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 FTA 발효, 미국이 서둘러야 할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0일 03시 00분


미국의 집권당인 민주당 하원의원 31명이 4일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이례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찬성론을 폈다. 의원들은 ‘미국의 투자시장을 개방하는 무역협정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냈다. 미국 자동차노조 등의 FTA 반대를 의식해 FTA 비준동의에 비판적이었던 민주당 의원들이 교역확대가 양국의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이롭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다. 이로써 한미 FTA 비준 가능성이 어느 정도 높아졌다.

미국은 11월 중간선거가 있어 연내 의회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여겨졌다. 미 정부는 민주당 의원들의 인식 전환을 계기로 비준동의안을 다시 꺼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1월 연두교서에서 한국을 ‘더 강력한 무역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아시아의 중요한 파트너’로 꼽았다. 말에 그치지 말고 정치적 행동으로 이어져 11월 이전에 비준동의가 마무리되도록 서둘러야 한다. 한미 FTA 발효는 양국의 파트너십을 경제 통상만이 아니라 외교 안보 문화 등의 영역으로 넓혀줄 것이며, 각국이 미국의 통상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질질 끄는 것은 미국 국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기후퇴가 시작된 2007년 12월 이후 미국에서 사라진 일자리는 840만 개다. 1월 실업률이 9.7%로 작년 8월 이후 최저라고 해도 일자리가 생겨서가 아니라 주로 구직포기자가 실업자 통계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FTA에 손을 놓고 있으면 미국의 일자리 창출 기회를 잃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인식이 정책으로 연결되도록 의회와 국민을 더 설득해야 한다.

오바마 행정부는 재정적자에 허덕이면서도 2011 회계연도(2010년 10월∼2011년 9월)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에 1000억 달러(약 116조 원)를 투입하는 예산안을 짰다. 한미 FTA는 추가 재정부담 없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보완대책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인도와 사실상 FTA를 발효시켰고 유럽연합(EU)과 FTA 조기 발효를 논의 중이어서 미국은 한국 시장 진출의 호기를 놓칠 수도 있다.

한미 FTA는 한국으로서는 더 큰 시장을 찾아 진취적으로 나가는 길이다. 한국 국회도 FTA 비준동의안 본회의 처리를 서둘러 한국 경제에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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