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상담 선호 부자들 모셔라” 美 은행 점포수 11년만에 반등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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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많은 곳 위주 작년 94개 늘어
JP모건 올해도 550곳에 신설 계획
“대출상담땐 MZ세대도 은행 방문”
국내 5대은행 점포 年50개씩 줄어

정보기술(IT) 발전에 따른 인터넷뱅킹 확산에도 지난해 미국 내 은행 점포 수가 2012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반등했다. 특히 미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는 대면 상담을 선호하는 ‘부자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오프라인 지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점포를 꾸준히 줄이는 국내 은행권과 대조적이다.

7일(현지 시간) 야후파이낸스가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미국 내 은행 지점 수는 6만9684개로 한 해 전보다 94개 늘었다. 2012년 8만2461개에 달했던 은행 지점 수는 불과 10년 만인 2022년 6만9590개로 15.6% 줄었지만 지난해 다시 신규 지점을 내며 늘어난 것이다.

오프라인 점포 증가세는 대형 은행들이 견인했다. JP모건체이스는 지난해 110개의 지점을 새로 열어 미국 내에서만 4897곳의 지점을 보유했다. 올해도 지점 550곳을 추가로 열기로 했다. 2위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 PNC 등도 신규 지점 개설 확대 의사를 밝혔다.

JP모건체이스의 지난해 수익이 호조를 보인 점도 오프라인 점포 증가세에 불을 붙이고 있다. 지난해 순이익이 496억 달러(약 67조 원)를 기록해 2위 BoA(249억 달러)의 배에 가깝다.

‘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CNBC 인터뷰에서 “일평균 90만 명의 고객이 지점을 찾는다”며 주택담보대출, 중소기업 관련 대출, 자산관리 상담 업무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모두 100% 인터넷뱅킹으로는 처리하기 어려운 업무들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모바일에 익숙한 MZ세대 또한 주택담보대출 상담을 받을 때는 은행 창구를 찾는다고 평했다.

‘부자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목적도 크다. 에릭 로젠그린 전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수입원 다각화를 꾀하는 은행들이 자산관리 시장에 뛰어드는 추세”라고 야후파이낸스에 말했다. 다이먼 CEO도 “부자는 자기 돈을 직접 보러 가는 것을 좋아한다”며 대면 영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은행들은 신규 점포 입지를 고를 때 ‘부자 고객’이 많은 곳을 선호한다. JP모건체이스는 2018년 수도 워싱턴의 지점을 개설할 때 스타벅스, 고가 운동복 브랜드 ‘룰루레몬’ 인근 장소를 골랐다.

반면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한국 5대 은행의 영업점포 수(지점·출장소)는 3926개로 2019년 말(4461개) 대비 약 12% 감소했다. 최근 5년간 5대 은행의 점포 수는 연평균 50개씩 줄어들었고, 지난해에도 63개가 사라졌다. 노령층 등 인터넷뱅킹을 이용하기 어려운 고객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당국 또한 급격한 감소에 우려를 표했지만 추세 자체를 전환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부분의 은행들이 디지털 전환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점포 폐쇄, 통합은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미국#은행#점포 수#대면 상담#오프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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