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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추석연휴, 전시-영화-공연 ‘문화 나들이’ 떠나볼까《달이 환하게 가득 차 오르는 추석이다. 연휴 기간 나들이에 문화생활을 해 보는 건 어떨까. 온 가족이 함께 볼 공연과 영화, 전시, 책이 풍성하다. 본보 공연, 전시, 영화, 출판 담당 기자들이 추석 연휴에 즐길 만한 추천작을 각각 추려 봤다.》 英내셔널갤러리 명화전 마지막 기회… 장욱진 60년 활동 조명 회고전 열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 소장품 52점을 선보이는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는 10월 9일 막을 내린다. 바로크 시대 이탈리아 최고의 거장 카라바조(1571∼1610)의 명작은 물론 라파엘로, 벨라스케스, 렘브란트, 터너, 마네, 모네, 고갱 등 서양 미술사 거장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추석 당일에만 휴관하기 때문에, 이번 연휴가 명작을 만날 막바지 기회다. 통상 해외 전시는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인상주의나 현대미술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N차 관람하는 관객이라면 17세기 네덜란드 풍경화, 풍속화나 18세기 영국 초상화 등 국내에서 접하기 쉽지 않은 미술 경향을 집중해서 보는 것도 새로운 재미를 줄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는 장욱진 회고전 ‘가장 진지한 고백’은 1920년대부터 1990년 작고하기까지 장욱진의 60년간 활동을 조명한다. 전시 준비 과정에서 일본에서 발견된 1955년 ‘가족’도 최초로 공개된다. 서울관에서는 김구림, 정연두 개인전을 연다. 과천관에서는 이신자 회고전을, 청주관에서는 피카소 도예전을 각각 볼 수 있다. 서울관은 추석 당일, 과천·덕수궁·청주관은 10월 4일 대체 휴관한다.항일운동 소재 ‘도적’ 가족 모두 즐길만… 강동원 주연 ‘천박사…’ 영화 예매율 1위 추석 연휴를 겨냥해 넷플릭스가 야심 차게 내놓은 작품은 ‘도적: 칼의 소리’다. 1920년대 중국 북간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조선식 서부극’으로, 배우 김남길 서현 이현욱 이호정 등이 출연했다. 조선, 중국, 일본 문화가 한데 모인 북간도의 이색적인 풍경에 말을 타고 윈체스터 장총을 쏘는 시원한 액션이 더해졌다. 항일운동을 소재로 삼아 가족들이 추석에 둘러앉아 함께 즐길 만하다. 총 9화가 22일 공개됐다. 27일 개봉한 배우 강동원 주연의 영화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예매율 1위를 달리며 추석 극장가 승리를 예고하고 있다. 퇴마사 행세를 하며 사람들에게 사기 행각을 벌이던 천 박사(강동원)가 악귀 범천을 만나게 되면서 진짜 퇴마사로 거듭나는 이야기다. 무시무시한 반인반신의 범천 역은 배우 허준호가 맡았다. 최근 개봉한 영화답지 않게 러닝타임이 98분으로 짧다. 12세 관람가로 연휴 저녁에 가족들이 가볍게 보기 좋은 오락영화다. 8월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펜하이머’, 이달 초 개봉한 유재선 감독의 ‘잠’을 아직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이들 작품도 관람하길 권한다.하루키 6년만에 장편소설 ‘도시와…’ 출간, 그림책 ‘세상에서…’은 고향 풍경 담아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무라카미 하루키 지음·홍은주 옮김·768쪽·1만9500원·문학동네)을 읽어 보는 건 어떨까.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74)가 6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이다. 30대 남자 주인공이 10대 시절에 글쓰기라는 취미를 공유했던 소녀를 떠올린 뒤 수수께끼의 도시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6일 출간된 뒤 예스24에선 3주 연속, 교보문고에선 2주 연속 종합 1위에 올랐다. 하루키가 1980년 문예지에 발표했지만 책으로 발간되지 않은 동명의 중편소설을 고쳐 썼다는 점에서 하루키의 팬들이라면 주목할 만하다. 두툼한 ‘벽돌책’인 만큼 연휴에 도전할 만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름’(델핀 페레 지음·백수린 옮김·128쪽·2만 원·창비)은 정겨운 고향의 풍경이 수채화처럼 펼쳐진 그림책이다. 엄마의 고향을 찾은 아이는 시골집 다락에 올라 엄마의 오래된 물건들을 꺼내어 본다. 엄마가 갖고 놀던 장난감, 엄마가 즐겨 불렀던 피리, 지금은 돌아가신 할아버지 사진들…. 엄마의 추억이 보물상자처럼 아이에게 닿는다.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 연휴, 이 책 속의 엄마와 아이처럼 가족들과 옛 추억을 나눠 보면 어떨까. 지난해 프랑스 아동문학상 ‘소시에르 상’ 수상작이다.국립창극단 ‘심청가’ 4년만에 무대에… 연극 ‘더 파더’ 전무송-현아 부녀 출연 이번 추석에는 ‘아빠와 딸’의 이야기를 다룬 공연으로 서로의 온기를 느껴 보는 건 어떨까. 다음 달 1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선 국립창극단의 ‘심청가’가 4년 만에 무대에 오른다. 손진책이 극작과 연출을, 안숙선 명창이 작창을 맡았다.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기 직전 부르는 ‘범피중류’ 장면은 공연의 백미로 꼽힌다. 현대무용가 안은미가 안무를 짰다. 민은경, 이소연, 유태평양 등 창극단 소속 간판 소리꾼들이 출연한다. 연휴 기간에는 관람 전 창극단 단원들에게 ‘심청가’의 한 대목과 추임새를 배워 볼 수 있다. 2만∼5만 원. ‘진짜 부녀’가 함께 무대에 오르는 연극도 만날 수 있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는 다음 달 1일까지 배우 전무송(81)과 딸 전현아(52)가 아버지와 딸을 연기하는 연극 ‘더 파더’가 공연된다. 프랑스 극작가 플로리앙 젤레르의 희곡이 원작이다. 동명 영화로도 제작돼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과 각색상을 받았다. 공연은 치매에 걸린 가운데 위신을 지키려는 노인 앙드레와 이를 안타깝게 바라보면서도 자신의 삶을 살고자 하는 딸 안느의 이야기를 다룬다. 4만5000∼5만5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호재 기자 hoho@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2023-09-28 01:40
웰컴대학로 페스티벌, 한국을 넘어 세계인의 공연 축제로“한국 드라마가 좋아서 유학까지 왔다”는 멕시코인 미르타 페레스 씨(23)는 크고 작은 공연이 쉼 없이 오르는 ‘한국판 브로드웨이’ 서울 종로구 대학로를 최근 찾았다. 올해 5월, 한국어능력시험인 토픽(TOPIK) 4급 합격을 기념해 국립극단의 연극 ‘벚꽃동산’을 본 후 한극 연극에 대한 관심이 대학로까지 이어진 것. 페레스 씨는 “영어 자막과 연극 배우들의 똑 부러지는 발음 덕에 이야기 흐름을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었다”며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한국 연극은 멕시코에서 볼 수 없기에 열심히 챙겨 보려 한다”고 말했다. K콘텐츠 열풍을 타고 외국인들의 발길이 ‘한국 공연의 메카’ 대학로로 모이고 있다. 대학로는 서울 종로구 이화동사거리부터 혜화동 로터리까지 이어지는 구간에 공연장 160여 곳이 밀집된 국내 대표 공연예술거리다. 다음 달 14∼28일 대학로에선 다채로운 즐길거리로 구성된 공연 축제인 ‘2023 웰컴대학로 페스티벌’이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관광공사, 한국공연관광협회, 종로구청이 주관하는 웰컴대학로 페스티벌은 대학로를 영국 ‘에든버러 국제 축제’처럼 세계적인 공연 축제의 장으로 키우기 위해 2017년 처음 개최됐다. 지난해 온·오프라인 참여자 수는 90만5100여 명에 달했다. 그중 외국인은 61만 명으로 2017년(1만 명)에 비해 큰 폭으로 뛰었다. 다음 달 15일 열리는 개막식에선 뮤지컬 배우 정성화가 출연하는 15분 분량의 작품 등 초청공연 8편이 야외 무대에 오른다. 일본, 대만, 필리핀 등 해외 초청팀을 포함해 총 18개 팀이 거리 퍼레이드도 펼친다. 티켓 가격을 1만 원 할인해주는 공연은 34편이다. 스테디셀러 뮤지컬 ‘빨래’ ‘김종욱 찾기’부터 독립운동가 박열의 삶을 다룬 뮤지컬 ‘22년 2개월’, 양주별산대놀이 등 전통예술을 가미한 뮤지컬 ‘판’까지 다양하다. 또 대학로 마로니에공원과 소나무길, 야외 무대에선 30여 개 작품이 총 62회에 걸쳐 거리 공연을 펼친다. 올해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이 축제를 즐길 것으로 보인다. 매년 웰컴대학로 페스티벌에 참가하고 있는 창작뮤지컬 ‘당신만이’의 경우 최근 프랑스, 캐나다에서 온 해외 관객들이 좌석을 채우고 있다. ‘당신만이’ 제작사인 도모컴퍼니 윤민식 대표는 “팬데믹 이전에 외국인 관객은 모두 아시아인이었는데 2, 3년 새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면서 북미, 유럽 관객도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영어를 구사하는 가이드와 함께 대학로 일대를 둘러보는 ‘대학로 투어(D-tour)’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유생복을 입고 글씨 쓰기를 비롯해 선비가 갖춰야 할 6가지 덕목인 육예 체험을 하는 코스 등 3가지를 마련했다. K팝 댄스를 배우고 한국 전통놀이를 즐기는 프로그램도 있다. 한국 공연의 해외 진출을 위한 장도 펼쳐진다. 올해 신설된 ‘씨어터마켓’에선 공연제작사, 해외 현지 여행사 관계자 등이 만나 공연 관광을 상품화하고 판로를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재원 웰컴대학로 페스티벌 총감독은 “한국인이 만든 K스토리에 대한 열광은 공연 수요로도 충분히 이어질 수 있다”며 “대학로의 수준 높은 작품들이 해외로 널리 뻗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2023-09-27 03:00
“영화 주연 프레이저의 ‘생명줄’ 소감 듣고 ‘대본 볼 필요도 없다’ 연극화 결심”“누군가를 도왔다고 가정해 봅시다. 내가 제법 괜찮은 인간이란 느낌이 들어요. 그 뿌듯함이 좋아서 또 누군가를 돕고요. 그런 나는 이타적입니까, 이기적입니까?” 서울 종로구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30일까지 공연되는 연극 ‘더 웨일’을 연출한 신유청 씨(42)가 말했다. 극장에서 14일 그를 만났다. ‘더 웨일’은 몸무게 270kg의 은둔형 외톨이 찰리가 죽음을 앞둔 일주일간 자신을 도우려는 인물 4명과 쌓아올리는 희망과 절망을 그렸다. 2012년 미국 덴버에서 초연된 후 동명 영화로 제작돼 올해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과 분장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서 공연되는 건 처음이다. 공연은 치밀한 인물 묘사를 통해 우리 내면의 양가적 감정을 들춘다. 배우 백석광이 매 공연마다 1시간이 걸리는 특수 분장을 거쳐 초고도 비만인 찰리를 연기한다. 찰리와 오랫동안 떨어져 지낸 10대 딸 엘리(탁민지)는 아빠에 대한 서운함을 짓궂은 방식으로 푼다. 신 씨는 ‘도와주겠다’며 찰리에게 다가선 인물들에게 촉발되는 감정에 주목했다. 그는 “관객의 머릿속에 ‘엘리는 나쁜 애인가, 표현은 짓궂어도 착한 애인가’ 하는 생각이 뒤엉킬 것”이라며 “우리는 선과 악, 사랑과 미움을 구분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간은 둘 중 하나가 아닌 모든 가능성을 품은 존재예요. 타인을 ‘경이로운 존재’로 마주하려면 그 사실을 인정해야 해요. 추악하지만 사랑받아 마땅한 인물들의 면면을 조명해 관객 내면의 양면성을 길어 올리고, 경이감을 느끼게 하고 싶습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이야기는 찰리의 집 안에서만 전개된다. 동명 영화가 4 대 3 화면 비율로 갑갑함을 강조한 것과 달리 연극은 집 무대 세트의 벽을 없애 개방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동선을 부각해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성을 잘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했다. 유기적 움직임을 강화하고자 이소영 안무가와도 협업했다. 이 안무가는 신 씨에게 제56회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안겨줬던 연극 ‘녹천에는 똥이 많다’에서도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신 씨는 ‘더 웨일’의 연극 원작이 있단 것도 모른 채 제작을 결심했다고 했다. 영화에서 찰리 역을 맡은 브렌든 프레이저가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으로 ‘지난 30년간 내 삶은 쉽지 않았으나 이 작품은 내게 생명줄을 던져줬다’고 말한 것을 듣고 “넘쳐흐르는 기쁨을 느껴 대본을 볼 필요도 없다”면서 결심이 선 것이다. “영화를 통해 구원받은 프레이저가 마치 절망의 끝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듯한 소감이었어요. 한 출연자의 삶을 뒤집을 수 있는 작품이라면 관객의 삶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죠. 이번 공연이 그런 변화구가 되길 희망합니다.” 전석 5만 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2023-09-26 03:00
박보검, 작품 ‘렛미플라이’로 뮤지컬 데뷔… “연습 때마다 눈물바다”19세 꿈 많은 주인공 남원 역을 맡은 배우 박보검(30)의 맑고 다정한 눈망울은 이내 그렁그렁 차오른 눈물로 힘없이 축 처졌다. 뜻하지 않게 70대 할아버지가 돼 버린 현실 앞에서 “정분아, 고운 내 정분아. 너에게 갈래”라고 노래하며 당혹감과 분노, 그리움을 단어마다 물 흐르듯 교차시켰다. 연습 때마다 눈물바다가 된다는 그는 정분 역의 배우 임예진이 넘버 ‘돌멩이’를 부르자 무대 밖 창틀에 기대서서 손등으로 뺨에 흐른 눈물을 닦았다.서울 종로구 예스24스테이지에서 26일 개막하는 뮤지컬 ‘렛미플라이’의 마지막 연습 현장을 22일 찾았다. ‘렛미플라이’는 박보검이 2011년 데뷔 이래 처음 뮤지컬에 도전해 주목받는 작품이다. 지난해 전역한 박보검이 복귀작으로 선택해 화제가 되면서 그가 출연한 회차 티켓은 매진됐다. 공연은 인류가 달에 첫발을 내디딘 1969년, 패션디자이너가 되려는 남원이 나사(NASA)의 과학자를 꿈꾸는 정분과 행복한 미래를 그리면서 시작된다. 설렘도 잠시, 남원은 꿈꾸던 성공도 사랑하는 정분도 오간 데 없는 2020년에 불시착한다. 창작극인 이 작품은 지난해 초연돼 제7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작품상 등 3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청년 남원 역은 박보검과 신재범, 안지환이 돌아가며 연기한다. 정분 역은 나하나, 홍지희, 임예진이 맡았다.연습실에서 만난 박보검은 TV 드라마나 영화에선 보기 힘들었던 발랄하고 코믹한 연기를 선보였다. 힙합이 가미된 넘버 ‘패션의 리더’에선 노인 남원 역을 맡은 배우 김태한과 손발을 맞추며 웨이브 섞인 춤과 껄렁한 걸음을 완벽히 소화해냈다. 감미로운 음색과 탄탄한 중저음은 다른 배우들과 매끄럽게 화음을 이뤘다. 이날 박보검은 “제가 이 작품에서 받은 감동을 관객분들에게 전할 수 있도록 마지막 공연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400여 석 규모의 소극장 뮤지컬인 ‘렛미플라이’와 박보검의 인연은 지난해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명지대 뮤지컬공연전공과 동기인 신재범의 공연 회차를 관람한 뒤 박보검은 인사차 분장실에 들렀다. 박보검은 운명처럼 NASA 티셔츠를 입은 채 “정말 재미있다”며 출연 배우들에게 인사했다. 작품과의 첫만남은 그게 전부였다. 홍윤경 프로듀서는 “투자사 모집까지 끝난 시점에 청년 남원 역 배우 2명의 스케줄이 빠듯하다는 걸 알았다. 배우를 급하게 구해야했고, 보검 씨가 번뜩 떠올랐다. 방탄소년단 안무 커버 영상을 본 뒤 확신이 섰고 ‘설마’ 하는 생각으로 출연을 제안했다”고 말했다.드라마 출연료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의 출연료이지만 박보검은 흔쾌히 출연을 수락했다. ‘신인 뮤지컬배우’로서 드라마 촬영이 조금이라도 일찍 끝나면 빠짐없이 오후 10시까지 연습에 참석했다. 15분 만에 목을 타고 땀이 쉴 새 없이 흘러내리는 고강도의 연습에도 군말 없이 열심히 임했다. 이대웅 연출가는 박보검에 대해 “배역에 대한 몰입도와 정분을 바라보는 시선의 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말했다. 박보검은 자신이 등장하지 않는 장면의 경우, 무대 밖에서 다른 배우들의 넘버를 소리내지 않고 따라부르며 열의를 보였다. 연습 현장은 서로가 주고받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배우 임예진은 “연습하는 동안 동료 배우들에게 많은 영감을 받았고, 작품을 통해 위로받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전했다. 노인 남원의 아내 선희 역을 연기한 최수진은 “초연 당시 느꼈던 감동을 돌려드릴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김태한은 “배우로서 꼭 한번 해봐야 할 작품”이라고 했다.‘렛미플라이’의 넘버는 발라드와 재즈, 힙합 등 다채로운 장르로 구성돼 좌충우돌하는 소동을 입체적으로 들려준다. 뮤지컬 ‘빨래’ 넘버를 작곡한 민찬홍 음악감독은 “판타지 감성과 코믹한 요소를 담기 위해 여러 장르를 녹여 곡을 만들었다”고 했다. 공연을 위해 박보검은 자진해 보컬 레슨을 두 달간 받았다. 민 감독은 “부드럽게 감싸주는 듯한 중저음이 강점인 배우”라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2023-09-25 14:24
웨이브 춤에 노래까지… 뮤지컬 도전 박보검, 무대 날아오른다19세의 꿈 많은 주인공 남원 역을 맡은 배우 박보검(30)의 맑고 다정한 눈망울은 이내 그렁그렁 차오른 눈물로 힘없이 축 처졌다. 뜻하지 않게 70대 할아버지가 돼 버린 현실 앞에서 “정분아, 고운 내 정분아. 너에게 갈래”라고 노래하며 당혹감과 분노, 그리움을 단어마다 물 흐르듯 교차시켰다. 연습 때마다 눈물바다가 된다는 그는 정분 역의 배우 임예진이 넘버 ‘돌멩이’를 부르자 무대 밖 창틀에 기대서서 손등으로 뺨에 흐른 눈물을 닦았다. 서울 종로구 예스24스테이지에서 26일 개막하는 뮤지컬 ‘렛미플라이’의 마지막 연습 현장을 22일 찾았다. ‘렛미플라이’는 박보검이 2011년 데뷔 이래 처음 뮤지컬에 도전해 주목받는 작품이다. 지난해 전역한 박보검이 복귀작으로 선택해 화제가 되면서 그가 출연한 회차 티켓은 매진됐다. 공연은 인류가 달에 첫발을 내디딘 1969년, 패션디자이너가 되려는 남원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과학자를 꿈꾸는 정분과 행복한 미래를 그리면서 시작된다. 설렘도 잠시, 남원은 꿈꾸던 성공도 사랑하는 정분도 오간 데 없는 2020년에 불시착한다. 창작극인 이 작품은 지난해 초연돼 제7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작품상 등 3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청년 남원 역은 박보검과 신재범, 안지환이 돌아가며 연기한다. 정분 역은 나하나, 홍지희, 임예진이 맡았다.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의 연습실에서 만난 박보검은 TV 드라마나 영화에선 보기 힘들었던 발랄하고 코믹한 연기를 선보였다. 힙합이 가미된 넘버 ‘패션의 리더’에선 노인 남원 역을 맡은 배우 김태한과 손발을 맞추며 웨이브 섞인 춤과 껄렁한 걸음을 완벽히 소화해냈다. 감미로운 음색과 탄탄한 중저음은 다른 배우들과 매끄럽게 화음을 이뤘다. 이날 박보검은 “제가 이 작품에서 받은 감동을 관객분들에게 전할 수 있도록 마지막 공연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400여 석 규모의 소극장 뮤지컬인 ‘렛미플라이’와 박보검의 인연은 지난해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명지대 뮤지컬공연전공과 동기인 신재범의 공연 회차를 관람한 뒤 박보검은 인사차 분장실에 들렀다. 박보검은 운명처럼 NASA 티셔츠를 입은 채 “정말 재미있다”며 출연 배우들에게 인사했다. 작품과의 첫 만남은 그게 전부였다. 홍윤경 프로듀서는 “투자사 모집까지 끝난 시점에 청년 남원 역 배우 2명의 스케줄이 빠듯하다는 걸 알았다. 배우를 급하게 구해야 했고, 보검 씨가 번뜩 떠올랐다. 방탄소년단 안무 커버 영상을 본 뒤 확신이 섰고 ‘설마’ 하는 생각으로 출연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드라마 출연료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의 출연료이지만 박보검은 흔쾌히 출연을 수락했다. ‘신인 뮤지컬배우’로서 드라마 촬영이 조금이라도 일찍 끝나면 빠짐없이 오후 10시까지 연습에 참석했다. 15분 만에 목을 타고 땀이 쉴 새 없이 흘러내리는 고강도의 연습에도 군말 없이 열심히 임했다. 이대웅 연출가는 박보검에 대해 “배역에 대한 몰입도와 정분을 바라보는 시선의 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말했다. 박보검은 자신이 등장하지 않는 장면의 경우, 무대 밖에서 다른 배우들의 넘버를 소리내지 않고 따라부르며 열의를 보였다. ‘렛미플라이’의 넘버는 발라드와 재즈, 힙합 등 다채로운 장르로 구성돼 좌충우돌하는 소동을 입체적으로 들려준다. 뮤지컬 ‘빨래’ 넘버를 작곡한 민찬홍 음악감독은 “판타지 감성과 코믹한 요소를 담기 위해 여러 장르를 녹여 곡을 만들었다”고 했다. 공연을 위해 박보검은 자진해 보컬 레슨을 두 달간 받았다. 민 감독은 “부드럽게 감싸주는 듯한 중저음이 강점인 배우”라고 했다. 12월 10일까지. 5만5000∼7만7000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2023-09-25 03:00
“한달을 살더라도 윤석화답게… 암 딛고 다시 무대 설 것”“빗물이 한옥 처마를 타고 흘러내릴 때 얼마나 예쁜지 알아요? 하늘이시여, 더 세찬 비를 내려주오. 부디 제게 더 멋진 정취를 안겨달란 말이에요.” 비가 추적이던 13일, 서울 종로구의 한옥에서 만난 배우 윤석화 씨(67)의 말이다. 인터뷰를 위한 사진 촬영이 시작되자 조금 지쳐 보이던 눈꺼풀과 동그라니 말려 있던 어깨는 활시위를 당긴 듯 활짝 열렸다. 허공으로 던지는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잘 쓴 극본의 대사처럼 들렸다. 암 투병 소식이 거짓이라도 되는 양, 그저 반백 년 가까이 무대에서 살아온 천생 배우다웠다. 윤 씨는 배우 손숙, 박정자 씨와 함께 국내 연극계를 이끈 여성 연극인으로 손꼽힌다. 1975년 민중극단의 연극 ‘꿀맛’으로 데뷔해 뮤지컬 ‘명성황후’(1996년)에서 제1대 명성황후를 맡았고, 연극 ‘신의 아그네스’(1999년)로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음악전문지 ‘월간 객석’을 인수해 종합예술지로 발행하고, 2002년 설치극장 ‘정미소’를 세워 17년간 운영하는 등 공연계에 애정을 쏟았다. 지난해 8월,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닥쳤다. 영국 런던 출장길에서 급작스럽게 쓰러져 에어앰뷸런스로 서울로 이송된 그에게 내려진 진단은 악성 뇌종양. 20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버텨낸 그 앞에 남겨진 건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은 삶’이었다. “아침마다 간호사가 주삿바늘을 찌르면 괴성을 질렀고 항암 치료를 견디기엔 내 몸이 역부족이었어요. 주치의와 의논해 항암 치료를 일시 중단하고 통원 치료를 받기로 했죠.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 중 하나로 꼽아요. 한 달을 살더라도 윤석화답게, 담대하고 열정적으로 살고 싶었습니다.” 다달이 받는 추적검사에서 그는 의사가 놀랄 만큼 호전 중이다. 올 6월부턴 일상생활이 비교적 자유로워졌고, 지난달엔 손숙의 데뷔 60주년 기념 연극인 ‘토카타’에 외롭게 앉아 있는 노인 역할로 5분간 깜짝 출연해 화제가 됐다. 개막 일주일 전, 박정자 씨로부터 “숙이 데뷔 60주년 기념 공연을 함께 장식해주자”는 연락이 온 게 계기가 됐다. 그는 “무대는 오를 때마다 살 떨린다”며 “행여 넘어지기라도 해서 귀한 공연을 망칠까 걱정했지만 잘 해내 다행이었다”고 고백했다. 내년쯤엔 다시 연극 무대에 서길 희망하고 있다. 그는 “연극을 할 때 비로소 에너지가 생긴다. 건강 상태를 보며 최근 들어온 제안을 검토 중”이라며 “내 모든 걸 아낌없이 주고 싶은 관객들과 다시 마주하고 싶다”며 미소 지었다. 훗날 완전히 건강을 되찾는다면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성공적인 공연을 올리는 것이 그의 꿈이다. 다시 무대에 올려보고 싶은 작품으로는 1998년 출연한 연극 ‘마스터 클래스’를 꼽았다. 윤석화는 이 작품에서 전설적인 오페라 디바 마리아 칼라스(1923∼1977)의 은퇴 이후 삶을 연기했다. 그는 “무대를 향한 칼라스의 치열함에서 내가 보여 애착이 크다. 다른 누구보다 진심을 담아 연기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18년 뒤인 2016년에도 같은 공연을 올렸다. 당시 개막 전 교통사고로 갈비뼈 6대가 부러졌지만 휠체어 투혼으로 관객과 약속을 지킨 이야기는 유명하다. 인생에 자꾸만 들이닥치는 굴곡이 원망스럽진 않을까. “고난이 축복이라고 믿어요. 아픔의 시간이 없었다면 삶의 소중한 페이지들을 죄다 잊어버렸을지도 모르겠어요. 이번 생을 연극배우로 살 수 있어서, 뒤늦게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해, 고마워’ 말할 수 있는 용기와 시간이 주어져서 감사할 뿐입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2023-09-20 03:00
“올가을 다채로운 공연예술과 만나요”… 설레는 관객들올가을 다채로운 공연예술축제가 서울 각지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올해로 23회째를 맞은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가 다음 달 6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등 서울 공연장 4곳에서 열린다. 개막작인 프랑스 샤요 국립무용극장의 ‘익스트림 바디’를 시작으로 안은미컴퍼니의 신작 ‘웰컴투유어코리아’ 등을 선보인다. 젠더, 환경, 국가에 대한 ‘경계 없는 질문들’을 주제로 연극, 다원예술 등 작품 19개가 무대에 오른다. 올해 SPAF에선 배우 없는 연극 등 신선한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아일랜드 극단 데드센터가 다음 달 27∼29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선보이는 ‘베케트의 방’은 배우가 없다. 관객은 헤드폰 소리와 소품 등의 움직임만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배경인 서사를 따라가게 된다. 앞서 19∼20일엔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를 따라 걷는 거인아트랩의 ‘인.투’가 진행된다. 관객은 증강현실(AR) 기기를 착용한 채 3·1운동의 현장인 삼일대로를 거닐며 가상 퍼포먼스를 관람한다. 국악, 현대무용 축제도 잇달아 펼쳐진다. 다음 달 10∼2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처음 열리는 ‘대한민국 국악관현악축제’엔 서울시국악관현악단, KBS국악관현악단 등 8개 단체와 국립창극단 소속 김준수, 민은경 등 인기 소리꾼들이 참여한다. 바이올린, 일렉트릭 기타 등 양악기와 협연도 한다.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는 17일 대전시립연정국악단과 해금협주곡 ‘푸른달’을 바이올린협주곡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박상후 KBS국악관현악단 지휘자는 “각 단체의 연주가 같은 장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다채로운 축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현대무용단인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NDT2)가 막을 여는 현대무용 축제도 주목할 만하다. 28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과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진행되는 제42회 국제현대무용제(MODAFE 2023)가 그것. 9년 만에 내한하는 이스라엘 출신 안무가 호페시 셱터의 무용극부터 김성용 국립현대무용단 신임 단장의 취임 후 첫 안무작인 ‘정글-감각과 반응’까지 다양한 국내외 공연을 만날 수 있다.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야외 공연도 있다. 다음 달 14, 15일 서울 용산구 한강 노들섬 야외무대에서 열리는 서울문화재단 ‘한강노들섬클래식’에선 발레 ‘백조의 호수’를 감상할 수 있다. 올해 ‘브누아 드 라당스’에서 최고 여성무용수상 영예를 안은 강미선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가 주인공 오데트 역을 맡는다. 21∼22일에는 로시니의 희극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가 공연된다. 소프라노 박혜상과 바리톤 안대현, 테너 김성현이 무대에 오른다. 올해는 240여 석 규모의 돗자리석을 신설해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관람할 수 있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은 “호숫가가 극중 배경인 ‘백조의 호수’를 아름다운 강물과 노을 곁에서 감상하며 새로운 감동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2023-09-15 03:00
[책의 향기]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이들을 위한 안내서지금으로부터 꼭 1년 전, 짧은 코와 동글동글한 뒤통수가 참 예쁘던 강아지가 기자의 무릎 앞에서 숨을 거뒀다. 14년을 함께한 털북숭이 가족이 죽었으나 ‘어떻게 슬퍼해야 좋은지’는 잘 몰랐다. 애도는 그렇게 엉거주춤 이뤄졌고, 떠나보낼 때조차 반려견에게 가족으로서 자격 미달이었다는 죄책감이 오랫동안 가시지 않았다. 반려동물을 가족같이 생각하는 이가 늘고 있지만 직장 경조휴가 신청란에 ‘백숙부 사망’은 있어도 ‘반려견 사망’은 없는 게 현실이다. 책은 털북숭이 가족이 죽었을 땐 어떻게 애도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다. 저자는 언젠가는 반려동물의 죽음을 마주할 사람들을 위해 불교식 반려동물 장례와 박제, 생전 모습과 꼭 닮은 봉제 인형 만들기 등을 권하며 “권리를 박탈당한 슬픔”을 애도할 길을 여러 갈래로 안내한다.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수없는 죽음이 점선처럼 등장한다. 강아지, 물고기, 새 등 여러 동물을 키웠던 저자의 상실부터 유명 팝스타가 마음을 온전히 기대던 고양이의 죽음, 반려인을 먼저 떠나보낸 강아지가 온기로 빈자리를 지키는 이야기까지…. 제목처럼 ‘아는 동물’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미 겪었거나, 겪진 않았으나 충분히 상상했을 법한 책 속 죽음들을 들여다보며 잠잠한 위로를 받을 것이다. 예견된 끝을 미리 걱정하며 스스로가 반려동물에게 부족한 사람은 아닐지 묻는 이들에겐 따뜻한 응원을 건넨다. “나를 위해 이 자리에 붙잡힌 청중”인 반려동물을 기르다 보면 불안과 죄책감이 종종 기쁨을 잠식한다. 그러나 저자는 “언제나처럼 강렬하게 나를 올려다보는 강아지의 눈빛을 보면 어쩌면 우리는 잘 해내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고 독자를 북돋운다. 그리고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슬픔을 이해해줄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슬픈 결말을 맞은 이들이 그러한 슬픔 역시 가치 있음을 서로 일깨워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도 ‘그런 타인’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2023-09-09 01:40
한중일 문화장관, ‘전주 선언문’ 채택…“3국 교류 강화”한·중·일이 문화장관 회의를 열고 각국의 젊은 세대와 콘텐츠 산업을 중심으로 문화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후허핑 중국 문화여유부장, 나가오카 게이코 일본 문부과학대신은 7일과 8일 전북 전주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제14회 한·중·일 문화장관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3 전주 선언문’을 공동 채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탓에 세 나라 장관이 한자리에서 만난 건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8일 발표된 전주 선언문에는 3국의 청년과 장애인, 문화도시 간 교류를 늘리고 디지털 문화산업을 공동 육성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각국 청년 예술가 간 창작 협업을 장려하고 콘텐츠 산업 진흥을 위한 민관 교류를 확대하기로 한 것. 이날 진행된 한·중·일 문화장관회의 기조연설에서 박 장관은 “젊은이들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문화적 열정을 나눌 때 국가 간 신뢰와 우정도 쌓을 수 있다”며 “내년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대회는 청소년의 스포츠‧문화예술 축전으로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장애인에게도 공정한 문화예술 참여 기회가 주어질 수 있도록 하고, 인구감소와 기후변화 등 문제를 문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연대도 강화한다. 각국 지역 간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2024년 동아시아문화도시로는 한국 김해시, 중국 웨이팡시와 다롄시, 일본 이시카와현이 선정됐다. 전주는 2023년 문화도시다.본회의에 앞서 전날엔 3국 장관이 ‘2023 한·중·일 공예전-화이부동(和而不同)’을 함께 관람했다. 환영 만찬에선 전주의 대표 음식인 비빔밥을 함께 비비는 기념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박 장관은 “한·중·일 문화장관회의는 동북아 문화 교류의 전략 플랫폼”이라며 “이번 회담이 연내 3국 정상회담으로 가는 가교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2023-09-08 16:25
사막의 선인장은 ‘잘된 삶’일까, ‘안된 삶’일까사막의 선인장과 길가에서 주로 자라 사람들의 발에 쉽게 밟히는 질경이의 공통점은 뭘까. 모진 삶을 택하진 않았지만 혹독한 환경에 뿌리내린 두 식물은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도 살아갈 수 있도록 강인해졌다. 이 세상에 ‘잘 될 삶’이나 ‘결국 안 될 삶’ 따위는 없음을 알려주는 자연의 섭리가 아닐까.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23일까지 공연되는 ‘잘못된 성장의 사례’는 이러한 식물 이야기를 바탕으로 관객을 고즈넉이 위로하는 연극이다. 한 국립대에서 식물의 저항성 유전자를 연구하는 인물들이 등장해 저마다의 생존 패턴으로 살아가는 식물처럼 우리에게도 각자 고유한 삶의 방식이 있음을 이야기한다. 연극 ‘배를 엮다’ ‘시장극장’을 연출한 강현주 씨가 처음 희곡을 쓰고 연출도 맡았다. 섬세하게 짜인 공연은 관객으로 하여금 마치 연구실 구성원이 된 듯한 느낌을 준다. 곳곳에 놓인 시약병과 빛바랜 멸균기, 책상 위 촘촘하게 붙은 포스트잇 등 실제 연구실을 그대로 재현한 듯한 무대세트가 몰입도를 높였다. 공예지 류혜린 박인지 이지현 등 배우들은 탄탄한 연기로 누구 하나 튀지 않고 비슷한 온도로 어우러져 시너지를 내는 캐릭터들을 표현한다. 마음을 울리는 다정하고도 첨예한 대사들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식물학에 관련된 이론과 용어가 자주 등장하지만 무리 없이 흐름을 좇을 수 있다. 극중 연구실의 막내인 한인범은 이렇게 묻는다. “식물은 ‘이렇게 다양하구나’ 감탄하고 보존하는데 왜 사람한테는 안 그러는 거예요?” 전석 3만5000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2023-09-08 03:00
공연계 “뮤지컬 발성-서커스 배워 보세요”공연계에서 이색 체험과 전문성을 앞세운 교육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젊은층과 마니아층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다. 우선 배우가 강사로 나서는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은 11일부터 뮤지컬 ‘그날들’ ‘엘리자벳’ ‘몬테크리스토’ 등에서 주조연을 맡은 배우 김승대가 뮤지컬 창법과 발성을 가르치는 세종예술아카데미강좌를 연다. 기초부터 시작해 ‘캣츠’ ‘엘리자벳’ 등의 주요 넘버까지 완창하는 과정이다. 서울 중구 국립극장은 공연예술박물관의 상설 전시를 연극배우, 무용수의 해설을 들으며 관람하는 프로그램을 이달부터 운영한다. 연극 ‘에쿠우스’에 출연 중인 배우 장두이가 16일 박물관 소장 자료를 통해 작품을 소개한다. 10월 21일에는 국립발레단장을 지낸 최태지 씨가 한국 발레 현장에 관해 설명해준다. 오정화 세종문화회관 시민예술팀장은 “특별한 경험을 즐기는 20∼40대의 관심을 불러모으고 연극, 뮤지컬의 관객 유입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은 가느다란 막대기로 접시 돌리기, 공중 후프에서 곡예하기 등 서커스 동작을 배우는 일일 강좌를 23, 24일 연다. 올해 5월 이벤트로 이 프로그램을 운영했을 때 20, 30대의 호응이 높아 정규 강좌로 개설했다. 국립극장은 야외 문화축제인 ‘아트 인 시리즈’ 중 하나로 탈춤 일일강좌를 연다. 탈춤꾼 7명, 악사 4명과 함께 강령탈춤, 양주별산대놀이, 고성오광대 등 세 지역 탈춤의 기본 춤사위를 익히는 프로그램으로 이달 23일과 10월 28일 진행된다. 김지인 LG아트센터 홍보마케팅팀장은 “주제가 구체적이고 체험성이 강한 강좌를 선호하는 추세”라며 “이색 강좌를 통해 평소 공연을 보지 않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극장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려 한다”고 말했다. 서울문화재단은 ‘서울시민예술학교’ 강의의 깊이를 강화했다. 1∼3회에 그쳤던 과정을 최대 3개월로 늘렸다. 서울 양천구 서서울예술교육센터에서는 인형극단체 ‘예술무대산’과 함께 자기만의 이야기가 담긴 인형을 만들고, 인형극을 해보는 총 6회차 수업(10월 17일∼11월 21일)을 성인 대상으로 진행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2023-09-07 03:00
나도 학폭 방관자 아니었나… ‘회색빛 몸짓’으로 묻습니다“잿빛 뿌연 안개 속에서 우리는 질문해야 합니다. ‘교실 속 폭력을 이대로 둘 것인가’…. 아이들은 다가올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학교폭력을 꼬집는 무용극 ‘그리멘토’의 무대, 조명, 의상, 소품 등을 맡은 정구호 연출가(58)의 말이다.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그를 만나 신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멘토’는 프랑스어로 회색을 뜻하는 ‘Gris’와 기억, 순간을 의미하는 라틴어 ‘Memento’의 합성어다. 가해자, 방관자, 피해자 등의 역할을 맡은 무용수 16명이 폭력에서 치유로 이어지는 과정을 6가지 상황에 맞춰 춤으로 풀어낸다. 안무는 정 연출가와 서울시무용단 ‘일무’로 호흡을 맞췄던 현대무용가 김성훈 씨가 맡았다. ‘일무’ ‘묵향’ 등 전통무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스타덤에 오른 정 연출가가 사회적 이슈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을 선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접한 학교폭력 이슈를 다룬 드라마와 영화, 뉴스 등이 그에게 굳은 의지를 심어줬다. 그는 “콘텐츠가 결코 과장된 게 아니라 현실에선 더 잔인하단 걸 알고 많이 놀랐다. 해법을 찾으려면 끊임없이 공론화돼야 하고, 적극 동참하고 싶었다”며 “틀이 확고한 장르보다는 현대무용이 문제를 제기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무용수들은 서로 다른 6가지 회색으로 표현된 교실을 배경으로 책상과 의자를 활용해 춤춘다. 공연 초반 어두웠던 무채색 조명은 점차 밝아지도록 연출했다. 피해자를 따라다니는 그림자 같은 기억을 표현하고자 소품과 무대를 무광 회색으로 칠했다. 그는 “방관자와 가해자의 경계, 가해자를 낳은 구조적 모순 등 단순 흑백논리 밖의 회색지대까지 짚으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공연에선 방관자의 존재를 강조했다. 폭력이 벌어지는 동안 교실 곳곳에 숨어 있는 방관자들은 무대 벽과 바닥에 투사되는 영상에 의해 시각적으로 호명된다. 그는 “중학생 때는 키가 큰 편이어서, 고등학생 때는 미술부에서 그림만 그리느라 ‘조용한 학생’으로 지냈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과거의 나 역시 방관자는 아니었을까 되물었다”며 “학교폭력은 우리 모두의 일”이라고 했다. 그가 이번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관객과의 소통’이다. 1990년대 미국 뉴욕에서 안은미, 안성수 등 현대무용가들의 의상을 맡아 무용계에 발을 디뎠기에 현대무용을 향한 그의 애정은 남다르다. 그는 “무궁무진한 새로움을 보여주되 명료한 메시지를 토대로 대중과 가까워지고 싶다”며 “지금까지 현대무용 작품에 비해 다소 설명적일 수 있지만 관객이 쉽게 동작과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1000석 이상의 대극장에서 주로 활약했던 정 연출가에게 300석 규모의 소극장 공연은 ‘귀한 작업’이었다. 그는 “규모와 설비 등 여러 제약이 도전정신을 자극했고, 관객과 더 친밀히 호흡하는 게 좋다”고 했다. 제일모직 전무 출신으로 패션 디자인과 브랜드 컨설팅, 영화 미술감독 등 다채로운 경력을 쌓은 그는 스스로 ‘도전 중독자’라고 했다. 다음 달엔 직접 연출한 오페라 ‘나비부인’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제작사의 의뢰를 받아 드라마 대본도 쓰고 있다. “7월부터 패션 디자인과 컨설팅 일은 전부 정리했어요. 10년간 제 인생의 마지막 전환을 해보려고요. 수입이 끊겨 불안하기도 하지만 공연을 비롯한 새 도전에 열중하고 싶어요. 내년에는 정구호가 아닌 비밀스러운 이름으로 여러분을 만나게 될 겁니다.(웃음)” 7∼10일, 4만5000∼5만5000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2023-09-06 03:00
“독재자 대역 배우, 9세부터 72세까지 연기… 70대 아버지 유심히 관찰했죠”구부정한 노인이 된 네불라에게도 한창때가 있었다. 무고한 시민을 쓰러뜨린 독재자의 대역을 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동안 그는 환희를 느꼈다. 끌려가듯 시작한 대역이었고, 여느 때처럼 성실히 임했을 뿐이지만 훗날 속절없는 회한이 그를 집어삼켰다.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지난달 31일 만난 배우 윤나무(38)는 “뮤지컬 ‘쇼맨’ 속 네불라의 삶은 그저 성실히 살아가는 나와 당신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국립정동극장에서 창작 뮤지컬 ‘쇼맨…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 배우’ 두 번째 시즌이 15일 개막한다. 올해 1월 제7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대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한 작품으로, 윤 씨는 주인공 네불라 역으로 남자주연상을 받았다. 공연은 미국의 한 유원지에서 입양아인 24세 수아가 잔혹한 독재자의 대역 배우였다고 말하는 네불라로부터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엉겁결에 이를 수락하며 시작된다. 관객은 네불라를 바라보는 수아의 양가적 시선으로 각자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배우 신성민과 강기둥이 윤나무와 함께 네불라를 연기한다. 수아 역은 정운선 박란주 이수빈이 맡았다. 윤나무는 네불라의 찬란했던 젊은 시절과 빛바랜 현재까지 폭넓은 시기를 연기한다. 극 중 나이로는 9세부터 72세에 이른다. 그는 “나보다 인생을 더 산 배역을 연기해야 하는데, 내 삶에서 연기의 디테일을 찾아낼 수 없어 까다롭다”고 했다. 그래서 아버지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했다. 70대인 아버지의 지금 모습과 20, 30년 전의 자세, 말투를 비교하며 연기에 녹였다. “외양으로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이별로 우리가 홀로 참아내야 했던 마음을 담아내고자 합니다. 지난해 공연을 보신 부모님께서 ‘마치 내 인생 같다’며 제가 출연한 공연 30편 중 최고로 꼽으셨어요.(웃음)” “진실된 연기를 하고 싶다”는 그는 지난해 초연 때보다 깊이를 더하려 애쓰는 중이다. 영광과 회한이 뒤엉킨 과거를 읊는 동안 마음속 요동치는 감정을 표현하고자 작은 숨소리와 눈빛까지 다듬고 있다. 배우를 꿈꿨으나 방황하다 대역에 그친 네불라를 보며 대학(동국대 연극학과) 시절도 되짚었다. 그는 “교수님께 칭찬받는 학생이 되기 급급해 내 목소리 없이 연기하던 모습이 겹쳐 보여 네불라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2011년 연극 ‘삼등병’으로 데뷔한 그는 ‘킬 미 나우’, ‘함익’, ‘카포네 트릴로지’를 비롯해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천원짜리 변호사’ 등에 출연하는 등 무대와 방송을 활발히 오가고 있다. “편집되지 않은 배우의 연기를 그대로 볼 수 있는 게 공연만의 매력이죠. 극장 맨 끝자리 관객에게도 진심이 닿을 수 있도록 대사 한 줄 한 줄에 성심을 다할 겁니다.” 11월 12일까지. 전석 7만 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2023-09-04 03:00
“죽음은 내 춤과 인생의 안내자”80대 노장의 느릿한 춤동작에는 날카로운 생이 깃들어 있었다. 가느다란 어깨선을 타고 내려와 손끝 허공을 응시하는 눈동자에선 검은 휘광이 번득이는 듯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23일 만난 현대무용가 홍신자 씨(83)는 “죽음은 내 춤과 인생의 안내자였다.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모든 순간을 아이처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가 주최하는 제26회 서울세계무용축제가 다음 달 1∼1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등 6개 극장에서 열린다. 총 9개국 23개 무용단이 26편의 작품을 공연한다. 인간 생애주기에 대한 고찰을 무용으로 풀어낸 ‘죽음과 노화’ 특집 작품 5편도 선보인다. 그중 홍 씨의 독무작 ‘이불 위에서’가 6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무대에 오른다. 2년 전 제주 서귀포예술의전당에서 첫선을 보인 작품이다. 홍 씨는 1973년 미국 뉴욕에서 ‘제례’를 공연한 후 백남준, 존 케이지 등 세계적 예술가들과 호흡을 맞춘 현대무용가다. 숙명여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뉴욕에서 호텔경영학을 공부하던 그는 우연히 미국 유명 현대무용단인 알윈 니콜라이 무용단의 공연을 접했다. ‘나도 저런 자유로운 춤을 추겠다’는 열망에 사로잡혀 27세에 뒤늦게 무용을 시작했다. ‘이불 위에서’는 죽음을 다루는 1부와 탄생을 다루는 2부로 구성됐다. 삶의 시작과 끝에 놓인 인간이 삶의 모든 굴레로부터 해방될 때 에너지를 춤으로 표현한다. 홍 씨는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자리가 모두 이불이란 데 착안했다. 열 살 때 터진 6·25전쟁으로 허다한 죽음을 목도한 후 죽음은 내 생각의 근간을 이뤘다”고 했다. 공연은 구체적인 안무 노트 없이 즉흥 춤으로 구성했다. 홍 씨의 목소리를 콜라주한 음악 등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한다. 무대디자인은 신소연 전통침선공예가가 맡았다. 얼기설기 늘어진 희고 기다란 끈과 바닥에 깔린 하얗고 깨끗한 이불 한 채가 무대를 이룬다. 공연 시작 전에는 그가 80세 되던 해 스스로 치른 장례식 퍼포먼스 영상을 내보낼 예정이다. 제주 바닷가에 지인을 모아놓고 1시간 동안 벌인 장례식을 담은 영상이다. 그는 “탄생과 죽음이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임을 보여주려 한다”며 “태어났을 때 축하를 하듯 이 세상에서 기쁨과 슬픔을 모두 겪고 ‘잘 놀다 가는 인생의 끝’을 기념하고자 장례를 미리 치렀다”며 웃었다. 삶에 후회도, 미련도 없다는 그는 꼭 다시 공연하고 싶은 작품이나 ‘죽을 때까지 춤추겠다’는 욕심 역시 없다. 홍 씨는 “그 역시 생에 대한 집착이다. 다만 관객과 만나는 순간이 여전히 너무 좋기에 앞으로도 기회가 있다면 기꺼이 하려 한다”고 했다. 다음 달 초 삶에 대한 자신의 소회를 담은 책 ‘생의 마지막 날까지’도 출간될 예정이다. “단지 ‘되는 대로 살겠다’는 마음으론 자유로워질 수 없어요. 삶을 공부의 터전이라 여기고 항상 비움에 대해 생각해야 해요. 오늘보다 내일 더 비우고, 그럼으로써 더 자유롭도록….” 공연 전석 5만 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2023-08-31 03:00
뮤지컬로 만나는 김옥균과 박열우리나라 근현대사 속 실제 인물과 사건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 2편이 나란히 무대에 오른다. 10월 22일까지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곤 투모로우’와 3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링크아트센터에서 초연되는 뮤지컬 ‘22년 2개월’이다. ‘곤 투모로우’는 1884년 갑신정변이 3일 만에 실패하고 일본으로 피신한 김옥균의 암살사건을 재창작한 작품이다. 김옥균과 그를 암살하려는 고종, 암살자로 등장하는 가상의 캐릭터 한정훈까지 세 인물이 중심이 돼 극을 이끈다. 2016년 초연된 후 세 번째 공연되고 있다. 이번 시즌에선 무대장치와 영상디자인을 보강해 웅장함을 강조했다. 이수인 연출가는 “콜라주 기법을 활용한 영상으로 혼란스러운 격변기를 표현했고, 이번 시즌에서 처음 회전무대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마치 오래된 필름이 되감기는 듯한 회상 장면, 슬로 모션 연기를 활용한 누아르 액션 등으로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김옥균 역은 배우 강필석, 최재웅, 고훈정, 조형균이 번갈아가며 연기한다. 6만∼13만 원. ‘22년 2개월’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펼친 박열(1902∼1974)을 다룬 작품이다. 조국을 위해 투쟁하다 22년 2개월간 옥살이를 했던 박열과 그의 부인 가네코 후미코의 삶과 사랑을 그렸다. 공연은 1926년 일왕을 암살하려던 두 사람의 옥중 사진이 유출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신념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박열이 부르는 ‘난 누구인가’ 등 넘버들이 극의 비장한 분위기를 강조한다. 박열 역은 배우 유승현, 양지원, 이재환이, 가네코 후미코 역은 최수진, 강혜인, 홍나현이 돌아가며 연기한다. 11월 5일까지. 5만5000∼7만 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2023-08-29 03:00
[책의 향기]자녀의 삶, 부모에겐 미지의 영역혜고부지춘추(蟪蛄不知春秋). 여름 한철 살다 가는 매미는 봄가을을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장자’에 나오는 말로, 경험하지 못한 일에 대해 아는 체해선 안 된다는 속뜻이 있다. 가장 친밀한 가족 역시 내가 겪지 못한 인생을 사는 타인이다. 무심히 건넨 ‘잘되라고 하는 소리’가 상처를 줄 때가 많다. 저자는 이 글귀를 인용하며 세상의 부모들에게 “나의 경험치가 세상 전부는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성균관대 한문교육과 명예교수인 저자(전 한국고전번역원장)는 현재 서울 강남구 중동고교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2021년 교장 부임 후 자신의 아이를 다른 집 자녀와 비교하는 부모들을 만나며 이들에게 하고 싶은 제언을 책으로 펴냈다. ‘중용’ ‘논어’ ‘한비자’ 등 고전에서 명구를 빌려왔다. 고전을 빌려 섣불리 가르치려 들기보단 저자가 보고 느낀 소회를 담담히 밝히며 독자의 마음을 다독인다. 책은 “아이의 장래를 위해 다그치지만, 아이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냉철하게 생각하는 분은 많지 않았다”며 조급해하는 부모들에게 아이를 믿고 기다려 줄 것을 꾸준히 강조한다. 학부모들에게 전하는 글로 이뤄진 1∼3부 이후 마지막 4부에선 학생들에게도 ‘쉼표’를 제안한다. 입시에 얽매여 자신의 그릇에 자꾸 무엇을 담으려기보단 그릇을 넓히는 마음을 가져보자는 것. 저자는 “학부모와 아이들 모두 숲이 우거진 ‘옛길’을 찬찬히 걸으며 삶의 여유와 지혜를 찾길 바란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2023-08-26 01:40
“저 장면이 원작에 있었나?”… ‘소설-영화-뮤지컬’ 3색의 묘미뮤지컬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레베카’ 등 오랜 기간 사랑받아 온 뮤지컬 대작들이 올해 잇달아 공연되고 있다. 이들 작품은 원작 소설을 토대로 재구성하고, 영화로도 제작돼 인기를 모았다. 원작 소설, 영화와 다른 뮤지컬만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 봤다. ● 바리케이드 전투 전 청년들 독려하는 장발장, 소설엔 없어1885년 영국 웨스트앤드에서 초연된 후 53개국에서 약 1억3000만 명이 관람한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1862년 발표한 동명 소설의 서사를 따른다. 국내에서 공연되는 건 2015년 이후 8년 만이다. 부산 남구 드림씨어터에서 10, 11월 공연한 뒤 11월 30일부터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로 옮겨 공연을 이어간다. 원작이 프랑스의 사회상과 종교, 낭만 등을 다룬 대하소설이어서 시간 제한이 있는 뮤지컬에서는 주인공 장발장과 자베르의 대립을 중심축으로 각색했다. 김영인 레미제라블 협력프로듀서는 “장발장과 자베르의 성격과 서사가 보다 확실하게 드러나도록 했다”고 말했다. 바리케이드 전투를 앞두고 장발장이 마리우스와 젊은 청년들을 위해 넘버 ‘Bring him home’을 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소설에는 바리케이드 전투 전 청년들을 독려하는 내용이 없다. ‘레미제라블’은 2012년 국내 관객 594만 명을 모은 휴 잭맨 주연의 동명 영화로도 제작됐다. 뮤지컬과 영화의 넘버 구성은 거의 동일하지만 각각 서로 다른 한 곡씩 추가돼 있다. 공연 후반부 장발장이 부상당한 마리우스를 업고 하수구로 탈출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넘버 ‘Dog eats dog’는 영화에선 생략됐다. 영화에서 장발장이 테나르디에 부부로부터 어린 코제트를 구하고 떠나는 장면에서 부르는 ‘Suddenly’는 영화를 위해 추가된 넘버다.● 추리소설 로맨스로 바꾼 ‘오페라의 유령’ 11월 17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역시 동명 원작 소설 원작과 영화 모두 유명하다.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의 동명 소설은 1910년 출간됐다. 뮤지컬은 1988년 미국 뉴욕에서 초연된 후 전 세계에서 1억6000만 명이 관람했다. 소설은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벌어진 무명의 오페라 여가수 크리스틴 다에의 실종사건을 쫓는 추리물이다. 이에 비해 뮤지컬은 유령과 크리스틴, 라울의 삼각관계에 초점을 맞춘 로맨스 장르다. ‘All I Ask of You’ ‘The Music of the Night’ 등 넘버가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소설에선 유령에게 ‘에릭’이라는 이름이 있지만 뮤지컬에선 이름 없는 존재로 등장한다. 제작사 에스앤코 신동원 대표는 “유령의 카리스마와 신비로운 분위기를 부각하기 위한 장치로, 유령은 압도적인 존재감을 지닌다”고 했다. 조엘 슈마허 감독이 연출한 영화(2004년)는 줄거리와 넘버는 흡사하지만 뮤지컬엔 없는 넘버 1곡이 추가됐다. 엔딩 크레디트까지 기다리면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작곡한 ‘Learn to Be Lonely’를 들어 볼 수 있다.● 댄버스 부인의 카리스마 부각한 ‘레베카’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19일부터 공연 중인 뮤지컬 ‘레베카’는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에게 첫 아카데미상 수상의 영예를 안겨준 동명 흑백 영화(1940년)로 유명하다. 원작은 영국 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가 1939년에 발표한 동명 미스터리 소설이다. 뮤지컬에선 핏빛 붉은색과 보라색을 강조한 무대와 의상으로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소설과 영화 모두 두 번째 드 윈터 부인인 ‘나’의 시선을 따라간다. 뮤지컬에서도 ‘나’가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기괴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댄버스 부인의 존재가 단연 부각됐다. 댄버스 부인은 배우 옥주현과 신영숙, 리사, 장은아가 번갈아 연기한다. 로버트 요한슨 연출가는 “댄버스 부인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강렬한 캐릭터”라며 “오케스트라 선율은 으스스함을 배가시킨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2023-08-24 03:00
中, 이틀간 165조원 투입 위기진화 안간힘… 韓 ‘금융-수출’ 비상중국 부동산 및 실물경제 위기가 확산되면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의 경기 침체는 한국의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수출 감소로 이어져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을 더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中 성장 전망 4%대 하향, “내년엔 더 낮아”최근 중국 경제의 둔화 양상을 반영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일제히 중국의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미국의 대형 은행 JP모건은 15일(현지 시간)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0%에서 4.8%로 낮추면서 부동산 시장 변수를 최대 리스크로 꼽았다.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 등 대형 부동산 기업의 디폴트 위기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같은 날 영국 바클레이스도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4%포인트 내린 4.5%로 제시했다. 일본 미즈호증권 또한 올해 중국 성장률을 5.5%에서 5.0%로 낮췄다. JP모건과 바클레이스는 내년 중국 성장률로 각각 4.2%, 4.0%를 제시했다. 특히 민간 부동산 업체에 이어 국유기업인 위안양(遠洋·시노오션)그룹까지 채무 변제에 실패하면서 업계에선 ‘도미노 디폴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위안양그룹은 13일 만기였던 이자 2094만 달러(약 280억 원)를 지불하지 못했다. 중국 경제의 핵심 축인 부동산 시장이 계속 흔들리면서 경제 전반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부동산 신탁 상품의 잇따른 디폴트는 ‘부의 효과’(자산가치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를 통해 경제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가 시장 불안을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은 15, 16일 이틀에 걸쳐 총 9020억 위안(약 165조 원)의 유동성을 시장에 투입했지만 전문가들은 이 정도로는 시장을 안정시키기에 역부족이라고 보고 있다. 영국 경제기관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중국 정부가 계속해서 한발 늦게 대책을 내놓자 시장은 정부가 손을 놨다고 인식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청년 실업률 등 불리한 통계의 발표를 돌연 중단하기로 한 것도 시장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여러 서방 정치인과 언론이 중국의 포스트 팬데믹 경제 회복 과정에서 나타나는 주기적 문제를 과장해왔다”며 “결국 그들이 틀렸다는 것이 분명히 증명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출 감소로 韓 성장률도 ‘빨간불’중국 부동산발 위기는 한국 경제에 큰 악재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올 초만 해도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로 하반기(7∼12월) 수출 회복을 기대했지만 중국의 경기 부진이 길어지자 국내 실물경제 지표도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대중(對中) 수출은 지난해 6월 이후 14개월 연속 감소세다. 전문가들은 중국 리스크가 실물경제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의 경제 불안으로 인해 글로벌 투자자들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보일 것”이라며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금 이탈, 환율 상승 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지금까지 중국의 성장 흐름에 올라타 그간 경제 위기를 빨리 벗어났지만 중국이 불황에 빠지면 그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중국 경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상저하고(上低下高)’라는 기존의 경기 전망을 고수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현 경기 흐름 전망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2023-08-17 03:00
다시 하나된 잼버리, K팝 환호속 피날레“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11일 잼버리 폐영식과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가 열린 서울 마포구 상암동. 캐나다에서 온 도로시 모리슨 양(16)은 “폭염부터 태풍까지, 출발 전엔 이렇게 많은 일들이 있을 줄 생각도 못 했다”면서도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 잼버리가 될 것 같다”며 웃었다. 또 “마지막 날 콘서트까지 잘 마무리하고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 한국 정부와 시민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1일 시작된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행사가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막을 내렸다. 태풍 ‘카눈’ 때문에 전북 부안군 새만금 야영장을 떠나 전국 8개 시도로 흩어졌던 스카우트 대원 약 4만 명은 이날 오전부터 버스 약 1400대를 타고 경기장으로 모였다. 폐영식이 시작되자 파도타기를 하고 함성을 지르며 잼버리의 마지막 밤을 뜨겁게 달궜다. 뉴진스 등이 무대에 오를 땐 너나없이 스마트폰 카메라를 치켜들며 열렬히 환호했다. 벨기에에서 온 릴리 자넨 양(14)은 “초반엔 힘들기도 했지만 일정을 완주하니 정말 뿌듯하다”며 “K팝 ‘왕팬’인데, 아티스트들을 직접 보고 노래를 들으니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폐영식에선 한국 스카우트 대원이 차기 잼버리 개최국인 폴란드 대원에게 스카우트 연맹기를 건네주는 전달식이 진행됐다. 캐나다 대원 온킷 사하 군(15)은 “12일 캐나다로 돌아가는데 더 있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4만여명 응원봉 열광… “잼버리 도와준 한국인에 감사” K팝 콘서트로 피날레K팝 아이돌 등장때마다 환호성BTS 카드 등 ‘리멤버 키트’ 선물 11일 폐영식 및 K팝 콘서트를 앞두고 서울월드컵경기장과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의 숙소에선 들뜬 분위기와 아쉬움이 교차했다.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기숙사에 머물던 스위스 단원들은 이날 오전 강당에 모여 함께 K팝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공연 관람을 준비했다. 한 단원은 “콘서트를 신나게 즐기기 위해 아침부터 노래를 듣고 춤추며 준비했다”고 말했다. 오후 2시경부터 경기장 입장이 시작됐는데 각국 대원들은 이슬비를 맞으면서도 정해진 구호와 노래를 부르며 밝은 표정으로 경기장으로 향했다. 경기장 앞에선 스카우트 대원들을 도왔던 한국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이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스카우트 대원들은 이들과 반갑게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한국어로 인사하며 행사장에 들어섰다. 일부 대원은 총을 들고 입구를 지키는 경찰특공대원들과 사진을 찍거나 준비한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기도 했다.● 유명 그룹 등장하자 응원봉 흔들며 열광 잼버리의 마지막 순서인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가 시작되자 스카우트 대원들은 좋아하는 그룹의 이름을 외치고 응원봉을 흔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댄스크루 ‘홀리뱅’이 콘서트의 포문을 연 뒤 ‘더보이즈’ ‘있지’ ‘마마무’ ‘NCT 드림’ 등 자신이 좋아하는 유명 그룹이 무대에 등장할 때마다 대원들의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졌다. 공연 중에도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대원들의 열기를 식히지는 못했다. 대원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박자에 맞춰 양손을 머리 위로 흔들고, 앉은 자리에서 춤을 추기도 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챌린지로 유행한 아이브의 ‘I AM’ 하이라이트 소절이 나올 땐 안무를 따라 추는 대원들도 눈에 띄었다. 이탈리아에서 온 알투로 군(15)은 “콘서트장에서 다 함께 노래하고 춤추니 마지막까지 재밌다. 처음에는 힘들기도 했지만 좋은 기억 가득하게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며 감격했다. 미국에서 온 케빈 하트 씨(22)도 “주최 측에 감사하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공연 전 스카우트 대원들에게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의 포토카드와 K팝 콘서트 응원봉,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상품 등이 담긴 ‘콘서트 리멤버 키트’ 기념품을 지급했다. 미국에서 온 데포 오에린 씨(21)는 “BTS 굿즈를 받았다고 하니 미국 친구들이 메신저로 벌써부터 달라고 난리”라며 웃었다. 마지막 무대가 다가오자 대원들 사이에선 아쉬움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대원들은 “꼭 다시 만나자”며 다른 나라 대원들과 포옹을 나누고 서로의 SNS 계정을 교환하기도 했다. 콘서트에 등장한 아티스트 19개 팀이 함께 무대로 나와 마지막 곡 ‘풍선’을 부르자 스마트폰 플래시 불빛과 응원봉을 흔들며 경기장을 더욱 환하게 물들였다.● “힘들었지만 즐거운 추억”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은 “힘들었지만 즐거운 잼버리였다”고 입을 모았다. 네덜란드에서 온 마틴 새트 씨(20)는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유럽에서 먼 국가에서 온 이들과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며 “특히 한국 시민들의 친절함에 감동했다. 한국에 더 남기 위해 항공편도 바꾸고 다음 주에는 부산과 제주도를 찾을 생각”이라고 했다. 모리셔스에서 온 사하바나즈 아모드 씨(24)와 잔시 파르마 씨(20)는 “화합이라는 스카우트 정신에 부합하는 잼버리였다”며 “매일매일 예측할 수 없는 일이 펼쳐졌지만 그래서 즐거웠다”고 말했다. 아흐마드 알헨다위 세계스카우트연맹 사무총장은 폐영식에서 “여러분은 시련에 맞서고 이것을 오히려 특별한 경험으로 바꿨다”며 “‘여행하는 잼버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날로 공식 일정이 마무리되면서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은 12일부터 귀국길에 오르게 된다. 스웨덴과 대만 스카우트 대원 957명이 부산을 찾는 등 일부 국가의 경우 자체적으로 추가 관광 일정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개별적으로 한국에 남아 다른 프로그램이나 관광을 하는 경우 비용은 해당 국가가 부담하도록 할 방침이다. 행정안전부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12일 이후에도 잼버리 참가자들이 원하는 경우 숙소 등 필요한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2023-08-12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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