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시론①/김경민]한미일 안보 균열…국민은 불안하다

  • 입력 2006년 7월 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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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일본 쪽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던 시간대는 미국에서는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이고 일본과 한국에서는 독일과 이탈리아의 월드컵 준결승을 시청하던 7월 5일 새벽이었다.

북한은 독립을 자축하는 축제 열기로 가득 찬 미국에 찬물을 끼얹기라도 하듯 미사일을 쏘아댔다. 월드컵 축구로 많은 사람이 깨어 있던 일본 열도와 한국의 새벽은 충격에 휩싸였다.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고자 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간 선택은 일단 성공한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북한이 치러야 할 대가도 적지 않을 것 같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두 가지 목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미사일 발사를 무기 삼아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이끌어내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를 풀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장 중 단거리 미사일을 잇따라 쏘아댐으로써 그야말로 ‘대량살상무기를 대량으로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 주고 안보위협을 느끼게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목표는 모두 다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일본에서 느끼는 미국과 일본의 대응은 예상했던 대로 대단히 강경하다.

미국은 북한과의 양자회담을 거부하고 있고 일본은 기다렸다는 듯 경제제재에 돌입했다. 우선 니가타 항에 입항 대기하던 만경봉호의 입항을 향후 반 년간 금지한다고 즉각 발표했다. 북한과의 인적교류를 제한한다는 방침도 나왔다. 더욱 구체적인 경제봉쇄 조치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제재 조치의 해제를 희망하는 북한의 첫 번째 목표가 실패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안보위협을 느끼게 한다는 목표도 역시 그다지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스커드 및 노동급 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대포동2호 미사일 등을 동해 쪽으로 발사했다. 비록 미국과 일본은 이를 도발이라고 규정하고 강력 경고하고 나서고 있지만 실질적인 위협을 느끼지는 않는다는 것을 북한은 직시해야 한다.

‘위협 무위론’은 미일의 미사일 발사 조기 탐지 능력, 미일의 긴밀한 공조 그리고 일본의 향상된 미사일 요격 등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분석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여부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미국 방문 이전부터 예의 주시하고 있던 일본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이날 오전 4시 반경 총리관저에서 관계 각료들과 안전보장회의를 열었다. 6시 20분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의 기자회견에 이어 외상, 방위청장관의 대국민 보고가 신속하게 이루어져 일본 국민을 안심시켰다.

미국과 일본의 안보 공조가 긴밀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다.

실제로 광학위성 4기와 레이더위성 4기로 이루어진 미국의 첩보위성 체제가 북한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살피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탐지하는 순간 미 콜로라도의 북미방공우주사령부가 이를 포착하고 일본 방위청에 미사일 정보를 전달했다.

오키나와의 가데나 미 공군기지에서는 ‘코브라 볼’이라는 RC-135 전자정찰기가 오전 4시 20분 발진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탐지했고 일본 해상 자위대의 이지스함도 북한 미사일의 발사를 포착했다.

일본은 1998년 8월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 실험 때부터 요격 능력을 구축해 와 이제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고 있다. 일본의 미사일 요격 구조는 대기권 바깥의 상층부에서는 이지스함에서 발사된 스탠더드3 미사일로 격파하고 대기권에 진입한 미사일은 패트리엇3 미사일로 요격한다는 것이다.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이지스함은 ‘곤고’형 4척과 ‘아타고’형 2척 등 총 6척 체제다. 일본은 이 같은 이지스함을 중심으로 아무리 늦어도 2008년까지는 본격적인 미사일 방어체제를 갖추게 된다는 평가다. 이 같은 미일 간 미사일 방어체제로 북한의 미사일 위협은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8년 전부터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하며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처해 왔는데 우리는 어떤가. 미사일 사거리에 드는 한국은 남북관계를 중요시한다며 이런저런 원조를 하면서 상황을 낙관해 왔다. 이제 대북 협력의 결과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라는 대응으로 나타났다면 이제 우리는 대북 전략을 단호히 수정해야 한다.

미사일로 위협당하면서까지 북한을 지원하는 태도는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이해를 구하기도 힘들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스스로의 안전보장 장치를 구축하고 있는 일본은 멀게는 중국의 미사일 위협에 대처한다는 계산을 깔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정보획득 능력과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의 대처 능력을 아무리 향상시킨다 하더라도 미국과 함께 하지 않는 한 기술적으로, 경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래서 미일동맹 관계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해 요구할 것은 분명하게 요구하고 들어줄 것은 들어준다는 태도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우리에게도 안보의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미사일 발사 사태는 우리의 안전을 지켜 줄 동맹관계가 미국이어야 한다면 그에 맞는 협력과 공조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현실을 일깨워 주고 있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대응하는 한미일 공조체제가 원만하게 운용될 때만이 북한이 ‘미사일 위협’ 의지를 포기할 수 있음도 알게 됐다.

미사일로 위협당하는 대북지원은 중단되어야 한다. 도쿄에서

김경민 한양대 교수·정치학 일본 와세다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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