐 특별한 일을 하지 않고 천천히, 차분히 준비해 나가야 합니다. 그럼 흙이 가라앉아 맑은 물이 됩니다.”
그는 은퇴자들이 떼돈 벌 수 있다는 주변 말만 듣고 주식 등에 덜컥 투자하는 일을 경계했다. 그는 평소 자기 친구인 의사와 유명 대학병원 의사 중 누가 더 믿을 만하냐고 묻는다. 당연히 유명 대학병원 의사다. 이처럼 투자할 땐 남이 다 인정하는 곳에 투자해야 설사 잃더라도 회복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자산 1억 원이라면 수익률 2%라 해도 연 200만 원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무리하게 투자하다 그나마 있는 재산을 털어먹습니다. 200만 원은 재취업해서 충당하고 자산운용은 덤이라 생각해야 합니다. 국민, 퇴직, 주택연금에 재취업을 통한 소득 확보가 가장 이상적인 대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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