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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문한 경기 오산시에 있는 건설 자동화 로봇 기업 ‘로보콘’ 공장. 거대한 로봇 팔이 무거운 철근을 자르고 구부리면서 가공하고 있었다. 다른 쪽에선 인공지능(AI) 기반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정교하게 용접하는 등 공정 전반이 완전히 자동화돼 있었다. 로보콘은 회사가 자체 개발한 자동화 솔루션을 국내 건설 현장 곳곳에 공급하고 있다. 건설 현장의 ‘뼈대’를 만드는 철근 작업은 무거운 자재를 수시로 절단하고 옮겨야 한다. 고층 구조물 위에서 일일이 수작업으로 진행해 큰 사고가 잦다. 하지만 로보콘 공장은 노동 집약적인 고위험 공정에 로봇과 AI를 투입해 근로자를 위험으로부터 지키고, 공사 기간까지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로보콘은 로봇과 AI를 결합한 이른바 ‘피지컬 AI’로 건설 현장의 혁신을 이끄는 스타트업이다. 창업 초기, 기술이 있어도 해외 무대까지 넘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때 돌파구가 됐던 요인은 대기업의 투자였다. 자본뿐 아니라 기술을 보는 안목을 갖춘 대기업식 ‘혁신 금융’이 날개가 돼준 것이다.● 보수적 건설 현장, 대기업 투자로 뚫었다2020년 대한제강 사내 스타트업에서 홀로서기에 나선 로보콘은 그동안 100% 수작업에 의존하던 철근 가공 및 조립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했다. 인력난과 안전사고 등 건설 현장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었지만, 접촉하는 건설회사마다 “현장에 적용했던 사례가 있느냐”고 물어본 뒤 손사래를 쳤다. 돌파구는 2023년 삼성벤처투자의 ‘시리즈 B’ 투자에서 찾았다. 유망한 기업에 투자해 온 삼성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삼성벤처투자가 로보콘의 기술력을 인정하자 시장의 반응이 달라진 것이다. 로보콘은 이를 발판 삼아 안전·품질 관리가 깐깐한 국내 주요 대규모 공사 현장에서 기술력을 증명할 수 있었다. 반창완 로보콘 대표는 “자금 투자를 넘어 삼성으로부터 현장 노하우를 공유받고, 공동 특허까지 출원하면서 5년 이상 걸릴 조립 기술 고도화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했다”며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하며 쌓인 신뢰가 보수적인 건설 생태계의 벽을 허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대기업 투자가 업계 생태계도 바꿨다. 철근 조립 시장은 제강사에서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구조라 스타트업이 대형사와 기술을 논의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하지만 대형 투자를 통해 신뢰가 쌓이면서 로보콘은 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사와 직접 계약해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글로벌 시공 능력 10위권의 유럽 대형 건설사 경영진이 방문해 도입 협상을 진행하는 등 해외로 사업 영역을 확장 중이다. 대형 건설사들이 합류한 ‘시리즈 C’ 투자도 마쳤다. 기업가치는 2년여 만에 500억 원대에서 700억 원대 초중반으로 뛰었다. 올 하반기(7∼12월)에는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게 목표다. 혁신 기술과 생산적 금융이 만나 보수적인 건설 현장의 변화를 이끈 것이다.● 스타트업 투자로 반도체·로봇 시너지도국내 첫 AI 반도체 ‘유니콘’(설립 10년 이하 기업가치 1조 원 이상 기업)인 리벨리온도 대기업을 만나 날개를 단 사례다. 리벨리온은 한국 반도체 업계에 있어 ‘불모지’와도 같은 팹리스(설계) 분야에 도전장을 내민 스타트업이다. AI 추론, 연산에 특화된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개발하고 있다. 리벨리온은 급변하는 AI 시대에 사업의 속도를 내기 위해 2024년 SK텔레콤 계열사 사피온과 합병했다. 엔비디아, AMD와 같은 굴지의 빅테크들이 장악한 AI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 스타트업이 홀로 맞서는 데는 진입장벽이 높았기 때문이다. 합병을 계기로 SK텔레콤, SK스퀘어, SK하이닉스 등 SK그룹 계열사들과의 AI 사업 협력이 긴밀해졌고 기업가치가 크게 뛰었다. 지난해 9월 진행한 시리즈C 투자에서 3400억 원을 유치했고,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는 2024년 시리즈B 투자 때 인정받은 8800억 원보다 2배 이상으로 커진 1조9000억 원으로 평가됐다. 시리즈C 투자에는 영국 팹리스 ARM과 삼성벤처투자도 참여했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합병 후 SK하이닉스가 리벨리온 주주로 이름을 올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사업을 설명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리벨리온은 현재 SK텔레콤과 함께 다양한 국산 AI 서비스에 자체 칩을 도입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ARM과 데이터센터용 서버 개발에 나섰다. 고성능 그래픽카드(GPU) 중심에서 벗어나 ARM의 중앙처리장치(CPU)와 리벨리온의 NPU를 결합해 추론용 AI 서버에서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LG도 스타트업 투자를 자체 사업과 연계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2017년 국내 산업용 로봇 제조사 ‘로보티즈’부터 2018년 로봇팔 전문 업체 ‘로보스타’, 2024년 상업용 자율주행로봇 기업 ‘베어로보틱스’ 등 로봇 기업에 꾸준히 투자하며 관련 사업 역량을 키웠다. 그 결실이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6’에서 홈 로봇 LG 클로이드(CLOiD)로 나타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LG전자는 이르면 내년부터 클로이드에 대한 현장 적용 실증에 나설 계획이다. 특별취재팀▽ 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 전남 목포·신안=강우석, 경북 구미=신무경경기 오산=이동훈, 베트남 호찌민=주현우서울=전주영 박현익 박종민}
구글과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일찍이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을 통해 스타트업을 육성하며 ‘상생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혁신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기존 사업과 연계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CVC의 역할은 최근 국내에서도 ‘생산적 금융’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더 주목받고 있다. CVC는 대기업 등이 유망 스타트업·벤처 투자를 위해 설립하는 벤처캐피털(VC)을 말한다. 투자 대상 기업의 성장을 통한 재무적 수익을 목표로 삼는 기존 VC와 달리 CVC는 자사와 연관된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 보다 주목해 시너지를 내는 경향이 강하다. 대표적인 곳이 구글이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CVC인 ‘구글벤처스(GV)’를 운용하며 우버와 에어비앤비, 슬랙, 블루보틀 등 미국 대표 스타트업을 키워냈다. 삼정KPMG 보고서에 따르면 GV가 2009년 설립 이후 2020년까지 투자한 기업은 400여 개에 이른다. GV 투자를 받은 20여 개의 기업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상장했으며, 100개 이상의 기업이 인수합병(M&A)을 통한 출구전략에 성공했다. 투자한 스타트업이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돕는 ‘인큐베이터’ 역할도 수행한다. GV는 투자 대상 기업을 돕는 전담팀을 운영하며 인재 채용부터 디자인, 엔지니어링, 마케팅 등 사업 전반의 지원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파벳은 GV 외에도 캐피털G(후기 스타트업 투자 전문), 그래디언트 벤처스(인공지능 관련 투자 전문) 등 분야를 세분화해 CVC를 운영 중이다. 삼정KPMG는 “의사결정 속도와 유연성을 높이고 유망 사업 분야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존도 자체 개발 음성 비서 ‘알렉사’를 고도화하기 위해 약 1억 달러(약 1500억 원) 규모의 CVC ‘알렉사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알렉사펀드는 온도 조절기 제조 업체부터 원격 감지 시스템, 아동용 장난감, 운동 관리, 가정 보안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 전방위적으로 투자한다. 그리고 이들 스타트업이 개발하는 기술들은 알렉사와 연동돼 아마존이 구상하는 ‘스마트 홈’의 일부로 편입된다. 이 밖에도 대표적인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 세일즈포스의 CVC ‘세일즈포스벤처스’는 스노플레이크와 줌, 데이터브릭스, 도큐사인 등 같은 SaaS 스타트업에 전략적으로 투자해 왔다. 지난해 12월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미국 CVC 제도 및 운용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이제 미국의 CVC는 인공지능(AI) 산업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2024년 4분기 기준 미국의 CVC 투자의 38.1%가 AI 기업에 투자됐다. 한아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CVC는 경기 침체기에도 장기적 가치가 높은 분야에 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며 “금리 상승 등으로 VC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시장의 유동성을 지탱하는 완충 역할을 수행한다”고 밝혔다.특별취재팀▽ 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 전남 목포·신안=강우석, 경북 구미=신무경경기 오산=이동훈, 베트남 호찌민=주현우서울=전주영 박현익 박종민}

최근 한 달 새 금융당국이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회사에 전파한 보안 위협 건수가 2배 넘게 늘었다. 중동전쟁 장기화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등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잦아지면서 이 소프트웨어를 쓰는 금융사의 해킹 가능성도 커진 것이다. 최근 앤스로픽이 공개한 인공지능(AI) 모델 ‘클로드 미소스’가 금융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금융당국은 대책 논의에 나섰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3월 한 달간 자체 금융 보안 통합관제 시스템을 통해 전(全) 금융사에 전파한 보안 위협 건수는 전월 대비 2.5배 늘었다. 이 시스템은 소프트웨어 취약점, 사이버 공격 동향, 전자금융 부정 결제 등의 보안 위협 요인들을 금융사에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이 시스템은 2월 말부터 정식 가동을 시작했으며, 지난해부터 시범 운영을 해 온 덕에 2∼3월 데이터를 비교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3월 들어 중동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보안 위협 건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 측 해킹 세력이 미국·이스라엘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MS, 오라클, 구글 등의 보안상 취약점이 확인됐고 이에 따라 해당 소프트웨어를 쓰고 있는 국내 금융사도 잠재 해킹 대상이 됐다는 얘기다. 실제로 금감원은 지난달 중순 국내 한 카드사를 겨냥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포착하고 이를 500여 개 금융사에 알리기도 했다.기업 해킹 위협은 증가세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 유통 등 민간 분야의 사이버 침해사고 신고 건수는 2383건으로 2021년(640건) 대비 272% 늘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명예교수는 “이란은 사이버 공격 역량이 강해 주요 소프트웨어들의 취약점이 노출되면 국내 금융사들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기업 개별의 차원을 넘어 세계 금융시스템이 보안 위협에 취약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2일(현지 시간)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미국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국제 통화 시스템을 대규모 보안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능력이 부족하다”며 “AI 시대의 금융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안전장치’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날 금감원은 금융사 정보보안 담당 임원들을 소집해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최근 앤스로픽의 AI 모델 클로드 미소스가 iOS 등 주요 운영 체제와 웹 브라우저에서 알려지지 않은 수천 개의 보안 결함을 찾아내는 등 금융 시스템의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최근 한 달 새 금융당국이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회사에 전파한 보안 위협 건수가 2배 넘게 늘었다. 중동 사태 장기화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등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잦아지면서 이 소프트웨어를 쓰는 금융사의 해킹 가능성도 커진 것이다. 최근 앤트로픽이 공개한 AI 모델 ‘클로드 미소스’가 금융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금융당국은 대책 논의에 착수했다.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3월 한 달간 자체 금융 보안 통합관제 시스템을 통해 전(全) 금융사에 전파한 보안 위협 건수는 전월 대비 2.5배 늘었다. 이 시스템은 소프트웨어 취약점, 사이버 공격 동향, 전자금융 부정 결제 등의 보안 위협 요인들을 금융사에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이 시스템은 2월 말부터 정식 가동을 시작했으며 지난해부터 시범 운영을 해온 덕에 2~3월 데이터를 비교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금감원은 3월 들어 중동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보안 위협 건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 측 해킹 세력이 미국·이스라엘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MS, 오라클, 구글 등의 보안상 취약점이 확인됐고 이에 따라 해당 소프트웨어를 쓰고 있는 국내 금융사도 잠재 해킹 대상이 됐다는 얘기다. 실제로 금감원은 지난달 중순 국내 한 카드사를 겨냥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포착하고 이를 500여 개 금융사에 알리기도 했다.기업 해킹 위협은 증가세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 유통 등 민간 분야의 사이버 침해사고 신고 건수는 2383건으로 2021년(640건) 대비 272% 늘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이란은 사이버 공격 역량이 강해 주요 소프트웨어들의 취약점이 노출되면 국내 금융사들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기업 개별의 차원을 넘어 세계 금융시스템이 보안 위협에 취약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2일(현지 시간)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미국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국제 통화 시스템을 대규모 보안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능력이 부족하다”며 “인공지능(AI) 시대의 금융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안전장치’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이날 금감원은 금융사 정보보안 담당 임원들을 소집해 비공개회의를 열었다. 최근 앤트로픽의 AI 모델 클로드 미소스가 금융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영국 중앙은행(BOE) 등도 긴급회의를 진행한 바 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인공지능(AI) 기반 농업테크 기업 에이오팜은 ‘못난이 농산물’을 골라내는 고도의 기술을 자랑한다. 이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투명 선별기다. 농산물을 한 번에 360도로 촬영해 흠집을 잡아낸다. 기존 선별기는 농산물을 굴려가며 하자를 찾기 때문에 고추나 딸기 등 작은 접촉에도 쉽게 상하는 농산물에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2024년 3월 NH농협은행 등에서 유치한 35억 원이 이 기술을 키운 원동력이 됐다. 에이오팜은 이 자금으로 2년여간 개발에 전념했고 다음 달 투명 선별기를 내놓는다. 곽호재 에이오팜 대표는 “올해 안에 이 기기를 베트남, 북미 등으로 수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 가치가 높은 산업에 적극 투자하는 혁신 금융이 한국 농업 기업에 흘러들며 농업 테크가 한국 수출 강자로 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모험자본 지원을 받은 농업 테크는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 농가에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간 데이터 기업 다비오도 혁신 금융 산물로 꼽힌다. 다비오는 고해상도 위성 영상과 AI를 융합해 농업, 산림 등 공간을 분석하는 회사다. 2012년 설립돼 세계 최초로 30cm급 초고해상도 위성 영상과 AI 분석 기술을 내놨다. 이 기술로 산림의 개별 나무 상태를 정밀 분석하고 건강도를 평가했다. 이 회사는 2017년 미래에셋-네이버 펀드 등으로부터 25억 원, 2019년 신한캐피탈, NH벤처투자 등으로부터 90억 원을 각각 유치했다. 이를 기반으로 서버와 그래픽처리장치(GPU) 확충, 관련 인력 충원과 연구개발 등 AI 고도화에 활용했다. 덕분에 2019년 베트남 법인, 2022년 미국 법인 등을 설립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컸다. 2024년에는 인도네시아 기업과 서울 면적보다 더 큰 765㎢의 팜유 농장 모니터링 사업에 나섰다. 혁신 금융은 한국 지역의 특화 상품 수출길도 터줬다. 2014년 설립된 제주 아이스크림 및 치즈 제조기업 미스터밀크는 제주산 원유로 만든 우유, 젤라토 등을 판매한다. 민관 합동으로 조성된 농림수산식품 모태펀드 자금을 수혈받아 대량 생산 설비를 확보했다. 중국과 동남아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2028년까지 기업가치를 550억 원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관수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농업은 다른 최첨단 산업에 비해 경쟁이 치열하지 않기 때문에 수출하기 좋은 블루오션 산업”이라면서 “제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 수혈이 늦는 만큼 정부가 주도해 장기적으로 육성을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전남 목포·신안=강우석, 경북 구미=신무경경기 오산=이동훈, 베트남 호찌민=주현우서울=전주영 박현익 박종민}

“왼쪽에 있는 도형을 반으로 접으면 몇 번 모양이 될까?”(교사)“모서리 모양을 봤을 때 2번 모양이 될 것 같아요!”(초등학생들) 지난달 26일 오후(현지 시간) 베트남 호찌민 안푸 지역의 한 고급 아파트. 초등학생 민민 양(8)과 뚜언민 군(6)이 베트남인 수학 교사 질문에 큰 소리로 답을 말했다. 아이들 앞에는 영어와 베트남어로 도형의 대칭 원리를 설명한 수학 학습지가 놓여 있었다. 한국 교육업체 대교의 ‘눈높이교육’ 학습지를 베트남 교과 과정에 맞춰 재구성한 교재다. 교사는 숙제를 점검하고 다음 진도를 설명하는 식으로 30분간 수업을 진행했다. 국내에서는 보편화된 학습지 교육 방식이지만 베트남에선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베트남에서 가정방문 학습은 통상 1시간 반가량 진행되는 과외 형식이 대부분이다. 한국 학습지 수업은 시간이 짧아 저렴하면서도 비용 대비 학습 효과는 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업을 바라보던 어머니 미하잉 씨(38)는 “아이들은 올 11월에 열릴 경시대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교 눈높이교육이 베트남 가정에 진출할 수 있었던 배경엔 한국 교육 스타트업 ‘야호랩’이 있다. 야호랩은 가정방문 교육 소개 플랫폼 ‘투디’를 통해 한국 교육 콘텐츠를 재구성해 판매한다. 한국 교육 콘텐츠 수출의 교두보인 셈이다. 한국 학습지의 수출 판로를 터준 이 스타트업의 성장 동력은 잠재력을 보고 과감하게 투자한 ‘혁신 금융’이었다.● 혁신 금융 받은 스타트업, ‘K에듀’ 물꼬야호랩은 대교 눈높이교육을 비롯해 한국 미술학원 ‘놀작’과 연계한 미술 교육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매달 베트남 가정 약 800곳이 야호랩에서 ‘K에듀’를 경험한다. 소속 교사는 8000명이 넘는다. 이 스타트업은 한국의 높은 교육열로 성장한 K사교육이 학구열이 높은 베트남 시장에서 먹힐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최근 한국 교육서비스업의 수출 실적이 두드러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교육서비스업 수출은 2021년 290만 달러에서 지난해 3배 이상인 930만 달러로 성장했다. 야호랩은 한국에서 이미 검증된 교육 서비스를 베트남에서 속속 선보이고 있다. 내 아이의 학업 수준을 확인하고 싶은 베트남 학부모 수요를 포착해 한국에 보편화된 수학 경시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는 이제 4000여 명이 참가하는 대회로 커졌다.윤선희 야호랩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리스크를 줄이면서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고 싶은 교육 기업들의 문의가 많다”며 “콘텐츠를 현지 수준에 맞게 가공하는 야호랩의 전문성으로 수출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야호랩은 최근 싱가포르 벤처투자사(VC)로부터 1억 원을 추가로 투자받았다. 야호랩이 한국 교육 콘텐츠 수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혁신 금융의 지원이 있었다. 2020년 야호랩이 처음 베트남 교육 사업을 구상했을 때만 해도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이를 실현할 자금이 없었다. 정책 금융기관에도 손을 벌려 봤지만 국내 사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수차례 거절당했다. 그러다가 국내 벤처투자 회사 더인벤션랩과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의 눈에 들어 1억5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김진영 더인벤션랩 대표는 “국내 돌봄 매칭 플랫폼 ‘자란다’에 성공적으로 투자한 경험이 있었던 터라 비슷한 모델을 가진 야호랩에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 구글플레이 등이 주관하는 스타트업 스케일업 프로그램에서 1억2000만 원을 수혈받기도 했다. 이렇게 모은 투자금이 총 10억 원가량에 이른다. 우리금융그룹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 디노랩에선 베트남의 각종 협회와 학원 관계자들 네트워크를 소개받는 등 비금융적인 지원도 받았다.● 해외 진출 금융사 노하우, 스타트업에 전수국내 스타트업이 해외로 진출할 때 어려움을 겪는 것은 돈 문제만이 아니다. 국내 금융사가 현지 스타트업이 맨땅에 헤딩하지 않도록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사업 기회를 만들어준 사례도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동시통역 서비스 ‘두다지’는 한국 금융사의 컨설팅 덕에 현지에서 한국 수출 기업의 조력자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달 27일 낮 12시 반(현지 시간) 호찌민 타오디엔 지역의 한국식 주꾸미 식당 ‘쭉심’에는 두다지의 AI 동시 통역 애플리케이션 ‘미도’가 깔린 태블릿이 식탁마다 설치돼 있었다. 베트남인 손님 프엉린 씨(33)가 스마트폰 카메라로 태블릿 화면 QR코드를 찍자 채팅방이 열렸다. 린 씨는 이 채팅방에 베트남어로 “철판 주꾸미가 얼마나 맵나” “분량이 여자 셋이 먹기 충분한가” 등을 물었다. 한국인 식당 직원이 채팅방에 한국어로 적은 답은 실시간으로 베트남어로 번역돼 손님의 태블릿 화면에 떠올랐다. 두다지는 10년 전 금융권 최초로 호찌민에 설립된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 신한퓨처스랩의 도움을 받았다. 두다지 관계자는 “신한퓨처스랩이 현지에서 구축한 현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다양한 기업과 기술 검증을 진행한 덕분에 활로를 넓힐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전남 목포·신안=강우석, 경북 구미=신무경경기 오산=이동훈, 베트남 호찌민=주현우서울=전주영 박현익 박종민}

이르면 올해 하반기(7∼12월)부터 제약·바이오 기업 공시 내용이 개인투자자가 이해하기 쉽게 개편된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였던 삼천당제약의 계약 공시에 대한 의혹이 쏟아지며 주가가 폭락하자 금융당국이 대응책을 내놓은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제약·바이오 공시 종합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가 10일 출범했다고 12일 밝혔다. TF에서 향후 3개월 동안 의견을 수렴한 뒤 제약·바이오 기업의 공시 작성 기준, 방식 등을 보완할 방침이다.이는 최근 삼천당제약을 둘러싼 논란이 커진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삼천당제약은 지난달 31일 미국 파트너사와 1억 달러 규모의 경구용 비만·당뇨 치료제 복제약 독점 계약을 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계약 상대가 누구인지 공개하지 않은 데다 기술력에 대한 의문이 불거지며 주가가 하락했다. 10일 기준 삼천당제약 종가는 50만5000원으로 공시 직전인 지난달 30일(118만4000원) 대비 반 토막 넘게 떨어졌다. 금감원은 제약·바이오 기업의 공시 작성 방식이 ‘깜깜이’인 점이 주가 변동성을 키운다고 보고 있다. 이에 기업의 상장 단계부터 예상 시가총액 산정 근거가 명확히 드러나도록 개선할 예정이다. 공모가 산정에 적용된 임상 진행과 수출 현황 등 전제 조건을 명시하고, 이 내용이 바뀌면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기재하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금감원은 상장을 마친 제약·바이오 기업에 임상의 성공 가능성과 주요 위험 및 변수, 향후 일정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보도자료를 배포할 때 지나치게 긍정적인 표현을 쓰거나 기대감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맥락을 담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잠재 투자자들의 합리적인 판단을 기업이 저해하는 일이 없도록 ‘보도자료 작성 가이드라인’(가칭)을 만들겠다는 얘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공시 내용은 대부분 신약 개발, 임상 실험, 기술 이전 계약 등으로 이뤄져 있어 전문적이고 복잡한 편”이라며 “개인들이 공시 내용을 알기 쉽게 이해하고 투자 여부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공시 제도를 개편하려는 것”이라 설명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전 세계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인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에 국내 개인들이 참여할 길이 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페이스X의 주요 주주인 미래에셋그룹이 국내에서 공모 절차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개인들은 스페이스X의 성장성, 창업자 일론 머스크의 명성 등에 주목하며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가 국내 투자자를 상대로 해외 IPO 청약에 나선 전례가 없고, 스페이스X 측이 증권신고서 심사 등 금융당국의 까다로운 관리를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이 국내에서 진행될 것이라 낙관하기 어려운 이유다. 12일 금융당국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스페이스X 상장 시점에 맞춰 국내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해 금융감독원과 논의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해외에서 상장하는 기업에 대한 공모주를 국내에 배정한 전례가 없어 법률적 타당성을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통상 우량 기업들이 미국 홍콩 등 주요 증시에 상장할 때 일반 개인에게 공모주를 직접 배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한국은 개인 대상 공모주 청약이 의무이지만 해외는 기업 재량에 맡기고 있다. 2024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온라인 커뮤니티 플랫폼 ‘레딧’이 개인에게 공모주 물량의 8%를 배정했는데, 당시 월가에선 “이례적인 사례”란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스페이스X의 창업자인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올 6월을 목표로 추진 중인 스페이스X 상장에서 공모주의 최대 30%를 개인에게 배정하고, 전 세계 1500여 명을 대상으로 투자 설명회를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기에 스페이스X와 협력해 온 미래에셋그룹이 국내 기관, 개인들에게 공모주 배정을 추진하면서 금융권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미래에셋은 4년 전부터 스페이스X, 인공지능(AI) 기업 ‘xAI’,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등 머스크가 설립하거나 인수한 기업에 약 1조 원을 투자했다. 스페이스X의 목표 기업 가치는 약 2조 달러(약 2970조 원), 공모 규모는 약 750억 달러(약 111조 원)로 예상된다. 2019년 상장한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공모액(약 294억 달러)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IPO가 유력하다. IB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이 중 약 6.7%인 50억 달러(약 7조5000억 원)어치의 물량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관건은 해외 공모주를 국내에서 일반 공모 방식으로 배정한 전례가 없다는 점이다. 한국과 미국의 IPO 제도가 상장 심사 주체 및 요건, 개인 배정 방식, 경영권 방어 수단 등 여러 면에서 다른 점도 걸림돌이다. 한 증권사의 IPO본부장은 “과거 사례가 전무하다는 게 금융당국 입장에서 가장 큰 부담 요인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융당국은 개인투자자 보호 대책, 원-달러 환율 영향 등을 다각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미국에 상장하는 기업이라도 국내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하려면 국내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게 원칙”이라며 “미래에셋이 받아올 물량이 얼마나 되느냐가 관건인데, 청약 자금으로 대규모 달러가 유출되면 환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금융감독원이 한화솔루션이 추진 중인 2조4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 제동을 걸었다. 9일 금감원은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한화솔루션이 유상증자 목적으로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 제출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공시에서 “투자자의 합리적인 판단을 저해하거나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에 해당돼 정정 제출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정정신고서 요구에 따라 한화솔루션의 유상증자 절차는 중단됐다. 향후 일정 전반이 변경될 수 있다. 회사가 3개월 이내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신고서가 철회된 것으로 간주된다.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26일 2조4000억 원에 달하는 유증 계획을 밝혔다. 이 중 1조5000억 원은 만기 회사채를 갚는 데 쓰고, 나머지 9000억 원은 신기술 개발에 투자할 방침이었다. 계획이 발표된 이후 한화솔루션 주가는 20% 넘게 떨어졌다. 증자 대금 절반 이상을 부채 상환에 투입한다는 점이 시장에서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주주 반발이 거세지자 한화솔루션은 이달 3일 간담회를 열고 해명에 나섰지만, 그 자리에 참석한 정원영 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금감원에 유증 계획을 사전에 다 말씀드렸다”고 말해 파장을 불러왔다.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한화 측과 사전 협의나 승인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화솔루션은 해당 발언을 부인하며 정 CFO를 대기발령 조치했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금감원의 정정 요구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최대한 성실하게 답변하겠다”며 “주주 여러분과 언론 등에서 해주신 지적과 고언을 깊이 새겨 주주 가치 제고를 최우선으로 정정 요구에 충실히 부합하는 신고서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으로 알려진 비트코인 창시자의 정체가 영국 출신의 암호학자인 애덤 백 블록스트림 최고경영자(CEO·55·사진)라는 주장이 나왔다. 8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18개월 동안 수천 건의 인터넷 게시물과 이메일을 분석한 결과 백이 나카모토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백은 비트코인 채굴 과정에서 핵심 기술로 꼽히는 ‘해시캐시’의 창시자이자 나카모토가 백서에서 직접 인용한 인물이다. 월가에서는 백을 현재 비트코인 생태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는다. NYT는 백이 1997∼1999년 사이 비트코인과 관련된 거의 모든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데 주목했다. 비트코인 백서에 담긴 철학과 백의 행적, 철학이 정확하게 일치했다는 얘기다. 또 백과 나카모토의 문체가 비슷한 점, 백이 온라인에서 종적을 감춘 시점과 나카모토의 활동 시기가 겹친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백은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X(옛 트위터)에 “암호화, 온라인 개인정보 보호, 가상자산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일찍부터 주목했다”며 “하지만 나는 나카모토가 아니다”라고 남겼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도 이번 보도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비트코인 보안 기업 카사의 제임슨 롭 공동창업자는 “허술한 증거로 백에게 표적을 씌웠다”고 비판했다. 비트코인의 창시자 나카모토는 2010년 12월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끝으로 종적을 감췄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는 “다른 일로 옮겨간다”는 한 줄이었다. 나카모토는 110만 개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단 한 번도 팔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가상자산 업계에선 한때 나카모토가 이미 사망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비트코인이 탄생한 2009년 이후 나카모토의 정체를 밝히려는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모두 실패로 남았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정부가 주도하고 기업, 국민이 참여해 조성하는 국민성장펀드 1호 투자처인 ‘신안우이 해상풍력 발전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금융위원회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9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산업은행 본관에서 신안우이 사업 금융단 구성을 마치고 약정식을 가졌다. 이 사업은 순수 국내 자본으로 추진되는 첫 번째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다. 2029년 2월 준공하면 약 36만 가구가 한 달간 사용할 수 있는 390MW(메가와트)의 발전 용량을 갖추게 된다. 총사업비는 3조4000억 원으로 국민성장펀드, 미래에너지펀드, 첨단전략산업기금 등이 참여했다. 대출 약정을 체결한 만큼 자금 집행이 올 2분기(4∼6월)부터 시작되며, 준공 시점까지 공정에 맞춰 순차적으로 투입된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7년간 표류한 사업이 국민성장펀드 1호 투자처로 뽑힌 후 본궤도에 오른 것처럼, 다른 분야 혁신 사업에도 국민성장펀드가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금융감독원이 한화솔루션이 추진 중인 2조4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 제동을 걸었다. 9일 금감원은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한화솔루션이 유상증자를 위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 제출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공시에서 “투자자의 합리적인 판단을 저해하거나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에 해당돼 신고서에 대해 정정 제출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정정신고서 요구에 따라 한화솔루션의 유상증자 절차는 중단됐다. 향후 일정 전반이 변경될 수 있다. 회사가 3개월 이내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신고서가 철회된 것으로 간주된다.한화솔루션은 지난달 26일 2조4000억 원에 달하는 유증 계획을 밝혔다. 이 중 1조5000억 원은 만기 회사채를 갚는 데 쓰고, 나머지 9000억 원은 신기술 개발에 투자할 방침이었다. 계획이 발표된 이후 한화솔루션 주가는 20% 넘게 떨어졌다. 증자 대금 절반 이상을 부채 상환에 투입한다는 점이 시장에서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주주 반발이 거세지자 한화솔루션은 이달 3일 간담회를 열고 해명에 나섰지만, 그 자리에 참석한 정원영 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금감원에 유증 계획을 사전에 다 말씀드렸다”고 말해 파장을 불러왔다. 금감원은 이례적으로 “한화 측과 사전 협의나 승인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화솔루션은 해당 발언을 부인하며 정 CFO를 대기발령 조치했다.한화솔루션 관계자는 “금감원의 정정 요구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최대한 성실하게 답변하겠다”며 “주주 여러분과 언론 등에서 해주신 지적과 고언을 깊이 새겨 주주가치 제고를 최우선으로 정정 요구에 충실히 부합하는 신고서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으로 알려진 비트코인 창시자의 정체가 영국 출신의 암호학자인 애덤 백(55·사진) 블록스트림 최고경영자(CEO)라는 주장이 나왔다.8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18개월 동안 수천 건의 인터넷 게시물과 이메일을 분석한 결과 애덤이 사토시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애덤은 비트코인 채굴 과정에서 핵심 기술로 꼽히는 ‘해시캐시’의 창시자이자 사토시가 백서에서 직접 인용한 인물이다. 월가에서는 애덤을 현재 비트코인 생태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는다. NYT는 애덤이 1997~1999년 사이 비트코인와 관련된 거의 모든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데 주목했다. 비트코인 백서에 담긴 철학과 애덤의 행적, 철학이 정확하게 일치했다는 얘기다. 또 애덤과 사토시의 문체가 비슷한 점, 애덤이 온라인에서 종적을 감춘 시점과 사토시의 활동 시기가 겹친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하지만 애덤은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에 “암호화, 온라인 개인정보 보호, 가상자산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일찍부터 주목했다”며 “하지만 나는 사토시가 아니다”라고 남겼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도 이번 보도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비트코인 보안 기업 카사의 제임슨 롭 공동창업자는 “허술한 증거로 애덤에게 표적을 씌웠다”고 비판했다.비트코인의 창시자 사토시는 2010년 12월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끝으로 종적을 감췄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는 “다른 일로 옮겨간다”는 한 줄이었다. 사토시는 110만 개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단 한 번도 팔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가상자산 업계에선 한 때 사토시가 이미 사망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비트코인이 탄생한 2009년 이후 사토시의 정체를 밝히려는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모두 실패로 남았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정부가 주도하고 기업, 국민이 참여해 조성하는 국민성장펀드 1호 투자처인 ‘신안우이 해상풍력 발전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금융위원회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9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산업은행 본관에서 신안우이 사업 금융단 구성을 마치고 약정식을 가졌다. 이 사업은 순수 국내 자본으로 추진되는 첫 번째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다. 2029년 2월 준공하면 약 36만 가구가 한 달간 사용할 수 있는 390MW(메가와트)의 발전 용량을 갖추게 된다. 총 사업비는 3조4000억 원으로 국민성장펀드, 미래에너지펀드, 첨단전략산업기금 등이 참여했다. 대출 약정을 체결한 만큼 자금 집행이 올 2분기(4~6월)부터 시작되며, 준공 시점까지 공정률에 맞춰 순차적으로 투입된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7년간 표류한 사업이 국민성장펀드 1호 투자처로 뽑힌 후 본궤도에 오른 것처럼, 다른 분야 혁신 사업에도 국민성장펀드가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올 8월부터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소상공인들이 대출을 추가로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금융당국이 소상공인에 특화된 신용평가 체계를 시범 도입하면서 대출 심사 시 업종 트렌드, 영업 전략, 서비스 차별성 등 정성적 요소를 고려하게 됐기 때문이다.금융위원회는 9일 제3차 신용평가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 회의를 개최하고 ‘소상공인 신용평가 체계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경기침체, 고금리·고물가·고유가 등으로 소상공인들의 경영 환경이 어려워진 점을 고려해 추가 대책을 내놓게 됐다. 지난해 말 기준 소상공인 수는 1090만 명으로 전체 고용 인구의 46%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의 대출 10건 중 9건 가량이 담보, 보증 대출이어서 사업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이번 방안의 핵심은 소상공인에 특화된 신용평가 시스템을 새롭게 개발했다는 점이다. 금융위는 기존 신용등급에 소상공인의 성장 잠재력을 반영하는 방식을 추가해 새로운 평가모형(SCB·Small Business & self-ownership Credit Bureau)을 개발했다. 그동안 은행들이 소상공인의 매출, 대출 이력, 담보 여부 등만 고려했다면 이제부터는 정성적인 요인까지 따져 대출을 심사하도록 하는 것이다.새로운 평가모형은 소상공인의 역량, 상권 특성, 업종 트렌드, 영업 전략 등 수치로 반영하기 어려웠던 요소들을 담고 있다. 또 서비스 차별성, 인지도, 지적재산권 및 각종 인증 보유 여부 등도 고려해 소상공인의 향후 성장 잠재력까지 판단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이 같은 비금융부문 점수가 높은 소상공인 점수를 상향 조정하게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금융위는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 모형을 올 8월부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제주 등 총 7곳의 은행에서 시범적으로 적용한다. 2028년까지 모든 금융권이 이 같은 평가체계를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금융위는 이같은 평가체계가 은행권에 안착하면 소상공인들의 대출 여력이 늘고 원리금 상환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는 매년 70만 명가량의 소상공인이 연간 10조5000억 원 수준의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한 소상공인들의 신용점수 상승으로 이어져 연간 845억 원 수준의 이자 비용을 절감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소상공인 신용평가 시스템의 도입은 담보나 과거 이력에 의존하던 금융에서 벗어나 데이터와 미래 성장성을 중심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미래형 금융’으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재무적인 여건이 부족하더라도 성장성이 높은 소상공인들에게 자금이 공급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미국에 챗GPT(혁신 산업)가 있다면 한국에는 APT(부동산)가 있다. 부동산에 쏠린 돈을 생산적인 분야로 돌려야 한다.” 이한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겸 대통령정책특별보좌관은 8일 채널A와 동아일보 주최로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Channel A Finance Forum 2026(CAFF 2026)’ 기조 강연에서 ‘생산적 금융’의 필요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생산적 금융은 부동산에 집중된 자금을 벤처·혁신기업 등 실물 경제의 생산적인 부문으로 전환하자는 취지다. 이 이사장은 “생산성 위축, 산업·지역별 불균형 등으로 경제 성장에 한계가 왔다”며 “(더 늦기 전에) 금융이 경제 성장을 돕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채널A 개국 15주년을 맞아 마련한 이번 포럼에는 정부, 금융회사 관계자와 학계 인사 등 약 300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이 이사장과 함께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사회수석부의장, 김재호 동아일보·채널A 회장 등이 참석했다. ● “생산적 금융, 한국의 도약을 위한 길”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김 실장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부동산의 과도한 팽창은 성장 잠재력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자칫 국민경제 전반에 심대한 타격을 가할 수도 있다”며 생산적 금융 정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포럼이 지속 가능한 금융 생태계의 해법을 제시하고 생산적 금융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 정무위원장도 축사에서 “생산적 금융은, 대한민국을 다시 도약시키기 위한 금융은 가야 될 길이고 반드시 이뤄내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박 수석부의장은 “코스피 5,000 시대가 열리면서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자본시장에 관심을 가졌던 때가 없었던 것 같다”며 지금이야말로 자본의 흐름을 바꾸는 생산적 금융을 논의하기 시의적절한 시기라고 평했다. 생산적 금융은 금융회사의 생존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이란 지적이 나왔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생산적 금융은 관치가 아니다.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며 “금융사들이 미래의 생존을 위해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첨단·벤처·혁신기업 투자로 돌리고, 예금과 대출 일변도인 돈의 물길을 투자와 자본시장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 “변화에 맞게 일하는 방식도 전환” 포럼에서는 금융사들이 스스로 생산적 금융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금융회사들이 기존의 담보 중심에서 기술, 성장성에 기반한 평가 체계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이와 함께 정책금융, 벤처캐피털(VC), 보증 등을 연계한 ‘복합 금융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지속 가능한 금융지원 구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대담에 나선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다양한 정책들이) 부동산 투자에 대한 기대수익률을 단계적으로 낮추고 있다”며 “반면 기업들의 실적은 우상향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기업에 투자했을 때의 기대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희수 하나금융연구소장은 “담보 중심 평가 체계를 연구개발(R&D), 기술 특허 등 성장 잠재력을 반영한 대안 평가 체계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윤법렬 KB인베스트먼트 대표,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공동대표, 최승재 우리자산운용 대표이사, 이용재 미래에셋증권 디지털자산사업본부장도 혁신 금융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하나금융그룹은 전북 전주시 전북혁신도시에 자산운용·증권·수탁·기관 영업 등 자본시장 특화 기능을 모은 금융거점을 구축한다고 7일 밝혔다. 하나금융은 인력 150명이 명을 배치하고, 지역 인재 채용을 진행하고 벤처·혁신기업에 대한 투자금융 지원도 확대할 방침이다. 하나손해보험은 전주 완산구에 있는 호남권 콜센터를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영업 기반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전주를 국민연금 연계 금융의 실질적 거점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경북 구미뿐 아니라 경남 창원, 경기 파주에 있는 기업까지 태양광 패널 시공을 늘리고 있습니다.” 지난달 25일 오후 2시 경북 구미시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구미1공장에서 만난 이동휘 해줌 에너지사업부문 신사업팀장은 “태양광 에너지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에너지값 상승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이 오르고 있지만 이 공장은 전기요금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고 있다. 비교적 저렴한 태양광 에너지를 일부 쓰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 에너지원별 kWh(킬로와트시)당 구입 단가는 2024년 기준 액화천연가스(LNG)가 175원대이지만 태양광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원은 138원대다. 이 공장에서 사용하는 전체 전력 중 태양광 전력 비중은 태양광 패널이 준공된 직후인 올해 1월 1% 수준이었지만 약 3개월 만에 10%가량으로 늘었다. 이 공장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에너지 사업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해줌’은 금융회사들이 신산업에 과감하고 창의적으로 투자하는 ‘혁신 금융’의 지원 덕에 컸다.● 카드회사들, 투자의 공식 바꿔창업한 지 15년도 안 된 해줌은 혁신 금융 자금이 성장 단계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흘러든 덕에 여러 힘든 고비를 넘겼다. 사업 초기였던 2013년 8월부터 정책 금융기관들이 약 66억 원을 대출해 줬다. 발전소 준공까지 필요한 초기 투자 비용은 기술보증기금 기술 평가 기반 보증을 받아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이 자금 덕에 ‘데스 밸리(신생 기업이 자금을 유치하지 못해 맞닥뜨리는 도산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사업 기반을 다지는 시기에는 카드사로부터 기존 대출 관행에서 벗어난 색다른 방식의 투자를 받았다. 2015년 4월, 해줌이 태양광 패널을 아파트 등에 7년간 대여해 주는 사업을 추진했을 때다. 태양광 패널을 대량 설치할 자금이 필요했다. 이 즈음 삼성카드와 신한카드는 해줌에 약 165억 원을 투입했다. 그 대신 카드사들은 해줌의 태양광 패널을 이용하는 기업 혹은 고객에게 이용료를 받기로 했다. 7년에 걸쳐 받는 방식이었다. 권오현 해줌 대표는 “당시 금융권에서는 7년간 장기로 나눠 받는 방식이 흔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업 도약기에도 혁신 금융이 떠받쳐 줬다. 2022년 9월 NH투자증권 등이 110억 원을 투자했다. 그 덕에 해줌은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재생에너지 전략을 관리하는 가상발전소(VPP) 사업을 키울 수 있었다. 해줌의 VPP 사업 경험은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1공장 태양광 사업 수주를 비롯한 사업 확장에 힘이 되고 있다.● 공장 효율 높이는 AI 스타트업에도 모험 자본 혁신 금융이 키우는 에너지 스타트업들은 기업의 에너지 비용 절감에 도움을 주면서 동시에 석유 및 액화천연가스(LNG)에 지나치게 의존해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줄여준다. 2019년 창업한 스타트업 ‘패리티’는 액화수소로 장시간 비행할 수 있는 차세대 정찰·공격용 수소 드론을 개발하고 있다. 액화수소는 기체 수소 대비 저장 밀도가 높아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수소를 담을 수 있어 장시간 운행에 유리하다. 이 회사는 멀티콥터, 수직이착륙기 등 제품군을 확대하려 2024년 IBK기업은행으로부터 130억 원을 투자받았다. 2021년 설립한 수전해 스타트업 ‘아헤스’는 지난달 은행 투자를 받았다. 수전해는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최근에는 기업 생산비를 아껴주는 다양한 스타트업이 모험 자본을 수혈받고 있다. 2016년 창업한 원프레딕트는 공장을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발전시키는 인공지능(AI) 솔루션을 제공한다. GS파워 공장 발전기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열이 발생했을 때 이 솔루션이 빠른 해결을 도왔다. 통상 숙련된 전문가들이 현장에 가서 원인을 분석하지만 이 스타트업은 공장 데이터를 분석해 원인을 조사했다. 기술력을 앞세워 산업은행, 신한은행 등에서 투자금 490억 원을 유치했다. 음성 AI 전문 기업 ‘리턴제로’는 기업의 소통 방식을 바꾼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각종 회의의 발언을 텍스트로 전환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체 개발한 음성인식 엔진은 1500만 시간이 넘는 한국어 음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확도를 높인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우리벤처파트너스와 신한벤처투자로부터 50억 원 규모 투자를 받은 바 있다. 김남종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생산적 금융이 주로 투입되는 반도체 등 첨단 산업뿐 아니라 에너지, 인공지능(AI) 등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스타트업에도 생산적 금융이 잘 흘러들어야 선순환이 일어난다”고 조언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전남 목포·신안=강우석, 경북 구미=신무경경기 오산=이동훈, 베트남 호찌민=주현우서울=전주영 박현익 박종민}

지난달 25일 오후 경북 구미시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1공장 야외 주차장. 7200㎡ 규모의 주차장을 태양광 패널이 빼곡히 덮고 있다. 15도 각도로 하늘을 향한 패널들은 태양 빛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차량 위에 그늘막을 만들어줘 여름에는 차를 뜨겁지 않게 하는 효과도 있다. 이곳에서 생산한 전기는 전기차 타이어 등에 쓰이는 슈퍼 섬유 ‘아라미드’ 공정에 투입된다. 주차장뿐 아니라 공장용지 1만4400㎡에 들어선 3405개의 패널은 태양광 신생기업 ‘해줌’이 설치했다. 해줌은 자체 보유한 인공위성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해 최적의 설비 규모를 산출했다. 공장의 실제 전력 소비 패턴과 땅 경사도, 옥상 면적, 구미 평균 일조량 등을 정밀하게 분석한 결과다. 이를 통해 공장은 데이터 분석에 기반해 군더더기 없는 설비 투자로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고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고공 행진하는 가운데 태양광 에너지 등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해 생산비를 줄이는 기업들이 있다.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혁신 금융’이 기업의 원가 절감과 탈탄소 경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에너지 비용을 줄여 주는 기업뿐 아니라 공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인공지능(AI) 서비스 기업, 문서 관리 스타트업 등 기업의 생산비를 아껴주는 신생기업들이 모험 자본의 힘으로 크고 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전남 목포·신안=강우석, 경북 구미=신무경경기 오산=이동훈, 베트남 호찌민=주현우서울=전주영 박현익 박종민}
혁신 금융 취지의 생산적 금융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금융사가 혁신 기업을 선별하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사에서는 생산적 금융 정책에 기여할 때 정당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어야 기존 대출 관행에 길들여진 조직 문화가 바뀔 것이라고 강조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사가 생산적 금융 전문가를 서둘러 영입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최근 대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변리사를 영입해 산업 분석과 대출 심사 등을 맡겼다. NH농협은행은 농식품 및 지역특화 산업을 전담하는 심사역을 배치했다. 이들이 전문가 확충에 나선 건 생산적 금융을 제대로 집행하려면 우량한 기업을 골라내야 하기 때문이다. 담보 위주 대출의 경우 담보 평가만 잘하면 됐지만, 생산적 금융의 경우 사업 타당성이나 성장 잠재력을 제대로 평가해 대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검증력을 갖추지 않으면 아무리 생산적이고 혁신적인 취지로 대출을 내줬다고 해도 대출이 막대한 손실로 돌아올 수 있다. 김석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의 기업 선별 기능이 제대로 작동해야 생산성이 높거나 발전 가능성이 크고, 부도 위험이 낮은 기업에 자금이 지원될 것”이라며 “이 역량이 잘 갖춰지면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한국 경제 전체의 성장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 생산적 금융 인력은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직원 대부분이 부동산, 신용점수 등 담보에 기반해 대출하는 업무만 해왔다”며 “기업이 지닌 기술, 특정 산업의 성장 잠재력 등을 엄정히 평가하려면 내부 인력 양성과 함께 전문성을 지닌 외부 인력 수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영업 현장에선 생산적 금융에 기여한 직원들이 인센티브를 받는 등 평가 체계도 같이 바뀌어야 조직 문화를 바꿀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컨대 하나은행은 이런 점을 고려해 연말까지 핵심 첨단산업 기업에 신규 대출을 늘린 지점에 가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직원들이 쉽게 성과를 낼 분야도 있는데 굳이 시간과 비용을 치러가며 혁신 기업을 자발적으로 발굴할 유인이 없다”며 “생산적 금융을 유도할 수 있는 성과 평가 방식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전남 목포·신안=강우석, 경북 구미=신무경경기 오산=이동훈, 베트남 호찌민=주현우서울=전주영 박현익 박종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