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태영건설, 100대 1 대주주 감자… 1조 출자전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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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자본확충 7000억 책임
지분 41.8%서 60%로 높여”
경영권 유지시키며 손실은 책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태영건설의 채권단이 100 대 1 비율의 대주주 감자와 1조 원의 출자전환을 추진한다. 윤세영 창업회장 등 오너 일가의 경영권은 유지해주면서도 손실에 대한 책임을 지우기 위한 조치다. 대주주가 자본 확충에 직접 참여하고, 소액주주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과거 구조조정 사례들과 차별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16일 오후 채권단 18곳을 대상으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기업개선계획 초안을 설명했다. 산은은 윤석민 태영 회장 등 대주주는 보통주 100주를 1주로, 소액주주는 2주를 1주로 병합하는 무상감자 비율을 제시했다. 감자 비율에 차등을 둬 대주주에게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운 것이다. 통상 무상감자는 회사가 자본잠식에 빠져 있을 때 주식 수를 감소시켜 자본금을 줄이는 과정에서 사용된다.

기업개선계획 초안에는 약 1조 원 규모의 자본 확충안도 포함했다. 지난해 말 기준 태영건설의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6356억 원에 달해 대규모 자본 수혈이 불가피하다. 채권단은 담보 없는 채권 중 50%인 3000억 원가량을 출자전환(부채를 지분으로 전환하는 것)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주주는 나머지 7000억 원가량을 책임질 예정이다. 티와이홀딩스가 사모펀드에서 빌린 뒤 태영건설에 대여해준 4000억 원을 출자전환하고, 워크아웃 이후 계열사를 매각해 태영건설에 투입했던 3000억 원에 대해서도 영구채 전환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번 태영건설 워크아웃은 대주주가 자본 확충에 직접 참여한다는 점에서 앞선 구조조정 사례와 다르다. 동부제철, 쌍용건설, STX그룹 등은 워크아웃 과정에서 대주주가 자본 확충에 참여하지 않아 대주주가 지위를 상실하고 채권단이 최대 주주로 올라선 바 있다.

대주주가 자본 확충에 참여하면서 기존 대주주는 태영건설의 최대 주주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산은이 제시한 기업개선계획 초안에 따르면 대주주의 지분은 41.8%에서 60%로 높아진다. 다만 워크아웃 동안 대주주는 의결권을 채권단에 위임하기 때문에 경영권을 행사하지는 못한다.

소액주주의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금호산업(4.5 대 1), 동부제철(4 대 1), STX조선해양(3 대 1) 등은 태영건설 대비 소액주주 감자 비율이 높은 편이었다.

산은은 이달 18일로 예정된 전체 채권단 설명회를 거쳐 워크아웃 계획을 금융채권자협의회에 올릴 예정이다. 브리지론(토지매입 등 단기대출) 단계에 있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20곳)의 대부분은 시공사 교체 및 청산이 이뤄진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태영건설#경영권 유지#기업개선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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