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인간을 이겼다』…체스왕대결 1승2패3무

  • 입력 1997년 5월 12일 16시 01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열렸던 인간 체스 챔피언과 슈퍼컴퓨터간의 대결이 11일 결국 컴퓨터의 승리로 끝났다. 지난 85년이래 세계 체스챔피언 자리를 놓치지 않아온 러시아의 체스천재 게리카스파로프는 이날 오전 뉴욕에서 IBM이 개발한 슈퍼컴 딥 블루(DEEP BLUE)와 인간과 컴퓨터간의 세기의 체스대결 6차 최종대국을 벌였으나 초반에 패배했다. 카스파로프는 대국 시작후 불과 1시간이 지난 무렵 19수만에 피할 수 없는 궁지에 몰리자 패배를 선언했다. 초반 1,2차전을 서로 나눠갖고 나머지 3연속 무승부를 기록한끝에 열린 이번 6차전 경기를 마감한 최종 점수는 슈퍼컴 3.5점, 인간 2.5점이었다. 인간에게는 진 적이 없던 카스파로프는 게임에서 패한후 믿을수 없는 결과에 격분한 듯 판을 뒤엎어 그가 받은 충격의 심도를 여실히 보여줬다. 그는 경기후 회견에서 『아직 컴퓨터는 아무것도 입증하지 못했다』면서 『진짜 대결을 다시 가진다면 딥 블루를 박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몹시 피로하고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어 판을 뒤엎은 자신의 행동에 사과하면서 『사실 대결은 어제 5차전으로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 없다』면서 『나는 완전히 탈진했다』고 컴퓨터와의 경기가 몹시 힘에 부쳤음을 시인했다. 관전석에서는 카스파로프가 6차결승국에서 지나치게 수세로 일관한 것이 패인이라고 지적했다. 평소 공격적 대국을 벌여온 카스파로프는 이날 마치 컴퓨터의 경기운영방식을 본딴듯한 방어적 행마로 패배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카스파로프의 코치인 프레데릭 프리델은 딥 블루가 마치 지능을 가진것처럼 앞을 내다보는 행마를 펼쳤다면서 경악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 카스파로프를 굴복시킨 딥 블루는 IBM의 야심작. 전미 체스챔피언의 조언을 받아 8년여만에 완성한 소프트웨어로 무장한데다 초당 2억개의 행마법을 검토할 수 있는 초고속 처리능력을 가지고 있다. IBM측에 따르면 이 컴퓨터는 지난해 카스파로프에게 패했던 직전 기종에 비해 2배이상의 연산속도을 가지고있는데다 지난 1백년간에 있었던 모든 주요 대국을 전부기억시켜 「인간적」면모까지도 더했다는 것. 이번 대국을 통해 IBM 개발팀은 70만 달러를, 카스파로프는 40만달러를 각각 손에 쥐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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