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장원재]쓰레기·일회용컵·반도체 산단… 기후부의 무능과 불통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1월 6일 23시 18분


장원재 논설위원
장원재 논설위원
2022년 7월 1일 한화진 당시 환경부 장관은 이날 임기를 시작한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공문을 보냈다. “2026년부터 생활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되니 2025년 말까지 소각장을 확충하라”는 내용이었다. “확충하지 않으면 국고 지원을 줄이겠다”는 엄포도 놨다.

이후 3년 반이 흘렀지만 수도권에 새로 들어선 공공 소각장은 한 곳도 없다. 주민 반대를 넘지 못한 탓이다. 지자체 한두 곳이 실패했다면 단체장의 ‘의지 부족’을 탓할 수 있다. 하지만 모두 실패했다면 정책 목표가 비현실적이었거나, 정부가 제대로 뒷받침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소각장 논란에 4년 전과 같은 해법

그럼에도 정부는 수도권 직매립 금지를 예정대로 시행했고, 기초지자체들은 공공 소각장 대신 비싸고 불안정한 민간 소각장에 의존하며 ‘쓰레기 대란’을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이달 2일 기준으로 지자체 7곳은 여전히 소각장 계약을 못 마친 상태다. 서울 금천구는 인근 소각장을 못 찾아 150km 떨어진 충남 공주시까지 쓰레기를 실어 나르고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업무보고에서 “일부 지자체에 문제가 있지만 (쓰레기) 대란은 없을 것”이라며 낙관론을 폈다. 하지만 수도권 지자체들이 “돈을 더 낼 테니 받아만 달라”며 소각장을 찾아 전국을 전전하는 게 대란이 아니라고 안심할 상황일까.

더 큰 문제는 시설이 노후화된 민간 소각장 의존이 ‘임시방편’에 불과하단 점이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재정 지원을 늘려 공공 소각장 건설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해법을 내놨다. 하지만 재정 지원은 4년 전에도 나왔던 대책이다. 같은 해법으로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을까.

기후부가 자초한 혼란은 또 있다. 지난달 “카페에서 일회용컵을 쓰면 100, 200원씩 부담하게 하겠다”며 ‘컵 따로 요금제’를 발표한 것이다. 이후 “커피값이 오르는 것 아니냐”는 소비자 불만이 쏟아지자 며칠 만에 “기존 가격을 내면서 컵값을 영수증에 따로 표시하는 방식”이란 해명을 내놨다.

그러자 소상공인들이 “텀블러, 머그컵 고객은 기존 가격에서 컵값을 빼 줘야 하는데 그러면 매출이 줄어든다. 머그컵은 세척·관리비도 든다”며 반발했다. 기후부가 다시 “머그컵 고객도 컵값을 내도록 할 방침”이라고 물러서자, 이번엔 환경단체들이 “머그컵과 일회용컵 고객이 같은 돈을 내면 안 된다”고 반대했다.

지금까지 기후부 설명대로라면 ‘컵 따로 요금제’는 현재 일부 카페에서 시행 중인 ‘텀블러 할인’을 의무화하는 수준이다. 처음부터 그렇게 설명했다면 지금 같은 혼란은 없었을 텐데, 이해관계자와 충분한 소통 없이 획기적 정책인 양 포장했다가 신뢰만 깎아 먹은 셈이다.

용인 산단 발언으로 논란 자초

김 장관은 지난달 말 “용인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전기가 많은 쪽으로 옮겨야 되는 건 아닌가”라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론을 제기했다. 파장이 커지자 기후부는 “전력, 용수 담당 장관으로서의 고민을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가 명운이 걸린 프로젝트를 무책임하게 흔들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

과거 환경부는 무분별한 개발에 브레이크를 거는 역할을 주로 맡았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명칭이 바뀌며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 정책 총괄 부처로 격상됐다. 이제 과거처럼 “할 말은 했다”는 정도론 안 된다. 사회 각 분야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현안을 풀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보여준 조정 능력과 소통 역량은 실망스럽기만 하다.

기후부는 최근 2030년까지 신차의 절반을 친환경차로 채우고,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절반 이상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번에도 소각장 확충 때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목표를 내걸고 공문 한 장 보내며 면피하려 한다면 국민 사이에서 “차라리 환경부로 돌아가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환경부#소각장#생활쓰레기#직매립금지#민간소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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