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MZ 사무관 거명하며 박수 친 까닭은[금융팀의 뱅크워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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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국민에 이자 16조 돌려준 것”
대환대출 금융위 담당자 격려
유학 특전… MZ이탈 막기 고심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4일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 점검 회의’에서 금융위원회의 5년 차 사무관을 직접 언급하며 칭찬했습니다. 지난해 5월 31일 서비스를 시작한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의 성과를 높게 평가한 겁니다. 이날 윤 대통령은 “금융위의 대환대출 서비스 도입으로 1000조 원의 대출 규모에서 은행의 이자 수입 16조 원이 어려운 국민, 소상공인들에게 이전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박수를 보낸 인물은 대환대출 플랫폼 도입 실무를 밑단에서 챙긴 금융위의 박종혁 중소금융과 사무관(31)입니다. 박수만 받은 건 아닙니다. 금융위는 내년 박 사무관에게 유학 기회를 주기로 했습니다. 통상 행정고시를 합격한 금융위 관료들은 경력을 최소 10년 이상 쌓고 유학길에 나서는 걸 감안하면 파격적인 조치입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사실 공무원 유학이라는 게 기수를 감안해서 보내기 때문에 도저히 유학을 갈 수 없는 기수인데, 대통령께서 특별히 말씀하셔서 내년에 유학을 가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대환대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기여한 과장급 공무원들도 인센티브를 받게 됐습니다. 오화세 금융소비자정책과장과 이진수 은행과장은 모두 서기관에서 부이사관으로 승진했습니다. 신장수 중소금융과장은 향후 인사에서 최우선 승진 대상이 됐습니다.

윤 대통령과 금융위가 앞장서 공직사회를 떠받쳐 온 ‘연공서열’을 내려놓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 금융위 사무관 3명이 서울 주요 대학 로스쿨에 진학하겠다며 잇달아 사표를 낸 것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한 막내급 사무관은 “대기업, 전문직과 비교하면 처우가 열악한데 업무 강도는 세고 인사 적체까지 심하다”며 “사명감이 없으면 여기서 버틸 유인 동기를 찾기 힘든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습니다.

한때 ‘신의 직장’으로 불렸던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에 이어 금융위까지 이른바 ‘MZ세대’(밀레니엄+Z세대)의 이탈로 골머리를 썩고 있습니다. 공직사회에서 낯선 ‘일한 만큼 보상한다’는 원칙으로 MZ세대 사무관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mz사무관#민생토론회#대환대출#금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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