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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K콘텐츠 해적질 근절 나선 인터폴… 중국도 외면 어려울 것”《넷플릭스는 중국에 진출하지 않았지만 ‘오징어게임’이 흥행에 성공하자 중국 내 인터넷 게시판에 각종 후기들이 올라왔다. 60여 개의 불법 사이트를 통해 중국 내에서 해당 작품이 버젓이 유통됐기 때문이다. 한국 외교부는 당장 저작권 침해라며 중국 정부에 항의했지만 이후로도 별반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인터폴이 이런 K콘텐츠의 불법 유통 단속에 팔을 걷고 나섰다. 한국을 포함하는 국제수사팀을 꾸려 올해부터 앞으로 5년간 국제적인 수사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작전명은 ‘I-SOP(Stop Online Piracy)’. 콘텐츠에 대한 ‘온라인 해적질’을 멈추라는 뜻이다. 이 작전은 지난달 퇴임한 김종양 전 인터폴 총재(60)의 성과이기도 하다. 그를 6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개인 사무실에서 만났다.》 “韓 인터폴에 80억 규모 수사 지원”―인터폴의 K콘텐츠 수사는 처음 아닌가. “그렇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그동안 콘텐츠 불법 유통에 대해 속앓이를 많이 했다. K콘텐츠가 지금 세계적으로 대중화되고 유명해졌는데 제값을 치르지 않는 불법 다운로드나 유통이 많으니 제작자나 연예인들은 정부가 제대로 저작권 보호 활동을 안 해준다고 생각하지 않겠나. 하지만 정부가 다른 국가에서 직접 수사를 할 수 없으니 인터폴과 공조에 나선 것이다. 앞으로 해외 기반 서버나 다크넷(폐쇄형 P2P 네트워크 서비스) 등을 통해 이뤄지는 불법 유통 단속에 나선다.” ―인터폴이 의뢰해도 실제 수사는 중국 공안이 해야 하는데 제대로 하겠나. “인터폴이 특정 국가를 상대로 수사를 강제할 수는 없다. 다만 관련 수사 자료를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수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각국이 콘텐츠 불법 유통에 대한 문제점을 공유하고 경각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된다면 중국도 이 문제를 아예 외면하거나 묵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또 이번 수사는 특정 국가가 아닌 전 세계를 상대로, 모든 콘텐츠 불법 유통을 막자는 취지다. 한국이 주도해 시작한 ‘펀딩(funding) 수사’지만 혜택은 전 세계 모든 제작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 ―‘펀딩 수사’가 무엇인가. “회원국들이 매년 분담금을 내지만 이것은 인터폴 운영 자금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주로 선진국들이 자국이 관심을 갖는 특정 수사에 대해 돈을 지급해 인터폴과 함께 수사하는 펀딩 수사를 해 왔다. 한국은 앞서 n번방 사건이 있은 이후 ‘온라인아동성착취물’ 범죄, 그리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큰 ‘보이스 피싱’ 등 사이버 경제범죄에 대해 지난해부터 인터폴과 함께 펀딩 수사를 해 오고 있다. 인터폴은 펀딩 수사를 약 130개 하고 있는데 한국이 의뢰한 건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한국이 펀딩한 금액은 얼마인가. “앞으로 5년간 K콘텐츠 등 콘텐츠 불법 유통 방지 수사에 270만 유로(약 36억 원), 지난해부터 3년 동안 각각 온라인아동성착취물 범죄에 200만 유로(약 26억6000만 원), 보이스 피싱 등 경제범죄에 130만 유로(약 17억3000만 원)를 펀딩한다. 해당 수사팀은 한국인 수사관을 포함해 10명 내외로 꾸려지는데 인터폴 내 한국의 역할을 강화하는 계기도 될 것이다.”“韓 더 이상 테러 안전지대 아냐”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해외로 도피한 사범은 총 2977명이다. 하지만 최근 2년 동안 송환율은 30%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국내에서 적발된 마약사범은 1만8000명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날로 국제화되는 각종 범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해외 도피자의 송환율이 낮다는 비판이 있다. 인터폴의 적색수배가 제 기능을 못 하는 건가. “지금 인터폴이 적색수배를 내린 사람은 총 6만 명 정도 된다. 매해 각국이 신규 적색수배자로 1만4000명 정도를 요청하는데 한 해 검거 인원은 1만 명 정도에 그쳐 누적 수배자가 늘고 있다. 현실적으로 수배자가 발생하는 만큼 체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도 한국 경찰은 전 세계 국가 가운데 해마다 첫 번째 혹은 두 번째로 많이 적색수배를 인터폴에 요청하며 범죄자 검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내 마약 유통 문제도 심각한 것 같다. “일부 국가에서 합법화된 대마초나 경미한 정도의 마약도 국내에서는 불법으로 취급돼 수치가 커 보이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안전한 국가로 불리는 곳이 싱가포르, 캐나다, 일본 그리고 한국 정도다.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마약이나 총기의 위협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나라들이라는 것이다. 국내 마약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불법 총기마저 늘어난다면 한국 사회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국제적인 테러가 발생하지 않았다. 위험성이 적다고 보나. “한국이 주변국들과 아주 평온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개인이 될 수도, 어떤 조직이 될 수도 있는데 테러를 통해서 긴장 상황을 유발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게다가 한국 사회는 더 이상 단일 민족이 아니고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인종적, 종교적, 그리고 사상적 차이가 있는 사람이 사회적인 이목을 집중시키려 할 수도 있다. 전 세계에서 더 이상 테러의 안전지대는 없다고 생각하고 대비해야 한다. 한국보다 더 테러 청정국가로 여겨졌던 뉴질랜드에서도 2년 전 총기 난사 테러로 50명이 사망하지 않았나.” ―사이버 범죄 가능성에는 일반인들이 항시 노출된 것 같다. “인터폴이 주로 다루는 3대 범죄는 조직범죄, 테러 범죄, 사이버 범죄인데 그중에서도 사이버 범죄에 대해 가장 관심을 많이 쏟고 있다. 인터폴의 제2청사가 있는 싱가포르에 별도의 사이버국까지 만들었을 정도다. 국경 없는 범죄여서 각국의 공조뿐만 아니라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과도 협력하고 있다. 하지만 범죄 집단의 최신 기술을 따라잡기가 쉽지는 않다.” ―국제 해킹을 특정 범죄 집단뿐 아니라 북한 같은 특정 국가가 나서서 하고 있지 않나. “그렇게 추정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북한은 유엔에는 가입했지만 인터폴에는 가입하지 않은 유일한 국가다. 인터폴 역할에 한계가 있다. 북한이 왜 가입하지 않으려는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우리(인터폴)가 가입하라고 권유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북한의 가입을 놓고는 회원국 간 찬반 논란도 클 수 있다.”“경찰 소명의식 예전 같지 않아” ―최근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에서 경찰이 현장을 이탈해 문제가 됐다. “개별 사안에 대한 언급보다는 전체적인 공권력 집행 상황을 말해야 할 것 같다. 경찰관이 적극적으로 법 집행을 할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마련되지 않은 것 같다. 어떤 사건에서는 ‘왜 저렇게 소극적이고, 무능하게 행동하냐’고 하고, 다른 사건은 ‘과잉 진압’이라며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도 많다. 또한 경찰이 물리력을 행사해서 사람이 다치게 되면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나’라며 현장 상황을 되짚어 보기보다는 ‘왜 다치게 했냐’는 결과를 부각시키려 한다. 형사상, 민사상 책임 추궁이 있다 보니 경찰관들이 다소 위축된 부분이 있다. 자신감을 갖고 공권력을 집행할 수 있는 제도와 사회적 분위기 마련이 필요하다.” ―경찰의 소명 의식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게 볼 수 있다. 과거 경찰관들은 여러 가지 하는 일에 대해 어떤 소명 의식이라든지 자부심이라든지 이런 것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 경찰을 보면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 된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경찰은 특별한 직장이다. 직장마다 각 조직에 필요한 경쟁력이 다를 것인데 경찰은 무엇이겠나. 위급한 상황에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경쟁력 아니겠나.” ―경찰이 어떻게 하면 신뢰를 얻을 수 있나. “경찰이 국민에게 신뢰를 주려면 업무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신체적으로 뛰어난 역량도 필요하다. 물론 지급된 진압 장비를 잘 다루는 기술도 키워야 한다. 하지만 결국 일반인보다 뛰어난 육체나 체력이 필요하고, 경찰관 스스로가 이에 대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만큼 꾸준히 단련해야 한다. 이런 능력을 갖춘 사람에 대한 특별 채용이나 가점 제도도 필요할 것이다.” 김종양 전 인터폴 총재△경남 창원 출생(60)△창원 마산고,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행정고시 29회△경정 특채△경찰청 외사국장, 경남지방경찰청장, 경기지방경찰청장△인터폴 집행위원, 부총재, 총재(2018년 11월∼2021년 11월)황인찬 논설위원 hic@donga.com}2021-12-08 03:00 
[횡설수설/황인찬]필리핀 코리안데스크필리핀의 대표적 부촌인 아얄라 알라방에 있는 그의 고급 저택에선 벤츠, 마이바흐, 링컨 등 외제차 10대와 각종 명품 가방들이 쏟아져 나왔다. 필리핀에서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며 1조3000억 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주범 A 씨(40)가 18일 현지 경찰특공대에 검거된 현장이었다. 이번 검거는 필리핀에 파견된 한국 경찰인 ‘코리안데스크’가 무려 2년 동안 추적한 끝에 현지 당국과 함께 거둔 성과였다. ▷필리핀은 치안이 불안한 대표적인 국가로 꼽힌다. 한 해 살인 사건으로 1만 명이 죽는다고 하니 쉽게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총기 소유도 합법이다. 경찰서에서도 총기를 판매하고 10만∼20만 원짜리 조악한 사제 총도 판을 친다. 단돈 수백만 원이면 청부살인도 가능한 곳. 필리핀에서 8만 명 넘게 살고 있는 교민뿐 아니라 현지를 찾는 관광객의 안전이 언제든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경찰청은 한국인을 상대로 한 강력 범죄가 늘자 필리핀 당국을 설득해 2012년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했다. 코리안데스크는 강력 사건의 수사 공조와 한국인 범죄자 송환에 집중하고 있다. 필리핀 한국대사관의 경찰 주재관이 재외 국민의 전반적인 안전 관련 업무를 책임지는 것과 달리 특화된 임무가 부여된 것.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범죄를 저지르고 해외로 도피한 사람은 총 2977명이었는데 인접한 중국(988명)에 이어 필리핀(657명)이 두 번째로 많았다. 필리핀은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데다 섬이 7000개에 달해 추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수도 마닐라에 처음 설치됐던 코리안데스크는 카비테, 앙헬레스, 바기오, 세부, 다바오에 추가돼 총 6곳으로 늘었다. 한국과의 공조 수사 필요성을 필리핀 당국이 인정한 결과다. 필리핀에서 피살된 한국인은 2013년 한 해 12명이나 됐다. 하지만 2018년 3명, 2019년 1명으로 줄더니 지난해에는 한 명도 없었다. 코리안데스크가 현지에서 살인범 검거에 잇달아 성과를 거두자 한인 대상 범죄 자체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오는 것이다. ▷코리안데스크는 범죄가 많은 곳에 보통 ‘나 홀로’ 파견된다. 필리핀에서 마닐라만 2명이고 다른 곳은 혼자 일한다. 앙헬레스에서 코리안데스크로 3년간 일했던 한 경찰은 “외지에 혼자 있는 탓에 항상 안전에 불안을 느꼈다”면서도 “코리안데스크로서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올 7월 보이스피싱 수사를 전담하기 위해 중국,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에 코리안데스크가 추가로 파견됐다고 한다. 코리안데스크가 우리 국민들이 안심하고 외국을 방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한몫하기를 기대한다.황인찬 논설위원 hic@donga.com}2021-09-25 03:00 
[횡설수설/황인찬]北 금기어 ‘오빠’북한 경제가 장기간 침체하면서 남편은 실업자가 되고, 아내가 장마당에 나가 장사를 해서 가계를 꾸려나가는 가정이 늘고 있다. 이런 세태를 반영해 ‘낮 전등’ ‘풍경화’ ‘자물쇠’ 등 집에 있는 남편을 가리키는 은어가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다. 낮에 아무 쓸모도 없는 전등, 하는 일 없이 벽에 걸려만 있는 그림, 집만 지키고 있는 자물쇠와 같다는 의미다. 집에서 하루 세 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는 남편을 뜻하는, 남한의 ‘삼식이’와 같은 표현이다. ▷연애에서도 북한은 남한을 닮아가고 있다. 북한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노동당의 허락을 받아야 결혼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1970년대에 중매결혼이 대세가 됐고, 지금은 연애결혼이 보편화됐다. 북한 여성들은 지금까지는 애인을 동지나 동무, 남편을 여보라고 불러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애인이나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남한의 드라마와 영화에 익숙해지면서 나타난 변화다. 북한 당국은 이런 변화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애인이나 남편에 대한 오빠 호칭을 금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단속에 걸리면 처벌까지 한다.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이후 속속 들어선 장마당 등을 통해 남한의 드라마, 영화, 가요가 북한 주민에게 퍼진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카세트, 비디오테이프에 담겼던 한류 콘텐츠는 이제 CD, DVD를 넘어 USB에 담겨 퍼져 나간다. 밤새 영상을 보는 바람에 퀭해진 눈을 일컫는 은어, ‘너구리 눈’이 생겨났을 정도다. 북한 당국은 그동안 “남조선이 공화국을 모략하려 경제발전상을 꾸며낸 조작 영상을 만든다”는 식으로 한류 콘텐츠 확산을 통제해 왔지만 MZ세대에게 통할 리가 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한류에 개방적인 모습을 노출한 적이 있다. 2018년 걸그룹 레드벨벳의 ‘빨간 맛’의 평양 공연을 보고 박수까지 쳤다. 부인 리설주는 그해 평양에 간 한국 특사단 앞에서 김정은을 ‘원수님’이 아닌 ‘남편’이라고 불렀다. 부부 관계가 남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리설주가 김정은의 팔짱을 끼고 공개 석상에 나선 이후 북한 거리에서는 팔짱을 낀 연인들의 모습이 늘었다는 얘기도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오빠와 같은 친숙한 호칭의 사용이 늘어나는 것은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 ▷말은 사람들이 평소 갖고 있는 생각을 반영한다. 북한에서 남한식 표현이 널리 퍼진 것은 남한의 언어와 문화를 의심하거나 신기해하는 것을 넘어 의식 깊숙이 스며들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북한 당국이 겉으로 드러나는 주민들의 남한식 말투는 통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각까지 바꾸는 것은 무리로 보인다.황인찬 논설위원 hic@donga.com}2021-07-1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