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놈비밀 해독]헤젤타인-벤터 두주역 자존심 싸움

  • 입력 2000년 6월 27일 20시 29분


“헤젤타인은 거짓말쟁이 클럽의 대표다.”(크레이그 벤터)

“벤터는 방향감각을 상실한 레이스를 달리고 있다.”(윌리엄 헤젤타인)

미국 생명공학 벤처의 선두 주자인 셀레라 제노믹스의 벤터회장과 휴먼 게놈 사이언시즈(HGSI)의 헤젤타인회장.

한때 벤처회사의 동료였던 이들은 사석이든 공석이든 틈만 나면 서로를 헐뜯는다. 자신이 BT(Bio Technology·생명공학)시대의 ‘진정한 최고’임을 주장하는 자존심 싸움이다.

그러나 이들은 ‘게놈에서 금맥을 찾는다’는 점 외에도 비슷한 점이 많다.

둘 다 과학자에서 출발했지만 그에 못지 않게 뛰어난 흥행사다.

미 국립보건원(NIH)에서 유전자 염기를연구하던유전공학자 벤터는 셀레라를 몇년만에 세계적인 생명공학 벤처기업으로 끌어올렸다.

에이즈 연구의 권위자인 헤젤타인도 HGSI 설립 이전에 많은 벤처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와 사업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홍보전도 만만치 않다. TV출연 기자회견 등에서 자신을 홍보하는데도 능숙하다.

“내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우리가 요구하는 계산능력을 컴퓨터가 따라오지 못하는 것이다.”(벤터)

“제약업계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폭넓게 채택하고 있다. 내가 바로 그런 변화의 촉매역할을 한 장본인이다.”(헤젤타인)

‘뻥튀기’도 호각지세(互角之勢)다.게놈업체가 태동단계이기 때문에 과학적 연구성과 못지 않게 대형 호재성 발표가에 의해 주가를가 좌우된한다는 둘은 점을 간파한 것이다.

벤터는 올해초부터 “인간게놈의 90%에 상당하는 DNA 서열을 규명했다”고 선전하면서 주가를 올렸다. 헤젤타인도 이에 질세라 “4년여전 사실상 모든 유전자의 99%를 발견했다”고 즉각 응수했다.

취미도 고상하다. 벤터의 요트 소서러호는요트를 즐긴다. 그가 소유한 25m,짜리 요트 소서러호는 의 길이에 6m의 삼각돛을 자랑한다. 뉴욕과 워싱턴 사교계의 붙박이 멤버인 헤젤타인은 회사 사무실 벽을 장식하는 고가의 미술품을 직접 구입한다. 1999년 인터넷상에 띄운 HGSI의 결산보고서에는 15, 16세기 귀족과 철학자들의 그림이 가득할 정도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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