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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동아재테크쇼 개막… ‘돈의 물줄기’ 찾아 투자자들 몰려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빅컷’ 단행,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긴축’에서 ‘완화’로 돈의 물줄기가 바뀌어 가는 가운데 동아일보와 채널A가 주최하는 ‘2024 동아재테크쇼’가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했다. 이번 행사는 대내외 경제변수로 불확실성이 커진 시계 제로의 상황에서 재테크 전략을 찾으려는 관람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부동산 투자 전략, 은퇴자산관리 등 분야별로 총 20명의 전문가들이 강연에 나선다. 행사는 12일까지 코엑스 1층 B1홀에서 열린다.》“재테크 유튜브만 보다가 직접 와서 전문가를 만나 상담을 받으니 훨씬 도움이 됐습니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주최한 ‘2024 동아재테크쇼’가 열린 첫날, 서울 강남구 코엑스 행사장을 찾은 직장인 이영수 씨(27)는 “세액공제를 위해 퇴직연금을 알아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장은 교수의 추천으로 ‘현장수업’ 겸 행사장을 찾은 대학생, 사회 초년생 등 20대부터 은퇴자산관리 전략을 알아보려는 60대까지 다양한 세대의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특히 국내외 기준금리 인하,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 11월 미국 대선 등 불확실성이 커진 시기에 직접 전문가와 대면해 투자 전략을 상담할 기회를 제공해 관람객들의 호응이 컸다. 올해 11번째를 맞은 동아재테크쇼 행사장엔 총 48개 기업이 설치한 99개 홍보관이 마련됐다. KB금융그룹은 고객 맞춤형 펀드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KB국민은행 스타뱅킹 ‘AI 포트폴리오’ 서비스, 국내 증권사 최초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맞춤형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KB증권 ‘Stock AI’ 서비스 등 AI 금융 서비스 체험 공간을 만들었다. 신한금융그룹은 노후 준비를 위한 퇴직연금 솔루션 등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맞춤형 상품들을 선보였다. 부스에서는 전문가들의 현장 상담도 이어졌다. 하나금융그룹은 전문가들이 총출동해 퇴직연금 등 자산관리 상담을 원하는 관람객들의 발길을 끌어모았다. NH농협금융그룹 홍보관에서는 농협은행의 대학생 봉사단 ‘N돌핀’도 나와 상담을 도왔다. 우리금융그룹은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을 앞두고 우리은행 연금사업부 전문가가 관람객들에게 퇴직연금 상담을, 자산관리컨설팅센터 전문가가 자산관리 상담을 진행했다. 김치호 씨(56)는 “7월에 퇴직하게 돼서 은퇴 자금을 어떻게 굴릴지 고민하다 신문 광고를 보고 오게 됐다. 투자의 기본 뼈대를 잡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은 고령화시대 상속을 고민하는 고객들을 위한 ‘IBK 내뜻대로 유언대용신탁’ 상품을 소개했다. 임순갑 씨(68)는 “한곳에서 여러 금융사와 상담할 수 있어 유익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 마련된 ‘한국핀테크지원센터관’에는 한국핀테크지원센터가 육성하는 핀테크 기업들이 한데 모였다. 정진호 KB국민은행 부행장은 “블록체인 등에 관심이 많은데 핀테크 업체들의 기술력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주요 외빈도 통화 정책의 흐름이 ‘긴축’에서 ‘완화’로 바뀌는 이때 ‘슬기로운 투자 생활’이 필요하다고 공감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알찬 정보들이 풍성하게 제공돼 여러분의 성공적인 재테크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동아재테크쇼가 지난 10년간 현명한 투자·재테크 길잡이로서 보여주었던 저력을 올해도 아낌없이 보여 달라”고 언급했다. 이날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 박종석 금융결제원장, 김철웅 금융보안원장 등 금융권 주요 인사도 개막식에 참석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신무경 기자 yes@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2024 동아 재테크쇼’ 첫날인 11일 강연에 나선 부동산, 주식, 절세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투자자들이 참고할 만한 재테크 전략을 공유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대표는 ‘공급 부족의 시대, 시장의 반응과 대응 전략’을 주제로 특히 △전세가 상승 지역 △미분양 발생 지역 등에 대한 투자 전략을 강조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매매 가격이 급상승해 투자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은데 전세가 신고가를 찍은 곳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유망한 투자처를 발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미분양 발생 지역도 잘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당장 미분양이 일어나더라도 신축, 대단지 위주로 투자하면 추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전세가 신고가를 체크하려면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앱) 등 프롭테크(부동산 정보기술)를 잘 활용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홈페이지를 찾아 수시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민수 더스마트컴퍼니 대표는 ‘변곡점에 선 부동산 시장, 내게 맞는 절세법’이라는 주제로 부동산 세금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 특히 최소 자금으로 최대한 많은 이익을 거두기 위해 ‘상생 임대차계약’을 적극 활용하라고 귀띔했다. 상생 임대차계약은 전셋값을 5% 이내로 인상하는 임대인은 주택 2년 실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되팔 때 양도소득세를 면제해 주는 특례 규정이다. 최근 정부는 세법 개정안을 통해 2026년 말까지 체결한 임대계약에 대해 상생 임대 특례를 인정해 주기로 했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경제 시황’ 강의를 통해 “미국의 11월 대선 결과, 미국발 금리 인하에 따른 엔 캐리 청산,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 규모 축소 등에 관심을 갖고 투자 방향성을 세워야 한다”며 큰 그림을 제시하기도 했다. 예금과 부동산 중심의 자산 포트폴리오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은 “구매력, 글로벌 초우량, 수입, 대외 충격 등 네 가지 투자 원칙을 기준으로 볼 때 글로벌 최우량 주식과 통화에, 오피스텔이나 상가 대신 리츠로 갈아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투자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경필 머니트레이닝랩 대표는 “부자들은 떨어지는 것에, 일반인은 올라가는 것에 집착한다. 현시점에서 가격이 싼지 비싼지를 따지는 투자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황현희 생각발전소 대표의 ‘재테크를 시작하는 올바른 자세’, 안석훈 키움증권 WM부문 투자콘텐츠팀장의 ‘시장의 흐름을 따르는 투자 전략 5가지 포인트’,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의 ‘부동산 시장 분석 및 전망’ 등의 강의도 진행됐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퇴직연금 가입자가 계좌를 다른 금융회사로 손쉽게 옮길 수 있게 한 ‘실물이전 제도’의 시행이 보름가량 연기됐다. 일정이 늦춰졌지만 여러 금융사가 전산 문제로 다음 달 이후 뒤늦게 합류할 예정인 데다, 회사 간의 데이터 교환 과정에서 오류도 상당해 그마저도 ‘반쪽짜리 출범’이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0일 금융권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 오전 증권사 임원들을 소집해 퇴직연금 실물이전 준비 현황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당국은 제도 시행 시점을 목표로 했던 15일에서 31일로 늦추기로 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15일부터 서비스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현재로서는 도무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실물이전은 기존에 보유한 연금 상품을 별도의 해지 절차 없이 타사로 그대로 옮길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지금까지 퇴직연금을 다른 회사로 옮기려면 보유 상품을 모두 팔아 현금화했어야 했는데 이 같은 ‘갈아타기’와 관련한 불편함을 없앤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실물이전 제도가 400조 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란 기대가 크다. 고용노동부와 금융당국은 이달 15일부터 실물이전 제도를 시행하길 희망해 왔다. 금감원은 이달 8일에도 시중은행 퇴직연금 담당 임원들을 불러 실물이전 제도를 조속히 준비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충분한 준비 없이 서비스를 강행하려 한다며 ‘졸속 시행’에 대한 우려가 번지고 있다. 상당수의 금융사들이 전산망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방은행 A, B사뿐 아니라 대형으로 분류되는 C보험사와 D증권사도 실물이전 서비스를 펼칠 수 있는 전산망 준비가 안 된 상태다. C보험사의 경우 내년 2분기(4∼6월)쯤 서비스 시행이 가능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시행 초기에 일부 회사나 업권만 참여한다면 ‘퇴직연금을 갈아탄다’는 제도의 도입 취지 자체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며 “현시점에서 이달 중 서비스를 시작한다면 퇴직연금 사업자 중 절반도 참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사 간에 고객 및 상품 정보가 담긴 ‘전문’이 원활히 공유되지 않는 점도 문제다. 소비자가 퇴직연금을 갈아타려면 △현재 회사 △갈아타려는 회사 △정보중개 기관(한국예탁결제원) 등이 정보를 동시에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사전 테스트 과정에서 오류, 누락이 잦아 실무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 협회 고위 관계자는 “고객 한 명이 연금계좌를 통해 여러 개 상품에 가입하는 걸 고려하면, 한 명의 소비자에 대한 전문을 최소한 금융사 10여 곳이 공유해야 한다”며 “우리가 전문을 보냈는데 상대방 쪽에서 ‘못 받았다’고 응답하는 경우가 아직도 비일비재하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은 일단 이달 31일 서비스를 시행한 다음 미비한 부분을 수정,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전 테스트를 완벽하게 할 수 없는 만큼 이달 중 제도부터 시행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날까지 시장 참여자들과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 주 중 실물이전 제도와 관련된 준비 현황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 연금 전문가는 “퇴직연금 가입자 중심의 서비스 도입에 힘써야 하는데, 정부가 실적 쌓기에 골몰해 ‘반쪽짜리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퇴직연금 가입자가 계좌를 다른 금융회사로 손쉽게 옮길 수 있게 한 ‘실물이전 제도’의 시행이 보름 가량 연기됐다. 일정이 늦춰졌지만 여러 금융사들이 전산 문제로 다음달 이후 뒤늦게 합류할 예정인 데다, 회사간의 데이터 교환 과정에서 오류도 상당해 그마저도 ‘반쪽짜리 출범’이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금융권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 오전 증권사 임원들을 소집해 퇴직연금 실물이전 준비 현황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당국은 제도 시행 시점을 목표로 했던 15일에서 31일로 늦추기로 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15일부터 서비스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현재로서는 도무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실물이전은 기존에 보유한 연금상품을 별도의 해지 절차 없이 타사로 그대로 옮길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지금까지 퇴직연금을 다른 회사로 옮기려면 보유 상품을 모두 팔아 현금화했어야 하는데 이 같은 ‘갈아타기’와 관련한 불편함을 없앤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실물이전 제도가 400조 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란 기대가 크다. 고용노동부와 금융당국은 이달 15일부터 실물이전 제도를 시행하길 희망해 왔다. 금감원은 이달 8일에도 시중은행 퇴직연금 담당 임원들을 불러 실물이전 제도를 조속히 준비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충분한 준비 없이 서비스를 강행하려 한다며 ‘졸속 시행’에 대한 우려가 번지고 있다. 상당수의 금융사들이 전산망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방은행 A,B사뿐 아니라 대형으로 분류되는 C보험사와 B증권사도 실물이전 서비스를 펼칠 수 있는 전산망 준비가 안 된 상태다.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시행 초기에 일부 회사나 업권만 참여한다면 ‘퇴직연금을 갈아탄다’는 제도의 도입 취지 자체가 무색해질 수 밖에 없다”며 “현 시점에서 이달 중 서비스를 시작한다면 퇴직연금 사업자 중 절반도 참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사간에 고객 및 상품 정보가 담긴 ‘전문’이 원활히 공유되지 않는 점도 문제다. 소비자가 퇴직연금을 갈아타려면 △현재 회사 △갈아타려는 회사 △정보중개 기관(한국예탁결제원) 등이 정보를 동시에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사전 테스트 과정에서 오류, 누락이 잦아 실무진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 협회 고위 관계자는 “고객 한 명이 연금계를 통해 여러 개 상품에 가입하는 걸 고려하면, 한 명의 소비자에 대한 전문을 최소한 금융사 10여 곳이 공유해야 한다”며 “우리가 전문을 보냈는데 상대방 쪽에서 ‘못 받았다’고 응답하는 경우가 아직도 비일비재하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은 일단 이달 31일 서비스를 시행한 다음 미비한 부분을 수정,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전 테스트를 완벽하게 할 수 없는 만큼 이달 중으로 제도부터 시행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날까지 시장 참여자들과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주 중 실물이전 제도와 관련된 준비 현황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 연금 전문가는 “퇴직연금 가입자 중심의 서비스 도입에 힘써야 하는데, 정부가 실적 쌓기에 골몰해 ‘반쪽짜리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은행권에서 최근 5년여 동안 희망퇴직자에게 법정퇴직금 이외에 추가로 얹어준 돈이 6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14곳의 은행(인터넷 및 국책은행 제외)이 2019년부터 올 8월까지 희망퇴직자들에게 지급한 희망퇴직금은 총 6조5422억 원이었다. 해당 기간 희망퇴직한 직원이 1만6236명인 점을 고려하면 1인당 4억494만 원씩 받아간 셈이다. 희망퇴직금은 법정퇴직금과 별개로 지급한 돈으로 자녀 학자금, 재취업 지원금, 건강검진 및 의료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천 의원은 “이자마진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둬온 은행권의 퇴직금 잔치가 지나친 상황”이라며 “수익의 사회 환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 김현정 의원실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2019년부터 올 상반기(1∼6월)까지 지출한 업무추진비는 9578억 원이었다. 매년 평균 1200억 원에 달하는 액수를 접대 용도로 써왔다는 얘기다. 통상 ‘접대비’라 불리는 업무추진비는 회사 업무와 관련해 접대, 선물 등으로 쓰이는 금액이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은행권에서 최근 5년 여 동안 희망퇴직자에게 법정퇴직금 이외에 추가로 얹어준 돈이 6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14곳의 은행(인터넷 및 국책은행 제외)이 2019년부터 올 8월까지 희망퇴직자들에게 지급한 희망퇴직금은 총 6조5422억 원이었다. 해당 기간 희망퇴직한 직원이 1만6236명인 점을 고려하면 1인당 4억494만 원씩 받아간 셈이다. 희망퇴직금은 법정퇴직금과 별개로 지급한 돈으로 자녀 학자금, 재취업지원금, 건강검진 및 의료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천 의원은 “이자마진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둬온 은행권의 퇴직금 잔치가 지나친 상황”이라며 “수익의 사회 환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한편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실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2019년부터 올 상반기(1~6월)까지 지출한 업무추진비는 9578억 원이었다. 매년 평균 1200억 원에 달하는 액수를 접대 용도로 써왔다는 얘기다. 통상 ‘접대비’라 불리는 업무추진비는 회사 업무와 관련해 접대, 선물 등으로 쓰이는 금액이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직장인 정모 씨(38)는 지난해 연소득이 약 800만 원 늘어나 A은행과 B은행에서 이용 중인 신용대출의 금리를 인하해 줄 것을 요구했다. A은행은 정 씨의 요구를 수용해 대출 금리를 0.3%포인트 낮춰줬지만 B은행은 정 씨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씨는 “은행마다 내부 심사 기준에 따라 (금리 인하 요구에 대한)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는데 정작 구체적인 근거를 알려주진 않는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혼란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은행마다 소비자의 금리 인하 요구에 대한 수용률이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심사 지표의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6월 말 기준 금리 인하 요구권 수용률은 평균 35.2%였다. 이는 카드사(62.1%), 보험사(55.3%) 등 다른 금융권의 평균 수용률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다. 금리 인하 요구권이란 승진, 취업 등으로 소득이 늘거나 빚을 성실히 갚아 신용도가 높아질 경우 대출자가 직접 금융회사에 이자 부담을 낮춰 달라고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권리로 2019년 6월 법제화됐다. 문제는 은행마다 금리 인하 요구권 수용률의 편차가 크다는 데 있다. 신한은행이 50.5%로 가장 높은 수용률을 기록했으며 NH농협(48.8%), 하나(28.5%), 우리(25.8%), KB국민(22.3%) 등이 뒤를 이었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의 수용률 차이는 28.2%포인트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요구권 활성화를 위해 심사 요건을 공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회사마다 심사 요건이 제각각이다 보니 수용률의 편차도 큰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게 금리 인하 요구권에 대한 심사 조건을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날 열린 ‘공정금융 추진위원회’에서 소비자들이 금리 인하 요구권을 적극 활용할 수 있게 올 4분기(10∼12월) 중 신청 요건에 대한 안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금리 인하 요구에 대해 그동안 금융사들이 ‘내부 심사 기준에 충족되지 않는다’고만 답한 경우가 많았다”며 “금융사가 수용하지 않은 사유를 구체적으로 통지해 심사 결과에 대한 대출자의 이해를 높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정부가 기초생활수급자, 중증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연체액이 500만 원 이하인 경우 원금을 전액 감면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고금리, 고물가 국면에서 생활고를 겪는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다. 금융위원회는 2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서민·자영업자 맞춤형 금융 지원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종식 이후에도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은 점을 고려해 금융 지원, 채무 조정 등의 대책을 추가로 마련했다. 특히 채무 원금이 500만 원 이하의 소액인 경우에는 상환 유예기간(1년)이 지나도 빚을 갚지 못하면 원금 전액을 감면해주기로 했다. 현행 제도에서는 원금의 최대 90%까지 감면해주는데 이보다 더 과감한 지원책을 내놓은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원금을 100% 탕감하는 대책을 꺼낸 건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11월 이후 6년여 만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정부 정책이 상환 능력이 있는데도 돈을 빌리고 안 갚는 ‘도덕적 해이’를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김진홍 금융위원회 금융소비자국장은 “소액 채무자의 채무 면제는 외부 전문가 심사, 금융기관 동의 등을 거쳐 제한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정부는 중국 등 해외에서 시멘트를 수입하고 천연 골재를 채취하는 것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건설 공사비 안정화 방안’도 발표했다. 주요 건설 자재인 레미콘 원가의 절반을 차지하는 시멘트와 골재 가격을 안정화해 공사비 상승 압력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취약계층 채무 감면, 소상공인엔 11조 추가공급… 年 8만명 혜택서민-자영업자 맞춤형 금융지원자영업자 재창업 ‘디지털 전환’ 지원중기 임시투자세액공제 1년 연장수출은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서민들의 자금 사정도 날로 악화되자 정부가 ‘소액채무 전액 감면’ 카드 등을 포함한 대응책을 내놓았다. 취약계층의 빚을 탕감해 숨통을 틔워주고, 중소·중견기업에 세제 혜택을 줘 투자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채무조정 신청자는 9만6000건으로, 현재 추세대로면 카드 부실 사태 직후였던 2004년(28만7000건), 2005년(19만4000건)에 이어 약 20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빚 상환을 포기한 채 한계상황에 내몰린 서민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이에 정부는 기초생활수급자, 중증장애인, 만 70세 이상 고령자 등에 대한 과감한 채무 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그동안 연체 일수가 30일 이하인 대출자에게는 이자 부담을 덜어주는 형태로 지원해 왔는데 이들의 빠른 재기를 돕기 위해 원금을 최대 15%까지 감면해 준다. 또 연체가 1년 이상 지난 기초수급자와 중증장애인이 500만 원 이하의 채무를 1년간 상환 유예한 이후에도 갚지 못하면 원금 전액을 감면해준다.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지만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취약계층이 장기간 추심 행위로 고통받는 상황이 잦은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정책금융에 대한 상환 유예 대상을 확대하고 장기 분할 상환 프로그램도 도입한다. 현재는 정책금융 이용자가 실직, 폐업 등의 사유로 상환 유예를 신청하면 최대 1년까지 상환 유예를 지원한다. 하지만 이달부터는 상환 여력이 있는데 일시적으로 어려운 취약계층도 이 같은 상환 유예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자금난을 겪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방안도 마련됐다. 2022년 7월 발표한 자영업자 맞춤형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41조2000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었는데 수요가 꾸준한 만큼 연말까지 11조1000억 원의 유동성을 추가 공급한다. 폐업 후 재창업하는 자영업자에 대해 금리, 보증료율 등 자금 지원을 우대하기로 했으며 자영업자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맞춤형 컨설팅도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자영업자들의 온라인 주문 및 배송 시스템, 상점 스마트화 등과 같은 ‘디지털 전환’을 돕는 데 신규 예산의 상당 부분을 편성했다.정부는 금융 지원으로 연간 7만3000명, 채무조정으로 연간 5500명 등 이번 지원 방안을 통해 연간 8만 명에 가까운 서민·자영업자들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밖에 소비 회복을 위한 대책들도 여럿 내놨다. 우선 11월부터 다자녀 가구에 대한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늘려 2자녀와 3자녀 가구에 각각 100만 원, 200만 원을 주고, 4자녀 이상인 경우는 300만 원을 준다. 공직자 등이 주고받을 수 있는 농수산물 선물 가액도 ‘상시 30만 원’으로 개정하기로 했다. 현재는 평상시에는 15만 원이고, 명절에는 30만 원이다. 중소·중견기업의 투자를 늘리기 위해 임시투자세액공제도 내년까지 추가로 1년 연장한다. 임시투자세액공제는 직전 3년간 평균 투자액을 초과하는 투자 금액에 대해 최대 10%를 추가로 세액 공제해주는 제도다. 이날 대책을 두고 일각에서는 원금 전액 감면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괄적인 형태의 소액채무 전액 감면은 불가피하게 도덕적 해이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취약계층들의 대출금 용처를 고려해 감면율에 차등을 두는 식으로 세부적인 접근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세종=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손잡고 영풍정밀 주식에 대한 대항 공개매수에 들어갔다.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한 영풍정밀의 지분을 확보해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의 경영권 싸움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 씨 일가는 PEF 운용사 제리코파트너스와 손잡고 2일부터 21일까지 총 20일간 영풍정밀 지분 공개 매수에 돌입한다. 주당 3만 원에 393만7500주(25%)를 인수하겠다는 계획이다. 하나증권이 주관사로 나선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어 이번 경영권 분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회사로 평가받는다. 고려아연을 경영하는 최씨 집안은 영풍정밀 지분 약 35%를 보유하고 있다. 장형진 영풍 고문 등 장씨 일가가 보유한 지분 21% 대비 10%포인트 이상 높다. 최 회장 측이 약 15%의 지분을 추가로 가져오면 과반을 차지할 수 있다. 앞서 영풍과 MBK는 지난달 13일 고려아연 주식에 대한 공개 매수를 발표하면서 동시에 영풍정밀에 대해서도 주당 2만 원에 매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에는 공개 매수가를 2만5000원으로 올렸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영풍정밀의 종가가 2만5300원으로 공개 매수가를 넘긴 상태다. 영풍정밀에 대한 영풍 측의 공개 매수가 4일 끝나는 상황에서 최씨 집안 측이 공개 매수가를 다시 5000원 올린 것이다. 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최 회장 입장에선 영풍정밀 경영권을 뺏겨 버리면 사실상 4%에 육박하는 의결권을 넘겨 버리는 모양새”라며 “법원의 가처분 판단을 앞두고 있는 고려아연에 앞서 일단 영풍정밀부터 대항 공개 매수를 해보자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시작으로 주요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금, 리츠(REITs·부동산투자전문펀드), 비트코인 등에 나눠서 투자하며 위험을 관리해야 합니다.“미 연준의 빅컷으로 글로벌 주요 국가들이 ‘긴축’에서 ‘완화’로 방향 전환에 나섰다. 김종완 미래에셋증권 디지털자산TF 선임매니저,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민재기 KB증권 PRIME CLUB 부장은 지난달 2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금리 대전환기’를 맞아 재테크 전략을 제시했다. 이들은 국내 증시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대체투자 자산, 해외 시장 등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민 부장은 “증시 변동성이 지나치게 크다 보니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려는 고객들이 많은 분위기”라며 “자산 배분 과정에서 미국 등의 선진국에 투자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도 미국과 중국의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7, 8월에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증가한 것은 허리케인과 계절적인 요인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면서 경기 부양 여건이 마련된 중국에도 주목해야 할 때”라고 내다봤다. 자산군 중에서는 금과 리츠를 투자 포트폴리오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홍 대표는 “위험 분산 차원에서 금을 매수하는 전략을 추천한다”며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점으로 찍어 나타낸 도표)를 봤을 때 연준이 내년까지 금리를 1.50%포인트 추가 인하할 수 있는 만큼 미국 리츠의 상승 여력이 커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 선임매니저는 전체 투자 자산 중에 5% 정도는 비트코인에 편입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김 선임매니저는 “과거의 흐름을 봤을 때 비트코인은 금값을 6개월 정도 늦게 뒤따라가는 특성을 보여 왔다”며 “현재의 거시경제와 정책 환경이 비트코인에 우호적인 점도 (비트코인을) 자산 포트폴리오에 담아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민 부장은 국내 증시에서 외면받아 온 산업군 중에서 에너지 섹터에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 부장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계속 지어야 하는데 전력이 부족하다 보니 미국 증시에서 원전 종목이 주목받고 있다”며 “반면 국내 증시에서 관련 종목은 아직까지 여전히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세 명의 전문가는 11, 1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2024 동아 재테크쇼’의 연사로 나서 고금리 시대 이후에 적합한 투자 방향을 소개할 예정이다. 김 선임매니저는 ‘투자 관점에서 블록체인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가상자산을 넘어 블록체인 생태계 전반에 대해 설명한다. 홍 대표는 ‘대한민국 돈의 역사에서 배우는 승률 높은 전략’이란 주제로, 민 부장은 ‘시장 흐름 파악을 통해 세우는 투자 전략’을 주제로 각각 강연을 진행한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서민들의 ‘급전 창구’로 꼽히는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카드대출 잔액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고물가 장기화로 살림살이가 어려워진 데다 금융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금융소비자들의 발길이 카드대출에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빚을 갚지 못하고 결국 채무조정에 나서는 서민들도 덩달아 늘고 있다.● 카드대출 잔액 사상 최대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한, 삼성, KB국민, 현대, 비씨, 롯데, 우리, 하나 등 전업 카드사 8곳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대출 잔액은 총 44조6650억 원이었다. 금감원이 해당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약 21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이 중 장기 카드대출인 카드론의 비중이 약 86.8%(38조7880억 원)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금융권에서는 시중은행을 비롯해 농·수·신협,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대출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카드대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금감원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말 대비 12조8000억 원 감소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새마을금고가 예전만큼 중저신용자 대출에 나서지 않으면서 수요가 카드사의 장단기 대출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억제 정책이 당분간 지속될 예정이라 이 같은 풍선 효과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연체율 치솟고 채무조정도 증가문제는 이 같은 소액의 급전을 빌리고도 갚지 못해 연체에 빠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8월 말 기준 카드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은 3.1%로 2022년 말(2.2%), 지난해 말(2.4%)에 이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저기서 급전을 당기며 ‘돌려막기’를 하다가 결국 연체를 반복해 빚 갚기를 포기하고 채무조정을 선택하는 이들도 급증하는 모양새다. 생활고 등으로 빚을 갚기 어려워진 대출자들이 상환 기간 연장, 이자율 조정, 채무 감면 등의 채무조정 제도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실이 신용회복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채무조정을 신청한 서민은 11만5721명으로 작년 한 해(16만7370명)의 약 70%에 달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지난해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20∼2022년 채무조정 확정자는 11만∼12만 명 수준을 유지했으나 지난해 16만 명 선까지 급증했다. 고금리, 고물가 국면에 빚 상환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한계 상황에 몰린 취약계층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1, 2금융권에서 더 이상 대출을 받지 못하는 서민들이 생활비를 확보하기 위해 불법 사금융 시장에까지 문을 두드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올해 들어 5월까지 금감원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상담·신고 건수는 6232건으로 작년 한 해(5687건) 규모를 일찌감치 뛰어넘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처럼 제도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시기에는 불법 사금융의 문을 두드리는 서민들의 피해가 양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정책 자금을 활용해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려운 서민들을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서민들의 ‘급전 창구’로 꼽히는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카드대출 잔액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고물가 장기화로 살림살이가 어려워진 데다 금융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금융소비자들의 발길이 카드대출에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빚을 갚지 못하고 결국 채무조정에 나서는 서민들도 덩달아 늘고 있다. ● 카드대출 잔액 사상 최대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한, 삼성, KB국민, 현대, 비씨, 롯데, 우리, 하나 등 전업 카드사 8곳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대출 잔액은 총 44조6650억 원이었다. 금감원이 해당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약 11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이 중 장기 카드대출인 카드론의 비중이 약 86.8%(38조7880억 원)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금융권에서는 시중은행을 비롯해 농·수·신협,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대출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카드대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금감원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말 대비 12조8000억 원 감소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새마을금고가 예전만큼 중저신용자 대출에 나서지 않으면서 수요가 카드사의 장단기 대출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억제 정책이 당분간 지속될 예정이라 이 같은 풍선 효과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연체율 치솟고 채무조정도 증가 문제는 이 같은 소액의 급전을 빌리고도 갚지 못하고 연체에 빠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8월 말 기준 카드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은 3.1%로 2022년 말(2.2%), 지난해 말(2.4%)에 이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저기서 급전을 당기며 ‘돌려막기’를 하다 결국 연체를 반복, 빚 갚기를 포기하고 채무조정을 선택하는 이들도 급증하는 모양새다. 생활고 등으로 빚을 갚기 어려워진 대출자들이 상환 기간 연장, 이자율 조정, 채무 감면 등의 채무조정 제도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실이 신용회복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채무조정을 신청한 서민들은 11만5721명으로 작년 한 해(16만7370명)의 약 70%에 달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지난해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20~2022년 사이 채무조정 확정자는 11만~12만 명 수준을 유지했으나 지난해 16만 명 선까지 급증했다. 고금리, 고물가 국면에 빚 상환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한계 상황에 몰린 취약계층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1, 2금융권에서 더 이상 대출을 받지 못하는 서민들이 생활비를 확보하기 위해 불법 사금융 시장에까지 문을 두드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올해 들어 5월까지 금감원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상담·신고 건수는 6232건으로 작년 한 해(5687건) 규모를 일찌감치 뛰어넘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처럼 제도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시기에는 불법 사금융의 문을 두드리는 서민들의 피해가 양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정책 자금을 활용해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려운 서민들을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한국신용카드학회의 ‘여신금융 태스크포스(TF)’는 다음달 17일 오후 1시부터 서울 중구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2024 캐피탈 미래비전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포럼에서는 국내 캐피털 업계의 경영 현안을 점검한다. 네 명의 학계 및 업계 전문가들이 발제, 토론을 통해 캐피털 회사의 경영 전략, 정부의 규제 완화 방안 등을 제시한다. 첫 번째 발제자인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자동차 금융 경쟁력 제고를 위한 부수업무 확대 방안’에 대해 발표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서 ‘캐피털 회사의 위험 기반 자본적정성 평가제도’의 도입을 제안할 예정이다. 세 번째 발제자로는 윤종문 여신금융협회 여신금융연구소 팀장(박사)이 ‘보험상품 비교 추천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효과적 방안’에 대해 발표한다. 마지막 발제는 엄태섭 법무법인 오킴스 파트너변호사가 ‘캐피털 회사의 자동차 금융서비스 확대를 위한 여신전문금융업법의 법리적 해석’을 다룰 예정이다.이후에 진행되는 토론의 좌장은 석일홍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가 맡았으며 토론자로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옥경영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 △윤희선 김앤장 변호사 등이 참석한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주부 노모 씨(42)는 4년 전 독립보험대리점(GA) 소속 보험설계사의 권유를 받고 암보험 상품을 갈아타는 ‘승환계약’을 맺었다. 당시 기존 상품의 월 보험료가 대폭 인상됐는데 설계사가 “보장 조건이 동일하면서도 보험료가 1만 원 정도 저렴하다”며 해당 상품을 추천했기 때문이었다. 현명하게 보험을 잘 갈아탔다고 생각했지만 이는 착각이었다. 3년 뒤 유방암 항암 치료를 받고 보험사에 진단금을 청구했는데 소액암(일반암 진단비의 10∼20%만을 보장하는 치료가 간편한 암)이란 이유로 진단금을 2000만 원만 받게 된 것이다. 노 씨는 “보험을 갈아탈 때 이전 상품과 조건이 똑같다고만 했고 유방암이 소액암으로 분류된다는 점을 알려주지 않았다”며 “친정어머니의 유방암 병력이 있어 신규 상품에 그런 조건이 있었다는 점을 알았다면 승환 계약을 안 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 “기존 상품을 유지했다면 7000만 원을 받을 수 있었던 터라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어볼 생각”이란 말도 덧붙였다. 최근 2년여 사이 대형 GA에서 3500건이 넘는 ‘부당 승환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 말까지 다섯 곳의 대형 GA를 검사한 결과 총 351명의 설계사가 2687건의 신규 계약을 모집하면서 3502건의 기존 계약을 부당하게 소멸시킨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 설계사들은 노 씨의 사례에서 보이듯 기존 계약의 차이점, 중요 사항 등을 고객에게 알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당 승환계약’이란 설계사가 실적과 판매수수료 등을 위해 고객에게 기존 보험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회사 보험에 신규 가입을 유도하는 것으로 현행법에서 금지되고 있다. 하지만 GA의 보험설계사 영입전이 점입가경으로 치달으면서 부당 승환이 늘고 있는 현실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존 계약과 신계약의 중요 사항을 비교, 안내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금감원은 설계사들이 소속 GA를 옮기면서 거액의 정착지원금을 받는 관행이 소비자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설계사가 실적 달성을 위해 새로운 보험 계약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압박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9개의 GA가 경력 설계사 1만4901명에게 지급한 정착지원금은 총 2590억 원이었다. 설계사 한 명당 평균 1738만 원의 지원금이 지급된 셈이다. 소비자는 기존 보험계약을 해약하면 납입 보험료보다 적은 해약환급금을 받는 등 손해를 볼 수 있다. 신계약으로 보험료가 오히려 높아질 수도 있다. 금감원은 해당 기관과 설계사에 대해 과태료, 업무 정지 등의 제재에 나설 예정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부당 승환계약 자체를 예방하기 위해 GA 업계의 내부통제 체계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며 “GA 업계의 이 같은 관행이 소비자 피해로 전이되고 있어 엄격히 제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부당 승환계약설계사가 고객에게 기존에 가입한 보험 상품을 부당하게 해지시키고 신규 상품에 가입하게 하는 행위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올 1분기(1∼3월) 금융권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규모가 지난해 말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잠재 부실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이후 선진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임차 수요가 급감하며 공실률이 치솟은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이 19일 발표한 ‘2024년 3월 말 기준 금융사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현황’에 따르면 국내 금융권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57조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6000억 원 줄어들었다. 반면 금융사들이 투자한 사업장에서 발생한 잠재 부실(기한이익상실·EOD) 규모는 2조5000억 원으로 석 달 전 대비 900억 원 늘어났다. EOD란 원금, 이자 미지급이나 담보가치 부족 등으로 인해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대출금을 만기 전에 회수하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EOD를 잠재 부실을 가늠하는 지표로 여긴다. 다양한 자산 중에서도 해외 오피스의 EOD 발생 규모가 7600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오피스 공실률이 20%로 산업시설(6.5%), 아파트(5.7%) 등에 비해 높다 보니 투자 자산의 부실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금감원은 재택 근무 등으로 오피스 시장의 불확실성이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금융권의 해외 대체투자 현황을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다. 당장 올해 만기를 앞둔 자산 규모만 6조8000억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해외 오피스 시장 환경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다만 해외 부동산 투자액이 금융권 총자산의 1% 미만이어서 손실이 확정되더라도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저축은행 업권에서 자산 규모가 여섯 번째로 큰 페퍼저축은행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철수했다. 대형사마저 신용등급 하락을 앞두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리면서 저축은행 업권 전반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페퍼저축은행은 최근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사들에 퇴직연금 정기예금 상품을 더 이상 취급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이에 다수의 금융사는 퇴직연금 고객들에게 “이달 6일부터 해당 상품의 신규 및 재가입이 중단된다”고 안내했다. 페퍼는 이번 결정이 전략적인 차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비대면, 창구 영업 등에 집중하기 위해 퇴직연금 자금을 안 받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페퍼가 신용등급이 ‘투기(BB급)’로 떨어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움직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페퍼의 기존 신용등급은 ‘BBB―(부정적)’였는데 2분기(4∼6월) 실적 부진, 연체율 악화 등으로 ‘BB+’로의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저축은행의 신용도가 투기 수준이 되면 은행의 퇴직연금 시장에서 퇴출당한다. 앞서 페퍼는 이달 6일 NICE신용평가에 현재 유효한 등급의 취소를 요청한 바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신용등급 강등을 앞두고 회사가 등급의 효력을 아예 상실시킨 이례적인 사례”라며 “퇴직연금 시장에서 ‘퇴출’당하기 전에 ‘철수’하는 모양새를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페퍼의 신용등급이 사라지면서 퇴직연금 고객들은 해당 회사 상품에 가입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기존 고객들의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생기진 않는다. 다만 만기 이후 재가입이 불가능한 만큼 다른 금융사의 상품으로 갈아타야 한다. 페퍼의 이 같은 행보에 금융감독원은 내달 초부터 저축은행 퇴직연금 잔액, 만기, 취급액 등을 점검하기로 했다. 퇴직연금 상품 만기가 4분기(10∼12월)에 집중돼 있어 예금 잔액이 대거 빠져나갈 경우 저축은행의 유동성 지표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권 차원의 퇴직연금 의존도가 높아진 점도 금감원이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사업을 영위하는 저축은행 32곳의 퇴직연금 잔액은 30조5000억 원으로 전체 예금(90조1600억 원)의 약 34%를 차지했다. 한편 저축은행 업권은 올 상반기(1∼6월) 3804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중저신용자 연체 증가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감원은 올 6월 저축은행 3곳에 이어, 이달 초 수도권 소재 중대형 저축은행 2곳에 대한 경영실태평가에도 나섰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증자 여력이 없거나 의지가 부족한 일부 저축은행들이 문제”라며 “현재 저축은행의 상황이 경제 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음)로 집을 사려는 이들이 늘어난 가운데 연령별로는 40대가 연간 소득의 2.5배가 넘는 빚을 지고 있는 등 가장 부채 부담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국내 가계소득 대비 부채비율(LTI)은 233.9%였다. LTI란 대출자의 소득 대비 총부채비율로, 가계대출만 취급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달리 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 모두를 포함한다. 연령대별로 보면 5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의 LTI가 전 분기 대비 상승했다. 30대 이하 LTI는 지난해 4분기(10∼12월) 238.7%에서 올해 1분기 239.0%로 높아졌고, 40대는 253.5%에서 253.7%로, 60대 이상은 239.1%에서 240.8%로 각각 높아졌다. 특히 40대의 대출 잔액 합계가 연간 소득의 2.5배를 돌파하면서 가장 높은 부채비율을 기록했다. 차 의원은 “내수의 주축이 돼야 할 40대들이 빚의 늪에 빠졌다”며 “LTI 증가세는 집값 상승과 주택담보대출 증가에 따른 것으로, 정부가 자산 가격 안정을 위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부동산에 이른바 ‘올인’해온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가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 않습니다. 가계 자산의 약 80%가 부동산에 쏠려있을뿐 아니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도 200조 원이 넘습니다.●가계 자산 중 부동산 80% 육박올 5월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가계금융 복지 조사’에 따르면 한 가구 당 평균 총자산은 5억2727만 원으로 전년 대비 3.7% 감소했습니다. 1년 전에 비해 금융자산이 3.8% 증가했으나, 실물 자산이 5.9% 줄어든 점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가계 자산이 줄어든 것은 해당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입니다.문제는 가계 자산 중에 부동산이 4억1424만 원으로 전체의 78.6%을 차지했다는 점입니다.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해봐도 한국의 부동산 의존도는 지나치게 높은 편입니다. 2021년 기준 미국의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은 28.5%였으며 일본(37.0%), 영국(46.2%) 등도 한국보다 크게 낮습니다.전문가들은 부동산에 편중된 가계 자산이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우려합니다. 가계 차원에서는 아파트에 모든 여유 자금을 투입하니 그만큼 은퇴 준비에 소홀하게 됩니다. 또 이 같은 가계의 부동산 편중은 토지 가격을 높여 기업의 생산성을 낮추는데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땅값이 올라가게 되면 연구개발(R&D) 등에 쓰여야 할 돈이 임대료로 흘러가면서 기업의 생산 비용이 증가하고 자본 생산성이 떨어진다“며 “기업의 생산성이 떨어지면 결국 국가 경쟁력도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가계 차원에서 이른바 ‘부동산 불패 신화’에 대한 믿음이 굳건하고 아파트를 투자 대상으로 바라보는 관점도 유효하다”며 “이런 무의식이 저변에 깔린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겠냐”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가계 넘어 금융권도 PF 대출 키워가계들이 주담대를 받으며 자산 편중을 심화시키는 동안, 금융사들은 부동산 관련 대출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왔습니다. 특히 미래에 예상되는 수익을 내세워 자금을 마련해 부동산 사업장을 개발하는 ‘PF 대출’의 규모가 불어났습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금융권의 PF 노출액은 216조5000억 원이었습니다.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의 기업대출 잔액이 1311조9000억 원(출처: 한국은행)임을 고려하면, 전체 기업 대출에서 PF의 비중이 15%가 넘는다는 얘기입니다.한 때 금융사들에게 PF 대출은 막대한 수익을 안겨주는 알짜 투자처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2022년 3월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과 함께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토지매입비, 사업비 등의 증가로 개발에 차질이 생기는 사업장들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자리잡았습니다.PF 대출과 관련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 6월 “갈라파고스적 부동산 PF, 근본적 구조개선 필요”라는 보고서를 발간하며 PF 사업 방식이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KDI는 보고서에서 “(PF 사업의 주체인) 시행사는 일반적으로 총사업비의 3%에 불과한 자본을 투입하고, 나머지 97%는 빚을 내서 PF 사업을 추진해 왔다“며 ”부동산 PF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낮은 자기자본’과 ʻ높은 보증 의존도’로 대표되는 낙후된 재무구조에 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가계도, 기업도, 금융회사도 부동산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 이런 경제 구조를 지닌 나라에서 성장과 혁신이 활발해질 수 있을까요. 당분간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해 신용유의자(옛 신용불량자)가 된 20대가 2년 반 사이 25% 늘었다. 간신히 취업은 했지만 학자금 대출 상환에 실패한 체납 인원도 2년 전보다 30% 증가했다. 고금리, 고물가에 취업난까지 겹치면서 사회 초년생들이 빚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7월 말 신용유의자로 등록된 20대는 6만588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말보다 25% 증가한 규모다. 대출 만기가 3개월이 지났는데 상환하지 못했거나 대출이 연체된 지 6개월이 지나면 신용유의자로 등록된다. 취업 후 학자금 대출을 체납한 대학 졸업자도 5만1116명으로 2021년 말보다 30% 급증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가 공급되지 않으면 미래 세수 감소 등으로 이어져 한국 경제의 미래를 지탱해 줄 허리가 약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고용악화 속 ‘빚의 굴레’ 갇힌 20대, 학자금 체납액 2년새 37% 늘어청년 일자리, 21개월 연속 감소체납 학자금 작년말 기준 661억원체납자는 30% 증가한 5만1116명빚탕감 ‘개인회생’ 신청도 45% 늘어… “양질의 일자리 등 근본적 대책 필요”김모 씨(33)는 몇 년째 학자금 대출 약 2000만 원을 갚지 못하고 연체 중이다. 4년간 프로그래머로 일했던 직장을 관두면서 연체가 시작됐다. 김 씨는 “회사에 다닐 때는 학자금 대출을 꼬박꼬박 갚았는데 퇴사 이후에는 금융권 대출부터 먼저 갚느라 학자금 대출 상환은 뒤로 밀렸다”며 “새 직장을 구하지 못해 건설 현장에서도 일을 하다가 현재는 쉬는 중”이라고 했다. ‘빚의 굴레’에 갇힌 청년들이 늘고 있다. 청년 취업자 자체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데다 일자리 질마저 악화돼 제대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빚으로 인한 생활고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고금리, 고물가까지 겹쳐 청년들이 미래를 그릴 기회조차 잃어버리고 있는 만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비롯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자금 체납 인원 2년 전보다 30% ↑9일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7월 말 신용평가사에 3일 이상 단기 연체 기록이 남은 20대 청년은 총 7만3379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연체액이 1000만 원 이하인 경우가 88.1%를 차지했다. 주거비 등이 모자라 소액을 빌린 청년들이 그마저도 갚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교나 대학원을 다닐 때 등록금, 생활비가 모자라 받았던 대출을 취업 후에도 제대로 갚지 못하는 이들 역시 늘었다.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하고 체납한 인원은 5만1116명이었다. 2년 전보다 30% 늘어난 규모다. 상환 의무가 발생했지만 갚지 못한 학자금 규모는 661억 원으로 2021년보다 37% 증가했다. 상환 대상 학자금 대비 체납액 비중인 체납률도 16.4%로 2021년 말보다 2%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지역별 체납률은 인천(22.0%)이 가장 높았고 제주(21.3%), 부산(20.5%) 순이었다.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은 재학 중에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을 받고 나중에 취업 등으로 소득이 발생했을 때 소득 수준에 따라 원리금을 갚을 수 있다. 국세청은 이렇게 학자금 대출을 받은 이들 중에서 연간 소득이 ‘상환 기준 소득’을 넘어선 이들에게 상환 의무를 부여한다. 지난해 상환 기준 소득은 1621만 원이었다. 1년에 1621만 원을 벌어도 살림살이가 빠듯해 학자금 대출을 갚을 여력이 없는 청년들이 많은 셈이다.● “페널티 줘서라도 양질의 일자리 만들어야”금융기관 대출을 갚지 못하는 신용유의자(옛 신용불량자)가 2년 반 새 25% 늘어난 가운데 도저히 빚을 다 갚을 길이 없어 빚 탕감을 위한 ‘개인회생’을 선택하는 청년들도 증가하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만 29세 이하 청년의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3278건으로 전년(2255건)보다 45%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개인회생 신청은 31% 증가했다. 20대의 회생 신청 증가세가 유난히 가파른 것이다. 청년들이 빚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고용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15∼29세 취업자는 2022년 11월부터 올 7월까지 21개월 연속으로 전년 대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좋은 직장을 얻지 못한 청년들은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나면서 7월에는 일을 하지도, 일자리를 찾지도 않으면서 그냥 쉬고 있는 청년 수도 같은 달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워지면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쉬었음’ 인구가 증가하고 빚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며 “청년 일자리를 늘리지 않는 기업에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식까지 도입해서라도 근본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최근 ‘오락가락’ 가계부채 정책으로 일선 대출 현장에서 혼란이 가중되자 정부가 이를 서둘러 수습하고 나섰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할 것이며 상황이 나빠지면 추가 대책을 과감히 시행하겠다고 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6일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 이후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가계부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일관된 입장은 가계부채 비율을 안정적으로 낮춰 거시경제의 안정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라며 “가계부채 부담이 누적되면 주택시장과 금융시장의 불안 요소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주택시장이 계속 과열되고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할 경우 추가 수단들을 적기에, 그리고 과감하게 시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이날 언급은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가계대출 관련 발언들이 은행권에 혼란을 주고 대출 실수요자들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쏟아지자 이를 황급히 수습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은행권의 ‘자율 관리’를 강조하는 입장이어서 최근 대출자들의 혼란을 야기한 은행들의 제각각 대출 규제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장 오락가락 대출 발언에… 정부 “가계빚 관리 기조 확고”대출 혼란 수습 나선 정부… 李 “무리한 대출 확대 우려” 언급했다“실수요자 부담줘선 안돼” 입장 번복… 금융위장, 예정 없던 긴급 브리핑정부 “은행 자율적 대출 관리” 강조은행들 “무책임… 혼란 장기화될것”김병환 금융위원장이 6일 ‘F4(Finance 4·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수장을 의미)’ 회의 직후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한 것은 대출 현장의 혼선을 하루빨리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최근까지 이복현 금감원장이 대출 정책에 대해 일관성 없는 메시지를 쏟아내면서 가계부채를 잡기는커녕 오히려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 원장의 끊임없는 돌출 발언을 수습하려고 경제 부처와 대통령실이 모두 나선 모양새가 된 것이다.● 금감원장의 좌충우돌, 금융위원장이 수습 이 원장은 최근까지 대출 정책과 관련해 냉·온탕을 넘나드는 발언을 반복해 왔다. 7월 2일 금감원 임원회의에서는 “무리한 대출 확대가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금감원은 주요 은행 부행장들을 소집해 가계대출 현장 점검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5대 시중은행은 올 7월부터 대출 금리를 20여 차례에 걸쳐 인상했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이 원장은 “(은행권의) 대출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라며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고 태세를 전환했다. 대출 금리 인상이 은행권의 핵심 수익원인 예대마진을 상승시킨다는 비판이 따르자, 금리 인상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가계부채를 관리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이에 은행들은 금리 인상 대신 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유주택자 대출을 제한하는 간접 대책을 쏟아냈다. 당국의 주문에 따라 은행들이 제각각 대출을 제한하고 이로 인해 애꿎은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이 원장은 또다시 개입했다. 그는 4일 가계대출 실수요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가계부채 관리 속도가 늦어지더라도 (실수요자들에게) 부담을 줘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가계대출 급증세를 막겠다는 입장에서 한발 후퇴한 모양새를 취한 셈이다. 이처럼 이 원장의 오락가락 발언이 은행권과 대출 수요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하자 금융위원장이 정부를 대표해 입장을 정리해 내놓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졌다. 김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가계부채와 관련해) 정부 입장을 명확하게 해주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 급하게 말씀드린다”며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실수요자 문제는 세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는데 원장이 구체적인 계획 없이 언급한 면이 있다”며 “그때그때 메시지가 다르다 보니 실무진에서도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 고민이 큰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은행들에 ‘자율 관리’ 강조… 혼란 이어질 듯 정부의 가계대출 기조로 인해 시장 혼란이 가중됐지만 김 위원장은 정책이 실패했다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정부는 최근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연기, 정책대출 확대 등의 정책으로 시장에 “더 늦기 전에 집을 사라”는 잘못된 신호를 줬다고 비판받은 바 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경제 상황이 바뀌었는데도 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그것도 문제”라며 “정부가 상황에 맞는 정책들을 조합하는 과정이었다”고 해명했다. 김 위원장이 이날 ‘은행권의 자율적인 대출 관리’를 강조한 것도 가계부채 증가 책임을 은행권에 떠넘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은행권의 가계대출에 대해 “정부가 획일적인 기준을 정할 경우 국민 불편이 더 커질 수 있다”며 “대출자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은행들이 합리적인 방식으로 고객 불편을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은행권에서는 대출 혼란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창구 직원들부터 혼란스러운 상황인데 어떻게 고객에게 대출 상담을 제대로 해줄 수 있겠나”라며 “금융 당국의 메시지가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권이 알아서 하라’는 식의 발언은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한편 KB국민, 우리은행, 케이뱅크 등에 이어 신한은행도 10일부터 주택 신규 구입을 목적으로 한 주택담보대출을 무주택 가구에만 허용하기로 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