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코스피]
어제 한때 4611… 올해 8% 급등
AI 열풍에 반도체株 상승 주도… 올들어 매일 신고가 경신 랠리
“지금이라도 올라타자” 포모 확산… 전문가 “실물과 괴리, 신중 투자를”
7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사상 처음 장중 4,600 선을 돌파한 코스피 수치가 표시돼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지난해 4월 관세전쟁의 여파로 2,300 선이 깨졌던 코스피가 불과 9개월 만에 2배로 뛰었다.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서 존재감이 커진 반도체의 영향 때문이다. 조선, 방산, 원자력, 로봇 등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재조명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전날까지 코스피가 3거래일 연속 100단위 숫자를 올리며 빠르게 치솟고, 증권사들이 올해 코스피 전망치를 올리자 투자 심리도 탄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 경제성장률은 여전히 잠재 성장률(2%)을 밑돌 것으로 전망되는 등 실물 경기와 주가 사이의 괴리가 커 금리나 실적 등 변수에 큰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젠슨 황 “메모리 공급자에 유리” 발언에 반도체주 상승
7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57% 오른 4,551.06으로 장을 마쳤다. 개인이 2938억 원, 기관이 9394억 원 순매도했지만 외국인이 1조 원 넘게 순매수하며 지수를 견인했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강세로 4,611.72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상승분을 반납했고 오후에는 약보합으로 전환했다.
올해 들어 코스피는 7.99% 상승했다. 증시가 열린 4거래일 모두 상승했고 매일 신고가를 경신했다. 6일까지는 매일 백 단위 자리를 갈아치웠다.
이날도 반도체가 증시를 주도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6’이 개막하면서 AI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CES 2026 기조연설에서 “세계는 AI 팩토리로 불리는 공장이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며 “메모리 반도체 공급자에게 매우 유리한 상황”이라고 발언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올랐다.
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마이크론(10.02%), 샌디스크(27.56%) 등 메모리 기업의 주가가 급등했다. 7일 국내 증시에서도 삼성전자(1.51%), SK하이닉스(2.2%)가 동반 강세로 마감했다.
● AI 광풍에 유동성 더해지며 아시아 증시 랠리
AI 투자 열풍에 각국의 유동성 확대까지 겹치며 글로벌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7일 하락 마감하긴 했지만 일본과 대만 증시도 6일까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강세장을 이어 왔다. 최첨단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점유율 1위인 대만 TSMC 주가는 1년간 50% 넘게 올랐다. 오픈AI에 투자한 일본 소프트뱅크 주가는 같은 기간 두 배로 올랐다. 북미 시장 전력기기 3강(强) 중 유일한 아시아 기업인 일본 히타치 주가도 1년간 30% 이상 상승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서고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이 돈을 풀며 시장에 유동성이 불어나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연초 유동성 확대와 초호황이 예상되는 반도체 산업에 힘입어 한국 등 아시아 증시의 상대적 강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증시가 강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한국 증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감이 맞물려 더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방침을 밝힌 여파로 글로벌 증시가 급락했던 지난해 4월 9일 코스피 종가는 2,293.7까지 하락했다. 9개월 만에 2,257.36포인트(98.4%)나 상승하며 두 배로 올랐다. 상장기업 시가총액도 같은 기간 1880조 원에서 2배인 3759조 원으로 불어났다. 이 기간 코스피의 상승 폭은 같은 기간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67%), 대만 자취안지수(75%)보다 두드러진다.
● 포모(FOMO)만큼 커지는 과열 우려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 전망을 줄줄이 올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4,600에서 5,650으로 상향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기업들의 이익이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난 것을 반영했다. 유안타증권도 기존 3,800∼4,600의 전망치를 4,200∼5,200으로 높였다.
주가가 연초부터 급등하면서 주식 투자를 하지 않거나, 반도체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투자자들의 포모(FOMO·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두려움) 현상도 커지고 있다. 서울의 한 금융사에 다니는 전모 씨(42)는 “코로나 팬데믹 때도 주식 투자에 관심 없던 부모님이 최근 ‘지금 삼성전자를 사도 괜찮겠느냐’고 물어보셨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수익 인증과 투자를 시작했다는 내용의 글들이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증시 급등이 이어지면 그만큼 부작용이 뒤따른다고 지적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9개월 만에 2배로 오른 코스피는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 괴리가 있어 보인다”며 “정부가 목표로 삼은 코스피 5,000을 돌파한 뒤엔 증시가 한 번에 꺾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과열될수록 옥석을 가리고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나 방산 등 일부 산업의 주가가 상승하며 코스피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사실 개별 종목을 보면 하락하는 종목이 더 많다”며 “포모 심리로 무작정 투자하면 오히려 낭패”라고 경고했다. 올해 들어 코스피 상장사 중 주가가 오른 종목은 320개인 반면 하락한 종목은 594개에 달한다.
댓글 0