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부동산 몰아치기]
“저급한 사익 추구 집단” “불로소득”… 다주택자 겨냥 연일 날선 메시지
“중과세 유예 마지막 기회” 못 박아
비판기사엔 “정부 억까 자중해달라”… 野엔 “유치원생처럼 말 못알아들어”
靑 “초장에 집값 잡겠다는 의지”
1일 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아파트 단지 부동산에 게시된 매물표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망국적 투기, 저급한 사익 추구 집단, 불로소득 돈벌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1일과 1일 이틀 사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투기성 다주택자’를 겨냥한 날 선 표현을 쏟아내며 4건의 부동산 정책 관련 글을 잇달아 올렸다. 이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 잡기 바란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음을 곧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지사 시절 최대 성과로 꼽히는 ‘계곡 정비식’의 단호한 부동산 정책을 펴겠다는 뜻을 내비치며 5월 9일로 예정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이전에 매물을 내놓으라고 재차 압박한 것이다.
● ‘계곡 정비식’ 투기와의 전쟁 예고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SNS에 “망국적 부동산 정상화는 불가능할 것 같으냐”며 “표 계산 없이 국민을 믿고 비난을 감수만 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달성한 ‘오천피’(코스피 5,000)와 경기도지사 시절 ‘계곡 정비’와 비교하며 “훨씬 쉽고 더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불법 계곡 정상=계곡 정비, 완료’라는 글을 올린 것은 이른바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 계곡 정비식 정책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2018년 경기도지사에 취임한 직후부터 경기 하천 계곡의 불법 점유 영업 뿌리 뽑기에 나선 바 있다. 일부 상인이 토론회에서 유예기간을 요청하자 이 대통령은 직접 “(불법 영업에) 유예는 불가능하다”고 선을 긋고 포클레인 등을 동원해 불법 시설물을 철거했다.
이 대통령은 다주택자 중과에 대해서도 연일 ‘더 이상의 유예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계곡 정비 사업 때처럼 투기성 다주택자에 대해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낸 뒤 부동산 세금 인상 등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는 것.
실제로 이 대통령은 “정부는 의지와 수단을 모두 가지고 있으니 정부 정책에 맞서 손해 보지 말고, 기회가 있을 때 놓치지 말고 감세 혜택 누리며 다주택을 해소하길 바란다”고 했다. 또 “‘곱버스’(주가지수 하락 시 두 배 수익을 올리는 상품)처럼 손해 보지 말고 이번 마지막 기회를 활용해서 감세 혜택을 누리며 이번 기회에 팔라”며 다주택자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이후 부동산 관련 글 9건을 잇달아 올린 것을 두고도 청와대 안팎에선 “계곡 정비 때처럼 대통령이 직접 여론전 최전선에 나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1일에는 다주택자 중과 유예 종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에 대해 “정론직필은 못 하더라도 망국적 투기 두둔이나 정부 ‘억까’(억지로 까기)만큼은 자중해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또 전날엔 국민의힘의 비판에 오후 11시 49분에 글을 올려 “유치원생처럼 제대로 못 알아듣는 분들이 있다”며 “국민 다수가 지지하는 합법적이고 정당한 정책 수단이 있고, 이 권한을 행사할 의지가 있는 정부에 맞서면 개인도 손실, 사회도 손해를 입는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집권 2년 차부터 부동산 문제에 발목 잡힐 수는 없다”며 “초장에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 부동산→주식 ‘머니무브’ 유도… “文정부 때완 다르다”
이 대통령이 ‘집값 잡기’ 전면에 나선 것은 코스피 최고 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는 지금이 집값 안정의 분수령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시중 자금을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옮기는 ‘머니 무브’가 일어나도록 유도해야 집값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일각에서 과열 우려가 나오는 주식 시장을 떠받칠 수 있다는 것. 주식 시장이 뒷받침되지 않았던 문재인 정부 때와는 다른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지난달 31일 SNS에 ‘가장 유리한 재테크 방법’으로 부동산보다는 주식을 꼽은 지난달 30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공유하며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흐름을 또 한 번의 투기 국면으로 소모할 것인지, 아니면 생산적 금융과 자본시장 중심의 선진국형 구조로 정착시킬 것인지는 이제 제도와 선택의 문제”라고 썼다.
시장에선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로 주택 매물이 줄어든 가운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로 매물이 나오면 가격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양도세 중과 대상이 되는 서울의 2주택 이상 보유자 수는 국가데이터처 통계 기준으로 2024년 약 37만2000명에 이른다. 경기 전체에는 약 56만1000명이다.
다만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어 양도세 중과에도 주택 매물이 크게 늘어날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통계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0.31% 상승했다. 이는 10·15 부동산대책으로 수요가 몰린 10월 셋째 주(0.5%) 이후 14주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