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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람속으로

“12년전 연평해전서 아빠 잃은 나처럼… 같은 아픔의 北친구와 얘기 나누고파”

입력 2014-08-21 03:00업데이트 2014-08-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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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친구에게 편지쓰기’ 대회
故조천형 중사 딸 시은양 대상
“솔직히 말하면 난 북한을 아주 미워했어….”

2002년 6월 제2연평해전에서 조천형 중사는 교전 중 기관포 방아쇠를 두 손으로 끝까지 붙잡은 채 전사했다. 그의 딸 시은 양(사진)이 갓 백일을 넘긴 무렵이었다.

“군인이셨던 아빠가 북한군에 맞서 싸우시다가 돌아가셨어. 나는 아기라 기억할 수 없었고, 다만 엄마로부터 이야기만 들었어. (연평해전을 다룬 영화를 보니) 눈물이 쉴 새 없이 흐르고 가슴은 정말 터질 듯 아팠어.”

어느덧 12년이 흘러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시은 양. 대통령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가 6월에 주최한 ‘전국 초등학생 북녘 친구에게 편지쓰기’ 대회에서 그가 쓴 편지는 이렇게 시작했다.

“선생님이 북한과 우리는 한민족이고 한가족이라고 이야기하셔도 난 마음속으로 ‘사랑하는 나의 아빠, 소중한 나의 아빠’를 빼앗아간 나라라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어.”

편지는 분노와 미움에서 화해의 메시지로 바뀌어갔다.

“그런데 우연히 인터넷에서 북한의 어려운 실정을 알게 됐어. 내가 아빠를 잃게 된 것처럼 어쩌면 북한의 어떤 친구도 연평해전에서 아빠를 잃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그 친구에게 편지를 써서 아픔을 같이 나누고, 이제는 더이상 가족을 잃는 친구들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같이 고민해보고 싶었어.”

“친구야! 남북이 통일된다면 좋은 점이 너무나 많을 거 같아. 전쟁으로 인해 우리처럼 아빠가 돌아가시는 슬픔은 당연히 없어질 거고 무기도 만들지 않아도 되니까. 돈을 (북한의) 식량난을 해결하는 데 쓴다면 더이상 굶지 않아도 될 거야.”

시은 양의 편지는 대회에 참가한 1만여 건 가운데 대상(대통령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민주평통은 19일 입상자 63명에게 상장과 상금을 수여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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