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前 합참의장 “연평해전 압승비결은 교전규칙 따른 대응”

윤상호군사전문기자 입력 2014-11-26 03:00수정 2014-11-26 11:18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안보 비화 자서전 펴낸 김진호 前 합참의장-토공사장
1999년 1차 연평해전을 승리로 이끈 김진호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위쪽 사진)은 2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안보 포퓰리즘이 안보태세와 강군 건설을 저해하는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1차 연평해전 당시 해군 고속정과 북한 경비정이 충돌하고 있는 모습(아래쪽 사진).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동아일보DB
“북한의 위협은 가중되는데도 우리의 안보의식은 소홀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김진호 예비역 육군 대장(73·ROTC 2기)은 25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국방예산을 깎고, 복무 기간을 줄이는 ‘안보 포퓰리즘’이 안보 태세와 강군 건설을 저해하는 장애물”이라며 이같이 토로했다. 그는 학군사관후보생(ROTC) 출신으로 첫 합참의장을 지냈다. 37년간의 군 생활 후 한국토지공사 사장을 맡아 개성공단 개발사업을 주도했다. 최근 펴낸 자서전을 통해 관련 비화를 공개하고 군과 안보 현안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전직 군 수뇌로서 최근 연평도 포격 도발 4주기를 맞는 소감은….

“우리가 더 강한 의지로 대비했다면 막을 수 있었다고 본다. 천안함 폭침사건 후 5·24 대북제재 조치의 하나로 군은 대북 심리전 재개 방침을 밝혔지만 북의 확성기 격파 위협으로 머뭇거렸다. 군 통수권자도 더 강력한 응징 메시지를 보냈어야 했다. 서북도서 전력 증강을 소홀히 한 탓도 크다.”

관련기사
―합참의장 시절(1998∼1999년) 북한의 대남 침투와 무력 도발이 집중 발생했다.

“의장으로 있던 1년 6개월간 북한은 동·서·남해안에서 다섯 차례나 도발했다. 1998년에 속초 앞바다 잠수정 침투사건, 동해안 무장간첩 침투사건, 서해안 간첩선 침투사건이 잇따라 터졌다. 긴장의 나날이었다. 당시 김대중 정부의 대북화해 정책을 시험하고, 더 많은 지원을 얻기 위한 북의 화전(和戰)양면 전술이었다.”

―1999년 제1차 연평해전 때 우리 군이 압승한 비결은….

“함정 등 주요 무기의 성능이 우세한 측면도 있었지만 북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도발에 상하급부대가 철저히 대비했다. 당시 북한 경비정의 NLL 도발 시 교전규칙에 따라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예하부대도 훈련과 지휘체제를 잘 갖춰 적을 압도했다.”

―당시 북한군의 피해 규모는….

“북한군의 교신 내용과 후송 상황을 종합한 결과 130여 명의 사상자가 확인됐다. 교전 피해를 본 북한 어뢰정 1척과 경비정 5척에는 200여 명이 타고 있었다. 침몰한 40t급 어뢰정 탑승자 16명은 모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교전 1주일 뒤 중국 베이징에서 열기로 한 남북 차관급회담에 북측이 불참한 주된 이유도 이처럼 막대한 교전 피해 때문이라는 얘길 들었다.”

―2001∼2004년 토공 사장을 맡아 개성공단 사업을 주도했는데….

“개성공단은 군사·경제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유사시 북한군의 서울 주침공로에 대규모 공단이 조성되면서 북한의 전면전 징후 파악이 훨씬 용이해졌다. 북한군 부대가 후방으로 재배치돼 우리 군의 대북방어 태세에 도움이 됐다. 남북 교류협력의 거점으로서 경제적 국익 창출에도 기여했다.”

―그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

“‘과시성 대북정책’과의 싸움이었다. 2002년 12월 대선 직전 공단을 착공하라는 통일부의 요구에 ‘사퇴 카드’로 맞서 (착공 시기를) 다음해 4월로 미뤘다. 법적 제도적 절차를 무시한 정치적 목적의 대북정책은 북에 끌려가는 사태를 초래하고 남북관계에도 득 될 게 없다. 공단 착공 직후 북한이 50년 치 임대료를 80억 원에서 1200억 원으로 올려달라고 떼를 썼지만 수용하지 않았다.”

―지난해 4월 남북이 개성공단의 존폐를 놓고 벼랑 끝 대치를 벌였는데….


“당시 김장수 대통령국가안보실장에게 ‘북한은 달러 공급원인 개성공단을 절대 포기하지 못한다. 북이 계속 고집을 부리면 우리가 과감히 물러나라’고 조언했다. 청와대가 개성공단 폐쇄를 불사하며 원칙 대응한 것은 잘한 일이다.”

―요즘 군은 구타 가혹행위 등 병영 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구타를 ‘필요악’으로 여기는 폐습부터 사라져야 한다. 지휘관도 강한 전투력을 위해 어떤 수단을 써도 상관없다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2군 사령관 시절 분대장급 이상 전 간부가 ‘때리면 파면’이라는 ‘옐로카드’를 소지하도록 했다. 구타 가혹행위를 군을 파괴하는 가장 큰 악폐로 봐야 한다. 적발되면 일벌백계하는 엄정한 법 집행도 필요하다.”

―최근 정부가 방산비리 척결을 위해 합동수사단을 출범시켰는데….

“비리는 없어야 하고 적발되면 엄벌해야 한다. 다만 실무진의 비리를 군과 방산업계 전체의 구조적 비리로 몰고 갈 경우 군 전력 증강과 방산 발전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안보#연평해전#교전규칙#김진호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