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에 있는 경복궁의 정문 광화문. 문화체육관광부는 3층 누각 처마에 있는 한자 현판은 유지하되 한 층 아래 누각 처마(점선)에 한글 현판을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정부가 서울 광화문에 한글로 된 현판을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다만 광화문 현판 교체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0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광화문 한글 현판 추가 설치 검토’ 방안을 보고했다. 최 장관은 “광화문은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현대사의 역동적인 상징이고 현재진행형”이라며 “한자(현판)도 있지만 한글도 있게 해서 상징성을 부각시키자는 뜻”이라고 했다.
최 장관이 보고한 방안에 따르면 기존 3층 누각 처마에 설치된 한자 현판은 그대로 두되, 한 층 아래 누각 처마에 한글 현판을 새로 설치하는 방식이다. 최 장관은 “한글 현판 추가 설치는 (한자 현판) 원형을 지키면서 시대적 요구도 포용하는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여론을 수렴하고 관련 절차를 밟는 등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 추진 일정이 정해진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광화문 현판은 그간 여러 차례 교체돼 왔다. 광화문이 6·25전쟁 때 불타며 현판도 전소했다가, 1968년 복원되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한글 현판이 걸렸다. 2010년 광화문 원형 복원 때는 경복궁 중건 당시 훈련대장 임태영의 글씨를 복원해 한자 현판을 달았으나 3개월 만에 갈라졌다.
2012년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은 문화재위원회(현 국가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새로운 현판은 한자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걸려 있는 현판은 잘못된 바탕색과 글씨 색을 수정하고 2023년 10월 새로 내건 것이다. 2024년 유인촌 당시 문체부 장관이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바꾸자고 제안했으나, 최응천 당시 국가유산청장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도 “취지와는 별개로, 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라며 “문화유산 복원 및 보존 원칙에 이 같은 변형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논의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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