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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방금 한 그 행동, 알고보면 인류 삶 전체와 연결돼있다미국 남북전쟁의 가장 치열한 격전지였던 게티즈버그 전투에선 단발식 머스킷 총이 2만7000정 가까이 회수됐는데, 그중 약 2만4000정은 한 번도 발사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아비규환의 전쟁터에서 병사 대부분은 총을 쏘기는커녕 부상자를 돌보거나, 명령을 외치거나, 달아나거나, 망연자실 배회했다는 것. “인간은 근거리에서 타인에게 중상해를 입히는 걸 강하게 꺼리는 성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개인을 쏘기보다는 오히려 집단에 수류탄을 던지는 게 더 쉽다. 멀리 떨어졌다지만 화상으로 상대를 관찰해야 하는 드론 공격도 마찬가지다. 드론으로 아프가니스탄의 적을 감시하다 공격해 죽인 미군들은 상당수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걸렸다. 인간은 전쟁을 벌여 수천만 명을 죽이지만 동시에 얼굴을 마주치는 적군과 쉽게 유대를 느끼는 존재이기도 하다. 남북전쟁 때도 병사들은 적과 서로 친해져 물물교환을 하거나 전투를 앞둔 저녁에 공동으로 예배를 열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참호전에서 자연스럽게 ‘크리스마스 휴전’이 있었던 건 잘 알려져 있다. 도대체 인간은 왜 이렇게 모순적으로 행동하는 걸까. 부제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처럼 인간의 폭력성과 이타성이라는 양면, 도덕성과 자유 의지, 부족주의와 외국인 혐오 등에 대해 ‘생물학과 심리학, 문화적 측면을 종합해’ 다룬 책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로 세계적으로 저명한 신경과학자인 저자가 집필에만 10년 넘게 걸린 역작으로, 인용한 연구의 출처를 밝힌 후주(後註)만 얇은 책 한 권 분량이다. 전반부는 ‘특정 행동은 왜 일어났을까’라는 질문 아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장을 나눠 설명한다. 행동이 일어나기 ‘1초 전’은 뇌신경과학의 시간대다. 뇌의 편도체는 공포, 불안, 공격성과 관련돼 있고, 통제를 담당하는 이마엽(전두엽) 겉질이 손상되면 사람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한다. 뇌에서 정서를 담당하는 부위와 인지를 담당하는 부위가 서로 따로 놀기도 한다. “다섯을 구하기 위해 한 명을 죽여도 괜찮으냐”라는 이른바 ‘트롤리 문제’에서 답변자가 ‘직접 한 사람을 밀쳐야 하는’ 상황을 제시하자 뇌의 정서와 관련된 영역이 함께 활성화됐지만 ‘그저 레버를 당기면 된다’는 상황에선 인지 영역만 활성화됐다. 행동하기 ‘몇 초에서 몇 분 전’은 감각의 시간대다. 실험에 따르면 우리 뇌는 피부색에 매우 예민하다. 누군가의 얼굴 사진을 10분의 1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 보여주면 사람들은 뭘 보기는 한 것인지마저 확신하지 못한다. 그러나 사진으로 본 얼굴의 인종을 맞히라면 꽤 잘 맞힌다. 피험자와 다른 인종의 얼굴을 보여주면 편도체가 더 잘 활성화되기도 한다. 이는 인간의 뇌가 ‘우리’와 ‘그들’을 순식간에 가른다는 걸 의미한다. 그러나 인간은 거기에 무조건 지배되는 존재는 아니다. 저자는 “의식이 감지할 만큼 오래(약 0.5초 이상) 노출되면 뒤이어 이마앞엽 겉질이 활성화되고 편도체가 조용해진다. 스스로도 불편한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라고 했다. 책은 이런 식으로 ‘몇 시간에서 며칠 전’의 호르몬 이야기와 ‘며칠에서 몇 달 전’의 신경가소성을 살핀 뒤 청소년기, 아동기, 태아기에 겪은 변화가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한다. 뒤이어 문화와 진화로 주제를 넓혀 간다. 저자는 사람이 누군가를 돕는 것에 대해선 “자전거 타기처럼 오래전부터 몸에 익힌 나머지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으로 튀어나오는 행동의 문제”라고 했다. 위트 있는 문장과 풍부한 사례를 통해 전개하니 책의 두께에 지레 겁먹을 것은 없다. 원제 ‘Behave’.조종엽 기자 jjj@donga.com}2023-12-02 01:40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전 피아노 트리오 악보집 출간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전(전강호)이 피아노 트리오 악보집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전의 피아노 트리오 이야기’(예솔)를 올해 10월 출간했다.하이든, 모차르트, 차이콥스키, 드뷔시 등 고전부터 현대까지 12개의 피아노 트리오 악보와 함께 연주 팁과 곡 해설을 담았다.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자기만의 언어로 곡을 표현하고 연주자로서의 느낌을 풀어냈다. 직접 곡을 연주해 본 경험이 연주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다니엘 전은 서울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을 거쳐 독일 만하임 국립음대와 영국 런던 길드홀 음악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미시간 주립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뉴욕주립대 교수를 지냈다. 서울시향, 대전시향을 비롯해 미국의 잭슨 심포니, 독일 모차르트 캄머 오케스트라, 영국 로얄 리버풀 필하모니에 악장 또는 솔리스트로 초청됐다. 나눔 피아노 트리오를 창단해 영국, 독일, 이탈리아에서 연주회를 열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2023-11-30 22:16 
[광화문에서/조종엽]도심에도 노거수 살 수 있게 나무에 흙바닥 돌려주자강원 평창군 오대산 월정사 앞 전나무숲길엔 2006년 쓰러졌다는 육백 살 나무가 있다. 텅 빈 속에 곰이 들어앉아 쉴 것 같은 크기다. 그 건너편 그루터기, 곰곰이 들여다보면 어지러워질 만큼 동심원이 많은 나이테 위에서 ‘멍 때리며’ 앉아 있으면 ‘사람의 삶은 참 짧다’ 싶다. 겨울 산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고요 속에서 늙고 키 큰 나무들의 존재감은 더욱 커진다. 다람쥐가 뒤척이며 떨어뜨린 눈이 살포시 지면을 두드릴 때면, 나무의 물관이 지표 아래에서부터 한껏 물을 빨아올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럴 땐 거대하고 말 없는, 뿌리 박아 움직이지 않는 초연한 존재에 대한 경이로움이 가슴을 채운다. 강원이 산이라면 제주는 숲이다. 거문오름 곶자왈에서 ‘돌은 낭(나무) 의지, 낭은 돌 의지’라는 제주 속담처럼 돌을 붙잡고 깊이 뿌리 내린 거목과, 그 위를 다시 콩짜개덩굴이 뒤덮은 모습을 보노라면 ‘고다마’(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에 나오는 숲의 정령)가 여기저기서 고개를 내밀 것만 같다. 이런 기분은 이젠 도시를 떠나서야 느낄 수 있게 됐지만 전통시대엔 노거수(老巨樹)가 일상의 일부였다. 마을 어귀마다 느티나무가 정자나무로 서 있었고, 산기슭의 당산나무는 신령하게 여겼다. 그 시절 경이와 신비는 마치 밥을 먹는 것과 같은 것이었으리라. 물론 산업화를 거치며 대부분 사라졌지만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도 오래된 마을엔 여전히 아름드리나무가 꽤 있다. 다만 거기서 놀라움은 좀 다른 것이다. ‘이런 채로도 생존할 수 있다니!’ 건물과 도로가 장악한 공간의 한구석에서 노거수는 산다. 늙고 큰 나무가 빗물과 양분을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콘크리트로 포장된 길 한쪽, 가로세로 1m 정도밖에 안 되는 흙바닥이 전부인 경우가 적지 않다. 그마저도 길을 정비하면서 원래 지표보다 높게 흙을 덮은 탓에 뿌리엔 공기도 잘 통하지 않는다. 노거수가 이런 환경에 처하면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 처음으로 데이터로 밝혀졌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은 18일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노거수의 생육 환경과 나무의 활력에 관한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연구팀이 느티나무 노거수 25주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나무의 가지와 잎이 펼쳐진 넓이만큼의 지표, 지하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채 자라는 노거수는 광합성을 잘하지 못했다. 지하에 장애물이 있으면 뿌리가 뻗지 못하고, 바닥을 콘크리트로 덮으면 그만큼 공기와 물, 영양분이 땅속으로 전해지지 못하는 탓이다. 마찬가지로, 바닥에 흙을 두껍게 덮어 물이 땅속으로 침투하기 어려울수록 나무의 활력을 보여주는 지표가 낮았다. 노거수 주위의 콘크리트를 뜯자. 뿌리가 숨을 쉴 수 있게, 인위적으로 덮은 흙은 걷어내자. 연구진은 전화 통화에서 “벤치를 놔두는 정도야 괜찮겠지만 적어도 수관(樹冠) 폭만큼은 바닥을 자연 상태로 둬야 노거수의 생육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천연기념물 가운데는 600∼700년을 산 것으로 추정되는 느티나무도 있다. 우리가 오래 살 나무를 천천히 죽이고 있는 셈이다. 말라 죽는 노거수와 함께 우리의 경이로움도 사라져 간다. 조종엽 문화부 차장 jjj@donga.com}2023-11-29 23:42 
[책의 향기]전쟁 중 발행된 종이 조각, 세계경제 흔드는 금융 무기로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발표하는 날엔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연준이 부여하는 달러의 가치에 지구 반대쪽 나라에서 수백만 명의 일자리가 왔다 갔다 한다.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달러의 힘’이다. 국제정치·경제전문가로 앞서 ‘지정학의 힘’(아카넷)을 펴냈던 저자가 달러의 탄생과 패권 구축 과정을 다뤘다. 달러의 등장은 전쟁과 직결돼 있다. 영국 식민지 시대 초기 미국에선 옥수수나 비버 모피, 담배 등이 물품화폐로 쓰였다. 영국은 미국이 주화를 주조하는 걸 막았다. 화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은 차용증서인 ‘신용증권’을 발행해 지폐처럼 통용하기도 했다. 그러다 독립전쟁이 일어나자 미국 대륙의회는 전비를 조달하기 위해 ‘콘티넨털 달러’를 발행했다. 이 화폐는 금, 은과 바꿔준다고 명시됐지만 사실 재원이 없었던 데다, 영국이 독립군에 타격을 주려고 위조해 뿌리면서 가치가 폭락했다. 전쟁에서 이긴 미국은 화폐 발행권을 각 주가 아닌 연방의회가 갖도록 하고 달러를 단일 통화로 발행했다. 이를 통해 미국은 순식간에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지대로 떠올랐다. 당시 1달러는 금 1.6g에 해당했다. 오늘날과 같이 미국 정부에 대한 신뢰만으로 가치를 갖는 달러는 남북전쟁으로 등장했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취임할 당시 연방정부의 재정 상태는 엉망이었다. 링컨은 전비를 조달하기 위해 불환지폐(금화, 은화 등과 태환이 불가능한 화폐)를 발행하고 법정통화로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종이 쪼가리에 불과한 지폐가 국가 권력에 의해 가치를 지니게 된 것이다. 이 화폐는 뒷면이 녹색이라서 ‘그린백’이라고 불렸다. 1879년 금 태환이 재개되면서 그린백은 소멸했지만 오늘날의 달러 역시 그린백의 후예라고 할 수 있다. 책은 이 밖에도 중앙은행의 부재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한 연준의 등장,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과 달러가 국제 금융의 중심에 서는 과정, 영국의 유로달러시장 발명, 1971년 달러의 금 태환 정지, 달러 기반의 신용 확장과 금융 혁신 등 달러의 역사를 시간 순으로 살핀다. 1997년 한국 외환위기에도 한 장을 할애했다. 기축통화인 달러의 위력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국제 달러 결제는 대부분 미국 은행 시스템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미국은 외국인에게도 손쉽게 달러 거래를 금지할 수 있다. 굳이 유엔을 통해 제재할 필요도 없다. 자산을 동결하고, 거래와 송금을 금지하는 미국의 금융 제재는 치명적이다. 달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중국은 위안화 결제를 확대하면서 달러 패권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아직 멀었다. 중국은 정치와 법, 규제 환경 면에서 투자자와 각국 중앙은행의 신뢰가 부족하다. 세계의 안전 자산은 여전히 미국 국채 같은 달러 자산이다. 이는 미국이 갖춘 제도와 금융시장 때문이다. 저자는 “통화 패권은 글로벌 세력 균형의 핵심적인 열쇠”라고 했다. 그러나 미국은 소비를 줄이고 수출을 늘리는 대신 더 많은 달러를 ‘수출하며’ 국제수지 적자를 메우고 있다. 저자는 “달러 체제는 대안이 없어서 지속되는 차선의 시스템일 뿐”이라며 “다른 화폐가 달러를 위협하는 상황이 된다면 미국의 정책 실패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꼼꼼한 자료 조사가 눈에 띄는 책이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2023-11-18 01:40 [온라인 라운지]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심포지엄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언론정보대학원장 겸 사회과학대학장 한동섭)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창립 60주년, 언론정보대학원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언론학교육 60년,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11월 7일 한양대 백남학술정보관 국제회의실에서 심포지엄을 연다.이번 심포지엄에서는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안동근 교수가 ‘언론학교육 60년, 교육프로그램 변화의 역사’, 손동영 교수가 ‘언론학교육의 현재와 미래’, 박진우 교수가 ‘AI 저널리즘과 인간 저널리즘, 그리고 저널리즘 교육’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다.이 밖에 김춘식 한국외대 교수, 김경모 연세대 교수, 윤석민 서울대 교수, 박정찬 전 연합뉴스 사장, 정준형 SBS 기자, 성지영 MBC 기자 등 학계와 언론계 주요 인사가 패널로 참여해 토론을 벌인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2023-10-23 14:59 
[책의 향기]단아하게 빛나는 삶 속의 문장들“마른땅에 보슬비가 내리듯이, 건조하고 닫혔던 마음에 조금씩 설렘의 동요가 일어나며 한 편의 글은 시작된다. 마치 농부가 대기의 미세한 기운을 감지하면서 농작물과 교감이라도 하듯이. 때로는 한 문장이, 때로는 문장 전체가. 어떤 때는, 드물지만, 핵심이 되는 영상이 자리를 잡으며 그 설렘은 일어난다. 그것은 하나의 음계일 수도 있으며, 무엇인지 아직 알 수 없는 하나의 어조(톤)에 멈추기도 한다.” 주요 문학상을 다수 수상한 소설가이자 서강대 프랑스문화학과 명예교수인 저자의 글 ‘나는 어떻게 쓰는가’의 첫머리다. 글쓰기의 설렘이 아름답게 담겨 있다. 저자는 글쓰기는 “시작과는 달리 곧장 긴 낙담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글은 일단 이 부인할 수 없는 흥분 어린 희열로 열린다”고 했다. 저자가 ‘잠깐 비켜서서 자유롭고 싶을 때’ 쓴 산문을 모은 책이다. 산문집으로는 1994년 낸 ‘수줍은 아웃사이더의 고백’(문학동네) 이후 29년 만이다. 저자는 1988년 중편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소설 ‘오릭맨스티’ ‘첫 만남’ ‘열세 가지 이름의 꽃향기’ ‘겨울, 아틀란티스’ 등을 내며 사회와 역사를 다채로운 문법으로 다뤄왔다. 산문집 역시 교단에 선 경험, 여행자로서의 체험, 좋아하는 작품 등을 소재로 한 단아한 문장이 빛난다. 자연과 종교, 타자와의 관계에 대한 통찰도 엿볼 수 있다. “삶의 무수한 이방인에 대한 성숙한 한 인간의 태도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무수한 다름의 타인과의 ‘동행’이 아닐까 합니다.”(‘현대를 극복하는 공감과 환대’에서) 글쓰기를 두고선 이같이 비유했다. “그러나 대체로 사막은 아름답고 순수하다. 그것이 모래사막이건 돌사막이건 바위 사막이건, 모두 다 나름의 개별적 아름다움과 버려진 지역에서 영글어 깊어진 순수가 있다. 그러나 그 안에 갇히는 것은 위험하다. 사막의 정의는 결여이기에 그곳에는 신기루가 있다. 사막과 신기루, 이 두 단어는 내게 자주 세상과 글쓰기의 은유였다.”(‘지금 생각나는 몇 가지 비유’에서)조종엽 기자 jjj@donga.com}2023-10-07 01:40 
[책의 향기]메타버스는 고대에도 있었다?“예수의 형상이 남아 있다는 ‘토리노의 수의’가 상상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는 이유는 사회가 그 천에 다른 세계를 향한 믿음이라는 특별한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토리노의 수의가 요즘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디지털 아트 같은 가상 오브제이다. 종교적 상상력으로 입장할 수 있는 세계와 와이파이로 입장할 수 있는 세계는 생각보다 비슷할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메타버스에 관해 인문학적으로 살핀 책이다. 메타버스라고 하면 온라인 게임의 한 종류 정도로 막연하게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저자는 인류가 태고부터 언어와 상상력만으로 메타버스를 창조해왔다고 말한다. 1만여 년 전 만들어진 터키의 신석기 유적 괴베클리 테페는 메타버스의 원형이다. 1000년에 걸쳐 거대한 바위를 날라 만든 이 유적엔 전갈과 으르렁대는 맹수, 날갯짓하는 독수리와 머리 없는 인간의 조각 등 신화적 상징이 넘쳐난다. 고고학자들은 사람들이 이 구조물을 만들기 위해 협동하면서 신석기 혁명이 앞당겨졌을 거라고 본다. 피라미드나 올림푸스 신전 등도 마찬가지다. 오늘날의 메타버스는 인류가 처음 존재했을 때부터 지녔던, 현실에 없는 세계를 창조하려는 본성의 최신판이라는 것이다. 고대에도 가상세계는 사람들이 사건과 정체성, 규칙, 사물이 실재한다고 믿기에 존재했고, 현실의 인간사회와 서로 가치를 지속적으로 전달하며 개인과 사회의 부와 만족감, 의미를 증진했다. 자연스레 오늘날 좋은 메타버스의 조건도 찾을 수 있다. ‘이용자의 내적 동기와 자기 결정성을 충족시키며, 다른 사람과 충분한 상호 작용이 가능하고, 현실 세계와 가치 교환이 가능한’ 메타버스다. 저자는 21세기 안에 컴퓨터와 뇌 신경이 직접 연결되는 포스트 휴먼 사회가 등장하고, 사람은 육체의 한계를 넘어선 지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본다. 그때는 컴퓨터가 시뮬레이션한, 현실보다 더 정교한 가상 세계 수천 가지 속에서 다채로운 삶을 병행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글로벌 가상현실 소프트웨어 회사 임프라버블의 공동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가 쓴 책답게 메타버스에 관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회적 고찰이 펼쳐진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2023-09-23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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