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거로움 감수하시렵니까”… 트렌디한 종이학 ‘두쫀쿠’[2030세상/김지영]

  • 동아일보

김지영 스타트업 투자심사역(VC)·작가
김지영 스타트업 투자심사역(VC)·작가
“너 두쫀쿠 먹어봤어?”

한 달 전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물었다. 아니라는 대답에 그는 그럴 줄 알았다며 품에서 까만 알맹이 세 개를 꺼냈다. “너 뭐 기다려서 사고 그런 거 안 하잖아.” 정곡을 찌르는 말에 머쓱해하며 받아들었다. 집에 돌아와 말로만 듣던 그것을 한입 베어 문 순간, 나는 당황했다. 외형만 보고 부드러운 초코 찹쌀떡 정도를 예상했는데, 입안에서 무언가 ‘와그작’ 하고 거칠게 씹혔기 때문이다. 상한 걸까, 이물질일까. 별별 상상을 하며 검색해 보니 원래 그런 식감이란다. 그리고 곧이어 확인한 가격과 구매 난도에 다시 한번 기함했다.

‘두바이 쫀득 쿠키’, 일명 ‘두쫀쿠’ 열풍이 기이할 정도다. 이름은 두바이지만 정작 두바이에는 없다. 2024년 유행했던 ‘두바이 초콜릿’의 한국식 변형으로, 중동식 얇은 면인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를 코코아 마시멜로 반죽으로 감싸 만든 것이다. 한 ‘피스’에 비싸게는 8000원을 호가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오픈런’과 ‘수량 제한’이라는 장벽은 견고하다. 그럴수록 소셜미디어 인증 욕구는 커지고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소외될 수 있다는 공포)’는 깊어진다. 2014년 인기를 끈 허니버터칩과 2022년의 포켓몬빵이 그랬듯,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열풍에는 독특한 지점이 있다.

검색창에 ‘두쫀쿠 때문에’를 치면 자동완성으로 ‘헤어짐’이 뜬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쿠키를 구해주지 않아서, 혹은 파트너가 고생해서 구해 온 쿠키를 배려 없이 먹어버려서 이별했다는 후기가 넘쳐난다. 고작 디저트 하나에 유난이다 싶지만 본질은 맛이 아니다. 클릭 한 번으로 새벽 배송이 오는 효율의 시대에 누군가를 위해 한파 속에 줄을 서고 한정된 수량을 선점하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는 행위는 ‘당신을 위해 이 정도의 번거로움을 감수할 용의가 있다’는 강력한 정서적 증거가 된다. 말하자면 ‘두쫀쿠’는 트렌디한 ‘종이학’인 셈이다.

헛살지는 않았는지 얼마 뒤 또 다른 친구가 같은 질문을 던지며 두쫀쿠를 선물했다. 그는 내게 ‘그저 맛있는 것을 함께 먹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그 담백한 말 한마디 안에는 새로운 경험으로 상대의 세계를 넓혀주고 싶은 다정함이 있다. 모르긴 몰라도 이 열풍을 뒷짐 지고 냉소하는 이들조차 막상 누군가 품에서 이 까만 알맹이를 꺼낸다면 내심 행복해질 것이다. 유행은 파도처럼 밀려왔다 사그라든다. 두쫀쿠의 인기도 언젠가는 식을 것이고, 또 다른 것이 그 자리를 대체할 것이다. 하지만 한때의 유행일지라도, 그 안에 담긴 다정함의 유통기한은 생각보다 길지도 모르겠다.

그 귀한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나, 고백하건대 나는 여전히 영하의 날씨 속에 두쫀쿠를 찾아 헤맬 자신은 없다. 다정함은 본디 번거롭다. 하지만 그 형태가 꼭 ‘오픈런’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리 트렌디하지 못한 옛날 사람은 두쫀쿠 대신 정성 가득한 편지 한 장을 준비하련다. 정성은 ‘체력’이 아니라 ‘진심’에서 나온다고 굳게 믿으며, 다시 이불 속 깊숙이 발을 밀어 넣는다.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초콜릿#카다이프#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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