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있는 한국 총영사관 중 절반이 6개월째 총영사가 공석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나라이며, 최근 거대 지진 주의보까지 내려져 재외국민의 안전 대응 필요성이 높다. 그런데도 현지 공관장의 부재 상황이 길어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주일 한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현재 일본에 총 10곳인 총영사관 중 5곳이 총영사가 공석이다. 여기에는 일본 2대 도시인 오사카와 요코하마, 후쿠오카, 삿포로, 니가타 총영사관이 포함된다. 기존 총영사들은 올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해외 특임 공관장에 대한 ‘2주 내 귀국 조치’가 내려지자 7월 중순경 모두 귀국했다. 그럼에도 연말인 아직까지 후임자 인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박철희 전 주일대사 또한 비슷한 시기에 귀국했고, 후임 이혁 대사는 두 달 만인 9월 26일 부임했다.
총영사가 공석인 오사카, 요코하마, 후쿠오카, 삿포로 등은 한국인이 많이 찾는 일본의 대표적인 여행지다. 올해 1~10월 총 766만 명의 한국인이 일본을 찾았다. 이는 2위 베트남(588만 명)과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8일 일본 아이모리현 앞바다에 규모 7.5 강진이 발생한 이후 삿포로~지바의 태평양 연안 등에는 현재 ‘후발(後發) 지진 주의보’가 처음 발령된 상태다. 향후 1주일 내 규모 8.0 이상의 거대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평소보다 높아졌다는 경고다. 이에 외교부는 10일 총영사가 부재한 재외공관 등과 상황 점검 회의를 가졌다.
총영사가 없으면 대리 체제로 운영되지만 한계가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지의 한 외교 소식통은 “총영사가 없으면 현지 네트워트를 활용한 영사 업무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어 총영사관의 활동이 축소되기 마련”이라고 했다. 이어 “총영사라는 책임자가 없으면 직원들은 매뉴얼대로만 하려 들고 소극적, 방어적으로 일하는 경향이 짙다”며 “앞서 총영사가 공석이던 캄보디아 영사관이 도움을 요청한 국민에게 영사 조력을 제대로 하지 않아 문제가 생긴 일들이 재연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오사카 총영사는 내년 1월 인근 나라에서 열릴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의 준비 작업에도 관여해야 한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정상 회담 준비의 정무적인 사안은 대사관에서 맡지만 교민 행사 등은 오사카 총영사가 세세히 챙겨야 한다”며 “(공석 상태가 이어지면) 그런 준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마이니치신문은 한일 정상회담이 다음 달 13~14일 나라에서 열린다고 보도했다. 회담 장소로는 천년 고찰 ‘도다이지(東大寺)’가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절은 나라 시대(710~794) 창건됐으며 일본에 기술과 문화를 전파한 백제인과 관련이 깊다.
마이니치신문은 양국 정상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2022년 7월 선거 지원 유세 중 피격으로 사망한 나라의 야마토사이다이지(大和西大寺)역 근처를 방문해 공동 헌화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