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과 재계 총수 만남, 애로 풀어줘야 투자 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7일 03시 00분


박근혜 대통령이 내일 10대 그룹 총수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는다. 박 대통령이 5, 6월 미국과 중국을 방문했을 때 대기업 회장들이 동행한 적은 있지만 회장들만 따로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당초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대기업 사장들을 만나려던 계획을 대통령이 직접 총수들을 만나는 것으로 바꿨다니 대통령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경기가 조금씩 나아진다고 하지만 현장의 체감 온도는 싸늘하다. 박 대통령의 취임 6개월을 맞아 여러 언론이 조사한 국정 평가도 비슷하다. 원칙을 지키는 대북(對北)관계와 외교 안보 분야에서는 좋은 점수를 얻었지만 인사(人事)와 국민소통 같은 국내 분야에서는 평가가 좋지 않다. 경제 분야에서도 경제민주화를 통해 상생의 토대를 마련하고, 일자리와 투자를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4대 그룹은 올 상반기 투자를 연간 목표액의 35%밖에 집행하지 않았다. 투자를 해도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 하는 추세다. 국내외 경기전망이 불투명한 데다 각종 경제민주화 법안과 화학물질 관리법, 통상임금 문제, 상법 개정 등 경영환경을 불확실하게 만드는 사안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기업들은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이런저런 규제로 국내 기업이 외국 기업에 비해 역(逆)차별을 당한다는 불만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던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은 국회에서 막혀 GS와 SK는 2조3000억 원의 투자를 못하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취임한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투자는 의지가 아니라 기회의 문제”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윽박지른다고 투자를 하는 게 아니라 돈 벌 기회가 생겨야 투자를 한다는 뜻이다. 박 회장은 “취임 후 지역 상공인들을 만나 보니 돈은 있는데 기회를 기다리는 경영자가 많았다”고 전하며 “기업들의 기초체력은 괜찮다”고도 했다. 대통령이 총수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듣고 투자와 고용의 기회를 넓혀 줘야 한다. 대통령은 말을 줄이고 많이 듣는 게 좋겠다.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와 고용 없이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모든 것을 법으로 규제하기보다 자율 규범에 맡길 만한 건 맡겨 달라는 재계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박 대통령은 “투자하는 사람은 업어줘야 한다”고 했던 말을 실천함으로써 재계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 내일 회동이 경제 활성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10대 그룹 총수#오찬 간담회#투자#고용#경제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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