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엑소더스’ 본격화, 홍콩인들 대거 이민 나서

  • 뉴스1
  • 입력 2019년 10월 7일 12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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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반송환법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홍콩인의 이민이 크게 늘고 있다. ‘홍콩 엑소더스’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홍콩 정부가 지난 5일 복면금지법을 실행하자 홍콩 시위대는 시내 곳곳에 방화하는 것은 물론 중국 관련 기관과 정부 청사를 습격했다.

시위대의 과격시위로 지난 이틀간 전철의 운행이 중단되자 시민들이 생필품 사재기에 나서는 등 홍콩은 전시를 방불케 하고 있다.

지난 주말 시위로 홍콩은 18주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시위가 과격화되는 것은 물론 장기화되자 홍콩을 떠나려는 시민들이 속출하고 있다.

◇ 2차 ‘홍콩 엑소더스’ 발생 : 1997년 홍콩 반환 당시 홍콩인들은 대거 이민에 나섰다. 이후 홍콩인의 이민은 잠잠해졌다. 그러나 송환법 사태를 맞아 제2의 홍콩 엑서더스가 발생하고 있다.

1차 홍콩 엑소더스 당시에 홍콩인들은 주로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이에 따라 밴쿠버가 아니 홍쿠버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일랜드, 포르투갈, 미국, 대만 등 홍콩인들이 원하는 이민지가 다양하다.

◇ 홍콩 백만장자들 대거 아일랜드 이민 : 홍콩의 백만장자(12억원 이상의 자산가) 100여 명이 최근 홍콩의 정정불안을 피해 아일랜드로 투자이민을 신청했다.

부유한 아시아인들을 상대로 아일랜드 이민을 알선하는 ‘바르트라’는 최근 8주 동안 홍콩의 백만장자 약 100여 명이 아일랜드로 투자이민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홍콩 시위가 발생하기 전에는 홍콩인의 아일랜드 이민 신청이 거의 없었다고 바르트라는 덧붙였다.

아일랜드는 100만 유로(13억1496만원)를 투자하면 영주권을 주는 이민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 대만 이민도 급증 : 홍콩인들의 대만 이민 신청도 급증하고 있다.

홍콩의 시위가 장기화돼 홍콩을 탈출하려는 시민들이 늘면서 대만 이민 신청이 2019년 1월~7월 동안 전년 동기 대비 28% 늘었다. 이 기간 대만에 이민을 신청한 사람들의 10%가 홍콩인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2배 증가한 것이다.

홍콩 시민들은 시위가 장기화되자 같은 문화권인 대만을 피난처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만은 집세도 홍콩보다 저렴하고, 정치적으로도 더 자유롭다.

이뿐 아니라 대만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하는 홍콩인들도 급속히 늘고 있다. 지난 6월 홍콩의 국회격인 입법회를 점거했던 시위대 30여명이 대만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

대만 내무성 장관인 후큐용은 “홍콩인들은 같은 중국인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환영한다”며 “최근 들어 홍콩인의 이민 신청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 포루투갈 최고의 이민지로 급부상 : 포르투갈이 최근 홍콩인들에게 최고의 이민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시민권 획득이 비교적 쉬운데다 포르투갈 시민권을 따면 유럽연합(EU) 시민권을 모두 따는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포르투갈은 수백 년 동안 마카오를 통치했었다. 마카오는 1999년 중국으로 반환됐다. 마카오 주민들은 지금도 포르투갈의 시민권을 따는데 큰 문제가 없다. 포르투갈이 한때 식민지였던 마카오 주민들에게 우대조치를 해주기 때문이다.

홍콩인들은 마카오에 친척이 많다. 따라서 이들을 이용해 포르투갈 시민권을 비교적 쉽게 딸 수 있다. 또 많은 홍콩인들이 유럽 진출을 노리고 있다. 홍콩인들은 유럽 진출의 교두보로 포르투갈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포르투갈이 시행하고 있는 ‘골든 비자 프로그램’은 매력적이다. 포르투갈에 투자를 하면 5년 후에 자동적으로 시민권이 나오는 것이다.

포르투갈은 유럽연합(EU) 국가다. 포르투갈의 시민권을 얻으면 EU 28개 회원국의 시민권을 얻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난다.

최근 홍콩에서는 포르투갈 이민 설명회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으며, 포르투갈어를 배우는 사람도 급속히 늘고 있다.

◇ 갑부들은 미국에 관심 : 홍콩의 갑부들은 미국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으로 집뿐만 아니라 사업체를 옮기면 미중 무역전쟁의 유탄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의 시장인 미국에서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뉴욕의 한 부동산 업체가 홍콩의 갑부들로부터 고급 주택과 사무실 임대에 대한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문의는 단순한 투자에 그치지 않고 시민권을 따 미국에 영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뉴욕에서 부동산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에드워드 머멜스타인은 “지난 2주간 홍콩에서 모두 4건의 투자 이민 상담을 받았으며, 그들은 1000만 달러(121억 원)에서 1억 달러(1121억 원)를 투자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홍콩인의 이민 상담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덧붙였다.

반송환법 시위로 제2의 탈 홍콩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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