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오피니언

[배인준 칼럼]청와대 머리맡의 북한 핵

입력 2014-11-25 21:00업데이트 2014-11-26 04:34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한국 대통령에 핵 직격 위협하는 北 포용 상대인가, 체제 전환 대상인가
이병기, 대북 정치공작 성공작 내고
김관진, 황병서에 귀순 권유할 만큼 안보책임자들 ‘실제상황 내공’ 있나
朴정부 주도로 北변화시켜야 국가와 국민 불행 막을 수 있다
배인준 주필
10월 4일 황병서 최룡해 김양건이 인천에 왔을 때, 청와대와 그 ‘간판역’이었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등이 너무 반색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김 실장은 9년 전 육군대장이 된 이래 집무실에 북한군 책임자 사진을 걸어놓고 노려보며 상대를 연구했다고 한다. 북한군 총정치국장 황병서 사진도 그중 하나다. 김 실장의 강한 눈빛은 ‘레이저 김’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데도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정작 실물 황병서 앞에서는 레이저 눈빛을 보기 어려웠다. “황 장군, 기왕 온 김에 서울서 나와 함께 삽시다. 남쪽에서는 최소한 장성택 같은 최후는 걱정 안 해도 되오. 정 북으로 돌아가려거든 종북 분자들도 함께 데려가구려.” 황병서의 귓전에 이 정도 속삭일 배짱은 있어야 ‘레이저 김’이라는 애칭이 어울릴 것이다. 국가안보실장의 ‘실제상황 내공’을 보고 싶다.

김관진 실장을 중용하는 박 대통령은 양국간·다자간 정상회담에서 우아한 용모와 품위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하지만 대한민국 안보의 최종 책임자로서 북한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는 모험주의적 선택을 꿈도 꾸지 못하도록 지모와 용기, 비전과 전략을 겸비한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통일대박론을 펴지만 굴러오는 호박 같은 통일은 없다. 오히려 북한 핵이 계속 자라고 있다. 북한 최고권력체인 국방위원회가 23일 “박근혜 패당에게 따져 묻는다. 이 땅에 핵전쟁이 터지는 경우 과연 청와대가 안전하리라고 생각하는가”라고 윽박지르기에 이르렀다. 청와대 머리맡에 핵폭탄이라도 던질 기세다. 이런 북한 정권은 포용할 상대인가, 체제를 전환시켜야 할 대상인가. 현 상태로 5년, 10년 지나면 남쪽 체제가 우위일까, 북쪽 체제가 우위일까.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여는 대한민국과 5000만 국민의 운명을 가를 수도 있는 시간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 덕에 북한이 좋게 변하고 있다”는 메시지만 선호했다. 박 대통령과 지금 안보팀은 “북한 경제는 나쁘고, 김정은 권력은 불안정하며, 중국이 달라졌다. 통일의 호기가 올 것이다”라는 낙관에 기울어 있지는 않은가.

유엔이 18일 인권문제를 다루는 제3위원회 총회에서 김정은을 겨냥해, 조직적 반인륜 인권침해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185개국 투표 중 찬성 111, 반대 19, 기권 55표라는 압도적 표차였다. 하지만 상임이사국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김정은 ICC 회부’가 성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중국의 이중성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중국은 북한 지원도 계속하고 있다. 원유는 적게 주는 대신 가솔린 수출을 3배로 늘리는 식이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중국도 비난은 할 것이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제재는 북한을 잠시 힘들게 할 뿐이고 저들의 핵 위협은 더 고조될 것이다. 김정은 체제가 취약하다는 관측에도 ‘희망 거품’이 많이 끼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할 일을 놓친다면 시간이 우리 편일까, 북한 병영(兵營)집단 편일까.

북한 핵기술자가 3000명쯤 된다고 한다. 그중 핵심 30명을 우리 쪽으로 데려오는 작업을 국가정보원이 할 수는 없는가. 국정원이 이병기 원장 체제로 바뀐 지 5개월이 지났는데 그가 약체라는 소리가 안팎에서 들린다. 그는 대한민국 안보를 위해 ‘핵 국가’ 북한을 변화시킬 책임주체 중의 한 사람이다. 당연히 대북 정치공작과 심리전을 고도화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 원장은 명확한 업무방향 제시나 지시를 하지 않고 있다고 들린다. 이 원장은 원래 대북 협력·대화·포용주의자라서 그런가. 만약 국정원이 청와대 지시에 따라 장차관 정보나 수집하고, 원장은 내부관리에나 골몰한다면 안보 전선에 큰 구멍이 뚫린다. 휘하의 차장들조차 공작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대북 심리전을 두려워한다면 ‘국정원을 유지할 이유’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생긴다.

누구나 안보책임자는 국가 운명과 국민 장래를 위해서라면 아무리 고난도(高難度) 과제라도 도전해야 마땅하다. 안 된다는 회피 사유를 만들기에 능한 것은 무능과 비겁에 해당한다. 대통령부터 직을 걸고 북한 변화와 통일의 계기를 대한민국 주도로 마련해야 한다. 만약 안보환경을 더 악화시키고 떠난다면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고, 지도자로서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다.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최신기사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