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학재단의 ‘背水陣’ 의미 살펴야

  • 입력 2004년 12월 17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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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할 경우 사립중고교 경영자들이 신입생 배정을 거부하겠다고 결의해 우려스럽다. 우리 중고교 교육은 사학의존도가 중학교 23.5%, 고교 46%로 높다. 여당 개정안이 마음에 안 들더라도 대다수 사립학교가 학교교육을 포기하겠다는 발상은 지나치다고 본다.

그러나 오죽하면 임원 승인 취소 사태를 각오하고 ‘배수진(背水陣)’을 치겠느냐는 점을 봐야 한다. 사학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단독으로 사학법 개정안을 법안심사소위에 넘겼다. 이대로 가다가는 건전 사학을 옥죄는 개정안이 법제화되고 말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사학 경영자들을 벼랑 끝 투쟁으로 내몬 것이 아닌가.

사학 경영자들은 결의문에서 여당 개정안은 일부 사학비리를 빌미로 전체 사학의 지배구조를 개편하려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여당안대로 사학법 개정이 이뤄지면 학교가 특정 교원단체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정치판이 되리라는 걱정에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정부 출범 이후 교육인적자원부 정책이 특정 교원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개정안의 개방형이사제가 전교조가 주장하던 공익이사제의 이름만 바꾼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 시각도 같은 맥락이다.

일부 사립학교에서 교원 채용이나 예산회계의 투명성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소수 비리재단을 규제하기 위해 전체 건전 사학의 자율성과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률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법률 심판에 회부될 것에 대비해서도 시간 여유를 갖고 사학법인의 재산권, 경영권을 침탈하는 소지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우리 교육에서 사학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더라도 사학 경영자들의 의욕을 북돋우고 건전사학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다시 손질해야 한다. 급하게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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